전국 제로웨이스트샵 연합 모임 '도모도모'는 2023년 제로웨이스트샵 53곳의 리필 판매량과 재활용품 수거양을 집계하였다. 그 결과 화장품, 세제, 먹거리 등의 리필과 재활용품 수거를 통해 제로웨이스트샵은 약 60톤(6만154kg)의 온실가스를 저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나무로 가득 찬 축구장 넓이의 숲 7.6개가 흡수하는 온실가스 양과 같다. 리필과 재활용만으로 한해 동안 축구장 넓이의 숲 7.6개를 조성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쓰레기는 물론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는 리필스테이션
리필스테이션에서는 재사용 용기에 필요한 만큼만 담아 세제, 화장품, 먹거리 등을 구매할 수 있다. '도모도모'는 지난해 각 매장에서 세제, 화장품, 먹거리 등을 리필 판매한 양을 취합하였다. 그 결과 전국 제로웨이스트샵 53곳에서 2023년 한 해 동안 리필로 줄인 플라스틱 병은 21만6268개였다. (100ml 플라스틱 공병 기준) 10L 종량제 봉투에 100ml 페트병이 약 30개 들어간다고 추정 시 10리터 종량제 봉투 7209개 만큼의 쓰레기를 줄인 셈이다.
▲ (좌)리필스테이션을 이용하여 화장품을 구매하는 시민 (우) 리필스테이션을 이용하여 최소 5회 이상 재사용 된 샴푸통
리필스테이션은 새 플라스틱 포장재 없이 재사용 유리병, 플라스틱 병 등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사용은 처음부터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고, 재활용에 드는 에너지나 새 자원을 쓰지 않아 재활용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모두 알다시피 플라스틱은 생산부터 폐기까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2022년 사회적가치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페트병 1㎏당 생산부터 폐기까지 방출되는 온실가스는 약 6.9㎏CO2eq(탄소환산킬로그램)이다. 대부분의 세제, 화장품, 식품 포장재가 플라스틱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제로웨이스트샵이 2023년 리필 판매로 줄인 플라스틱은 약 26.7t의 온실가스에 해당한다.
▲ 알맹상점에서 자원순환에 참여하는 시민
재활용 안 되는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제로웨이스트샵
제로웨이스트샵은 분리배출해도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자원순환 거점이기도 하다. 가게들마다 품목은 조금씩 다르지만 플라스틱 병뚜껑, 종이팩(일반팩, 멸균팩), 브리타 폐 필터, 아이스팩, 커피가루, 폐 전선 등을 모아 재활용하는 곳에 보낸다.
플라스틱 병뚜껑은 치약짜개, 고리 등 작은 생활용품으로 커피가루는 연필, 화분 등으로 업사이클링된다. 종이팩은 화장지를 만들고 폐 전선은 구리를 추출하여 재활용한다. 브리타 폐 필터는 팔레트 제조와 산업폐수 정화에 사용된다.
'도모도모'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제로웨이스트샵 53곳의 자원순환 품목 수거량을 합산한 결과 30톤(3만392kg)의 재활용품을 수거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용인시 조례 권장에 따라 10L 종량제 쓰레기 봉투에 들어가는 쓰레기 무게를 2.6kg로 계산했을 때 10L 종량제 봉투 1만1689개의 양이다. 도시 고형 폐기물 1t 소각 시 1.1t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연구에 따르면 약 33.4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셈이다.
특히 종이팩의 경우 전체 수거량의 절반에 가까운 약 13.5t이 수거되었다. 이는 50m 화장지 약 2만7063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으로 30년생 소나무 270그루 만큼의 나무를 보호한 것과 같다.
제로웨이스트샵은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 다양한 쓰레기 어택이 생겨나 기업과 제도에 직접 목소리를 내고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참여형 시민 캠페인 모델이기도 하다.
'멸종위기 캠페인(멸균팩, 종이팩 재활용 체계마련 촉구)', '이중 병뚜껑 어택(이중 재질 병뚜껑 사용 중지 요구)', '브리타 어택(브리타 필터 회수 시스템 마련 촉구)', '베라 어택(매장 내 일회용 스푼 퇴출)', '빵칼 어택(롤케이크에 들어있는 플라스틱 빵칼 빼기)' '번들 포장 비닐 어택(묶음포장 이중포장 금지 확대 요구)' 등 지난 3년간 제로웨이스트샵을 통해 다양한 캠페인이 진행되어 왔다.
▲ 번들포장비닐어택을 위해 포장 비닐을 수거하는 모습
제로웨이스트샵 활동의 의미
리필과 자원순환 활동으로 제로웨이스트샵 한 곳이 1년간 줄인 쓰레기의 양은 10L 종량제봉투 약 356봉지, 온실가스는 약 1.1t 나 된다. 제로웨이스트샵이 생활용품 판매점인 '다이소'처럼 전국에 1400여 개가 생긴다면 현재 수준의 리필 판매, 자원 순환 활동만으로도 연간 약 1540t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축구장 규모 숲 196개와 맞먹는 효과다.
해외에서도 제로웨이스트샵의 효과가 검증된 바 있다. 유럽 내 10개 국가의 제로웨이스트샵(총 268개)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제로웨이스트샵의 포장재 사용 절감 효과는 약 5500톤으로, 제로웨이스트샵 하나당 연간 약 1톤의 포장재를 줄인다고 한다.
2023년 알맹상점을 꾸준히 이용한 신소연씨(용산구, 20대 여성)는 "리필스테이션 이용으로 가정에서 배출하는 플라스틱을 많이 줄일 수 있어 분리배출이 오히려 편해졌다. 또 제로웨이스트샵에서 리필 뿐만 아니라 자원순환에도 참여할 수 있어 환경을 위한 소비라는 말에 믿음이 간다"며 "더 많은 제로웨이스트샵이 생기고 기업도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렇듯 국내 제로웨이스트 샵은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소비 공간만은 아니다. 환경에 더 나은 물건을 더 나은 방식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하며,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를 재활용하고 때로는 기업과 제도를 바꾸는 캠페인으로 사회를 바꾸는 창구다. 대개 제로웨이스트샵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동네 거점으로 활동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보다는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2023년 경기는 침체되고 제로웨이스트 붐이 사그라들면서 서울에서만 약 10%의 제로웨이스트샵이 문을 닫았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쉽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사소하고 매력적인 환경 활동에 닿기 위해 제로웨이스트샵이 동네 곳곳에 오래도록 살아남으면 좋겠다. 제로웨이스트샵들이 동네마다 다이소처럼 자리잡는 세상이 되길 꿈꾼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무려 7.69%나 감소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1980년대만 해도 초등학교의 경우 교실이 부족해 오전·오후반이 있을 정도로 아이들이 많았지만 이제 학급당 20명 수준밖에 안 된다. 인구가 줄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진다. 외국에서도 한국의 출산율 저하에 대해 걱정한다. 심지어 ‘국가소멸론’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해 한 방송에서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가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듣자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그만큼 한국의 저출생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국민일보는 ‘출산장려금 지자체 전수조사’라는 기획기사를 3회에 걸쳐 게재했다. 국민일보는 17개 광역시·도와 226개 전체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출산장려금 현황을 전수조사했다. 그리고 226곳 기초지자체 출생아 수 현황을 단독 입수해 비교하고 교차 검증했다.
취재기자들과 회의를 한 결과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충북 제천과 충주였다. 충주와 제천은 1시간 이내에 오갈 수 있는 사실상 공동생활권이다. 오히려 충주가 교통과 산업 발달 면에선 나은 편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출생아 수 증가를 살펴보면 제천이 크게 앞섰다. 제천이 전년보다 10.02% 오른 데 비해 충주는 같은 기간 3.89%였다.
원인을 찾아보니 출산장려금이었다. 충주는 다태아에게만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래서 세쌍둥이의 경우 충북도 지원을 포함해 한 명당 1100만원씩 주고 있다. 하지만 제천은 4000만원을 지급한다. 충북도와 기초지자체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두 지역 출생 차이는 출산장려금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
전남 강진과 장흥, 해남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인접 지역인데 지난해 출생등록률을 살펴보니 강진은 65.59% 급증한 데 비해 장흥과 해남은 각각 2.96%, 16.14% 올랐다. 강진은 기초지자체 최다인 5040만원을 첫째 아이부터 지급한 반면 장흥은 첫째 300만원, 둘째 500만원, 셋째 700만원을 주고 해남은 320만원, 370만원, 620만원을 지원했다.
물론 출산장려금에 대한 비판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출생 늘리기가 아닌 인근 지역 ‘인구 뺏어오기’와 돈만 받고 바로 다른 지역으로 달아나는 ‘먹튀’가 그것이다. 하지만 제천 지역의 경우 인근 군 단위 지역인 단양과 강원도 영월의 출생률이 떨어지지 않았다. 먹튀 현상의 대표적 예로 거론됐던 전남 해남도 2021년 출생아 수가 259명이었지만 지난해에도 259명으로 똑같았다.
출산장려금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2006년부터 17년간 출생을 늘리기 위해 300조 넘는 예산을 투자했다. 경험칙상 관료주의 체제에서 이 돈의 상당 부분이 용역과 인건비에 투자됐을 것이다. 차라리 이 돈을 모두 신혼부부와 태어나는 아이에게 투자하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300조원이면 100만명의 출생아에게 한 명당 3억원씩 줄 수 있는 돈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기획취재 과정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출산장려금과 함께 정주여건, 즉 계속 그 지역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대단지 아파트 조성이다. 대단지 아파트가 만들어지면 필수적으로 학교와 어린이집, 마트, 병원이 따라온다. 국가소멸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선 뭐든 해야 한다.
[출처] 국민일보
저출산 여파에 “4년 뒤엔 어린이집 3분의 1 사라진다”
경기도 하남에 사는 박모(36)씨는 지난해 12월 3살 아들이 다니던 어린이집으로부터 폐원 통보를 받았다. 걸어서 5분 거리인 어린이집은 이용하는 원아가 10명 이하로 줄어들자 폐원을 결정했다.
박씨는 “당장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데 주변에 가까운 어린이집은 자리가 없고 입소 대기가 길어서 차로 15분 정도 가야 하는 어린이집을 겨우 찾았다”며 “맞벌이인 데다 아이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출근 전 평소보다 일찍 등원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30일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행한 ‘저출생시대 어린이집·유치원 인프라 공급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은 2018년 3만9171곳에서 2022년 3만923곳으로 21.1% 감소했다. 2020년 이후부터는 매년 어린이집 2000곳이 문을 닫았다. 유치원 역시 9021곳에서 8562곳으로 5.1% 줄어들었다.
보고서는 2028년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30%가 문을 닫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이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를 활용해 현재 취원율과 정원 충족률이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한 수치다. 2022년 총 3만9485곳이던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수는 2028년 2만6637곳으로 31.8%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합천의 한 어린이집 풍경. 기사의 내용과 직접 관련 없으며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입니다. 국민일보 DB
원아가 크게 줄어든 채 운영하는 곳도 많다. 전국 어린이집의 정원 충족률은 2017년 기준 82.6%였지만 2020년 76.4%, 2021년 76.1%, 2022년 74.2%로 꾸준히 낮아졌다.
직장 내 어린이집마저 문을 닫는 실정이다.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의 직장 내 어린이집 중 1곳인 대공원어린이집은 현재 31명 정원 중 등록 인원이 4명뿐이어서 다음 달 폐원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정원 충족률이 낮음에도 운영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기관 폐원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초등학교나 행정복지센터, 마을회관 등 유휴 공간을 개조해 보육교사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취약지역 영아 돌봄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저출생 해결, 지방이 주도하고 국가는 지원해야”
경북도, ‘저출생 극복TF’ 출범 현장중심 사업모델 단계적 시행 인구부 설치 등 정부과제 발굴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북도가 저출생 극복 임무를 수행할 ‘저출생 극복TF’를 정식 출범하고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경북도는 25일 도청에서 저출생 극복TF 현판식을 열었다. 저출생 극복TF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강력한 지시로 기획조정실장·정책기획관 등 핵심 참모들이 참여했다. 미래전략기획단장이 TF단장을 겸임해 총괄기획팀과 정책협력 3개 팀 등 총 4개 팀, 13명으로 운영된다.
도는 그간 중앙정부 중심의 정책적 노력이 국민에게 와 닿지 않고 실패한 것은 현장을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기업·시민사회 등 ‘지방’이 주도하고, ‘국가’는 협력 지원하는 체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현장이 원하는 사업모델을 발굴해 경북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초단기·단기·중기·장기 등 단계별 추진계획을 마련한다. 단기 과제는 당장 지방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경북도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집과 육아’ 문제로 보고, ‘부모안심주거’와 ‘자녀완전돌봄’에 주력하면서 지역 특성에 맞는 ‘K-저출생 극복 시범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사업에 필요한 재원도 파격적인 수준으로 확보해 올해 추경예산부터 도와 시군이 반영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적극적 지원책은 물론, 국가 균형발전과 교육 개혁, 축소 시대 대비 등 구조적인 대책과 정책 비전 등도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에 건의할 과제도 적극 발굴한다. K-저출생 극복 테스트베드 설치, 가칭 인구부(부총리급이상) 지방 설치, 어린이 기금·특별회계 및 특별법 마련 등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제안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2월 ‘저출생과의 전쟁 선포식’을 시작으로 시민단체와 함께하는 국민운동 전개, 국회세미나, 전문가 워킹그룹 운영,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 릴레이 현장토론회, MZ·대학생 토크쇼 등을 차례대로 시행하고 상반기 중에 ‘가칭 지방주도 K-저출생 극복 마스터 플랜’을 마련해 전환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이 도지사는 “저출생 대응은 현장을 잘 아는 지방에서 기획부터 집행까지 주도해야 한다”며 “경북에서 급속한 저출생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저출생 극복 성공모델을 만들어 대한민국을 살려내겠다”고 밝혔다.
지방소멸 대응하는 ‘체류인구’
요즘 화두가 되는 ‘지방 소멸’의 기원은 일본이다. 2014년 마스다 히로야 일본 전 총무상은 기초자치단체 절반이 인구 감소로 2040년까지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을 했다. 저출생 심화로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는 상당수 소멸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런 인구절벽 시대에 생활인구가 주요 관심사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처음 도입한 개념이다. 주민등록인구와 등록 외국인 인구를 더한 등록인구에 통근, 통학, 관광 등을 위해 하루 3시간, 월 1회 이상 체류하는 체류인구를 합해 산정한다.
충북 단양군의 등록인구는 약 2만8000명에 불과하다. 단양은 과거 서울에서 4시간 가까이 걸리는 ‘오지’였지만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청풍호 등이 유명해지면서 관광객이 늘어났다. 최근 빼어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다양한 레저 관광객이 몰려 2030세대에서 핫플레이스가 됐다. 이에 힘입어 단양군의 생활인구는 26만9700명으로, 등록인구의 8.6배에 달한다. 강원도 철원군도 비슷하다. 등록인구는 2023년 6월 기준 4만3000명이지만 체류인구 17만7000명을 포함하면 철원군의 생활인구는 등록인구의 4배가 넘는 총 22만명이 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인구 감소지역 관광객 유입의 경제효과 분석’ 연구에 따르면 인구 감소지역 기준으로 정주인구 1인 소비 감소를 대체하기 위해 필요한 관광객 수는 2019년 기준 41.7명이었다. 해당 인구 감소지역의 인구 1명이 줄었더라도 관광객 41.7명이 해당 지역을 방문하면 정주인구 1인의 소비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체류인구는 특정 지역에 머물면서 그 지역의 기반시설, 서비스, 자원을 사용하고, 생산 또는 소비생활을 하므로 지역의 토지 이용과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준다. 지역 내 여가문화 활동의 다양성을 증대시키고 지역의 활력을 높이는 데 이바지한다. 체류인구의 소비와 생산 활동은 지역의 상권 및 산업의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을의 공동화, 거주환경의 악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거주인구가 줄어도 생활인구가 많은 지자체에 재정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이에 지자체마다 생활인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람들을 정주시킬 수 없다면 최대한 지역에 오래 머물게 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다양한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관광을 접목하고 있다. 각 지자체가 지역 방문객에게 숙박·식음·체험 등 각종 여행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디지털 관광주민증’이 호응을 얻고 있다.
생활인구 증대 사업 관련 대표 사례로 꼽힌 것은 전남 강진군의 푸소(FUSO)다. 지자체 생활인구 증대 사업 사례 가운데 ‘숙박체험’ 분야에서 농촌 민박과 농촌 체험으로 힐링하는 생활관광 프로그램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2015년 5월부터 학생푸소를 시작으로 일반인 푸소,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푸소, 공무원 푸소 청렴교육 등 푸소의 주체와 테마를 바꿔 다양한 모습으로 지난 8년간 거듭 발전시켜 왔다. 여기에 강진군은 ‘2024 반값 강진 관광의 해’도 진행한다. 2인 이상 가족이 강진으로 여행을 오면 소비금액의 50%, 최대 20만원까지 모바일 강진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이다.
체류인구 관련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고, 동시에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해 나가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여러 연령층과 가족 단위의 체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아이디어 발굴과 지원정책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플라스틱병과 알루미늄캔을 가방에 한가득 담아와 상점에 있는 기계에 넣은 뒤 ‘보증금’을 받아갔고, 집 앞에서 전기자동차를 충전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5년 전쯤부터 이런 변화들이 시작됐다”고 했다. 한 시민은 기자의 기후위기 질문에 대답하던 중 “혹시 비행기를 타고 왔느냐”고 물었다. 지금 묻고 답하는 온실가스 배출의 큰 원인 중에는 항공기가 있다는 얘기였다.
너도나도 태양광
사롤리아가 전기계량기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는 모습.
지젤 사롤리아(64)는 2012년 4월 자신의 집 지붕에 9개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당시는 간편하게 보조금을 지급받지도 못하던 때다. 그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이유는 거창한 환경보호가 아니었다. “매일 떠 있는 태양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바로 집에서 쓸 수 있다고?” 하는 호기심이 더 컸다고 한다. 복잡했던 태양광 패널 설치보조금 지급 절차는 현재 간소화됐다.
지젤 사롤리아의 집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2012년 4월 ‘80028’이던 숫자가 11년 만인 이달 ‘79390’으로 오히려 줄어 있는데, 이는 사롤리아가 에너지 사용량 일부를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한 결과다.
사롤리아는 “전기계량기가 보여주는 숫자가 11년 전과 비교해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사용한 11년간 전기 사용이 거의 없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에너지 요금 청구서에 ‘0’이 찍히는 건 아니다. 아직 가스레인지를 사용하고, 에너지 인프라 사용료 등 부가 비용도 청구되는 까닭이다. 사롤리아는 “인덕션으로 바꾸는 것도 생각 중인데, 아직 정부가 넘치는 전기를 잘 관리하지 못하는 것 같아 고민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태양광 패널 20개를 설치했다는 니콜라스 펑(54)은 “계속 관심은 있었지만 기술적으로 안정됐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싶었다”며 “정부 보조금도 있고 해서 지난해 총 1만 유로(약 1480만원)를 들여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동네엔 80% 정도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것 같다”고 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주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네덜란드 정부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의 설치 용량은 2020년 1만1000㎿에서 2021년 1만4400㎿로 약 31% 늘었다. 같은 기간 총 에너지 소비량에서 태양광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62%에서 2.06%로 증가했다. 2021년 재생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12%를 차지했는데, 이 가운데 태양광은 바이오매스(6.32%), 풍력(3.42%)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우린 변화 한가운데에 있다”
“질소 위기(Stikstofcrisis).” 네덜란드의 최근 관심거리를 묻는 질문마다 이 말이 돌아왔다. 네덜란드는 수년 전부터 사회 각계가 질소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9년부터 질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시켰고, 분뇨가 질소 화합물인 암모니아를 배출한다며 가축 사육두수를 3분의 1가량 감축하기로 했다. 농민들이 이 정책에 크게 반발하며 신생 정당인 농민-시민운동당(BBB)이 급부상해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기후위기의 영향을 줄이기 위한 일상 속 실천에 관심이 많은 프란스 반 덴 버그(66)는 “BBB의 돌풍이 오래가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은 친환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질소 위기에 대한 생각이 강해 BBB의 인기는 내년이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정책을 통해 에너지 전환 이슈에 접근하면서 사람들이 내 집을 단열하고,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직접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집을 가스에서 전기로 바꾸고 하는 모든 것이 이제 막 시작됐다.” 그는 “우리는 지금 그 변화의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 자전거 주차장에 보관된 자전거들.
네덜란드 사람들은 일상에서 적어도 하나 이상의 친환경적 실천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대표적인 것은 자전거 타기다. 국민 1700만명이 2340만대의 자전거를 보유한 네덜란드는 자전거의 나라로 불린다. 네덜란드 정부는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자전거와 대중교통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자전거만으로 이동할 수 있는 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자전거 도로를 잇고 대규모 자전거 주차장을 주요 역마다 만드는 중이다. 지난 2월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7000대의 자전거를 수용할 수 있는 수중 자전거 주차장이 개장했다.
최근 새롭게 시행된 친환경 제도도 볼 수 있었다. 네덜란드는 4월부터 ‘알루미늄캔 보증금 제도’를 시작했다. 알루미늄캔에 담긴 음료를 판매할 때 제품 가격에 0.15유로(약 222원)의 보증금을 더하고, 빈 용기를 가져오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플라스틱병 보증금 제도’를 알루미늄캔으로 확대했다. 네덜란드에서는 2021년 7월부터 3ℓ 이하 플라스틱병에 보증금 0.15~0.25유로(약 222~370원)를 부과해 왔다. 마트마다 빈 용기를 수거하는 기계가 설치돼 있어 보증금을 바로 받을 수 있다.
시민들이 마트에 설치돼 있는 빈 용기 수거기에 알루미늄캔과 플라스틱병을 넣고 있다.
정부의 목표는 보증금을 부과한 플라스틱병과 캔의 90%를 회수해 폐기물을 줄이고 재사용을 늘리는 것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매년 6억개 이상의 대형 플라스틱병과 9억개의 소형 플라스틱병, 그리고 25억개 이상의 캔이 시장으로 나온다고 한다. 특히 플라스틱은 매립해도 좀체 썩지 않고 태우면 대기오염 물질이 발생한다.
‘기후 악당’ 꼬리표 떼기
네덜란드가 애초부터 에너지 전환이나 친환경 정책에서 두각을 드러낸 나라는 아니었다. 특히 네덜란드의 전력 시스템은 천연가스와 석탄을 중심으로 한 화석연료에 치중돼 재생에너지 측면에서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보다 뒤처진 편이었다. 하지만 우르헨다 소송의 지방법원 판결(2015년)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최소 25% 이상 줄이는 목표(165.4Mt 미만)를 달성해야 했기에 네덜란드 정부는 변화에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종전까지 있던 10기의 석탄화력발전소 중 5기를 2017년까지 폐쇄했다. 또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2030년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2050년까지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대체한다는 목표하에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민에게는 지속가능 에너지 및 에너지 절약을 위한 투자보조금(ISDE)을 지급하며 가구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금지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20년에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5.5% 감축(164Mt 배출)하며 우르헨다 판결에서 제시된 국가 감축목표를 달성했다. 향후 네덜란드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49%, 2050년까지는 9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네덜란드는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는 나라가 되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사롤리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많은 논쟁이 이뤄지고 사람들의 인식도 좋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것 같지만 아시아나 아프리카 같은 곳에 우리가 산업적으로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친환경적인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덴마크 같은 나라들이 (친환경 정책으로는) 우리보다 잘하고 있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