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흐르는 풍경…선조들의 ‘붓’채질

간송미술관이 간송컬렉션 가운데 부채그림(선면화)만 모은 ‘선우풍월(扇 友風月)’ 전시를 연다. 김홍도의 ‘기려원류’. [사진 간송미술관]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는 말이 있다. 여름엔 부채를 선물하고 겨울엔 달력을 선물하는 풍습으로, ‘철에 맞는 선물’이란 의미도 있다. 선풍기·에어컨이 없던 시절, 부채는 남녀노소에게 시원한 바람을 선사했을뿐더러 사대부에겐 품위와 풍류를 드러내는 소품이기도 했다. 이런 부채에 그림이나 글씨를 그려 서로 품평하는 문화가 선면화(扇面畵·부채그림)라는 장르를 낳았다. 사각형 화폭이 아니라 ‘부채꼴’ 방사형에 산수와 동·식물, 인물을 그려 넣으니 개성적인 구도와 화풍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한용간의 ‘서호육교’. [사진 간송미술관]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부채그림만 한데 모은 ‘선우풍월(扇友風月): 부채, 바람과 달을 함께 나누는 벗’ 전시를 오는 9일부터 5월 25일까지 연다. 선면서화만 따로 모은 전시는 1977년 5월 미술관 개관 6주년 기념전 이후 48년 만이다. 전시작품 54건(55점) 가운데 23건(23점)은 처음 공개된다. 7일 언론공개회에서 전인건 관장은 “(전시공간인) 보화각 수리·복원을 위해 수장품을 이동·정리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조명된 작품들이 많은데, 이 중에 부채그림이라는 형식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청나라 학자 섭지선의 ‘청죽’. [사진 간송미술관]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게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존재감이다. 서체인 추사체는 물론이요 남종화풍의 간결한 산수화와 묵란화에 능했던 추사는 다수의 부채그림과 글씨를 남겼다.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수집한 선면 서화 총 133건 가운데 조선 55건의 절반 가까운 21건이 추사 작품이다. 전시엔 ‘중청람란’과 ‘지란병분’ 등 2점만 나왔지만 2층을 채운 조선과 청나라 선면화 24건(25점) 다수가 추사와 직·간접 인연이 있다.

김정희의 ‘지란병분’. [사진 간송미술관]

가령 청나라 학자 섭지선(1779~1863)의 ‘청죽’은 절제된 붓질로 바람에 한들거리는 푸른 댓잎을 그려 문인화가 홍현주(1793~1865)에게 선물한 작품이다. 조선 22대 임금 정조의 부마(공주의 남편)로서 홍현주는 추사를 비롯해 연행(燕行, 중국 연경에 사신이나 수행원으로 다녀옴)했던 이들과 교류가 깊었는데 이 경로로 섭지선과 돈독한 친교를 맺었다. 한여름 더위를 식히라고 이국에서 그려 보낸 대나무 그림에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이 배어난다.

김은호의 ‘고루미인’. [사진 간송미술관]

조선 말기 여항문인으로 이름난 조희룡(1789~1866)의 사뭇 다른 두 작품 ‘난생유분’과 ‘분분청란’도 눈길을 끈다. 전자는 추사의 영향을 받아 단정하게 난잎을 표현했지만 후자는 사방으로 흩날리는 난꽃까지 더해져 마치 들풀처럼 생명력이 느껴진다. 김영욱 전시교육팀장은 “조희룡은 추사가 예송논쟁으로 유배당할 때 함께 휘말리는데, 이 유배 시점 전후로 자신만의 화풍이 뚜렷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도영의 ‘한화유금’. [사진 간송미술관][사진 간송미술관]

추사와 함께 간송 초기 컬렉션의 중심이었던 겸재 정선(1676~1759)의 작품은 이번에 빠졌다. 간송 측은 총 4점의 겸재 선면화를 소장하고 있는데 이 중 ‘도산서원’이 현재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겸재 정선’에 전시되고 있다.

고희동의 ‘직포’. [사진 간송미술관]

산수를 담은 선면화 중엔 중국의 명승이나 관념 속 이상향을 담은 그림이 두드러진다. 진재 한용간(1783~1829)이 중국 항주의 서호 풍경을 그린 ‘서호육교’와 혜천 윤정(1809~?)이 중국 강남 지방의 절경을 그린 ‘삼오팔경’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1층은 안중식·조석진·이상범·변관식·이도영 등 20세기 초 근대 서화가들의 부채그림 25건(25점)이 모였다. 조선 선면화의 전통을 이으면서도 개성 있는 구도와 소재가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봄 보화각 재개관전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이어지는 ‘간송 컬렉션 재조명’ 3개년 계획의 세 번째 기획전이기도 하다. 김영욱 팀장은 “오는 가을 전시는 컬렉션의 ‘국적’을, 내년 전시는 ‘구입’과 ‘수장’을 중심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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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서예가들 다 모였다, 여덟 글자면 충분하다

 

 

 

 

 

 

 

 

 

 

 

 

 

 

 

 

 

 

 

 

 

서울 예술의전당서 열리는 ‘먹의 혼’과 ‘한글창신’ 출품작. 사진은 한태상의 ‘자/모음 시리즈’. [사진 한국서예단체총연합회]

 

“뜻이 맞으면 술잔을 여럿 기울이고, 나를 알아주는 이 만나면 한 곡조 노래한다(得意多杯 知音一曲)”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10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먹의 혼’에 출품한 송현수 한국서예협회 이사장의 ‘지음일곡’이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그는 붉은 먹(朱墨)을 섞은 추상 서예를 전시에 내놓았다. 한윤숙 한국서가협회 이사장은 인위성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경지 ‘무위(無爲)’를 그 뜻에 걸맞은 서체로 완성했다.

송현수의 ‘지음일곡’. [사진 한국서예단체총연합회]

 

한국서예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하는 이번 전시에는 한국 대표 서예가 180명이 각 1~8자의 큰 글자만으로 호쾌하게 화선지를 채운 ‘대자전(大字展)’을 선보인다. 한국서총은 한국미술협회 서예분과, 한국서예협회, 한국서가협회, 한국서도협회 등 4개 서예 단체의 연합체다. 12일 개막식에서는 문관효·송동옥·이주형·한윤숙 등 4단체 대표 서예가들이 각각 길이 7m 족자에 큰 붓 휘호 퍼포먼스를 벌인다. 훈민정음·조선왕조실록·직지심체요절·승정원일기 등 13개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한 우리나라다. 이 모든 유산이 붓끝, 즉 서예에서 시작됐다.

 

한윤숙의 ‘무위’. [사진 한국서예단체총연합회]

 

전시는 한글서예전 ‘한글창신-한글, 먹빛에 담다’(4월 25일~5월 10일)로 이어진다. 문관효 서도협회장은 끊지 않고 한 붓으로 ‘사랑’이라 썼다. 사랑의 옛말은 ‘괴다’, 특별히 귀여워하고 사랑한다는 의미다. 서로가 서로를 괴여 사랑이 됐음을 서체로, 의미로 모두 전하려 했다.

문관효의 ‘사랑’. [사진 한국서예단체총연합회]

 

한태상 서가협회 전 이사장의 ‘자/모음 시리즈’는 단색화를 닮았다. 닥지를 녹여 한글 자·모음 형태를 부조처럼 만들었다. 문장이나 의미 전달에 얽매이지 않고 자모의 형태를 회화적으로 구성, 한글의 쓸모를 넘어 예술로서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지구상엔 7000여 가지 언어가 있지만, 문자는 30여 개뿐이다.

 

한글도 그 중 하나다. 한글서예는 올 초 국가 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한글서예는 먹과 붓을 사용해 한글을 쓰는 행위와 그에 담긴 전통 지식을 포괄한다. 훈민정음이 창제·반포된 15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글은 종이·금석(金石)·섬유 등 다양한 재질의 매체에 한국인의 삶을 기록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전해져 왔다. 한글서예는 문자를 이용한 독창적인 조형예술이며, 이런 예술적 의미와 기능은 문자 디자인의 요소가 강조된 캘리그래피로도 저변을 확대해 가고 있다.

 

한국서예진흥재단 홍석현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서예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잃어버린 혼을 새롭게 일깨워 주는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며 “한글서예가 국가 무형유산으로 지정되는 쾌거에 이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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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춘천, 이렇게 바뀝니다”

춘천시 청사진 공개 춘천시, '10년 후 도시의 모습' 청사진
도시의 미래 바꿀 10대 프로젝트 소개 
SOC·산업·교육 개발·육성 계획 총망라 


"활기 넘치고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춘천시가 10년 후 달라질 도시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현재 추진 중인 철도·도로·교량 등 기반 시설과 산업단지·도심 개발, 미래산업과 교육·관광 산업 등

 10대 프로젝트가 핵심이다.

춘천시는 "시민의 삶을 완전히 바꾸는 활기 넘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교통혁명, 한반도 관통하는 교통 요충지

10년 후 춘천은 굵직한 주요 교통망 확충을 통해 수도권 일일 생활권에 편입되며 수도권 메가시티의 구성원으로 거듭난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교통혁명으로 불리는 ①GTX-B 춘천 연장이다. GTX-B가 인천 송도에서 남양주 마석을 거쳐 가평~춘천까지 연장되면 기존 1시간 30분이 소요되던 춘천~청량리 구간이 약 50분대로 단축된다. 

 

②제2경춘국도(33.6km)는 남양주와 춘천을 잇는  수도권과 춘천을 잇는 핵심축이다. 기존 46번국도와 서울~양양고속도로의 통행량을 분산하고 수도권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핵심사업으로, 이동시간이 기존 약 50분에서 30분 내외로 단축된다. 

 

③서면대교(1.2km)는 중도와 금산리를 연결하는 교량으로 경춘국도와 춘천 도심을 연결한다. 서면행정복지센터에서 도심(시청)까지 기존 17분에서 7분대로 단축한다. 소양2교의 교통량 해소와 더불어 57년간 단절된 강북발전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또 하나의 강북권 숙원사업인 

④소양8교는 신사우동과 동면 장학택지 일대를 연결한다. 화천, 양구, 철원 등 강원북부 접경 시군과 춘천 도심과의 접근성이 높아진다. 행안부 접경지역 종합발전계획에 최종 반영되며 2030년 개통을 앞두고 있다.

영서와 영동을 잇는 

⑤춘천~속초 동서고속철도(93.7㎞)는 춘천역-화천역-양구역-백담역-인제역-속초역을 경유한다. 2027년 개통되면 서울 용산~속초 99분, 춘천~속초 39분 주파가 가능해진다. 춘천과 화천·양구·인제 간 소요 시간은 20분 대로 단축된다. 

 

▶첨단 산업의 메카, 교육 중심 도시로

춘천시가 수십 년간 쌓아온 바이오, 데이터 등 첨단산업 역량도 결실을 맺는다. 첨단 연구시설과 기업이 들어서고, 사람과 일자리가 늘어난다. 이를 통해 ‘인구 30만 춘천’ 퍼즐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로 이어지는 길목엔 인구 3만의 미니신도시가 생긴다. 남산면 광판리의 

⑥기업혁신파크는 산업과 교육, 주거, 의료, 문화 등 모든 도시의 기능이 집약된 ‘컴팩트(compact)시티’ 다. 바이오산업과 IT산업을 기반으로 한 첨단지식산업시설과 연구시설, 상업시설 등이 들어선다. 350개 이상의 의료, 바이오 및 IT 기업이 불러일으킬 경제효과가 5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침체된 구도심은 미래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GTX-B 개통과 맞물린 

⑦춘천역세권 개발은 춘천역 일대 약 69만㎡에 주거, 업무, 상업, 문화 등 미래형 거점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주된 골자이다. 

 

‘최고의 교육도시’ 명성을 되찾기 위한 춘천형 교육 모델로는 기업혁신파크에 들어설 

⑧국제학교가 눈에 띈다. 춘천은 6개의 우수한 대학이 위치한 전통의 교육도시다. 국제학교는 교육적 효과 뿐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고품격 호수문화관광의 중심지

춘천은 이색적인 호수 풍광에 더해 서울에서 50분이면 도착하는 교통 혁신이 맞물려 고품격 호수문화관광 중심지로 재도약한다. 

의암호 한가운데 위치한 상중도 일대에는 

⑨호수지방정원이 2027년까지 조성된다. 16만 8000㎡가 수변 산책로를 비롯해 호수와 산, 상고대 등 다양한 주제의 정원으로 꾸며진다. 호수변을 중심으로 기업의 워케이션을 확대하고, 출렁다리, 스카이워크 등 관광지와 가족 단위 각종 레저 프로그램 활성화에도 힘쓴다.

 

대규모 관광객 수용 능력도 확충한다. 위도 관광지에 조성될 객실 959실 규모의 복합리조트와 구(舊) 두산연수원 건물을 활용한 리조트 등 고급 대형 숙박시설을 조성하여 천만 명이 찾는 관광도시로 우뚝 선다는 계획이다.

한류의 원조이자 세계인이 사랑하는 문화 ‘태권도’의 심장을 춘천이 품는다. 지난해 춘천을 뜨겁게 달궜

 

 ⑩세계태권도연맹(WT)본부가 2028년 완공된다. 연 면적 3,100㎡ 규모의 지상 4층 건물에 태권도글로벌전시관, VR체험관, 겨루기체험장 등 관람·체험 공간이 갖춰진다. 전 세계의 213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연맹 총회와 포럼 등 국제회의도 개최된다. 

▶"자연과 문화, 기술과 사람…지속 가능한 미래도시"

‘GTX-B를 타고 수도권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 제2경춘국도와 서면대교를 통해 레고랜드를 찾는 가족 관광객, 화려한 영상효과로 춘천의 다채로운 모습을 구현한 OTT영화, 기업혁신파크에 위치한 세계적 유니콘기업과 그곳에서 성장한 굴지의 청년 창업가들, 아름다운 의암호를 찾는 세계 태권도인의 모습...’

 

민선 8기 춘천시가 그린 10년 후 청사진이다. 춘천시는 "인구 30만의 전국 제일 도시로서 자연과 문화, 기술과 사람이 결합한 ‘지속 가능 미래 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캠프페이지 사업에 31억원 손실' 강원도 발표에 춘천시 "유감"(종합)

도, 산림청 공모 도시숲 조사 결과 발표…

시, "다른 의도 내포 의심돼" 반박

도 "정책 결정 변경 등 11억원 낭비" vs 시 "개발 포기 시 더 손실"

 

춘천시가 옛 미군기지 캠프페이지 일대를 도시재생 혁신지구로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 가운데

사업 대상지 중복이나 사업 변경 등으로 31억원의 재정 손실을 끼쳤다는 강원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를 두고 춘천시가 조사 결과에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반박하고 나서

그동안 캠프페이지 개발을 두고 빚은 강원도와 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춘천 옛 미군부대 캠프페이지

강원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는 지난 달 26일부터 3일간 춘천시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후대응 도시 숲 조성사업 조사 결과 국비 반납 20억원(도비 6억원 별도), 예산 낭비 11억원 등의 재정 손실이 확인됐다고 9일 밝혔다.

도 감사위는 시가 2024∼2025년 산림청 공모사업으로 옛 캠프페이지에 도시 숲을 조성하고자 추진했던 2차 사업을 중심으로, 산림청 공모사업 선정부터 사업 중단 후 반납 배경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도시 숲 조성사업 추진과정에서 도시재생 혁신지구와 사업 대상지가 중복됨에 따라 국비 20억원을 반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 감사위에 따르면 춘천시는 산림청에 총사업비 40억원 규모의 2차 사업을 2023년 공모 신청해 그해 9월 선정됐으나, 이 시기는 시가 도시재생 혁신지구 후보지에 선정된 시기와 일치한다.

춘천시 캠프페이지 전경

이로써 옛 캠프페이지 내에 도시 숲을 조성하는 산림청 2차 사업은 도시재생 혁신지구 사업대상지와 일부 중복됐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시가 도시재생 혁신지구 사업을 옛 캠프페이지에 정책사업으로 추진함으로써 도시 숲 조성 담당 부서는 당초 사업 대상지인 옛 캠프페이지에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시는 지난해 6월 산림청과 사업 대상지를 변경하려고 협의했으나 불허됨에 따라 국비 20억원과 도비 6억원 등 26억원의 사업비를 반납했다.

앞서 도 감사위는 2023년 3월 종합감사에서 시가 옛 캠프페이지 부지에 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종 용역의 중복 발주, 정책 결정 번복 등으로 인한 사업비 매몰 등으로 총 11억원 이상의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지적된 예산 낭비는 캠프페이지 개발계획 용역 추진 부적정, 창작지원센터 건립·자연학습 공간 조성 추진 부적정, 춘천 시민 공원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추진 부적정 등을 꼽았다.

춘천 미군 캠프페이지 개발 방안…끝장토론

 

도 감사위는 옛 캠프페이지 개발을 둘러싼 정책 결정 시 사업 계획 변동에 따라 매몰 비용 발생 등 예산 낭비 우려가 커 신중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뒤 시가 도시재생 혁신지구 사업을 지속 추진 시 지난해 타절준공한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비 2억6천만원 등 추가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춘천시는 이번 감사위원회의 조사 발표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춘천시는 옛 캠프페이지에 추진 중인 기후대응 도시숲 조성사업은 정상적으로 추진 중이며 강원도가 지적한 국비 20억원 반납은 대상지를 변경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변경된 대상지에 대한 사업은 국비를 재확보해 진행 중이며, 해당 사업도 여건이 조성되면 사업을 재신청해 재개할 수 있다고 춘천시는 설명했다.

특히 춘천시는 옛 캠프페이지 공원화 계획 중단과 도시재생혁신지구를 추진하게 된 근거를 두 차례 걸친 도청사 이전계획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9년에 옛 캠프페이지를 전체 공원 부지로 결정했지만, 2021년 하반기 노후 건물인 도청사 신축 이전 부지로 거론되면서 공원 축소가 불가피해져 공원조성계획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춘천시 캠프페이지 개발 구상안

[춘천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2022년 7월 도청사 이전 부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내용이 발표됐고, 같은 해 12월 춘천시는 강원특별자치도와 공동담화를 통해 도청사를 동내면 고은리로 이전 부지를 확정한 바 있다.

시는 당시 옛 캠프페이지를 전체 공원 조성 대신 첨단산업과 문화, 공원이 어우러지는 개발계획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옛 캠프페이지 관련 용역비 11억원 매몰 비용과 관련, 시가 개발을 위해 약 1천억원을 들여 토지를 매입한 만큼 개발을 포기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 오히려 손실될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단된 캠프페이지 마스터플랜 용역 결과물은 향후 공원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는 사안의 본질보다는 다른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며 시의 명예를 실추시키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앞으로 캠프페이지 개발의 본래 취지와 가치를 되살리고, 시민과 소통을 통해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춘천시 캠프페이지 관련 시민 공청회

앞서 춘천시는 19년째 공전 중인 옛 캠프페이지 공원 부지 52만㎡ 중 12만㎡를 컨벤션 등이 포함된 상업지구로 변경해 개발하려는 국토부 공모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강원도가 반대하면서 정면충돌하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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