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산 '어르신 놀이터' 반갑지만...

동네 놀이터 활용하면 어떨까

쉴 곳 없어 동네시장 입구 상가 앞 벤치 찾는 노인들 보며 떠오른 생각

 

/오마이뉴스

만수천 약수터 공원에 조성된 어르신 놀이터 ⓒ 이혁진관련사진보기


서울 금천구 독산3동 동네 야산 만수천 약수터 공원 옆에 '어르신 놀이터'가 생겼다.

운동기구 몇 개 있던 자리에 새로 조성했는데 약수터를 오가는 주민들에게

쉼터 공간으로 제법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말 기자가 들렀을 때 여러 노인이 약수 받을 물통을 옆에 놓고 오순도순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여나무개 되는 운동기구들은 어르신들의 신체 특성을 고려한 것들로

웬만한 헬스장의 시설 기능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다리 스트레칭' 기구를 시험 삼아 이용했는데 안전한 느낌을 받았다.

야산의 어르신 놀이터는 아파트가 적고 단독주택이 많은 동네 특성을 감안해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용하는 노인들과 주민들은 어르신 놀이터라는 '명칭'이 다소 어색하지만 놀이기구는 환영하는 눈치다.

어르신 놀이터에서 100미터 거리에는 튜브와 그물놀이 등을 갖춘 '유아숲체험원'이 있다.

바로 옆에는 세족시설을 갖춘 '맨발 걷기' 공원도 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어르신 놀이터는 보행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에게 멀고 접근하기 힘든 시설이다.

유아숲체험원, 유아 체험 놀이기구들이 설치돼있다. ⓒ 이혁진관련사진보기

맨발 걷기 세족장과 트랙 ⓒ 이혁진관련사진보기


어르신 놀이터를 보고도 아쉬움을 느낀 것은 동네 '별빛남문시장 '입구

상가 건물 앞 벤치를 지키는 수십 명의 노인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옆에는 이들의 보행기가 줄 서 있다. 갈 곳 없는 노인들이 이곳에서 사시사철 햇볕을 조이며 쉬고 있다.

동네 곳곳에 공원과 놀이터가 있는데도 노인들이 쉴 수 있는 적당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

주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시장을 오갈 때마다 상가 앞에서 마주치는 어르신들이 측은하다는 반응이다.

이들 노인들에게 만수천 약수터 공원 어르신 놀이터는 그림의 떡이다.

주민들과 상인들은 이들 노인들의 안타까운 처지를 생각해 구청이

주거지역 가까운 동네 놀이터에 쉼터공간을 조성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동네 공원과 어린이 놀이터가 어르신 쉼터로도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동네 어린이 놀이터 한 곳에 쉼터를 만들고 놀이터 둘레에는 트랙을 설치해

어르신들이 걷도록 시설을 보강하는 방안이다. 놀이터를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시설로 조성하는 것이다.

 

이 제안은 지난달 독산3동 주민자치 공론장에서도 제기돼

'조손세대가 함께 이용하는 시설'로 호응이 높았다.

실제 경로당과 유치원 간 협력모델이 있다.

독산동 동산경로당과 옆의 유치원은 놀이터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유치원생들이 쓰지 않을 때는 경로당 어르신들이 교대로 사용하는 식이다.

유치원 놀이기구를 어르신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발상이 주효했다.

동네 공원과 어린이 놀이터는 대부분 주거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노인들의 접근이 용이하다.

특히 보행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에게 유리하다.

앞으로 유치원과 경로당이 함께 이용하는 놀이터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지자체는 초고령사회와 저출산에 따른 조치로

어린이 놀이터를 주차장이나 반려견 놀이터로 개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싶다.

주거지역과 가까운 공원과 놀이터를 활용해 어린이, 어르신, 유아 등

여러 세대를 포용하는 종합적 놀이공간을 조성하면 어떨까 싶다.

이는 생활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공원복지' 방안이기도 하다.

 

22억 투입 화천 '물고기 하늘길' 12년째 방치 로 기능 상실…

/ 강원일보 

 

철거 추진에도 ‘40년 처분 제한’ 규정 부담
경관 훼손·안전 우려 지속… 재정 부담 최소화 위한 정책 판단 요구

 

◇국비와 지방비 등 22억여 원의 혈세가 투입된 ‘화천댐 인공어도(모노레일형 어도)’가

가동 중단 12년째 고철 덩어리로 방치되고 있다. 최근 화천댐 하류에서 상류로 연결돼 있는

모노레일 사이로 12년째 나무가 자라있는 등 그동안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수중 생태계 복원을 수십억원을 들여 설치한 ‘화천댐 인공어도(모노레일형 어도)’가

12년째 방치,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시설 노후화와 환경 변화로 사실상 기능이 상실됐지만

철거를 할 경우 보조금 반납 등의 문제로 인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하부 정차장 모습. 전용궤도시설(모노레일)이 2015년 1월16일부터 오는 10월 15일까지

운영을 휴지(중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기능 상실한 채 장기간 방치된 인공어도= 

해당 시설은 화천댐 하류 어류를 궤도시설을 통해 상류 파로호로 이동시키기 위해 설치된 장치로,

화천군이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국비와 지방비 등 총 22억6,000만원이 투입돼 2007년 준공됐다.

 

‘물고기 하늘길’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이 설비는 겨울철 결빙과 장마철 고장 반복과

유량 변화로 어류 포획이 쉽지 않은 구조적 한계를 보였다.

결국 2015년 10월 시설 노후화 등의 이유로 가동이 중단됐다.

 

■ 실효성 낮아지며 유지 필요성 논란= 

운영 당시 어류 이동 실적도 제한적이었다. 2013년 약 1,600마리 수준이던 이동 개체 수는

2014년 600여 마리로 감소했고, 전기료와 유지관리 비용 등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현재는 설비가 장기간 방치되며 경관 훼손 우려와 함께 안전 관리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 철거 추진에도 보조금 반납 부담 변수= 

하지만 시설 정비 또는 철거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조금이 투입된 시설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일정 기간 처분 제한을 받는다.

 

해당 인공어도의 처분 제한 기간은 40년으로, 기간 내 철거 시

잔여 기간에 해당하는 보조금 반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군이 추산한 철거 및 원상복구 비용은 약 9억원 수준이다.

 

■ 재정 부담 최소화 위한 해법 모색 필요= 

지역에서는 장기간 방치에 따른 경관 훼손과 안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현실적인 정비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웅희 화천군의회 부의장은 “철거 시 발생하는 보조금 반납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국회 차원의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화천군 관계자는 “시설 처리 방향에 대해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합리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관련 규정과 절차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향후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국비와 지방비 등 22억여 원의 혈세가 투입된 ‘화천댐 인공어도(모노레일형 어도)’가

가동 중단 12년째 고철 덩어리로 방치되고 있다. 사진은 화천댐 하부에서 상부로 올라가는 길을

가로질러 설치돼 있는 모노레일 모습. 

◇국비와 지방비 등 22억여 원의 혈세가 투입된 ‘화천댐 인공어도(모노레일형 어도)’가

가동 중단 12년째 고철 덩어리로 방치되고 있다. 사진은 상부 종점 모습. 화천=이무헌기자

◇국비와 지방비 등 22억여 원의 혈세가 투입된 ‘화천댐 인공어도(모노레일형 어도)’가

가동 중단 12년째 고철 덩어리로 방치되고 있다. 상부 종점에서 받은 하류의 물고기를 상류로

보내는 검은 색 송어관이 보인다. 

'응시자가 채점하는 격'

환경영향평가부 환경영향평가 권한 이양은 '지방자치' 아닌 난개발 면허

 

/김현지

 

인공 분수를 만들어 호수를 살리겠다고 했다.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가 경포호에 추진하려 했던

'수질개선 사업'의 요지다. 경포호는 동해안에 있는 대표적인 석호 중 하나다.

 

해수가 유입되어 독특한 습지 생태계를 구성하고,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가시연과 수달,

텃새와 철새들이 산다. 여기에 길이 400미터짜리 대형 분수를 만들어

최고 150미터 높이로 해수에 가까운 염도의 물을 뿜어 올리겠다는 계획이었다.

사업자인 강릉시가 제출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2025년 6월 강원특별자치도가

조건부 협의 의견을 내면서 사업은 강행 수순으로 치닫는 듯 했다.

강릉 시민사회가 강력하게 반대 목소리를 낸 끝에야,

강릉시는 사업 백지화가 아닌 '잠정 보류'를 선언했다.

질문이 남는다. 시민들이 발 벗고 나서야만 이러한 개발을 잠시나마 멈춰 세울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제도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얽혀 있다.

 

현행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한계 그리고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을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하 기후부)에서 도지사에게 이양한 특별법 상 특례 조항의 문제다.

경포호 인공분수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강원특별자치도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협의 결과에 반대하며

400m에 달하는 인공 분수 예정 구간을 따라 인간띠잇기를 하고 있다. ⓒ 경포호 인공분수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 모임


형식만 지키면 내용은 엉터리여도 괜찮은가

개발 사업은 대상 지역의 환경을 바꾸는 일이고, 규모가 크면 클수록 그 파급 효과는 돌이키기 어렵다.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이러한 환경 피해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정책 계획이나 개발에 앞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환경 영향을 미리 검토해서 따져보고 예방하자는 것이다.

 

이 관문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평가는 객관적이어야 한다.

주민은 사업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알고 평가 절차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이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는다는 데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문제가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굵직한 국책사업마다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장 빈번하게 불거지는 문제는 평가서가 거짓되거나 부실하게 작성되는 경우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례와 같이 중요한 생물종이 누락되고,

지형적 특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마저 은폐된 사실이 밝혀졌다.

원인은 환경영향평가서가 작성되는 구조에 있다.

평가서는 사업자가 직접 발주하고 대행업체가 작성한다. 사업자로부터 독립적인 평가가 나오기 어렵다.

 

여기에 평가서 작성을 담당하는 1종 대행업체와 현장 조사를 담당하는 2종 대행업체가 분리되어

저가 하도급으로 이어진다. 제한된 예산과 인력으로 현장에 충실한 조사결과가 나오기는 더 어렵다.

 

거짓·부실 작성이 밝혀지더라도 처벌은 대행업체에 국한된다.

거짓·부실 등의 문제로 재평가 할 수 있지만, 이러한 규정이 실제 적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렇게 잘못된 평가서를 시민이 검토할 수 있는 기회는 평가서 초안이 나왔을 때인데,

그나마도 비공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초안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쳐

시민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어렵다. 환경영향평가가 환경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불씨가 된 것은, 독립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평가서, 불분명한 책임소재,

시민들에게 차단된 정보와 형식적인 절차 참여 기회가 가져오는 필연적인 결과다.

2025년 6월 11일 강원특별자치도가 경포호 인공분수 설치 사업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 협의로 완료했다. 이에 경포호 인공분수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 모임과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6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특별자치도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규탄하며 모든 자료의 공개와 재검증을 촉구했다.

ⓒ 경포호 인공분수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 모임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 이양의 의미

경포호 인공분수 논란은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고질적인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다.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강릉의 시민사회가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민관 합동 공동조사와 갈등조정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모두 거부 당했다.

 

그리고 협의 기관은 평가서에 대해 두 차례의 보완 요청 뒤 '조건부 협의'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여기에 협의 의견을 내놓은 주체가 도지사라는 문제가 얽혀 있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협의 권한은 원래 기후부 장관이 가지고 있다.

그런데 강원특별자치도를 비롯한 특별자치도의 환경영향평가 특례 조항은

이 권한을 도지사에게 이양했다. 개발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도지사가

해당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협의를 하는 구조다.

사실상 선수가 심판을 보고, 응시자가 채점을 하는 격이다.

여기에 민심을 얻기 위한 단기적인 경기부양책 혹은 치적을 쌓기 위한 개발을 선호하는

민선 자치단체장에게,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 이양은 '환경 자치'가 아니라 '개발 자치'가 된다.

경포호의 사례는 환경영향평가제도의 구조적 결함이 그대로 자치도에 옮겨졌음을 드러낸다.

강원영동생명의숲 윤도현 사무국장은 이를 두고 "환경청(현 기후청)에서

도지사로 대상만 바뀐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협의 주체가 달라졌을 뿐 환경영향평가가 작동하는 방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권한 이양 전까지 협의 권한 주체였던 기후부에는 뼈아픈 질책이고,

권한을 이양받은 특별자치도에는 '지방자치라는 허울로 난개발을 정당화한다'는 비판이기도 하다.

게다가 환경영향평가서 전문 검토기관으로 지정된 강원연구원은 재정적으로나 행정적으로

강원특별자치도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 강원연구원은 올해 도내 산지의 케이블카 개발

근거자료 확보를 위해 오색 케이블카 관련 연구를 계획해놓은 상태다.

 

극대화된 도지사의 권한에 비해 시민들이 개입할 여지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환경영향평가는 오히려 잘못된 개발 사업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용할 우려까지 있다.

윤도현 사무국장은 "특별자치도법이 규제로 하지 못했던 숙원 사업을 하려는 수단이 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문제가 이제 강원특별자치도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5극 3특' 행정통합 정책에 따라 환경영향평가의 협의 권한을 이양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7월 출범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이하 전남광주특별법)의 특례 조항이 대표적이다.

특별법이라는 이름의 '난개발 면허' 경쟁

전남광주특별법 조문에는 '~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가 거의 모든 장에 한번 이상 등장한다.

'얽매이지 않는다'는 의미를 지닌 이 문구는 일반법 조항 뒤에 붙어

기존의 환경 규제를 해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전남광주특별법은 강원특별법처럼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을

통합특별시장에게 이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른 조항들을 함께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전남광주특별법의 특례 조항들은 환경 보전을 위해 쌓아온 일반법의 취지를 차근차근 무력화한다.

산지, 농지, 해양에 대한 권한을 더 넓게 특별시장에게 이양하고,

중앙정부에 의한 심의절차를 특별시로 이양하거나 아예 삭제해 버렸다.

 

인·허가 의제 조항 역시 기존 특별자치도법보다 확대해 규제 완화의 길을 열어주었다.

특별법에 따라 보전보호구역을 해제하고 개발 사업을 계획한 뒤, 필요한 인허가 절차는 물론

그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내릴 수 있는 수순이 법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전남광주특별법으로 끝나지 않고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다른 통합특별시의 법안에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얼마나 더 많은 규제를 완화하는지, 얼마나 더 많은 국비를 끌어오는지,

얼마나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하고 개발 사업을 하는지 겨루는 '나쁜 경쟁'이 염려되는 대목이다.

전남광주특별법 제172조와 제173조는 환경영향평가의 협의 권한을

통합특별시장에게 이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국적으로 일관성과 공정성을 갖추어

운영되어야 할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파편화가 우려스럽다. ⓒ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전면 개선이 시급하다

'지역이 지역 환경을 더 잘 안다'는 논리가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의 취지대로라면, 지역의 생태적 특수성을 고려해 환경영향평가를 더 꼼꼼히 운영하며

'환경 자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특별자치도법과 전남광주특별법, 그밖의 통합특별시 법안들을 통해

환경영향평가가 강화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포호 인공 분수 사례에서 보듯, 목적과 원칙을 잃고 단순히 권한만 이양된 환경영향평가는

기존의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문제를 답습할 수밖에 없다.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특별시·도지사가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도 갖는

이중 구조에서 과연 일관적이고 공정한 환경영향평가 협의 결과가 보장될지도 우려스럽다.

또한 근본적인 문제는, 생물다양성 보전과 기후위기 대응은

지역 별로 쪼개서 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이다.

산림과 갯벌을 통한 탄소 흡수, 생태축과 수계 관리, 보전 지역의 확대라는

국가 환경 전략들은 국토 단위의 통합적이고 일관적인 접근을 필요로 한다.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을 지역으로 분산하는 특례 조항은 이 통합성을 훼손한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먼저다.

사업자 발주 구조를 바꿔 평가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거짓·부실 평가서 작성에 따르는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초안 단계부터 정보를 공개하고, 시민들의 의견이 촘촘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해

개발 사업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해야한다.

마침 이재명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제도 혁신을 국정과제로 내놓았다.

공탁제와 정보 공개를 골자로 하는 정책적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새로운 통합특별시마다 분절적으로 운영된다면,

이 제도는 그 어떤 혁신적인 정책으로 개선될 수 없다.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개발 압력에 대응해 환경을 보전하는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경포호 사업은 강릉 시민사회의 노력 끝에 잠시 멈춘 상태다.

 

다음 차례는 어디가 될까.

환경영향평가가 본래의 목적을 회복하지 못하는 한 답은 정해져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2016년 714그루→2025년 1만8,000그루…

동해안까지 확산세 방제 대책 20년째 ‘제자리’…

국가 차원의 선제적·통제적 관리 체계 전환 요구

◇최근 춘천시 사북면 인람리의 산에서 포크레인이 재선충병 감염목들을 수거하고 있다.

피해목들은 목재파쇄장으로 옮겨진다. 신세희기자

 

강원도 산림을 위협하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영서지역을 넘어 동해안까지 확산하면서

도내 산림 생태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2005년 강릉에서 처음 발병된 이후 매년 방제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은 오히려 급증하면서

국가 차원의 예방 중심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해안까지 확산 우려=

소나무재선충병은 재선충이라는 미세한 선충이 소나무 내부 수분 이동을 막아 고사시키는 병으로

솔수염하늘소와 같은 매개충에 의해 확산된다.

감염된 소나무는 잎이 갈색으로 변하며 급격히 말라 죽는 것이 특징이다.

 

강원도에서 확인된 감염목은 매년 4월 기준 2016년 714그루에서 2020년 1만1,079그루,

2025년 1만8,589그루로 크게 늘었다.

 

전체 감염목 대부분이 춘천에 집중된 가운데 최근에는 홍천·원주 등 인접지역으로 확산된데 이어

강릉·동해·삼척 등 영동지역에서도 감염 사례가 확인되는 등 강원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2018년 소나무재선충병 청정지역으로 환원됐던 강릉시는 지난해 7년만에 재발,

울창한 해안 소나무림이 새로운 확산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0년간 방제시스템 한계=

강원도와 각 시·군은 최근 10년간 고사목 등 22만7,000여 그루를 제거하고

1만1,703㏊에 예방주사를 실시했다.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해 총 390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한 셈이지만 확산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온 상승에 따른 매개충 생존율 증가와 강원도 내 넓은 소나무림 분포,

산악지형으로 인한 초기 감염목 발견의 어려움 등을 주요 확산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동해안을 따라 이어진 해안 소나무 숲은 매개충 이동이 용이해

향후 확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재선충병은 잠복기가 길고 매개충이 수㎞ 이상 이동할 수 있어,

감염 이후 대응하는 방식만으로는 근본적인 차단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방제 작업은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고비용 구조로

지자체 단위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에 따라 감염 확산 이전 단계에서 차단하는 국가 차원의

선제적·통합적 관리 체계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산림 통합관리 필요=

소나무재선충병 현장 대응에는 여러 한계가 있다.

재선충병 방제는 감염목 벌채와 파쇄, 훈증 처리 등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 수반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방제 사업을 시·군 단위 지자체가 담당하면서

예산과 전문 인력 부족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구역 단위로 진행되는 방제 체계 역시 병해충 확산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산림 생태계 복원과 보전을 중심으로 방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종국 강원대 산림환경보호학과 교수는 “현재처럼 피해 발생 이후에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으로는 확산을 막기 어렵다”며

“피해지 외곽을 중심으로 선단지 관리와 예방 나무주사, 매개충 방제를 병행해

확산 자체를 차단하는 선제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별 여건이 다른 만큼 산림청 등 중앙정부가 기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지자체가 이를 바탕으로 예방 중심 방제를 실행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그루당 처리비용 수십만원…국비 확대 시급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책 20년째 ‘제자리’]


산비탈 올라…재선충병 예방 주사 작업 현장
예산·인력 부족에 감염목 좀처럼 줄지 않아
“선제적 대응 위해 재정 지원 뒷받침 돼야”

◇춘천시 산림과 직원들이 최근 춘천시 사북면 인람리의 야산에서 나무에

재선충병 예방 주사를 투약하고 있다. 신세희기자

 

강원 산림을 위협하는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하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하기 위한 방제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예방보다 사후 대응에 머무르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예산 확대와 인력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최후의 방어선 구축”=

“윙―윙―.” 최근 춘천시 사북면 인람리 산간지역. 고요해야 할 숲은

귀가 찢어질 듯한 천공기 소음으로 뒤덮였다.

30여분간 신발이 벗겨질 듯 가파른 산비탈을 오르자 재선충병 예방 나무주사 작업 현장이 펼쳐졌다.

 

이곳에서는 작업자 5명이 다음달 6일까지 2만3,000그루의 소나무와 잣나무에 약제를 주입한다.

김남훈(67)씨는 “무리한 천공이나 과도한 약제 투입은 나무 생장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천공 위치와 깊이, 약제 주입 속도를 정확히 지키면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500여m 떨어진 큰너러골지구에서는 벌채된 소나무들이 굴삭기에 실려 트럭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감염목을 방치할 경우 매개충의 산란처가 돼 추가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속한 제거가 필수적이다.

 

방제 작업은 기능사 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이 일정 비율 이상 투입돼야 하며,

현장 대리인이 전체 공정을 총괄한다.

춘천시 관계자는 “재선충병은 수년에 걸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병해충”이라며

“선단지를 중심으로 집중 방제를 실시해 화천·양구 등 인접 지역으로의 확산 차단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춘천시 사북면 인람리의 산에서 포크레인이 재선충병 감염목들을 수거하고 있다.

피해목들은 목재파쇄장으로 옮겨진다. 신세희기자

■예산·인력 부족…“사후 대응 악순환”=

현장에서 방제 작업이 지속되고 있지만 감염목 감소는 더딘 상황이다.

이에 방제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과 인력 부족이다. 예방 나무주사는 효과적인 방제 수단으로 평가되지만

1㏊당 3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필요해 광범위한 적용이 어렵다.

 

파쇄·소각·훈증·매몰 등 감염목 사후 처리에도 1그루당 수십만원의 비용이 들어

피해 규모가 커질수록 재정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다.

 

넓은 면적을 단기간에 처리할 수 있는 드론 방제도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약제가 주변 식생에 영향을 미치면서 주민 민원이 발생해 활용이 제한적이다.

 

또 방제 작업은 감염목 조사, 벌목, 예방주사 등 대부분 현장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산림 면적에 비해 현장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 같은 여건 속에서 지자체들은 제한된 예산 안에서 방제 범위를 축소할 수밖에 없고,

결국 고사목 제거 등 사후 대응에 집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현재 방제 사업은 확산을 최소화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선단지 등 확산 우려 지역을 중심으로 수종 전환과 방제를 병행하기 위해서는

인력은 물론 국비와 도비를 포함한 재정 지원 확대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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