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치우라고⋯”

쓰레기 불법 투기로 몸살 앓는 고구마섬

 

집하장 없어 모두 불법 투기 쓰레기
작년에 버려진 쓰레기 아직도 방치
춘천시 "민원 없어서 아직 안 치웠다"

 
 
 

춘천 사농동에 있는 고구마섬이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랫동안 방치된 쓰레기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지만,

춘천시는 민원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춘천 고구마섬에 버려진 쓰레기들. (사진=이종혁 기자)

 

지난 20일 오후 춘천 고구마섬. 언제부터 자리 잡고 있었는지 모를 캠핑카와 텐트가 눈에 띄었다.

가장 경치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는 오랫동안 방치된 듯 보였다.

캠핑카의 문은 닫혔고, 텐트는 케이블타이로 잠겨 있었다.

 

캠핑카와 텐트 주변은 쓰레기로 가득했다.

캠핑 후 남은 쓰레기부터 낚시용품, 먹다 남은 배달음식과 폐타이어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쓰레기들은 잡초와 뒤엉켜 언제 버려졌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고구마섬 일대를 조금만 둘러봐도 또 다른 쓰레기 더미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고구마섬에 자리 잡고 있는 캠핑카. (사진=이종혁 기자)

 

고구마섬은 국유지로 의암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캠핑족들에게 명소로 손꼽힌다.

이곳에서 캠핑이나 야영을 한다고 해도 법적으로 금지할 조항은 없다. 

 

인근에는 인형극장과 육림랜드, 레고랜드 등이 있어

관광객과 시민들에게도 인기 있는 나들이 장소다.

야구장이 있어 연중 약 2400여명의 춘천 야구 동호인들이 주말마다 찾기도 한다.

 

하지만 고구마섬에는 정식 쓰레기 집하장이 없어서

버려진 쓰레기는 모두 불법 투기로 단속 대상이다.

 

 ‘이곳은 집하장이 아닙니다. 적발 시 과태료 100만원 이하 부과’라는 현수막도 붙어있었다.

집하장이 아니다 보니 한 번 버려진 쓰레기는 언제 치워질지도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일부 캠핑족들과 방문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 

신사우동 주민 이한나(47)씨는 “고구마섬은 옛날부터 바람 쐬러 자주 나왔던 곳인데

언젠가부터 쓰레기들이 하나둘 쌓이더니 지금은 손을 댈 수 없다”며

“심지어 저쪽에 있는 폐타이어와 의자는 작년부터 버려져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나온 신성록(42)씨는 “주말이면 아이들과 자주 놀러 오는 데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 때문에 아이들 보기에도 좋지 않다”며

“날이 좀 풀리면 악취도 심해져서 나들이도 못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구마섬 곳곳에 불법 투기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사진=이종혁 기자)

 

춘천시는 고구마섬 인근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손을 놓고 있다.

민원이 접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속과 쓰레기 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춘천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고구마섬 인근과 육림랜드 후문 쪽에

불법 투기 쓰레기가 많이 버려져 있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아직 접수된 민원이 없다”며

“민원이 들어와야 현장에 나가서 치우든 단속을 하든 할 텐데 

민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따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투기 단속을 하려면 투기한 사람을 특정해야 하는 데

사실상 불가능해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8가지 착각...

그래서 나라 꼴이 이 모양

 

2024 대한민국 권력과 언론의 전쟁, 이길 수 있다는 윤 대통령의 착각

만약 윤석열 정부가 실패한다면 수많은 원인 가운데 하나로 언론 정책의 실패를 꼽아야 한다.

하필이면 대통령 주변에 이동관 같은 사람들이 득시글하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비극이다.

윤석열 정부는 최악의 언론 정책과 불통의 메시지 전략의 반면교사로 역사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의 여덟 가지 착각
   
몇 가지 결정적인 패착을 살펴보자.

첫째, KBS를 장악한다고 해서 여론이 달라질 거 없다.

KBS 하나 발가벗고 뛴다고 해서 김건희 명품 가방 사건이 묻힐 리 없고 낮은 지지율을 커버칠 수도 없다.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대통령 권한이라 치더라도 결국 쫄려서 그렇다는 걸 모두가 안다.

일을 키워 놓고 뒤늦게 덮으려 하니 덮어질 리가 없다.

둘째, 방송통신위원회를 자기 편으로 심는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공영방송 사장을 몇 명 갈아치울 수는 있겠지만 치러야 할 정치적 비용이 너무 크고 정작 얻는 건 별로 없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그런 방송 안 보면 그만이고 볼거리는 얼마든지 널려 있다.

방통위는 원래 치고받고 싸우는 곳인데 그게 싫다고 자기 편만 두 명 남겨놨다.

그런 방통위에서 하는 어떤 결정이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겠나.

셋째, 기자회견을 피한다고 해서 질문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간단히 털고 갈 수 있는 질문이 점점 더 불어나 급기야 정권의 발목을 잡는 지경에 이르렀다.

KBS 신년 대담 같은 건 손발이 오그라드는 걸 넘어 자다가도 '이불 킥'을 할 판인데,

V1과 V2가 보시기에 흐뭇했던 것일까?

KBS는 설날 아침에 재방송까지 했다. 그만큼 정무적 판단이 안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넷째, 바이든-날리면 논란 같은 건

애초에 이길 수 없을뿐더러 찍어 누르려 하면 할수록 오해와 불신이 커지기 마련이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을 아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이런 논란은 질질 끌면 끌수록

불리하다고 조언했을 텐데 윤석열(대통령)이 말을 안 듣거나 주변에 사람이 없거나 둘 중 하나다.

MBC 기자를 전용기에 안 태우겠다고 한 건 옹졸할 뿐만 아니라 지지자들도 쪽팔려 할 일이었다.

다섯째, 언론사 압수수색을 아무리 해봐야 겁먹을 기자들이 아니다.

감옥에 처넣을 수도 없고(어차피 영장도 대부분 기각된다), 기사를 막을 수도 없

(정권이 꿀릴 때 하는 일이다).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다.

법원이 특별히 정의로워서가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대통령이 부정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는 원래 시끌벅적하기 마련이고 여론의 비판을 뭉개고 가면서 성공한 정권은 없다.

여섯째, 방송통신심의위를 앞세워 뉴스타파를 징계하겠다고 한 건 코미디였다.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 반역죄" 운운했지만 아무런 징계도 못했다.

방송이야 허가 또는 승인 사업이지만 인터넷 신문을 보도 내용을 문제 삼아 제재할 방법은 없다.

일곱째,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가짜뉴스' 때려잡기도 봉창 두드리기나 마찬가지다.

우리 편'이 아닌 언론 보도를 '가짜'로 매도하는 건 갈등을 부추겨서

국정 동력을 잠식하는 소모적인 편가르기다.

여덟째, 진짜 문제는 언론의 비판을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대결하려는 태도다.

굳이 언론을 적으로 만들고 국민들과 싸워서 얻을 게 뭐가 있나. 

정권을 잡으면 그 어느 언론보다 강력한 스피커를 갖게 된다.

해명할 건 해명하고 사과할 건 사과하고 설득하면서 가면 된다.

그런데 윤석열은 가장 안 좋은 방식으로 지지 기반을 허물고 스스로 고립됐다.

윤석열의 언론관은 다음 한 마디로 설명된다.

"답변하지 마십쇼, 좌팝니다." (대선 후보 시절 수행비서가 한 말이다.)

이명박은 이동관 때문에 망했다
 
27년 검사 경력이 사회생활의 대부분인 윤석열 대통령은 원래 언론을 몰랐고 지금도 여전히 모른다.

검사들은 주변에 받아 쓰는 기자들이 넘쳐난다.

나쁜 놈들 때려잡는 게 일이고 언제나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쁜 놈 잡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는 법이고 언론과 부딪힐 일이 없거나

있어도 무시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게 검사들이다.

하필이면 이동관(전 방통위원장)이 윤석열의 언론특보였던 건 비극이 아니라 희극에 가깝다.

이동관은 애초에 이명박 정부의 몰락에 책임이 큰 사람이다.

조중동에 종편(종합편성채널)을 안겨주고 MBC와 소송을 벌였으며,

방송사에 낙하산을 내려보내고 언론 보도에 시시콜콜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그래서 성공했나? 이명박 정부는 이동관이 잘못해서 무너진 게 아니라 이동관이 잘해서 무너진 것이다.

광우병 촛불 집회부터 시작해서 4대강 사업, 용산 참사, 천안함 침몰, 자원외교 등등 사고가 터질 때마다

여론을 틀어쥐려 했고 그때마다 지지율이 급락했다.

KBS와 MBC를 잡고 종편이 거들어주면 적당히 깔고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여론에 귀를 닫고 폭주하는 정권의 끝은 비참했다.

그렇다고 탁현민(문재인 정부 전 비서관) 같은 사람을 갖다 쓰라는 말이 아니고,

문재인 정부 시절 김의겸(대변인)이나 고민정(대변인)이 잘 했다는 말도 아니다.

언론과 싸우는 대통령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깨달아야 한다.

원래 권력의 크기에 비례해서 더 많은 비판을 받기 마련이지만 겸허하게 비판을 받아들이고

정면으로 극복할 때 권력의 정당성을 지킬 수 있다.

누구에게도 쉽지 않지만 잘못을 인정해야 힘이 생긴다. 너덜너덜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진실은 남는다.

대장동 커피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윤석열이 조우형(대장동 브로커)에게

커피를 타 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커피가 아니다.

윤석열이 검사 시절 친분에 따라 수사를 축소하거나 중단했다는 의혹이 있다면

당연히 보도할 가치가 있고 윤석열에게는 해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애꿎은 뉴스타파를 아무리 털어봐야 윤석열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워낙 복잡한 사건이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꿀린 게 없으면 왜 이렇게 배배 꼬고 봉창을 두들기나.

긴 건 기고, 아닌 건 아니고, 까놓고 말하고 털면 될 일이다.

윤석열에게는 퇴로가 없다

윤석열에게는 지금 퇴로가 없다. 한동훈(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내세워

총선에서 선방하면 남은 3년을 그럭저럭 버틸 수 있겠지만 압도적인 승리가 아니라면

식물 대통령은커녕 조기 퇴진 압박에 시달릴 것이다. 

이준석이 윤석열의 문제를 "기술적 미숙이 아니라 두려움에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 게 맞을 수도 있다.

조선일보가 "(내년 총선에서 지면) 레임덕이 문제가 아니라 임기와 상관없이 물러나는 것만이

'선장 없는 나라'의 혼란과 참담함을 면하게 하는 길"이라고 경고한 것은 그냥 엄포가 아니다.

 

2016년 10월 태블릿 사건이 터지고 용도 폐기된 박근혜를 가장 앞장서서

공격한 신문이 조선일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윤석열이 지금처럼 언론을 멀리하고 김건희(대통령 배우자)를 감싸고 돈다면

이 정권의 남은 3년은 아무런 희망이 없다.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 듣고 싶으면 애초에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

최승호(뉴스타파 PD)가 말한 것처럼 "언론이 질문을 못 하면 나라가 망한다."

윤석열은 KBS 신년 대담에서 "참모들이 써준 예상 질문과 답변을 보지 않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는데 그래서 나라 꼴이 이 모양이란 걸 알아야 한다.

국무회의할 때마다 혼자 떠든다고 해서 '59분 대통령'이란 별명도 붙었다.

최근 일련의 돌발 행동을 보면 뉴스를 제대로 보거나 읽기는 하는지

구중궁궐 용산에서 민심의 보고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아직 정권의 반도 안 지난 시점이니 조언을 하자면 가장 불편한 질문을 던질 사람을

가까이 두고 기꺼이 비판에 직면해야 한다.

스스로 능력이 이것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비로소 뭐라도 새로운 걸 시작해 볼 수 있다.

윤석열과 오바마의 차이
   
윤석열은 대학 졸업식에서 소리치는 학생의 입을 틀어막고 끌어냈지만

버락 오바마(전 미국 대통령)는 달랐다. "청년을 막지 말라"고 경호원을 제지하고 대화에 끌여들었다.

청년은 "이민자 추방을 막아달라"고 외쳤고 오바마는 "그런 권한은 나에게 없다"면서도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모인 것"이라고 화제를 넘겨받았다.

"만약에 제가 의회의 입법 절차 없이 모든 사안을 해결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미국은 법치 국가입니다. 제가 가려는 건 더 어려운 길입니다.

민주적인 절차를 따르는 거예요. 당신이 원하는 것과 똑같은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 길은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쉽지 않을 거예요."

- 2013년 11월 2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베티 옹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이민개혁법 통과 촉구 연설 중

사과의 3A는 동의하고(Agree) 사과하고(Apologize) 행동하는(Action) 것이다.

핵심은 비판을 대하는 태도가 실제로 행동의 변화를 만든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이나 되는 사람이 쫄리면 안 된다. 두들겨 맞을 건 맞고 반박할 건 반박하고 계속 앞으로 가야 한다.

참모들에게 예상 질문을 다시 뽑아오라 하고 기자들을 만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디올백 의혹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많다.

다시 강조하지만 "질문을 받지 않으니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

윤석열을 사랑하는 가까운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조언해도 좋을 것이다.

'파우치' 하나 때문에 정권을 잃을 셈인가.

이 정도 조언을 할 사람이 주변에 없다면 이 '입틀막' 정권은 이미 망해 있는 것이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말한 바로 그 날, 장모가 한 일

[가족의 영광⑦]

윤석열-김건희 결혼 후 벌어진 네 가지 일들, 그 가족의 타임라인

 

/취재 - 이정환·이주연·정혜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매우 영광스러운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영광스러운 자리의 배경에 김 여사 가족의 부 축적과 관련 숱한 의혹이 존재한다. 지난 11월 16일 대법원은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 대해 징역1년을 확정했다. 2013년 성남 도촌동 땅을 차명으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4회에 걸쳐 총 350억 가량의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는 김건희 일가의 부 축적 과정을 최대한 기록에 근거해 살펴봤다. 부동산등기부 328부, 법인등기부 88부, 김 여사 일가와 법적 공방 중인 정대택씨가 수집한 진술서, 판결문, 공소장 등 3105페이지 분량의 관련 기록을 분석했다. 김 여사 어머니 최은순씨를 중심으로 그 가족의 과거를 들여다본다.[편집자말]

 

 

3월인데도 -5℃였던 날, 전날에 비해 최저기온이 6℃나 내려간 일요일이었다. 이날 대검찰청 예식장에서 결혼식이 진행됐다. 예식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고 한다.

결혼식에 참석했다던 신랑의 대학 동창은 "하객이 엄청나게 많이 왔다, 사람들이 '윤석열이 정말 장가를 간다고? 이건 눈으로 확인해야 돼'해서 많이 왔다"(2022년 3월 10일, 채널A '윤석열 대통령 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록도 있다.

"축의금을 내려는 줄은 2층 예식장에서 시작해 1층 복도를 지나 건물 바깥까지 이어졌다. 결혼식에 참석하려는 차들 때문에 서초역 일대는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윤석열과 검찰개혁> 272p)

한 언론은 이날의 결혼식 사진을 공개하며 신부가 '한국판 그레이스 켈리'라 보도했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1과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결혼은 이렇듯 성대하게 치러졌다. 2012년 3월 11일의 일이다.

 

결혼 후, 승승장구 그러나
결혼한 그 해 7월 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된 윤 대통령은 2013년 4월 국정원 대선 개입 특별수사팀장(파견)이자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 됐다.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며 한 유명한 발언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2013년 10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역시 여주지청장일 당시 나온 말이다.

폭로 후폭풍으로 대구고검·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됐던 윤 대통령은 2016년 12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의혹 특별검사팀 수석 검사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 행보는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서울중앙지검장(2017년 5월)을 거쳐 대검찰청 검찰총장(2019년 7월)까지. 검찰의 최정점에 서 있던 윤 대통령은 2021년 7월 단숨에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됐고 2022년 3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승승장구를 거듭 해왔지만, 유독 '해명'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었다. 처가 이슈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에도, 국민의힘 대선 후보 토론에서도 처가 이슈는 핵심 쟁점으로 등장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로서 참석한 2021년 12월 14일 관훈클럽 토론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장모 최은순씨의 파주요양병원 불법운영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윤 후보는 "제 장모가 대여금인지 투자금인지 불입한 돈은 2억 내지 3억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요양병원을 개설해 요양급여를 부정수급했다는 데 있다. 최씨는 이 일로 기소돼 재판까지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최씨는 요양병원에 약 20여 억원을 투자했다.

2012년 12월 요양병원 운영을 위한 의료재단을 구OO씨와 함께 설립한 최씨는 요양병원 건물 인수대금으로 2억원을 투자했다. 직원 급여 등의 명목으로 2억 1000만원을 의료재단에 송금하기도 했다. 요양병원 건물 추가 인수를 위해 최씨 건물을 담보로 은행에서 17억원을 빌렸다. 그러나 최씨는 의료재단 공동설립자 구OO씨로부터 '최은순은 파주요양병원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책임면제각서를 받은 것 등을 이유로 2022년 12월 요양급여 불법 수급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 받았다.
 

장모 의혹 중 또 다른 대표적인 사건은 성남시 도촌동 땅 차명 매입과 이 과정에서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건이다. 같은 토론회에서 윤 후보는 "잔고 증명서 문제로 장모가 재판을 받고 있는데, 상대방에게 50억 정도 사기를 당했다"고 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최씨의 사문서 위조·행사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을 맡은 의정부지법은 "도촌동 부동산은 130억원에 매각됐는데 (최초) 매입 가격이 40억 200만원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최은순과 OOO은 투자한 금액 상당을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지난해 11월 잔고증명서 위조·행사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형을 확정받은 최씨는 현재 복역중이다.

파주요양병원 불법운영 의혹, 도촌동 땅 차명 매입 및 잔고증명위조·행사. 이 사건들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결혼 후 1년도 안 된 시점에 벌어진 일들이다. 최씨는 2012년 11월 의료재단을 설립했다. 최씨는 2013년 1월 도촌동 땅을 차명으로 매입하는 1차 계약을 체결했다. 최씨는 2013년 2월 공범에게 잔고증명 위조를 요청했다.
장모 이슈 뿐 아니라, 부인 이슈까지

이슈는 장모에만 국한 된 건 아니었다. 김건희 여사는 주식 매입으로 입길에 올랐다. 2013년 7월 김 여사는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40만주를 인수했다. 1주당 500원, 2억원 어치다. 도이치모터스는 2015년 6월 자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 주식을 주당 1500원에 매입했다. 김 여사 주식의 평가액이 3배 뛰어 적어도 6억원의 가치를 갖게 됐다는 뜻이다.

2019년 7월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윤 대통령은 "도이치파이낸셜 설립 당시 김건희씨가 공모 절차에 참여해 주식을 산 것"이라고 서면으로 답했다. 이를 두고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금감원 사이트에 들어가서 자료를 다 검색을 해봤는데 (도이치파이낸셜) 공모 공시는 전혀 없다, 서면 답변이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주식은 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에 임명되고 한 달 뒤인 2017년 6월 일괄 매도됐다고 한다. 검찰총장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윤 대통령은 "2017년 거의 동일한 가격에 주식을 전부 매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 2023년 11월 23일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의 처남 김모 씨가 경기도 여주시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날 김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더불어 윤 대통령의 처남 김아무개씨 역시 사문서위조·행사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양평공흥지구(2만 2411㎡·350가구) 개발특혜 의혹 관련해서다. 김 여사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가 당초 인가 받은 준공기한을 넘겼음에도 양평군이 이를 부당하게 연장해주었고, 개발 사업으로 800억 여원의 분양 실적에도 개발부담금 0원을 부과 받은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이에스아이엔디 대표인 처남 김씨는 이 과정에서 토사 운반거리를 늘려 개발비용을 부풀려 개발부담금을 감경 받을 목적으로 토사운반확인서와 토사반입확인서를 위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 등 관계자들이 토사운반거리확인서를 조작한 시기는 2016년 8월이다.

2012년 장모가 파주요양병원 건물을 매입했을 때,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다. 2013년 장모가 차명으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데 성공한 바로 그 날, 여주지청장으로 국감장에 선 윤 대통령은 국정원 댓글 수사 외압 관련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2016년 처남이 토사 운반거리를 조작하고 네 달 뒤, 윤 대통령은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 특별검사로 임명됐다. 2017년 김 여사가 도이치파이낸셜 전환사채를 매입하고 네 달 뒤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타임라인
다음은 2012년 결혼 이후 발생한 김건희 여사 일가 관련 주요 사건 타임라인이다.

 
코바나컨텐츠, ‘마크리부’ 전시회 개최 - 삼부토건 후원, 도이치모터스 등 협찬
최은순-구○○, 파주메디스플러스요양병원 1․3․4층 매입 계약
코바나컨텐츠 제작투자 전시회 ‘반고흐’ 개최 - 도이치모터스 등 협찬
양평군, 이에스아이엔디 양평공흥 개발사업 최종 승인 고시
이에스아이엔디, 양평군 양평읍 공흥리 땅 매입
최은순-안○○, △△△△신탁과 도촌동 땅 차명 매입 계약
최은순-안○○, 김○○에게 잔고증명 위조 요청
승은의료재단, 파주메디플러스요양병원 개설 - 최은순 사위 유○○, 행정원장 근무 시작
최은순, 승은의료재단 계좌에 1억5000만원 송금(5월까지 송금 총액 2억 1000만원)
신안저축은행, 최은순에게 17억원 가량 대출(승은의료재단 파주메디플러스요양병원 2·5·6층 매입 자금)
최은순-안○○, 잔고증명서 1차 위조(100억18만원)
법무부, 윤석열 수원지검 여주지청장(국정원 대선 개입 특별수사팀장 파견) 발령
구○○, ‘최은순은 파주요양병원 경영 관여하지 않아’ 책임면제각서 작성
최은순, 양평공흥 사업 개발지 일부 취득
도이치모터스, 도이치파이낸셜 설립
코바나컨텐츠 제작투자 전시회 ‘고갱’ 개최 - 도이치모터스 등 협찬
최은순-안○○, 잔고증명서 2차 위조(71억8510만원)
김건희,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40만주 매입(주당 500원, 2013년 말 기준 5대 대주주)
최은순-안○○, 잔고증명서 3차 위조(38억8500만원)
최은순-안○○, 위조 잔고증명서 법원 제출
최은순-안○○, 잔고증명서 4차 위조(138억8510만원)
최은순-안○○, 도촌동 땅 차명 매입
안○○ 측, ‘도촌동 땅 실질적 소유자는 최은순’ 사실확인서 작성
코바나컨텐츠 주관 전시회 ‘필립 할스만’ 개최 - 도이치모터스 등 협찬
최은순, 승은의료재단 대표이사 사임
파주경찰서, 파주요양병원 불법운영 혐의 수사 개시
최은순, 안○○ 도촌동 땅 가압류
이에스아이엔디-한국에버그린-안○○ 차용증 작성
코바나컨텐츠 주관 ‘마크 로스코’ 개최 - 도이치모터스 등 협찬
이에스아이엔디, 안○○측 도촌동 땅 강제경매 절차 개시
의정부지검, 파주요양병원 사건 기소(최은순 미포함)
이에스아이엔디, 안○○측 도촌동 땅 임의 경매 개시
김○○(김건희 여사 오빠), 도촌동 땅(답) 매입
김○○(김건희 여사 오빠), 양평군 땅 3필지 매입
양평군, 양평공흥 개발 사업 준공 기한 임의 변경 고시
이에스아이엔디, 도촌동 땅(임야) 매입
양평공흥 개발사업 사토반출입 확인서 1차 위조
양평공흥 개발사업 사토반출입 확인서 2차 위조
이에스아이엔디, 도촌동 땅 매도(130억원)
코바나컨텐츠 주관 ‘르 코르뷔지에’ 전시회 개최 - 도이치모터스 등 협찬
김건희, 도이치파이낸셜 전환사채 250만주 매입
이에스아이엔디,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5필지 매입
대법원, 승은의료재단 구○○ 등 3명 의료법 위반 최종 유죄 판결
김건희, 도이치파이낸셜 전환사채 250만주 매도
김건희,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40만주 매도
양평군, 양평공흥 사업 이에스아이엔디 개발부담금 ‘0원’ 부과
코바나컨텐츠 주관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시회 개최 - 도이치모터스 등 협찬
양평공흥 개발사업 투자사 ○○기업, 최은순 상대 이익배당금 소송 제기
최은순, 양평공흥 개발사업 이익배당금 소송 최종 승소 - 원고 ○○기업
장제원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의원, 최은순 잔고증명 위조 의혹 제기 “사기 친 주범 거리 활보”
코바나컨텐츠 주관 전시회 ‘현대미술의 혁명가들’ 개최 - 도이치모터스 등 후원
김○○(김건희 여사 큰오빠),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2필지 매입
이에스아이엔디,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땅 매입
최강욱 열린민주당 후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및 요양급여 부정 수급 의혹 관련 김건희․최은순 고발
성남시 중원구청, 최은순에 도촌동 땅 부동산실명법 위반 관련 과징금 27억여원 부과
성남시 중원구청, 최은순에 도촌동 땅 부동산실명법 위반 관련 취득세 1억5000만원 등 부과
서울중앙지검, 파주요양병원 요양급여 불법 수급 혐의 최은순 불구속 기소
의정부지법, 요양급여 불법 수급 혐의 1심 최은순 징역 3년 선고
서울중앙지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선수’ 가담자 2명 구속기소
양평군, 양평공흥 사업 이에스아이엔디 개발부담금 정정 부과(1억8700만원)
서울중앙지검, 전시회 대가성 협찬 의혹 김건희 일부 무혐의 처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도촌동 사건은 장모가 50억 정도 사기 당한 것” - “도이치모터스 주식 수 천 만원 손해 보고 팔아” (관훈토론)
서울고법, 요양급여 불법 수급 혐의 2심 최은순 무죄 선고
양평군,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3개안 국토교통부 건의
대법원, 요양급여 불법 수급 혐의 최은순 무죄 선고(최종심)
수원지법, 도촌동 땅 과징금 취소소송 최은순 패소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1심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 등 5명 유죄 판결
서울중앙지검, 전시회 대가성 협찬 의혹 김건희 최종 무혐의 처분
국토교통부,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안(전략 환경 영향 평가 항목 등의 결정 내용)’ 발표
경기남부경찰청, 양평공흥 개발 특혜 의혹 최은순․김건희 무혐의 송치 - 김○○(김건희 여사 큰오빠)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 기소 의견 송치
수원지법, 도촌동 땅 취득세 취소소송 최은순 승소 판결
수원지검 여주지청, 양평공흥 개발 특혜 의혹 양평군청 공무원 3명 불구속 기소(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입장 발표
의정부지법,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 2심 최은순 징역 1년 선고
수원지검 여주지청, 김○○(김건희 여사 큰오빠)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 불구속기소
대법원,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 최은순 징역 1년 선고(최종심)
대검찰청, 양평 공흥 사업 특혜 의혹 ‘윤석열․김건희․최은순’ 고발 사건 수원지검 여주지청 배당

‘임대, 임대⋯‘ 육림고개 청년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상. 육림고개 청년몰, 그 이후


청년 상인의 무책임, 손 놓은 춘천시
문 여는 식당 손에 꼽아, 인적 드물어
젠트리피케이션 심화, ‘임대’ 현수막

/ms투데이
 

춘천 육림고개 상가 십여 곳에 ‘임대’ 현수막이 붙었다. 한때 ‘청년창업의 신화’ ‘춘천의 핫플(핫플레이스)’로 불렸던 곳이지만 최근엔 저녁 시간에 인적을 찾기도 어렵다. 춘천시가 예산을 투입해 청년몰을 육성하고 인프라를 개선했지만 결국 상권은 몰락했다. 상인들의 실질적인 요구와는 동떨어진 행정, 무책임한 일부 청년몰 상인들에 대한 관리 부재가 이어지면서다. 수십억원의 혈세는 허공으로 사라졌다. 

 

“여기가 육림고개 맞아? 사람도 하나도 없고 문은 다 닫았는데?”

6일 오후 6시30분 춘천시 죽림동 일대. 서울에서 온 20대 여성 관광객 3명이 몇년만에 다시 찾은 육림고개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은 상태였고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몇 없었다. 이날 작은 점포 건물 30여 동이 들어선 육림고개 상권에서 문을 연 식당은 6곳뿐이었다. 이들은 결국 “유령이 나올 것 같아 무섭다”고 중얼거리고는 택시를 불러 유명 닭갈빗집으로 향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청년몰의 모범사례’이자 전국적 핫플레이스로 꼽혔던 육림고개 상권이 급격히 쇠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성기 20곳 가까운 청년몰 창업자들로 활력이 넘쳤던 거리는 이날 현재 절반 이상이 공실이다. 물리적으로 사업장을 유지하고 있는 곳 중에서도 다수는 사실상 휴업 중이다. 춘천시가 청년몰 조성과 임대료 지원, 인프라 구축 등에 쏟아부은 예산 수십억원은 흔적도 찾기 어렵다.

 

▶‘춘천의 경리단길’에서 ‘유령 상권’으로

춘천의 원도심 상권인 육림고개는 1980년대 전성기 이후 오랫동안 쇠퇴해 가던 곳이다. 그러다 2010년대 후반부터 춘천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저렴한 임대료에다 춘천시 지원까지 더해져 청년 창업자들이 모여든 덕이었다. 골목길 특유의 감성에 경양식·전집·공방·브런치 카페가 인기를 끌며 ‘춘천의 경리단길’이란 별명도 붙었다. 당시에는 도시재생과 청년몰의 선도 사례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2018년 공영방송의 유명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육림고개를 조명하기도 했다. 2019년 당시 춘천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육림고개 상권의 주말 일평균 방문객은 2000명, 점포당 일 매출액은 55만~8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4년 현재 육림고개는 오히려 ‘몰락한 골목 상권’의 대표 사례로 남을 판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20년 8월 당시 육림고개 청년몰 점포는 18곳이었다. 하지만 2024년 2월 현재 같은 주소에서 동일한 업체명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곳은 8곳뿐이다. 나머지 10곳은 폐업하거나 다른 상권으로 이전했다. 

 

수년 전 그려진 육림고개 상권의 그림 지도. 지도에 소개된 대부분의 업체가 현재 폐업하거나 다른 상권으로 이전했다. 안내판 위 행인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남아있는 점포들도 오래 버티기 어려워 보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육림고개 상권 내 요리주점 업종 3곳의 지난해 11월 월평균 매출액은 645만원으로 춘천 내 같은 업종 평균(1689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핫플을 상징하는 업종인 ‘카페’는 지난해 8월까진 7곳을 유지했으나, 11월 들어 5곳으로 줄었다. 매출(1193만원) 역시 지역 평균(1777만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육림고개에 대한 관광객들의 관심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육림고개’ 검색어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8년 11월 당시 100 수준이었던 검색량은 2024년 1월 기준 3으로 급락했다. 코로나19 이전 육림고개 상인회에 속한 이들만 50명이 넘을 정도로 상권이 번성했지만, 현재 상인회 구성원으로 남아있는 이들은 20명 남짓이다.

 

육림고개 상권의 업종별 월 매출 현황. 지역 평균 매출액과 비교해 한참 못 미치는 액수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지원금 헌터’ 청년 사장님들부터 내뺐다

시로부터 지원금 받은 청년몰의 젊은 사장님들이 지속해서 영업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일부 상인들의 임시 휴업이 반복되면서 언젠가부터 온라인상에 ‘육림고개에는 문 닫은 가게가 많다’는 후기가 늘었고, 외부 관광객의 발길이 점점 끊겼다. 청년몰 상인은 자치 규약에 따라 ‘일 9시간 운영, 주 1회 정기 휴일, 임시 휴무 시 3일 전까지 운영위원회와 협의’ 등을 지켜야 했다. 예산으로 임대료를 지원받는 대신 실천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였다. 어길 시 벌점을 부과하고 상벌 기준에 미달하면 퇴출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강제성 없는 규약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일부 점포가 ‘지각 오픈’과 빈번한 휴업을 반복하자 다른 상인들이 항의해 봤지만, 춘천시는 “규약을 지키지 않아도 실질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다”며 방치했다. 코로나 시기와 겹치면서 육림고개를 찾는 발길은 급격히 줄었고, 코로나가 끝난 이후로도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 쇠퇴하는 상권에서 가장 먼저 발을 뺀 이들은 낮은 비용으로 창업에 도전했던 ‘청년몰’ 소상공인이었다. 2022년 청년몰 사업이 끝나면서 마침내 육림고개는 성장 동력을 완전히 잃었다.

 

육림고개에 진지하게 청춘을 걸었던 창업주들은 ‘지원금 사냥꾼’도 문제지만 이를 방치한 춘천시가 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임대료 지원이 끝난 이후에도 육림고개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A씨는 “특정 업체가 지원금만 챙기고 책임감 없이 영업해도, 춘천시가 실질적으로 이들을 제재할 근거도, 의지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춘천시는 문제를 일으킨 업체는 지원 기간 종료 후 다른 지원사업에 선정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청년몰을 나간 이후에도 춘천시 산하 기관의 다른 창업 지원사업에 선정된 곳이 있다”고 말했다.

육림고개에서 공방을 창업했으나 1년 전 춘천 내 다른 상권으로 옮겨간 청년 창업가 B씨는 청년몰 사업 지원 이후 건물 임차 문제로 춘천시와 건물주 간 소통이 되지 않자, 결국 이전을 택했다. B씨는 “임대료가 저렴하긴 했지만, 상권에 장점이 없고 공간도 협소했던 육림고개에 남아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춘천시도 ‘육림고개 청년몰 지원 사업’에 대해 사실상 실패를 인정하지만, 실패 원인을 건물주들의 임대료 인상 탓으로 돌린다. 지난해 5월 홍문숙 춘천시 경제진흥국장은 시청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손님이 몰리자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려받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결국 청년들이 육림고개를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계획도 없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육림고개에 청년몰을 유치하고 청년 창업을 중심으로 상권을 키워보겠다던 춘천시가 관련 사업에 쏟아부은 예산은 28억원에 달한다.''

 

 

육림고개 살리려는 몸부림⋯춘천시는 자책골로 답했다

하. 방치된 청년창업공간


20억원 들이고도 원래 목적과 달리 사용
원치 않은 인프라 공사에 개점 휴업
상권에 부족한 콘텐츠 육성 고민해야

 

춘천 육림고개 상권이 급속도로 위축되는 과정에서 춘천시의 행정력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춘천시는 창업 지원금(28억원)만 받고 장사는 하지 않는 청년 상인들을 방치했을 뿐 아니라<‘핫플’의 몰락 상. 참조>, 청년창업공간 신축(20억원), 전선 지중화 공사(14억원) 과정에서도 연이은 자책골을 넣어 상권이 무너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결과 62억원이 넘는 시민 혈세가 허공에 흩어졌고, 전국적인 ‘핫플’이 될 수 있었던 육림고개 상권 위축으로 생긴 경제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상권을 지키는 상인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춘천시의 무관심과 무대책에 속이 타들어 간다.

청년몰 조성 사업 당시 그려진 육림고개 벽화. 2020년 당시 운영 중이던 가게의 절반 이상은 육림고개를 떠나거나 폐업했지만, 춘천시가 파악하고 있는 현황 자료는 전무하다. (사진=권소담 기자) 
 
 

▶한산한 카페거리 중심엔 취업센터가 

16일 오후 육림고개 정상부에는 ‘카페거리’라는 표지판 뒤로 ‘춘천시일자리지원센터’ 현수막이 걸린 3층짜리 신축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이 건물은 춘천시가 약사명동 도시재생뉴딜사업의 하나로 약 20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연면적 552㎡)으로 2022년 9월 준공했다. 당초에는 육림고개 거리를 청년 기업가 육성 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었다. 2020년 춘천시 도시재생과는 춘천시의회에 지역 청년들에게 소규모 창업 공간을 제공하고 창업 관련 교육, 컨설팅, 포럼을 열겠다고 보고했다. 기자재 구축과 프로그램 운영 등에도 10억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육림고개 카페거리 조형물 뒤로 ‘춘천시일자리지원센터’ 현수막이 붙어있다. 센터는 지난해 12월부터 3층 공간을 사용하고 있지만, 당초 청년창업공간으로 기획된 2층 공간은 활용법을 찾지 못해 여전히 비어있는 상태다. (사진=권소담 기자)
 

하지만 이 건물은 당초 계획과 정반대로 현재 육림고개 상권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물이 됐다. 신축 공사가 시작될 때쯤부터 코로나 여파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며 당초 목적대로 건물을 사용하기 어려워졌다. 이 건물은 준공 이후에도 1년 이상 빈 상태로 방치됐다. 청년창업공간을 위탁 운영할 예정이었던 춘천시청년청은 지난해 운영비 예산이 전액 삭감되고 사무국이 운영을 종료하면서 사실상 해체됐다.

이 건물은 결국 지난해 12월에서야 춘천시일자리지원센터 직원 4명이 3층에 입주하며 주인을 찾았다. 그러나 이 센터는 취업·구직 지원 기관으로 육림고개 상권을 중심으로 청년 기업가를 육성한다는 당초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안 그래도 한산한 카페거리 한가운데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건물이 들어서면서 상권의 맥을 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 다목적실 등으로 쓰일 예정이던 2층은 아직도 공간의 사용 용도를 확정하지 못해 비어있다. 춘천시 기업지원과 관계자는 “청년창업공간을 통해 취업과 창업이 한 번에 이어질 수 있어 육림고개에도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육림고개 상인들은 처음부터 상권의 알짜배기 자리에 춘천시가 관용 건물을 지은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비판한다. 육림고개가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전 음식점을 창업한 C씨는 “상권에 주차 공간이 부족하니 주차타워를 짓거나 아예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해 달라고 건의했는데, 이 건물이 생기고 오히려 주차 공간도 줄었다”며 “춘천시가 보여주기식 성과를 내는 데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6개월 가까이 이어진 전선 지중화 작업이 두 번째 자책골이었다. 춘천시가 한국전력과 업무협약을 맺고, 예산 14억원을 들여 육림고개 500m 구간에 관로를 매설하고 전신주를 뽑았다. 이 시기는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육림고개를 다시 부흥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었다. 그러나 이 시기 공사 근로자와 차량으로 거리가 막히며 남아있던 점포들이 사실상 개점휴업 할 수밖에 없었다.

 

2016년 창업 이후 육림고개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어쩌다농부의 경우, 지중화 공사 이후 주말에 찾아오는 외지 손님이 크게 줄었다. 어쩌다농부를 운영하는 김은희 더티파머스 이사는 “공사 기간 예고 없이 전기가 끊겨 냉장고에 보관했던 식재료를 버린 일도 있다”고 말했다.

육림고개의 상인들은 춘천의 경리단길이 될 수 있었던 이곳에 춘천시가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무너뜨린 데 대한 원망이 높다. 그러나 춘천시는 육림고개의 상황을 나 몰라라 하는 중이다. 춘천시는 청년몰 사업으로 지원금을 받은 후 현재 남아있는 상인들 수와 휴‧폐업률, 공실률 등을 묻는 본지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다. 

 

춘천시가 육림고개에 투자한 굵직한 사업 예산만 62억원에 달한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이런 상황에서도 상인들은 육림고개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피땀을 흘리고 있다. 주차 공간 부족 등의 불편은 옛 춘천교육지원청 부지를 이용하면 된다며 ‘육림고개 알리기’에도 나섰다. 소매상점을 운영하는 D씨는 “각자의 노력이 상권을 다시 살릴 수 있다는 믿음으로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다”며 “일부 청년 상인들의 일탈과 지자체의 관리 부재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남아있는 상인들이 상권 부활을 위해 고심하고 있으니 지역 소비자분들이 많이 찾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육림고개를 찾은 관광객과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더티

파머스 이사는 “유동 인구가 모이면 자영업자들은 자연스럽게 상권으로 몰려든다. 지자체의 역할은 주말에 춘천을 찾은 관광객들이 육림고개에서 먹고, 놀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원금 사냥꾼’의 예산 따먹기⋯

춘천시는 누군지 파악도 못 했다(뉴스후)

육림고개 청년몰’ 보도 이후
시의회 ‘지원금 사냥꾼’ 문제 지적
업계에선 이미 중복 수혜 논란도
시는 해당 업체 어디인지 파악 못 해

 

춘천시가 청년 지원사업에 참여한 일부 ‘지원금 사냥꾼’에 대한 관리 감독에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에는 지원금을 받고 가게를 차렸다가 얼마 안가 접고, 다른 사업의 지원금을 또 받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춘천시는 이런 사례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지난 19일 열린 춘천시의회 경제도시위원회에서는 본지가 보도했던, 육림고개 청년몰에서 빈번하게 나타난 지원금 사냥꾼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청년몰은 청년 상인들을 유치해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 목적으로, 춘천시가 28억원을 투입해 육림고개에 조성했다.

 

청년몰을 통해 임대료를 지원받은 창업자들은 자치 규약에 따라 ‘일 9시간 운영, 주 1회 정기 휴일, 임시 휴무 시 3일 전까지 운영위원회와 협의’ 등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일부 청년몰 상인들은 사전 예고도 없이 문을 닫거나, 약속된 영업시간을 지키지 않았고, 결국 육림고개를 찾는 소비자의 발길도 줄었다.

 

인근 상인들이 이런 문제를 항의하자, 춘천시는 “문제를 일으킨 업체는 지원 기간 종료 후 다른 지원 사업에 선정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었다.

 

지원금을 받아 육림고개에서 창업한 한 공방은 휴업을 밥 먹듯이 했다. 그러더니 가게를 정리한 후에 다른 법인명으로 춘천시의 창업 공간 지원 사업에 또 다시 선정됐다. 이로 인해 상인들 사이에선 ‘중복 수혜’ 논란까지 일었다. 모호한 규정을 이용해 일부 청년 창업가들이 ‘지원금 따먹기’를 하는 동안 춘천시는 현황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본지 보도 이후 춘천시의회에서는 육림고개 청년몰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지원금 사냥꾼’에 대한 춘천시의 관리 감독 소홀을 지적했다.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의회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김운기 경제도시위원장이 지난주 열린 임시회에서 “문제가 된 업체가 어딘지 파악하고 있는지” 질의하자, 육정미 춘천시 경제정책과장은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중복으로 지원받은 사실이 있다면 심각한 관리 부실이 아니냐”며 “지원제도를 오용한 당사자도 문제지만 관리 감독을 못 한 집행부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금 관리가 부실한 데 대해 시민들의 비판도 거세다. 육림고개 청년몰에 대한 본지 보도에 시민들은 “지원금 헌터는 ‘먹튀’나 다름없다” “청년몰 사업이 끝나니 상권도 죽고, 청년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문제가 확산하자 춘천시도 상황 파악에 나선 모습이다. 28일 춘천시 경제진흥국 소속 공무원들은 육림고개에서 식사한 후, 소양강댐 다목적소양 등 지역 내 청년 창업 공간을 둘러보며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경제진흥국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앞으로 사업이 잘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사는이야기 > 구암동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 대통령의 8가지 착각  (5) 2024.02.28
윤석열그 가족의 타임라인  (1) 2024.02.26
춘천목재협동조합 진단  (0) 2024.02.15
공원묘원 플라스틱 조화 없애기  (0) 2024.02.13
호찌민의 유산  (0) 2024.02.0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