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과 출산장려금

/ 모규엽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무려 7.69%나 감소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1980년대만 해도 초등학교의 경우 교실이 부족해 오전·오후반이 있을 정도로 아이들이 많았지만 이제 학급당 20명 수준밖에 안 된다. 인구가 줄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진다. 외국에서도 한국의 출산율 저하에 대해 걱정한다. 심지어 ‘국가소멸론’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해 한 방송에서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가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듣자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그만큼 한국의 저출생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국민일보는 ‘출산장려금 지자체 전수조사’라는 기획기사를 3회에 걸쳐 게재했다. 국민일보는 17개 광역시·도와 226개 전체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출산장려금 현황을 전수조사했다. 그리고 226곳 기초지자체 출생아 수 현황을 단독 입수해 비교하고 교차 검증했다.

취재기자들과 회의를 한 결과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충북 제천과 충주였다. 충주와 제천은 1시간 이내에 오갈 수 있는 사실상 공동생활권이다. 오히려 충주가 교통과 산업 발달 면에선 나은 편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출생아 수 증가를 살펴보면 제천이 크게 앞섰다. 제천이 전년보다 10.02% 오른 데 비해 충주는 같은 기간 3.89%였다.

원인을 찾아보니 출산장려금이었다. 충주는 다태아에게만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래서 세쌍둥이의 경우 충북도 지원을 포함해 한 명당 1100만원씩 주고 있다. 하지만 제천은 4000만원을 지급한다. 충북도와 기초지자체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두 지역 출생 차이는 출산장려금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

전남 강진과 장흥, 해남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인접 지역인데 지난해 출생등록률을 살펴보니 강진은 65.59% 급증한 데 비해 장흥과 해남은 각각 2.96%, 16.14% 올랐다. 강진은 기초지자체 최다인 5040만원을 첫째 아이부터 지급한 반면 장흥은 첫째 300만원, 둘째 500만원, 셋째 700만원을 주고 해남은 320만원, 370만원, 620만원을 지원했다.

물론 출산장려금에 대한 비판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출생 늘리기가 아닌 인근 지역 ‘인구 뺏어오기’와 돈만 받고 바로 다른 지역으로 달아나는 ‘먹튀’가 그것이다. 하지만 제천 지역의 경우 인근 군 단위 지역인 단양과 강원도 영월의 출생률이 떨어지지 않았다. 먹튀 현상의 대표적 예로 거론됐던 전남 해남도 2021년 출생아 수가 259명이었지만 지난해에도 259명으로 똑같았다.

출산장려금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2006년부터 17년간 출생을 늘리기 위해 300조 넘는 예산을 투자했다. 경험칙상 관료주의 체제에서 이 돈의 상당 부분이 용역과 인건비에 투자됐을 것이다. 차라리 이 돈을 모두 신혼부부와 태어나는 아이에게 투자하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300조원이면 100만명의 출생아에게 한 명당 3억원씩 줄 수 있는 돈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기획취재 과정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출산장려금과 함께 정주여건, 즉 계속 그 지역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대단지 아파트 조성이다. 대단지 아파트가 만들어지면 필수적으로 학교와 어린이집, 마트, 병원이 따라온다. 국가소멸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선 뭐든 해야 한다.


[출처] 국민일보

저출산 여파에 “4년 뒤엔 어린이집 3분의 1 사라진다”

 

경기도 하남에 사는 박모(36)씨는 지난해 12월 3살 아들이 다니던 어린이집으로부터 폐원 통보를 받았다. 걸어서 5분 거리인 어린이집은 이용하는 원아가 10명 이하로 줄어들자 폐원을 결정했다.


박씨는 “당장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데 주변에 가까운 어린이집은 자리가 없고 입소 대기가 길어서 차로 15분 정도 가야 하는 어린이집을 겨우 찾았다”며 “맞벌이인 데다 아이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출근 전 평소보다 일찍 등원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30일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행한 ‘저출생시대 어린이집·유치원 인프라 공급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은 2018년 3만9171곳에서 2022년 3만923곳으로 21.1% 감소했다. 2020년 이후부터는 매년 어린이집 2000곳이 문을 닫았다. 유치원 역시 9021곳에서 8562곳으로 5.1% 줄어들었다.

보고서는 2028년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30%가 문을 닫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이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를 활용해 현재 취원율과 정원 충족률이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한 수치다. 2022년 총 3만9485곳이던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수는 2028년 2만6637곳으로 31.8%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합천의 한 어린이집 풍경. 기사의 내용과 직접 관련 없으며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입니다. 국민일보 DB

원아가 크게 줄어든 채 운영하는 곳도 많다. 전국 어린이집의 정원 충족률은 2017년 기준 82.6%였지만 2020년 76.4%, 2021년 76.1%, 2022년 74.2%로 꾸준히 낮아졌다.

직장 내 어린이집마저 문을 닫는 실정이다.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의 직장 내 어린이집 중 1곳인 대공원어린이집은 현재 31명 정원 중 등록 인원이 4명뿐이어서 다음 달 폐원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정원 충족률이 낮음에도 운영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기관 폐원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초등학교나 행정복지센터, 마을회관 등 유휴 공간을 개조해 보육교사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취약지역 영아 돌봄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저출생 해결, 지방이 주도하고 국가는 지원해야”

 

경북도, ‘저출생 극복TF’ 출범
현장중심 사업모델 단계적 시행
인구부 설치 등 정부과제 발굴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북도가 저출생 극복 임무를 수행할 ‘저출생 극복TF’를 정식 출범하고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경북도는 25일 도청에서 저출생 극복TF 현판식을 열었다. 저출생 극복TF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강력한 지시로 기획조정실장·정책기획관 등 핵심 참모들이 참여했다. 미래전략기획단장이 TF단장을 겸임해 총괄기획팀과 정책협력 3개 팀 등 총 4개 팀, 13명으로 운영된다.

도는 그간 중앙정부 중심의 정책적 노력이 국민에게 와 닿지 않고 실패한 것은 현장을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기업·시민사회 등 ‘지방’이 주도하고, ‘국가’는 협력 지원하는 체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현장이 원하는 사업모델을 발굴해 경북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초단기·단기·중기·장기 등 단계별 추진계획을 마련한다. 단기 과제는 당장 지방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경북도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집과 육아’ 문제로 보고, ‘부모안심주거’와 ‘자녀완전돌봄’에 주력하면서 지역 특성에 맞는 ‘K-저출생 극복 시범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사업에 필요한 재원도 파격적인 수준으로 확보해 올해 추경예산부터 도와 시군이 반영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적극적 지원책은 물론, 국가 균형발전과 교육 개혁, 축소 시대 대비 등 구조적인 대책과 정책 비전 등도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에 건의할 과제도 적극 발굴한다. K-저출생 극복 테스트베드 설치, 가칭 인구부(부총리급이상) 지방 설치, 어린이 기금·특별회계 및 특별법 마련 등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제안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2월 ‘저출생과의 전쟁 선포식’을 시작으로 시민단체와 함께하는 국민운동 전개, 국회세미나, 전문가 워킹그룹 운영,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 릴레이 현장토론회, MZ·대학생 토크쇼 등을 차례대로 시행하고 상반기 중에 ‘가칭 지방주도 K-저출생 극복 마스터 플랜’을 마련해 전환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이 도지사는 “저출생 대응은 현장을 잘 아는 지방에서 기획부터 집행까지 주도해야 한다”며 “경북에서 급속한 저출생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저출생 극복 성공모델을 만들어 대한민국을 살려내겠다”고 밝혔다.
 

 

지방소멸 대응하는 ‘체류인구’

 

 
요즘 화두가 되는 ‘지방 소멸’의 기원은 일본이다. 2014년 마스다 히로야 일본 전 총무상은 기초자치단체 절반이 인구 감소로 2040년까지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을 했다. 저출생 심화로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는 상당수 소멸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런 인구절벽 시대에 생활인구가 주요 관심사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처음 도입한 개념이다. 주민등록인구와 등록 외국인 인구를 더한 등록인구에 통근, 통학, 관광 등을 위해 하루 3시간, 월 1회 이상 체류하는 체류인구를 합해 산정한다.

충북 단양군의 등록인구는 약 2만8000명에 불과하다. 단양은 과거 서울에서 4시간 가까이 걸리는 ‘오지’였지만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청풍호 등이 유명해지면서 관광객이 늘어났다. 최근 빼어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다양한 레저 관광객이 몰려 2030세대에서 핫플레이스가 됐다. 이에 힘입어 단양군의 생활인구는 26만9700명으로, 등록인구의 8.6배에 달한다. 강원도 철원군도 비슷하다. 등록인구는 2023년 6월 기준 4만3000명이지만 체류인구 17만7000명을 포함하면 철원군의 생활인구는 등록인구의 4배가 넘는 총 22만명이 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인구 감소지역 관광객 유입의 경제효과 분석’ 연구에 따르면 인구 감소지역 기준으로 정주인구 1인 소비 감소를 대체하기 위해 필요한 관광객 수는 2019년 기준 41.7명이었다. 해당 인구 감소지역의 인구 1명이 줄었더라도 관광객 41.7명이 해당 지역을 방문하면 정주인구 1인의 소비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체류인구는 특정 지역에 머물면서 그 지역의 기반시설, 서비스, 자원을 사용하고, 생산 또는 소비생활을 하므로 지역의 토지 이용과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준다. 지역 내 여가문화 활동의 다양성을 증대시키고 지역의 활력을 높이는 데 이바지한다. 체류인구의 소비와 생산 활동은 지역의 상권 및 산업의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을의 공동화, 거주환경의 악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거주인구가 줄어도 생활인구가 많은 지자체에 재정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이에 지자체마다 생활인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람들을 정주시킬 수 없다면 최대한 지역에 오래 머물게 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다양한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관광을 접목하고 있다. 각 지자체가 지역 방문객에게 숙박·식음·체험 등 각종 여행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디지털 관광주민증’이 호응을 얻고 있다.

생활인구 증대 사업 관련 대표 사례로 꼽힌 것은 전남 강진군의 푸소(FUSO)다. 지자체 생활인구 증대 사업 사례 가운데 ‘숙박체험’ 분야에서 농촌 민박과 농촌 체험으로 힐링하는 생활관광 프로그램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2015년 5월부터 학생푸소를 시작으로 일반인 푸소,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푸소, 공무원 푸소 청렴교육 등 푸소의 주체와 테마를 바꿔 다양한 모습으로 지난 8년간 거듭 발전시켜 왔다. 여기에 강진군은 ‘2024 반값 강진 관광의 해’도 진행한다. 2인 이상 가족이 강진으로 여행을 오면 소비금액의 50%, 최대 20만원까지 모바일 강진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이다.

체류인구 관련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고, 동시에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해 나가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여러 연령층과 가족 단위의 체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아이디어 발굴과 지원정책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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