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산천어축제에 대한 시민 1100명의 생각은 맨손잡기 프로그램 중단 서명 진행...

"존중하는 마음으로 생명을 대하는 '감수성 축제' 되기를"

 

/시셰퍼드 코리아

 

산천어축제에서 산천어 맨손잡기에 환호 중인 시민들의 모습이다.  


지난 1월 6일, 화천군에서 2024 산천어축제가 개막한 가운데 시셰퍼드 코리아와

전국 38개 시민사회단체는 화천군청 정문에 모여 '축제의 동물학대 프로그램을 규탄하고

생태적 축제로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매년 화천에서 열리는 산천어축제는 '대한민국 대표 겨울축제'라고 불리지만

동시에 동물에게 과도한 고통을 가하는 프로그램으로 비판 받아왔다.

 

단 23일간의 화천산천어축제를 위해 전국 양식장에서 60만 마리 산천어가 인공번식으로 태어나며,

▲밀집 사육 ▲축제 전 굶김 ▲운반 시 과도한 스트레스로 축제 전부터 고통을 받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산천어 축제는 화천천의 토종 생태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축제가 열리는 화천천은 상수원보호구역이지만,

길이 2km에 달하는 단단한 얼음판을 설치하기 위해

사전에 '수중 제초'와 '물막이 공사'가 대대적으로 자행된다.

한편 이 축제는 바다에도 막대한 부담을 끼친다.

시셰퍼드 코리아 김민선 활동가는

"축제에 풀어놓는 산천어는 전국 곳곳 양식장에서 실어 오는데,

많은 어류를 좁은 곳에 가두어 키우는 양식 과정에서 사용되는

각종 화학약품들은 해양오염을 야기하며,

어업으로 잡은 치어를 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남획을 가속화한다"며

화천 산천어축제가 해양파괴를 야기함을 비판했다.

현재 2022년 한반도 연근해 어획량은 88.7만 톤으로 90만 톤 선이 무너진 상황이다.

시셰퍼드 코리아는 산천어 축제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화천군에 전달하고자

지난 2023년 12월 31일부터 '화천산천어축제 맨손잡기 프로그램 중단 1만명 서명'을 진행했다.

화천산천어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어떤지, 서명에 참여한 1100명에게 물었다.

*서명자 이름은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일부만 공개했다. 예) 홍길동 → (홍*동)

Q. 화천 산천어 축제는 어떤 축제인가?

'겨울축제의 대명사', '흥행신화' 등 화천산천어축제에 대해

연일 자극적이고 화려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산천어축제의 동물학대적 요소를 우려하는 시민들은

화천산천어축제를 '머지 않은 미래에 야만으로 기억될 축제(손*우)',

'강원도를 창피하게 만드는 축제(이*진)',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것 없는 의미 없는 이벤트(서*덕)'이라고 비판했다.

 

산천어축제는 '가족, 친구들의 행복과 아동 교육, 지역 발전을 살육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것(채*수)'이라며 이 축제가 비윤리적 토대 위에 서 있음을 비판했다.

 

또한 '소싸움처럼 모두에게 비난받는 축제가 될 것(박*향)',

'일본 어느 지역의 돌고래 학살 전통과 다르지 않음(김*호)' 등

최근 문제가 됐던 지역 내 동물학대 문화와 비교하기도 했다.

Q. 맨손잡기는 어떤 행사인가?

화천산천어축제의 가장 문제적 프로그램, '맨손잡기'에 대해서는

'죽이며 웃는 무서운 짓(최*영)'이라며 프로그램의 잔혹성을 지적했다.

 

특히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이들에게 올바르지 못한 것을 가르치는 경험(김*후)'이며,

'공공연히 동물학대와 환경파괴를 놀이로 인식하고 학습시키는 행태(전*주)'라고

프로그램의 비교육성을 비판했다.

 

또한 맨손잡기는 '인간의 감정과 도덕성을 갈아먹고 무감각하게 만드는 행위(김*경)'이자

'동물학대를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구조(양*희)'라며 프로그램의 위험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 서명자는 '놀이를 위해 동물을 도구로 쓰고, 이런 것이 가족들의 추억을 위한 축제라니

알아차리면 섬뜩하다(김*진)'며 해당 프로그램의 즉각적 중단을 요구했다.

Q. 산천어 축제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축제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서명자 중에는 산천어 축제에 참여해 본 적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현 서명자는 "10년 전 축제에 참가했으나 학대인지 몰랐다.

 

지나고 보니 어마어마한 양의 살아있는 생명을 잡아와 풀장 같은 곳에 넣어두고

관광객들은 그들을 손으로 잡고 죽이고 못살게 굴었던 것 같다"며

 

축제에 다녀온 기억을 현재 시점에서 되돌아봤다.

권*경 서명자는 "그렇게 잔인한 광경은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살육의 현장이었다"며

축제장에서 느꼈던 충격을 전했다.

 

박*상 서명자는 "무심코 즐기던 일이 자연과 생태계를 훼손하는 일이었다"며

축제에 참여했던 것을 반성하고 후회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화천군 산천어축제에서 산천어가 피를 흘리고 있다.  


Q. 산천어축제,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많은 시민들이 현시대의 기후·생물다양성 위기를 언급하며

산천어축제와 화천군에 즉각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지금은) 자연과 공존, 그리고 지속가능성이라는 패러다임에

엄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상황(조*래)'이기에 '지역경제를 명목으로

온갖 학살과 생태계 교란 등을 나몰라라 하는 미성숙한 관점을 바꿔야(서*재)'한다고

현 상황을 진단하고 관점 변화를 요구했다.

특히 서명 참여자 중 많은 사람들이 산천어 축제를 생태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축제 (정*현)'이자, '동물과 자연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축제(*경),

그리고 '비인간 동물의 경험과 삶을 존중하는 방향(임*영)'으로

화천산천어축제가 변화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화천군만의 파괴되지 않은 계곡이나 산, 깨끗한 환경을 주제로 한 의미 있는 축제(임*이)',

'어류와 인류 모두의 생명을 존중하고 찬미하는 진정한 축제 기획과 실천(안*우)',

'산천어를 죽이는 축제가 아니라 산천어를 살리는 축제(조*주)'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축제 변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축제 관계자의 실천을 요구했다.

민*희 서명자는 "축제라는 이름하에 진행되는 행동들이 사람·동물·환경이

공존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기획자, 정책결정자는 고민해야" 한다며,

축제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청했다.

 

손*진 서명자는 "타당한 비판에 대해 성숙하며 민주적인 태도로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토의하며 시대에 발맞춰가는 지방정부와 축제 기획 관계자의 모습을 볼 수 있길"바란다며,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길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은 '산천어 축제인데 산천어를 왜 괴롭히고 잡아먹나요.

축제의 주인공인 산천어에게 있어줘서 고맙고, 기념일을 축하한다고 해주어야 한다

(이*환)'라며 존중하는 마음으로 생명을 대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축제에 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는 축제로 전환한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 일어날까요?

(이*원)'라며 새로 변화할 축제의 모습을 상상했다.

이들은 축제가 동물학대를 배우는 현장이 아니라, 오히려 '생명을 대하는 태도로

이어지는 감수성 축제가 되기를(이*심)' 바랐다.

끝으로 39개 시민사회단체는 "생명 경시로 서서히 몰락하는 축제를 눈뜨고 지켜보거나,

변화하는 시대를 받아들이고 최고의 축제로 거듭나거나,

화천군의 선택은 둘 중 하나다"라고 단호히 말하며 아래 <요구사항>과 같이 다시 한번 요구한다.

이어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요구사항과 함께 화천군에 전달할 예정이다.

<요구사항>
'2025 산천어축제'에 반영을 요구한다
하나. 맨손 잡기 프로그램 즉각 중단하라
하나. 산천어 양식 시 생사료 사용 중단하라
하나. 산천어를 경품으로 주는 행위 중단하라
하나. 양식어류를 이용한 얼음낚시 프로그램 규모 점진적으로 감소하라
하나. 산천어가 죽기 전까지 인도적으로 대우할 수 있는 장치 마련하라

앞으로의 산천어 축제에 요구한다
하나. 양식어류를 사용한 얼음낚시 프로그램 완전 중단
하나. 기존 프로그램을 전면 재검토하여 생태적 축제로 전환하라
하나.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생태/동물 친화적 프로그램 강화하라
하나. 화천천을 토종 어류가 정상적으로 서식할 수 있는 생태계로 복원하라
하나. 축제에 이용되는 산천어에 대한 동물복지 가이드라인 마련하고 준수하라

‘도 경제국 2중대’ 경제진흥원, 전문기관 위상은 어디로

[전문성 없는 전문기관]

② 성과 없는 사업
기업, 소상공인 지원해도 매출 실적 제자리
도청 경제부서 위탁 사업이 업무의 대부분
전문성·효율성 떨어지고 조직 규모만 커져

▶사업비 쓰고도 경제 효과는 미미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진흥원)이 맡아서 했던 많은 사업은 돈만 쓰고 제대로 된 성과는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진흥원이 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업무보고 자료를 보면, 투입 예산 대비 미미한 경제 유발 효과가 그대로 드러난다.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의 연간 당기순이익 추이. (그래픽=박지영 기자)

지난해 진흥원은 야시장 조성 및 활성화 지원 명목으로 3억4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3개 전통시장을 지원했다. 그러나 야시장을 통한 매출 효과는 1억3800만원에 불과했다. 마진율을 20%로 잡으면 야시장 사업을 통해 소상공인에게 돌아간 실질적인 순수익은 2760만원에 그친다.

제로페이 이용 활성화 홍보에는 4억원을 썼는데, 활성화 행사 2번을 통해 얻은 매출은 1500만원이었다. 3억3000만원을 투입한 왁자지껄 마케팅 지원으로는 3억57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머물렀다. 라이브커머스 사업엔 4억원을 쓰고도 매출 실적은 2억5500만원이었다.

 

민박 소상공인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구축한 농어촌민박 통합 예약시스템 ‘일단떠나’에는 4억원의 사업비를 지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말 기준 관련 매출은 4억3700만원에 머물렀다. 매출이 아닌 순수익으로 환산할 경우 투입한 사업비 대비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간 경제적 혜택은 극히 미미할 것으로 추산된다.

도내 기업의 마케팅을 지원하는 사업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대형 유통업체와 협업으로 판로 개척 특판 행사를 하면서 1억4900만원의 예산을 사용해 5억5000만원의 매출을 냈다. 투입 비용을 빼면 4억1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 셈인데, 생산비용과 인건비 등을 제한 각 기업의 순이익을 고려하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 힘들다.

또한 도약 패키지 지원으로 22개 기업을 지원하며 31억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경제 효과는 5억3300만원에 그쳤다. 이밖에 강원더몰과 시‧군 쇼핑몰 활성화를 지원하는데 19억3400만원의 사업비를 썼다. 해당 플랫폼을 통한 매출은 96억원이었다. 

진흥원 관계자는 “야시장의 경우 지난해 팬데믹 영향으로 모객이 쉽지 않았고, 코로나19 상황 개선 이후에도 금리 상승과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인해 소비 진작 지원 사업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위탁 사업하며 덩치만 키워

진흥원은 한 해 7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하는 ‘공룡 기관’이다. 그러나 본업인 중소기업 지원과 소상공인 육성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외부 공모 사업 유치도 부진하면서 “도가 주는 일감에만 기댄, 도청 경제국의 2중대”라는 비판을 받는다.

진흥원 조직의 거대화와 전문성 약화는 해묵은 이슈다. 지난해 추진한 85개 사업 중 78%인 66개 사업이 도청의 위탁사업이었다. 지난해 행정감사에서는 “진흥원이 도 경제국에서 만들어 놓은 사업을 그냥 수행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며 “업무를 비대화시켜 진흥원에서 이런 업무를 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설립 목적과 어긋나지 않느냐”는 진종호 도의원(국민의힘‧양양)의 지적도 나왔다.

강원자치도 산하 다른 전문 기관들과 업무 영역이 중복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진흥원은 국내외 관광산업 육성 지원으로 30억원의 사업비를 받아 사업을 운영했다. 이무철 도의원(국민의힘‧춘천)은 “강원관광재단이 있음에도 관광 부분까지 진흥원이 맡았고, 폐광지역에 대한 지원도 두 기관이 나눠 맡고 있다”며 “문어발식으로 방만하게 운영한다”고 지적했다.

진흥원은 이렇게 도 경제 관련 정책 실무를 사실상 도맡으며 수년 사이 몸집을 키웠다. 그러면서 사실상 자체 수익이 거의 없고 대부분 혈세에 의존한다. 지난해 예산 709억원 중 도비 461억원(65%), 국비 120억원(17%), 시‧군비 73억원(10%) 등의 세금이 투입됐다. 진흥원이 자체적으로 부담하는 예산은 36억원, 전체의 5%뿐이다. 지자체에서 위탁받은 것이 아닌, 진흥원이 ‘따낸’ 공모사업비는 80억원으로 전체 대행사업 수입(673억원)의 11.9%에 불과했다. 

 

700억원이 넘는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의 예산 가운데 65%는 도비로 충당한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박대현 도의원(국민의힘‧화천)은 “지금과 같이 도청 경제국의 위탁 사업만 맡아 한다면 진흥원은 존재 가치가 없고, 도에서 직접 사업을 집행하는 게 맞다”며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진흥원이 전문성과 창의성을 살리도록 설립 취지에 맞게 자율성을 부여하되, 기관 운영에 대한 부분은 부정이 없도록 도에서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맨’이 기업 지원 기관장에?⋯깜깜이·낙하산 인사 의혹도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의 수장으로 올해 6월 취임한 권오광원장은 기관 본연의 업무와는 거리가 먼 ‘깜깜이 인사’로 평가받는다. 권 원장은 도의회의 인사 검증 과정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발탁된 사상 첫 민간인 출신 원장이다. 임명 배경에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와의 인연이 작동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진흥원은 올해 4월 원장 모집공고를 내면서 ‘중소기업 지원과 관련된 분야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경영 능력을 갖춘 원장’을 공개 모집한다고 밝혔다. 재단 이사회 의결을 거쳐 선임된 신임 원장은 보험맨 출신의 권오광 씨. 올해 6월 취임한 권오광 원장은 강릉 출신으로 강원대 토목공학과와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졸업했다.

권 원장은 커리어 대부분을 생명보험사에서 쌓았다. 2020년 김성한 DGB생명 대표이사가 취임하며 함께 근무했던 교보생명 출신을 임원진으로 중용할 때 DGB생명 영업본부장(전무)을 맡았던 인물이다. 강원지역 전략산업을 토대로 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거나 소상공인 창업을 컨설팅하는 진흥원의 업무와 관련 있는 경력을 찾기 어렵다. 

권 원장이 취임하면서 도 안팎에서는 김진태 지사의 ‘낙하산’이 작동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김 지사와 권오광 원장은 2019년 김 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춘천 내 한 보험사 지점에서 열린 금융 소비자 보호 기본법안 간담회에서 동석한 적이 있다.

권 원장은 인사청문 과정 없이 도 경제부지사가 당연직으로 이사장을 맡는 이사회 심의만으로 원장직에 임명됐다. 출자‧출연기관 경영 효율화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관장 인사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주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경제진흥원장 등 기관장 인사청문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윤미(더불어민주당‧원주) 도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소관 상임위에서도 권오광 경제진흥원장의 임명에 대해 언론 보도로 알 수 있었다”며 “현직 원장의 이력으로만 봤을 때는 진흥원의 역할과 기능에 적절한 인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공무원 출신이 원장직을 맡았던 상황과는 달리 민간 출신 외부 인사를 임명하려면 인사청문회 등 철저한 전문성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생명보험사라고 해서 보험 판매만 하는 것은 아니고 각종 투자 및 출자 관련 업무도 담당한다”며 “권오광 원장은 교보생명에서 금융 정책을 다룬 경험이 있으며 금융 분야 네트워크도 많다”고 반박했다. 

지퍼백에서 질식해 죽는 산천어...사람들의 너무 다른 반응

 

[주장] 산천어로 시작한 축제, 결국 산천어가 끝낼 것이다

 

/ 시셰퍼드코리아(seashepherdkorea)

2024 화천산천어축제에서 동물학대가 자행되는 모습과 이를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시셰퍼드코리아 활동가들  


'똑같다.'

2024 화천산천어축제장에 도착해 느낀 첫인상이었다. 포스터도 똑같다. 현수막도 똑같다.

높이 띄운 애드벌룬도 똑같다. 심지어 '산천어 맨손잡기장'에서 마이크를 쥔 진행자가 입은

하얗고 긴 외투까지 작년과 같았다.

수년째 똑같은 위치, 똑같이 동그란 맨손잡기장, 그 얼음장 같은 물속에 산천어가 득실거렸다.

그때 꽥꽥거리는 고함이 들려왔다. "믿습니까!" "...네!" "목소리가 작아. 다시 한번, 믿습니까?"

"네!" 추위와 어류가 두려워 주춤거리는 참가자 수십 명의 정신을 쏙 빼놓으려 하는 진행자의 목소리였다.

아, 그 장난스러운 말투까지 변함이 없었다.

산천어축제 현장에서 마주한 의아한 장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나는 축제장을 뛰어다니며 필사적으로 작년과 달라진 것을 찾았다.

'변화'만이 우리가 이곳에 온 유일한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참여자가 줄었을까?

그렇지 않았다. 축제가 개막하는 6일, 예약 낚시터 티켓은 이미 매진되었고

현장 낚시터 티켓은 대기 번호가 1000번을 넘어갔다.

산천어를 살아있는 동물로 다루긴 할까? 역시 아니었다.

낚시터에서 잡고 남은 산천어는 물 한 방울 담기지 않은 '나눔통'에 버려졌다.

모든 어류가 숨을 쉬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다는 간단한 생물 법칙도

이곳 화천산천어축제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듯했다.

나는 낚시터 앞 쓰레기통 안에서 작년과 달라진 것 하나를 마침내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산천어를 담는 비닐 주머니의 디자인이었다.

 

작년이 끈으로 조이는 방식이었다면, 올해의 것은 '손잡이가 달린 지퍼백'이었다.

축제장의 사람들은 깨끗하고 하얀 손으로 한층 더 편리해진 비닐 주머니를 쥐고

천천히 질식하는 산천어 서너 마리를 달랑달랑 들고 다녔다.

2024 화천산천어축제 앞에서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가 반대 목소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참 의아한 일이다. 산천어 축제장에 들어서면 모두 마취라도 되는 듯하다.

죽어가는 물고기를 물 없이 비닐에 담아 다니는 행위는 축제장에서 몇 발자국만 떨어져도 용인되지 않았다.

 

우리는 축제 시작 한 시간 전,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비닐봉투에 움직이는 물고기 장난감

(고양이용 충전식 장난감으로, 툭 건드리면 진짜 물고기처럼 펄떡거린다)을 넣고

축제장인 화천천으로 들어가는 터널 입구에서 피켓과 함께 이를 들었다.

펄떡이는 무언가를 들자, 행인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다양했다.

한 어린이는 비닐 주머니와 시위하는 활동가를 번갈아 지켜봤다.

또박또박 피켓 글을 읽는 중학생도 있었다

 

. '아.이.들.은. 동.물.학.대.를. 배.웁.니.다.'

지나가던 중년 여성들은 물고기 장난감이 꿈틀거리자 "이게 동물학대 아니냐"며 경악스러운 얼굴로 쳐다봤고,

한 중년 남성은 "이거 살아있는 거요?"라며 삿대질을 하기도 했다.

살아있는 동물이 아니라 인형이라고 말하고 나니 행인들은 머쓱해했다.

'살아있는 걸 들고 있는 줄 알았다' 말하거나,

안도한 얼굴로 활동가에게 다가와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시선을 주고, 소리를 내고, 표정을 일그러뜨리고,문제로 보이는 것을 비난했다.

그렇게 고통스러워 보이는 어류에 각자의 방식으로 반응했다.

화천천으로 향하는 터널이 망각의 터널이라도 되는 걸까,

밖에서는 동물학대로 보이는 것이 안에서는 버젓이 자행된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화천군이 만든 '윤리적 진공상태'

우리가 화천군을 비판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사람들의 감각이 터져 나오는 그 지점에 소음과 산만함이라는 댐을 짓고,

매년 수십만 명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화천군이 '산천어 패대기 워크숍'을 벌인다고 그들을 고소한 게 아니다.

화천군은 제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다. 대신 지자체의 권위를 사용하여 사람들 사이에 무감각을 확산하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동물을 학대하고 나아가 그 행위를 즐기게 만든다.

그리고 바로 이 윤리적 진공상태에서 화천군은 60억 원(2019년 기준)에 육박하는 돈을 번다.

그들이 디자인한 거대한 지퍼백 안에서 사람들의 감각은 산천어와 함께 천천히 질식한다.

화천군은 무더기로 죽은 감수성을 가방처럼 손에 쥐고 달랑달랑 들고 다닌다.

그리고 그걸 팔아 이듬해 축제에서 사용할 산천어 치어 10만 마리를 생산한다. 악독하기 짝이 없다.

2년 전 최문순 화천군수는 자신에 대한 동물보호법 고발 건이 각하된 이후

"이번 검찰 결정으로 화천산천어축제를 향한 논란이 완전히 종식되길 기대한다.

흠집내기식 비난이 금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부자에 대한 경계와 배제, 그것은 최 군수가 얼마나 일방적으로 축제를 지배하고 있는지 방증한다.

합리적 근거가 있는 의견조차 '흠집 내기'로 치부하며 일축하는 그가

말도 못 하는 동물의 고통을 이해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가 희망을 거는 것은 장난감 물고기에도 걱정하는

시선을 보내던 가장 보편적이고 평범한 사람들이다.

누군가의 숨을 잔인하게 앗아갈 생각은 전혀 없었던,

그저 지역 축제에서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추억을 쌓으려는 것뿐이었던 사람들 말이다.

 

나의 즐거움을 위해 산천어가 고통받고 있다는 깨달음,

그런 축제는 거부하겠다는 실천적 앎. '인지'의 문은 서서히 열리고 있다. 

산천어의 저항


  ▲ 2024 화천산천어축제 앞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셰퍼드코리아 활동가 

시셰퍼드코리아 활동가가 2024 화천산천어축제 앞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력부터 예산, 언론까지, 화천 내의 모든 자원을 통제할 수 있는 최문순 화천군수가

이 축제장에서 지배하지 못하는 것이 단 하나 있다.

바로 산천어가 몸으로 고통을 표현하는 것, 그것은 군수가 아니라 그 누가 와도 막지 못한다.

산천어는 화천군이 시키는 대로 유순히 죽지 않는다.

 

척추를 뒤틀고, 아가미를 쩍쩍 벌리고, 온몸으로 얼음판 위에서 튀어 오른다.

튀어서 튀어서 물 쪽으로 가고자 한다. 살고자 한다. 

화천군이 우량종자 수십만 마리를 선택적으로 생산하고, 양식장에 항생제와 구충제를 들이붓고,

찌를 물라며 수일간 산천어를 굶길 수는 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을 맞은 산천어가 능동적인 행위자로서

자신에게 가해진 고통에 끝까지 저항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그의 표현은 아직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방식은 아닐 테지만,

축제장 앞 비닐봉지에 담긴 물고기 장난감을 우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보편적이고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산천어로 시작한 축제, 산천어가 끝낼 것이다.

아직 어류는 우리가 공감할 수 없는 먼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수많은 과학자가 어류의 쾌고감수능력을 연구 결과로 증명하고 있고,

스위스·뉴질랜드 등은 법적으로 문어 등의 지각력을 인정하고 있다.

 

어류를 게임으로 이용하는 게 나쁘다는 것,

어류를 물 한 방울 없는 비닐봉지에서 죽게 내버려두면 안 된다는 것,

놀이를 위해 생명을 생산하면 안된다는 것은

언젠가 우리 사회가 당연하게 여기는 가치관이 될 것이다.

소싸움과 개 도살, 고래 사냥이 이러한 감수성의 확대 과정에서 상업성을 잃었다. 

축제의 종말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

이러한 '주장'이 없어도, 산천어 축제의 종말은 이미 다가오고 있다.

"화천 산천어축제 왜 이렇게 변했나요?"는 업로드 후 7일 만에 19만 회 조회수를 달성 중인

한 낚시 유튜버가 올린 영상 제목이다.

 

유튜버는 축제 개막일 8시 30분부터 긴 줄을 서 '오픈런'해 얼음 낚시장에 들어갔지만

수중 카메라로 물속을 들여다보니 산천어가 많이 없었다고 전했다.

'올해는 방류를 많이 안 한 건지 고기가 많이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았다'고 설명한다. 

이어 호기롭게 문을 연 2024 산천어 축제 안내 방송에서는

'산천어를 세 마리 잡으신 관광객은 퇴장하라'는 음성이 흘러나온다.

작년부터 새롭게 생긴 이 규칙 때문에 현장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다툼이 이어졌다.

 

현장 관계자는 "산천어 단가가 (높아서) 세 마리 잡으면 밑지는 장사"라고 표현했다

(축제가 아닌 '장사'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이상기온으로 얼음이 얼지 않아 얼음 낚시 자리를 많이 확보하지 못했고,

따라서 자리가 한정적이니 세 마리를 잡은 관광객은 나가 달라는 읍소였다.

관광객들은 '사전 예약할 때는 보지도 못했던 규칙'이라며 항의했다. 

겨울 축제들은 이미 속속이 취소되고 있다. '장사항 오징어 맨손 잡기 축제'는

몇 해 전부터 어획 부진으로 오징어가 귀해지며 2020년부터 열리지 못하고 있고,

 

오는 19일부터 인제군 남면 일대에서 개최하려던 2024 인제 빙어축제는 기상 여건으로 취소됐다.

꽝꽝 얼었어야 할 하천은 보란 듯이 찰랑이고 있다.

 

이것이 기후위기를 맞은 지금, 자연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태어난 '축제'의 결과다.

생명을 만들어 내고 파괴하며 신을 흉내내기라도 하는 듯한 축제의 종말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다.

2024 화천산천어축제장을 보고 '똑같다'고 느낀 첫인상은 완전히 틀린 것이었다.

산천어축제는 이미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산천어가 비닐 봉지에 담겨 있다. 축제장 밖에서는 비닐봉지에 담긴

물고기 장난감만 보아도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던 시민들이, 축제장에 들어가서는 동물학대에 가담하게 된다.

공적자금 3조3천억원 투입했는데…폐광지 인구 절반 '뚝'

국비, 기금 등 지원 강원 4개 시·군 경제 회생 사업 추진

인구 1989년 41만458명→2021년 17만9천245명…56.3% 감소

공적자금 투입 현황

[캡처 배연호]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 시행으로 침체한 강원 폐광지역 4개 시·군의

경제를 살리고자 투입한 공적자금이 3조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태백, 정선, 영월, 삼척 등 폐광지역 인구는 엄청난 액수의 공적자금 투입에도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연구원 탄광지역발전지원센터의 '한눈에 보는 탄광지역 통계 주요 지표'를 보면

1997년 진흥지구 개발사업비를 시작으로 2021년까지

24년간 폐광지역에 투입한 공공재원은 총 3조2천995억원이다.

 

이는 이들 시·군의 2024년도 애초 예산 총액 2조3천223억원보다 42% 많은 액수다.

가장 많이 투입한 공적자금은 폐광지역개발기금이다.

 

강원랜드 카지노 운영 이익금을 재원으로 하는 폐광지역개발기금 투입액은

전체 공적자금의 43.4%에 해당하는 1조4조331억원이다.

총인구수 및 고령인구수 변화

 

◇ 전국 347개 탄광에서 단 3개 탄광만 남아

이런 공적자금 투입에도 폐광지역 경제는 살아나지 못했다.

 

1989년 41만458명이던 폐광지역 인구는 2021년 17만9천245명으로 56.3% 급감했다.

과거 31년 사이 주민 2명 중 1명이 사라진 셈이다.

1989년은 탄광 구조조정인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가 시행된 해다.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 시행 첫해인 1989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217개 탄광이 폐광했다.

이는 1988년 전국 347개 탄광의 62.5%에 해당한다.

 

현재 전국에서 남은 탄광은 태백의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와

삼척의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 및 경동 상덕광업소 등 단 3개다.

이들 탄광 중 장성광업소는 2024년, 도계광업소는 2025년에 각각 폐광할 예정이다.

국내 무연탄 생산량 및 종사자 수 변화

[캡처 배연호]

 

◇ "제2의 석탄산업 합리화 '검은 한파' 우려"

무더기 폐광은 대규모 실직으로 이어졌다.

1989년 2만9천67명이던 광업 종사자 수는 2021년 2천40명으로 93% 감소했다.

일자리가 없어지자 지역경제도 급격히 무너져 내렸다.

 

정부의 폐광지역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1995년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 제정 이후 본격화했다.

폐특법은 10년 한시법으로 제정됐지만, 그동안 시효가 세 차례 연장됐다.

현재 시효는 2045년까지다.

 

폐특법 시효가 연장되는 동안 탄광지역개발, 진흥지구개발, 개발촉진지구개발 등

국비로 진행한 사업 대부분이 끝났다.

 

성철경 폐광지역개발기금 운용실적 평가위원은 17일 "장성광업소와 도계광업소의 폐광은

폐광지역에 제2의 석탄산업 합리화라는 '검은 한파'를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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