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 땐 내 회사, 안전은 남 일” 옛 강촌역 망가트린 이중성
하. 철도공단, 출자회사 통해 강촌역서 수익
14개 출자회사 거느려⋯폐선부지 사업 4곳
"사기업이라"며 안전진단 내역 공개도 거부
코레일 자회사가 관리하는 곡성역 사례와 대비
옛 강촌역 시설이 붕괴 우려 속에서 노후화한 상태로 방치되는 상황과 관련,
강촌역을 비롯한 폐선부지의 소유자인 국가철도공단이 ‘출자회사’ 형태로
수익 사업을 벌이면서도 안전 관리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철도공단이 소유한 폐선 부지에서 출자회사를 통해 수익사업을 벌이는 곳이 4곳에 달하는 만큼
옛 강촌역과 유사한 사례가 전국 곳곳에 있어 안전을 위해서라도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옛 강촌역사는 ‘점용 중인 철도 유휴부지’로, 시설 소유자와 사용자가 서로 다른 경우
관리 책임을 규정하는 법령이 없다.
이 때문에 지자체(춘천시) 역시 옛 강촌역사에 대한 안전점검이나
보수를 지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옛 강촌역의 소유자는 국가철도공단이며, 국가철도공단의 출자회사인 강촌레일파크가
2013년부터 점용해 레일바이크 사업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국가철도공단이 의도적으로 자회사가 아닌 출자회사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며 시설 관리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국가철도공단은
2023년 1분기 기준 강촌레일파크의 지분 7.27%를 보유하고 있다.
공공기관 자회사는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거나, 3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임원임면권 등 실질상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국가철도공단은 옛 강촌역 부지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 회사를 통해 점용하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것도 자회사가 아니라 출자회사를 통해 점용하도록 하면서 책임은 피하고,
수익은 챙기는 방식을 쓰고 있다.
홍길표 백석대 경상학부 교수는 “공공기관이 50% 이상 출자한 자회사에 대해서는
모기업으로서 투자 성과 및 안전 등의 사회적 분야의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50% 미만의 출자지분을 보유할 경우 최대지분을 보유한 곳이 어딘가에 따라,
책임의 강도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철도공단은 이런 식으로 전국 곳곳의 폐선부지를 활용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국가철도공단이 30%미만의 지분을 보유한 출자 회사는 모두 14곳이다.
이 중 철도역사 개발사업과 레일바이크를 비롯한 폐선부지 활용 사업을 벌이는 곳은
강촌레일파크와 하이원추추, 해운대블루라인, 단양레일코스터 등 4곳이 있다.
옛 강촌역사와 폐선부지를 점용하고 있는 강촌레일파크의 경우
레일바이크 사업으로 올해 1~3월에만 4억7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얻었다.
▶ 출자회사 14곳 수익은 챙기고 책임은 피하고
국가철도공단은 이런 식으로 수익사업을 벌이면서도
시설 안전 관리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
취재진이 지난 9월 문제가 되는 옛 강촌역 하부구조물에 대한 역대
정밀안전진단 내역을 철도공단에 요청하자
처음에는 “자료가 오래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이후 취재가 계속되자 “강촌레일바이크와 2013년 해당 지역의 안전진단을 실시했다”고 밝히면서도
“강촌레일바이크가 사기업이기 때문에 사업에 해가 될 수 있다”며
안전진단 내역을 공개를 거부했다. 또 “당시 안전에 문제가 있었으면
레일바이크 사업을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철도공단이 소유하고 자회사가 점용 중인 다른 폐선 부지에서도
강촌역과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022년 1월 철도공단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정선 레일바이크를 운영하는
코레일관광개발과 시설물 유지·보수 책임을 서로 떠밀면서
레일바이크가 10여일 간 운행 중단됐다.
당시 코레일관광개발은 “철도공단과의 계약에서 유지보수와 관련된 사항이 없다”고 주장했고,
철도공단은 “레일바이크 사업이 없었다면 해당 구간은 사용하지 않는
운행중단 노선인 만큼 시설 사용자가 유지보수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운영사인 코레일관광개발이 시설에 대한 기초 점검을 하면서
레일바이크 운행을 재개하기로 일단락됐지만,
철도공단과의 시설 책임 갈등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협력해 성공한 사례도
전남 곡성군에 위치한 ‘섬진강기차마을’은 레일바이크와 관광철도 사업을 하는
‘기차테마파크’로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협력한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1998년 영업 종료된 옛 곡성역과 폐선된 철도시설 및 부지를
지자체인 곡성군이 전부 매입해 직접 운영하고 있다.
위탁사인 코레일관광개발도 출자회사가 아닌 코레일의 자회사로
옛 곡성역 철도시설의 안전과 유지보수의 책임을 진다.
코레일관광개발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폐선됐던 섬진강기차마을은
지자체인 곡성군의 소유로 관광진흥법과 궤도운송법에 적용돼 매년 1회 이상
철도시설의 안전점검 및 유지, 보수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섬진강기차마을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하는 ‘한국관광 100선’에
2013년부터 5번 선정되면서 연간 60만명이 찾는 호남 대표 관광시설로 자리매김했다.
옛 강촌역처럼 안전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공방이 벌어질 걱정이 없고
소유주인 지자체와 위탁사인 공공기관의 협력으로 효과적인 관광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강촌레일파크에서 세금 외 수익을 얻지 못하는 춘천시와 달리
입장료 등의 부대 수익을 지자체인 곡성군이 회수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곡성군 관계자는 “과거 전라선 복선화로 운영을 멈춘 옛 곡성역을 1999년 곡성군이 매입해
시설에 대한 안전 책임을 다하고 있다”며 “위탁사인 코레일관광개발과 협력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옛 강촌역이 안전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고 옛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우선 폐선부지의 시설 관리 책임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필요한 경우 섬진강기차마을의 사례처럼 지자체인 춘천시가 폐선부지인 옛 강촌역을
철도공단으로부터 매입해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기영 강원자치도의회 안전건설위원장은 “책임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춘천시가
국가철도공단과 협업해 적극적으로 옛 강촌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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