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초 선생 맥 잇는 강원서예의 그윽한 묵향

 

제16회 강원서학회전


내달 3일부터 춘천·영월서
서예·문인화 100여점 전시
조선시대 김우명 교지 눈길

 

▲ 홍석창 작 ‘김삿갓의 시(金笠 詩)’

▲ 홍석창 작 ‘김삿갓의 시(金笠 詩)’여초(如初) 김응현(金膺縣) 선생의 맥을 잇는 강원서예의 향연이 펼쳐진다.

 

 

제16회 강원서학회전이 내달 3일부터 춘천과 영월에서 개최된다. 
강원서학회(회장 홍석창),강원도민일보사(사장 김중석),국립춘천박물관(관장 김상태)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회 1부는 내달 3일부터 22일까지 국립춘천박물관 전시실에서 열리며

 2부는 5월 6일부터 20일까지 영월예술창작공간 전시실에서 이어진다.

 

‘강원서예의 전통과 계승’을 주제로 강원도의 빼어난 경관과

논어구,문학작품 구절 등을 소재로 한 서예·문인화 작품 1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작품은 홍석창 강원서학회장이 ‘김삿갓의 시(金笠 詩)’와 ‘석의난’을 선보이며

 이현순 도여류서예가협회장이 ‘고향생각(소나무)’ ‘퇴계선생 시 독서’를 전시한다.

 

황재국 전 강원서학회장은 ‘매월당 시(梅月堂 詩)’와 ‘예(藝)’를 내걸고

우안 최영식은 ‘홍매도’와 ‘선묘의 사랑’을 출품했다.

 

또 강원서학회 고문인 조순(전 경제부총리) 선생과 김중석 강원도민일보 사장 작품을 비롯

사진과 서예를 접목한 작품,목판 위에 그려낸 문인화 등 다양한 창작열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국립춘천박물관 소장품인 청풍부원군 김우명의 교지가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끈다.

교지는 일종의 공문서로 조선시대 주로 예문관 관리들에 의해 작성,

왕명을 전하기 위해 엄정한 틀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고아한 예술적 기품이 담겼다. 

김우명(1619~1675)은 대동법을 주창한 영의정 김육의 둘째아들이다.

18대 임금 현종의 왕비인 명성왕후(1642~1683)의 아버지로 숙종의 외할아버지이기도 하다.

이 교지는 숙종임금이 김우명 사후인 1681년 시호와

정1품에 해당하는 영의정을 비롯 여러 벼슬을 추증하는 내용으로 가치를 지닌다. 

홍석창 강원서학회장은 “여초 김응현 선생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강원서학회 회원들은 서단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한국 서예계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여초 선생의 큰 뜻을 이어받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막식은 내달 4일 오전 11시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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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에 스며든 화합의 울림

원중식 선생 타계 5주기 유작전
16일부터 고성 진부령미술관
강원 거주시기 작품 등 150여점

▲ 고 원중식 작 ‘춘화추실(春花秋實)’

▲ 고 원중식 작 ‘춘화추실(春花秋實)’

 

남전 원중식 선생(사진) 타계 5주기 유작전 ‘화합의 울림-화명(和鳴)’이

오는 16일부터 고성군립 진부령미술관에서 열린다.

 

고성군이 주최하고 시계연서회(회장 백보현)가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 기념으로 마련돼

고 원중식 선생의 강원도 거주시기 작품과 강원도를 소재로 한 작품 150여점을 전시한다.

 

검여 유희강 선생의 후학 모임인 시계연서회는 명예회장이었던 원중식 선생의 유작전 개최를 위해

글씨와 전각 등 작품 1000여점을 수집했다.

 

이번 전시에는 강원도에서 거주하며 작업한 서예,문인화 작품을 비롯해

생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며 쓴 작품들이 전시된다.

고 원중식 선생은 20여년의 공직생활 후 43세부터 인제,속초,고성 등에서

자연과 필묵을 벗삼아 예술세계를 정진했다.

 

2004년부터 고성 죽정2리에 정착해 후학을 양성하며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1970년 국전 낙선전 금상,1994년 국제서법대전 금상,

2008년 일중서예상 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지난 2005년과 2006년 강원도민일보가 주최한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염원 서화특별전’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기원 서화100인 초대전’ 등에 참여했다.

개막식은 오는 20일 오후 3시에 열리며 전시회는 3월 31일까지 진행된다.  

 

 

남전 원중식 유작전…진부령 미술관서 3월말까지

남전(南田) 원중식(元仲植·1941~2013) 선생 유작전 '화합의 울림-(和鳴)'이

오는 16일부터 3월말까지 강원 고성군 진부령 미술관에서 열린다.

 

 

진부령 미술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진부령 미술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남전 선생이

인제와 속초, 고성 등지에 거주할 당시 강원도 산수의 아름다움을 내용으로 쓴 작품 중에서 15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되는 작품 가운데는 선생이 생전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며 쓴 작품도 포함돼 있다.

남전 원중식은 한국 현대 서예계를 대표하는 작가다.

 

남전의 서예는 기초가 튼실하고 자기수련에 철저함과 동시에

고전의 임서와 각 체를 두루 섭렵한 독자적 세계로 당대 서예의 전범이 될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4년 인천문화재단의 내 고장 명인전에 초대돼 남동문화예술회관에서

'뿌리 깊은 나무전(타계 1주기 기념전)'이 개최됐고

2016년에는 시계연서회 주관으로 예술의 전당 서예관(전관)에서 타계 3주기 유작전과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오픈식은 오는 20일 오후 3시 진부령 정상에 있는 진부령미술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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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훈이 돌아왔다

 

‘돈은 안 쓰는 것’‘ 아내 말 잘 듣자’, 젊은 층은 유행어·유머 코드 선호

 

[중앙선데이]

 

 

 무료로 가훈을 써주는 재능기부 활동을 20여 년간 해온 서예가 전병문씨는 새해 가문으로 ‘가화만사성’(왼쪽)과 ‘자비무적(慈悲無敵ㆍ자비로우면 적이 없다)’을 추천했다. 박민제 기자

무료로 가훈을 써주는 재능기부 활동을 20여 년간 해온 서예가 전병문씨는 새해 가문으로

‘가화만사성’(왼쪽)과 ‘자비무적(慈悲無敵ㆍ자비로우면 적이 없다)’을 추천했다.

 

‘집안의 가장이 자녀들에게 주는 교훈’. 백과사전에 나오는 가훈(家訓)의 정의다.

수십 년 전만 해도 가훈을 액자에 표구해 걸어두는 집이 많았다.

 

유서 깊은 가문에는 대대손손 내려오는 전통적인 가훈도 있었다.

하지만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가훈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졌다.

 

주된 가족의 형태가 십여 명이 함께 모여 살던 대가족에서 많아야 4~5명인 핵가족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구태의연한 가부장제의 유산으로 취급되면서 가훈은 우리 시야에서 점점 사라졌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가훈 써오기 숙제라도 받아 오면 없던 가훈을 급조하는 일이 빈번했다.

가훈이 돌아왔다
아날로그 감성 찾는 이 늘어
한 해 5만 명 무료 가훈 의뢰

구체적이고 짧은 문구가 좋아
계속 보게 돼 머릿속에 입력

 
캘리그래피 작가 조철희씨가 고객 의뢰를 받고 쓴 명언ㆍ유행어형 가훈. 박민제 기자

캘리그래피 작가 조철희씨가 고객 의뢰를 받고 쓴 명언ㆍ유행어형 가훈. 

 

 

하지만 근래 들어 사라졌던 가훈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역설적으로 아날로그적 감성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다.

 

여기에 수년 전부터 인기를 끌어온 캘리그래피(손글씨) 열풍까지 겹치면서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간 가훈에 다시 관심을 갖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한국예술문화원이 주관하는 무료 가훈 써주기 행사에 올해만 5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한국예술문화원 관계자는 “체감상 가훈을 원하는 사람들이 지난해보다 많이 늘었다.

 

행사에 나가 보면 통상 대기줄이 없었는데 요즘 들어선 20~30분씩 줄 서서 받아 가는 게 보통이다.

서예가들이 쉴 시간도 없이 계속 서서 쓰는데도 그 정도”라고 설명했다.
 
왜 사람들이 가훈을 다시 찾기 시작할까.

사회학자들은 가훈의 의미가 핵가족 시대에 맞게 새로 정립되는 과정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해석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훈은 개인주의적이고 평등한 가치를 중시하는

 지금의 문화와는 맞지 않아 사라졌었다.

 

하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현대적 가치를 부여하면서 다시 관심을 끄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이 자녀들에게 일방적으로 주는 교훈이 아닌 가족 구성원이 함께 만들고 지키고자 하는

중요한 가치로 의미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선 통통 튀는 가훈을 의뢰하는 이들이 많다.

20여 년간 가훈 써주기 행사에 재능기부를 해온 서예가 전병문(60)씨는

시민들이 요구하는 가훈이 과거와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고 전한다.

 

그는 “예전엔 명심보감에 나오는 한자성어를 선호했었다.

하지만 최근엔 한글로 된 유행어나 생활밀착형 문구를 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한번은 ‘개X 마이웨이’란 글귀를 가훈으로 적어 가는 사람도 봤다.

황당해서 뭔 뜻이냐고 물었더니 ‘누가 뭐라 해도 나만의 길을 가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얘기해서 써 줬다”고 말했다. 

 

 


 
서예가 전병문씨가 작업실에서 의뢰받은 가훈을 쓰고 있다. 박민제 기자

서예가 전병문씨가 작업실에서 의뢰받은 가훈을 쓰고 있다. 

 

유행어도 가훈으로 많이 활용된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쓰이는 문구를 자신의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 방식이다.

 

조철희 홍익캘리그라피 서예교육원 원장은 “최근에 가장 많이 의뢰를 받은 가훈은 ‘돈은 안 쓰는 것이다’다.

 

개그맨 김생민씨가 영수증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유행시킨 말인데

공감한 사람들이 많아서 덩달아 가훈으로도 인기를 끄는 것 같다.

젊은 부부들은 ‘여자의 말은 다 옳다’ ‘아내 말을 잘 듣자’ 같은 유머가 섞인 글귀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가훈도 차이가 난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신혼부부들은 ‘최선을 다하자’ ‘정직하게 살자’ 등 다짐류의 가훈을 많이 찾는다.

40~50대 중년층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나서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 등 한자성어 의뢰가 많다.

 

60대 이상 노년층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

 ‘안빈낙도(安貧樂道·가난하게 살아도 편안한 마음)’ 등 가정과 마음의 평화를 기원하는 문구를 선호한다.

 

전병문씨는 “가훈을 써줄 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상생낙생(相生樂生·서로 아끼고 사랑하면 즐거운 날이 찾아온다)

’ ‘유지경성(有志竟成·하고자 하는 뜻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다) 등

추천 가훈 20여 개를 보여주지만 요즘 사람들은 자기가 정해서 오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가훈은 어떻게 만드는 게 좋을까. 전문가들은 집에서 활용하는 문구인 만큼

가족 구성원들이 충분히 소통해 모두 공감하는 글귀로 정하는 게 좋다고 추천한다.

 

한국가훈써주기운동본부 이상문(69)씨는 “현실적인 가훈이 좋다.

추상적인 내용보다 구체적으로 자신의 삶의 지향점, 가족의 지향점을 정한 문구가 좋다.

또 장황한 것보단 간단명료한 게 더 낫다.

 

최근에 쓴 가훈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건강이 제일’ ‘보증을 서지 말자’

 ‘각방을 쓰지 말자’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전통 있는 가문들의 가훈도 참조해 볼 만하다.

김해 김씨는 ‘근신(勤愼·항상 부지런하고 매사에 신중하라)’,

밀양 박씨는 ‘불인불행(不仁不行·어진 일이 아니면 행하지를 말자)’,

전주 이씨는 ‘관홍장중(寬弘將重·너그럽고 도량이 넓으며 위엄을 갖춘 사람이 돼라)’,

안동 권씨는 ‘무신불립(無信不立·신용이 없으면 설 자리가 없다)’ 등의 가훈을 갖고 있다.
 
가훈을 써서 걸어 놓으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도 있다.

 정신과 전문의인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장은 “가훈을 써서 걸어 놓으면

 집안을 오가면서 계속 보게 돼 머릿속에 입력이 된다.

 

무의식적으로 가훈의 태도를 체화시키게 된다.

또 가족 구성원이 공유하는 하나의 틀이 생기면서 주는 편안함·안정감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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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 논란' 만절필동(萬折必東) 새긴 가평 조종암 르포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저자세 외교' 논란과 노영민 주중대사의 '사대 외교' 논란이 겹치면서

경기도 가평의 조종암(朝宗巖)에 세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 가평군 바위에 한자 새긴 조종암
‘경기도 기념물 제28호’ 1975년 지정
‘만절필동(萬折必東)’ 암벽에 새겨져

조선시대에 '소중화의 성지'로 여겨
기념물 지정돼 있는 조종암 의견 분분
“사대주의 사상이 지금은 맞지 않아”
“조선의 사상과 역사 담긴 문화유산”

 

 

문 대통령은 국빈 방중 기간이던 지난 15일 베이징대 연설에서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 국가로서 그 꿈에 함께 하겠다"고 발언했다.

 '한국은 작은 나라'라는 언급이 국내에서 후폭풍을 일으켰다.

 

앞서 지난 5일 노 대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신임장을 전달하면서

방명록에 ‘만절필동 공창미래(萬折必東 共創未來)'라고 적었다.

일각에서는 '천자를 향한 제후들의 충성'을 의미하는 '만절필동'을

한국의 대사가 쓴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뜨거운 논란과 엮인 가평 조종암을 기자가 직접 찾아가 봤다.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대보2리 산176-1 대금산 자락.

 

조종암은 야트막한 바위산에 위치해 있었다.

조종천(朝宗川)을 끼고 왕복 2차로 대보간선로와 맞닿은 곳에 조종암이 있다. 


인근엔 주택은 두 채가 전부이고, 오가는 차량도 드물었다.

 42년 전인 1975년 9월 5일 경기도 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된 이곳에는

간단한 안내 간판과 울타리·계단 등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방문객은 거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거의 잊혀진 공간 같았는데 이곳이 요즘 세간에서 일고 있는 뜨거운 논란의 중심으로 갑자기 떠올랐다.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 조종암. 전익진 기자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 조종암. 전익진 기자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 조종암. 전익진 기자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 조종암. 전익진 기자

 
이 마을 이영태(64) 이장은 “조종암을 가기 위해 더러 문의해 오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평소 방문객은 거의 없다”며

“이곳이 마을과 떨어져 있는 데다 특별한 행사도 거의 열리지도 않고 있어

조종암의 의미와 내용에 대해 아는 주민들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곳은 조선 시대 당시 명나라를 숭상하고 청나라를 배척했던

숭명배청(崇明排淸) 사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유적으로 불린다.

 

안내판에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에 조선에서는

성리학의 명분론에 입각하여 숭명배청 의식이 널리 퍼지게 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효종과 송시열이라 할 수 있다.

조종암의 글씨는 바로 당시 인물들의 사상을 보여주는 유물이라 할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소중화(小中華)의 성지’로 부르는 이곳의 바위 암벽에 글씨가 새겨져 있다.

조선 선조의 글씨인 ‘만절필동 재조번방(萬折必東 再造蕃邦:일만 번 꺾여도 반드시 동쪽으로 흐르거니

명나라 군대가 왜적을 물리치고 우리나라를 다시 찾아 주었네)’이란 글귀가 뚜렷하게 보였다.


송시열이 쓴 효종의 글귀 ‘일모도원 지통재심(日暮道遠 至痛在心:해는 저물고 갈 길은 먼데 지극한 아픔이 마음속에 있네)’,

낭선군 이우가 쓴 ‘조종암(朝宗巖:임금을 뵈이는 바위)’이란 글귀도 새겨져 있었다.

 

명나라 마지막 황제 의종의 글씨 ‘사무사(思無邪:'논어'에 나오는 구절로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는 의미)’도 보였다.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 조종암. 전익진 기자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 조종암. 전익진 기자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 조종암. 전익진 기자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 조종암. 전익진 기자

 
바위에 새겨진 글은 조선 숙종 10년(1684) ‘임진왜란 때 명나라가 베풀어준 은혜와 병자호란 때

청나라로부터 당한 굴욕을 잊지 말자’는 뜻의 여러 글귀를

가평군수 이제두와 허격·백해명 등이 새겨 놓았다.

 

이후 조선 순조 4년(1804)에는 이런 유래를 적은 비석을 암벽 앞에 세운 뒤

단을 만들어 제사를 지내면서부터 ‘조종암’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비문은 조진관이 짓고 김달순이 썼다. 단의 이름은 큰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로 대보단(大報壇)으로 지었다고 한다.  
 
이후 순조 31년(1831)에는 명나라 구의사(병자호란 때 청에 잡혀간 봉림대군과 합심해

인조 23년 대군이 귀국할 때 조선으로 망명했던 명나라 사람들)의 후손이

조종암 인근에 대통행묘(大統行廟)를 세우고 명나라 태조와 구의사를 위한 제사를 지내오고 있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금 세인들이 가장 뜨거운 논란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은 조종암 바위에 새겨진 ‘만절필동(萬折必東)’이란 글귀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지난 16일 언론 기고문에서

“고대 중국에서는 제후가 천자를 알현하는 일을 조종(朝宗)이라 한다. 

 

만절필동은 황허(黄河) 강물이 수없이 꺾여도 결국은 동쪽으로 흐르는 것을 묘사하며 충신의 절개를 뜻한다.

의미가 확대되어 천자를 향한 제후들의 충성을 말한다”며 비판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노영민 주중) 대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는 날

방명록에 ‘만절필동’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 조종암. 전익진 기자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 조종암. 전익진 기자

 
이 논란에 대해 주중 한국대사관 측은 “만절필동의 원전상 의미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며

“노 대사는 한·중 관계가 우여곡절을 겪어도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는 의미로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가평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한 60대 주민은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 정신을 담은 조종암을 경기도 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는 것은

지금의 시대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른 60대 주민은 “조선 시대 당시의 사상과 역사를 담은 소중한 역사 유산인 만큼

기념물로 지정해 보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 조종암. 전익진 기자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 조종암. 전익진 기자

  
 
가평군 관계자는 “조종암이 경기도 기념물인 만큼 경기도와 가평군이 함께 주변 정비 등 관리를 맡고 있다”며

 “지금도 매년 가을 구의사 후손들이 가평군문화원 관계자 등과 조종암 인근 대통행묘를 함께 찾아와

구의사를 위한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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