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깎여 나간 강원 동해안 백사장

 

기후 온난화에 오늘도 깎여 나간 강원 동해안 백사장

해변 52% 침식 우려·심각…

D등급 속초·강릉 각 3, 삼척 2, 양양 1 순

 

"해수면 상승에 난개발이 침식 부추겨…

더 빠르고 심각하게 삶 위협할 것" 정부,

10년마다 피해 대응하나 '사후약방문'…

근본적인 대책 마련 시급

해안 침식이 심각한 강릉 안인·하시동 사구

[촬영 류호준]

 

"심각하다고 듣긴 했는데 이 정도일 줄 몰랐네요."

강원 동해안 백사장의 해안 침식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해안 침식의 주된 원인으로는 '기후 온난화'가 지목된다.

 

기후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동해안 백사장 모래가 빠른 속도로 유실 중이다.

최근에는 동해안 일대 난개발이 해안 침식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안 침식이 심한 곳은 해안 도로가 무너지거나 해변 인근 건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기후 위기의 직격탄을 가장 크게 맞고 있는 동해안 일대를 찾아 해안 침식의 심각성을 살펴봤다.

 

◇ "옛 모습 기대는 접었죠"…강릉 안인 사구 일대 '아수라장'

성인 키만큼 깎여나간 강릉 사근진해변 백사장

[촬영 류호준]

 

지난 10일 방문한 강릉 사근진해변 일대에서는 파도에 깎여나간 백사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성인 키만큼 깎인 곳도 눈에 띄었다.

 

이곳은 2021년 연안 침식 실태 조사에서 해안침식 D등급(심각)을 받기도 했다.

이날 사근진해변에서 만난 관광객 김근하(45)씨는 해안 침식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놀랐다.

 

김씨는 "해안 침식이 워낙 뉴스에 자주 나오다 보니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5년 전쯤 왔을 때는 이 정도로 깎여있지는 않았던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생각보다 침식 구간도 길어 해변을 걷기 불편하다"며

"백사장보다는 바위나 해중 전망대 등에서 놀다가 가야 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인근의 강릉 안인·하시동 사구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이곳은 동해안에서 해안 침식이 가장 심한 곳으로 손꼽힌다.

2천400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은 해양 생물 다양성의 보고와도 같았다.

 

해양 생태계 보전 측면에서 큰 학술 가치를 지니고 있어

환경부는 2008년 12월 안인·하시동 사구 23만3천㎡를

동해안 최초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곳도 기후 온난화의 습격을 피해 가지 못했다.

특히 주민들은 인근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해안 침식이 매우 심각해졌다고 전했다.

 

최근 이 일대에서 돌제 등 침식 저감 시설 설치가 시작됐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해안 침식과 이를 막기 위한 공사로 안인 사구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주민들은 이제 안인 사구가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조차 접었다.

평생을 이 동네에서 산 주민 김모(78) 씨는 이러한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기후 온난화가 원인이든, 화력발전소 공사가 원인이든

주민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정말 아름다웠던 안인 사구가

이제는 중장비와 침식 방지 시설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강원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동해안 해변 중

52%가 해안 침식 우려나 심각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변 101개소를 대상으로 침식 현황을 조사한 결과

A등급(양호)과 B등급(보통)은 받은 해변은 각각 5곳과 43곳이다.

또 C등급(우려)과 D등급(심각) 해변은 각각 44곳과 9곳이었다.

 

D등급을 받은 해변은 속초와 강릉이 각각 3곳으로 가장 많았고,

삼척 2곳, 양양 1곳 등 순이었다.

 

◇ "해안 침식 속도 빨라질 것…정부 정책, 사후 복구에 집중해서는 안 돼"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강릉 안인·하시동 사구

[촬영 류호준]

해안 침식이 주요 환경 문제로 대두되면서 관련 연구와 대책도 논의되고 있다.

 

녹색연합은 올 상반기 국내 시민단체로는 최초로 동해안과 서해안 일대 해안 침식 실태를 조사했다.

해당 조사에 참여한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앞으로 해안침식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재철 전문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을

국가적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 해안 침식은 더 빠르고, 더 심각한 양상으로 우리의 삶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연안관리법에 따라 2000년부터 10년마다 연안 정비계획을 수립,

해안 침식 피해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특히 대부분의 예산과 정책이 사후 복구에 집중돼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 위원은 "연안 정비계획을 바탕으로 정부에서도 침식 피해에 대응하고 있지만

사후 복구를 위한 해안구조물 건설 등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각 연안에 맞는 맞춤형 해결책과 연안 개발 및 모래 흐름에 대한

통합적 관리 방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비슷한 주장을 했다.

임 의원은 해안 침식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달 직접 강릉을 방문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는 침식을 막기 위해 수중 방파제, 이안제, 돌제 등의 침식 저감 시설물을 설치했다.

그러나 속초 등 일부 지역에서는 2차 침식을 유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 의원은 "연안 침식 문제는 근본적인 관리 체계의 부재를 보여준다"며

"침식 저감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개발사업을 진행할 때 철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대책 마련에 분주…강원도, 연안항만 방재센터도 조속히 추진

경포해변의 해안침식…드러난 테트라포드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자체에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강릉·동해·삼척·속초·고성·양양 등 동해안 6개 시·군은 지난달

강원도 동해안권 상생발전협의회 제11차 정례회에서 채택한 공동건의문을

국회사무처와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강원도 등 관계 기관에 발송했다.

 

해당 건의문에는 '해안침식 연안정비 사업 국가 시행' 등 해안 침식 대응을 위한 내용이 포함됐다.

강원도 역시 해양수산부와 함께 동해안 해안침식 문제 해결을 위해 연안항만 방재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대지 확보 등에 난항을 겪으며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애초 도는 강릉 옥계면 일대의 부지를 해양수산부에 제공하기로 하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현행 공유재산법상 도가 해수부에 토지를 무상 제공할 수 있지만

해당 부지에 연구 시설은 들어설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 관계자는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에 공유재산법 특례조항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 연구시설 문제를 매듭짓고서 해안 침식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후 격변]

 

⑤ 녹색 괴물이 점령한 소양호…언제까지 하늘 탓만 하나

대규모 녹조 거듭해 '청정 수자원' 무색…오염원 유입·폭염 영향 커

흙탕물 등 비점오염 저감 대책 확대 필요…치수 정책 개선 목소리도

 

 

'수도권 식수원' 소양호 상류에 녹조 발생

 

강원 인제·양구지역을 둘러 흐르는 소양호 상류는 본디 청정 수질을 자랑하며

내수면 어업인들에게 싱싱한 물고기를 한 아름 선물해왔다.

 

하지만 작년 여름 유래를 찾기 힘든 대규모 녹조가 수면을 점령했고,

올여름에도 이를 거듭해 '청정 수자원'이라는 자랑거리가 무색해졌다.

 

전문가는 물론 주민들까지 날씨 탓만 할 수 없다며 여러 대책을 찾고 있지만,

지금 같은 불볕더위가 계속된다면 강과 호수를 점령한 녹색 괴물을 쫓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양호 상류 녹조 제거 작업
◇ 지난해 소양강댐 준공 이후 첫 녹조 발생…올해도 거듭해

"뙤약볕 아래서 한증막에 들어가 작업하는 기분입니다. 등에 땀띠가 날 지경이네요."

최강 폭염이 이어지던 작년 여름 한강 최상류인 인제군 소양호 일원에서는 녹조 제거 작업이 벌어졌다.

 

수자원공사 관계자 10여명은 30도를 훌쩍 뛰어넘는 더위 속에

상체까지 덮는 방수복 차림으로 허리춤 높이의 호수에 들어가

긴 띠를 이용해 녹조를 뭍으로 긁어모으며 구슬땀을 연식 닦았다.

 

수온마저 30도 넘게 치솟아 바라만 봐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이곳에 대규모 녹조가 발생한 것은 소양강댐이 건설된 197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례적인 녹조는 올해도 거듭했다.

 

지난 7월 말 공중에서 바라본 소양호 일대는 이미 녹조가 점령한 상황이었다.

인제대교에서부터 시작한 녹조는 38대교까지 4㎞ 넘게 퍼졌고

아래로 10㎞ 넘게 떨어진 양구대교 인근까지 뻗쳤다.

 

물가에 떠밀린 녹조는 장마에 떠내려온 쓰레기 등 각종 부유물과 뒤엉켜 부패해 역한 냄새를 풍겼다.

물가에 정박한 어선 2척은 녹조에 발이 묶여 출어를 포기한 모습이었다.

 

녹조 제거 작업 모습을 지켜보던 한 어민은 "여기서 30년 넘게 살았는데

작년부터 녹조가 심하게 발생했다"며 "악취도 심하고 이런 물에 사는 물고기를 잡아봤자

내다 팔 수도 없어서 그냥 쉬고 있다"고 말했다.

 

녹조를 발생시키는 남조류는 독성을 함유하고 있고 악취를 유발해

상수원을 오염시키며, 용존산소 부족으로 물고기 등의 집단폐사가 발생해

수생태계 교란이 일어나 어족자원 고갈로 경제적 피해마저 초래한다.

녹조가 점령한 소양호 상류

[연합뉴스 자료사진]

 

◇ 강수·폭염·지형 복합 원인…오염원 유입 원천 차단 급선무

소양호 대규모 녹조 발생은 강우로 인해 유입된 오염원과 이어지는

폭염, 지형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관리처 자료에 따르면 긴 장마와 집중 호우로

내린천과 인북천 상류에서 오염물질이 소양호로 유입된 상황에서

고온과 폭염, 강한 햇빛이 수온을 높여 녹조를 형성하는 조류가 급속도로 번성했다.

 

여기에 강폭이 넓어지는 인제대교의 지형 특성상 유속이 감소하는 구간에

물이 체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대형 녹조 발생을 부추겼다.

 

2021년은 기온이 높고 일조량이 많았으나 강수량이 적고

소양강 수위가 평년보다 낮았고 재작년의 경우 5∼7월 강수량이 500㎜ 이상 기록했지만

기온이 낮아 녹조 발생이 억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수자원공사는 녹조가 하류로 번지는 것을 막고자 다중 차단막과 물 흐름 촉진 장치,

에코 로봇, 선박, 오일 붐 등을 활용하면서 환경청과 비상 대응 체계를 구축,

도 보건환경연구원과 합동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규모 녹조 발생에 제때 대응하기에는 애를 먹고 있다.

 

이에 오염원 발생 정보 파악과 더불어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맞춤형 오염원 관리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고농도 오염물질이 대량으로 유입하기 쉬운 상황에서

근원적 해결을 위해서는 오염원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견해다.

 

지역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온 흙탕물 유입을 예방할 수 있는

비점오염 저감 대책사업의 확대 추진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는 단년생 작목을 다년생 작목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밭고랑 댐 설치,

밭 경계 식생대 조성 등 농경지에 적용할 수 있는 토사 유출 저감 기법을 발굴하고 확대 적용하는 사업이다.

 

이수현 인제군의원은 "비점오염 저감 대책사업은 많은 예산이 필요한 만큼

환경부 등에 녹조 발생 억제 정책을 위한 사업비를 별도 신청하는 등

비점오염 저감을 위해 많은 예산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양호 점령한 녹조

[연합뉴스 자료사진]

◇ "고인 물 흐르게 해야"…정부 치수 정책 개선 목소리도

거듭한 대규모 녹조 발생을 계기로 오염원 저감과 유입 방지 정책을 넘어

정부의 치수 정책 개선 요구도 지역 환경단체에서 나오고 있다.

 

사단법인 인제천리길에 따르면 녹조가 발생한 인제대교부터 38선휴게소까지

드넓은 땅은 지역의 대표적인 평야였지만, 소양강댐 건설 이후로 댐 수위에 따라 들판이 잠기기 일쑤다.

 

댐 수위가 180m를 넘으면 땅이 물에 잠기기 시작하는데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곳의 지형 특성상 유속이 감소하는 구간에 물이 체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고이게 된다.

 

수온이 오르기 쉬운 여름철에 댐이 높은 수위를 유지하게 된다면

넓고 얕게 고인 물에 강한 일사가 더해지고, 여기에 오염원이 대거 흘러든다면

말 그대로 '녹조 양식장' 구실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시민·환경단체들은 소양강댐의 여름 저수율을 낮추고

물을 자주 흘려보내 인제대교 인근에 물이 고이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호진 인제천리길 대표는 "소양호 녹조 발생은 오염원을 강으로 흘려보내는 주민 책임도 있지만,

수도권 용수 공급을 위해 소양강댐을 높이 채워놓는 정부 정책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치수 정책을 고치지 않으면 환경 오염은 물론 수도권 시민들의

마실 물을 정화하는 비용도 치솟을 것"이라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처럼

방제보다는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춘천의 ‘노벨상의 빈자리’를 아시나요

10월 10일, 한글날이 하루 지난 이날,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탄생했다.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출판계를 비롯한 산업은 물론 사회 분위기까지 바꾸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이제야 고조되는 분위기지만 ‘문향의 도시’ 춘천은

오래전부터 춘천문학공원을 만들고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이 공원에는 오랜 시간 주인을 기다린 외로운 조형물이 하나 있었다.

바로 ‘노벨상의 빈자리’다.

한국문학의 우수성을 믿고 세계에서도 인정받을 날을 고대했던 이들에 의해 세워졌다. 

 

춘천 서면에 위치한 춘천문학공원 안내판. (사진=한승미 기자)
 

춘천문학공원(서면 문학공원)은 국토교통부가 4대강 정비사업 일환으로

2011년 서면 의암호 수변을 따라 조성했다.

전국 4대강 사업 중 유일하게 문학을 주제로 조성된 공원으로

한국문인협회와 강원도문인협회,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 함께 만들었다.

공원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학인들의 작품이 담긴 조형물들이 세워졌다.

 

문학공원의 자전거길은 애니메이션박물관, 춘천인형극장 등과도 이어져

문화 관광벨트로도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기대만큼 잘 운영되지는 않았다.

 

공원 관리권은 2012년 춘천시로 이관됐는데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방치 논란이 제기됐다.

문학 조형물의 글귀가 흐려져 보이지 않고 수풀이 무성해지는 등 조성 취지가 무색해졌다.

 

결국, 시는 지난해 사업비 2000만원을 투입해 공원 내 조형물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춘천시문인협회가 사업을 맡아 흐려진 조형물을 다시 도색하고

파손된 작품을 일부 교체하는 등 29점의 조형물을 보수·정비했다.

 

 

춘천문학공원에는 '문학의 힘·문인의 꿈'를 비롯한 122점의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춘천시에 따르면 현재 공원에 조성된 조형물은 모두 122점으로

춘천과 강원 대표 문인들의 이름과 이들의 작품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조형물은 공원 중앙 위치한 ‘문학의 힘·문인의 꿈’ 비다.

한국문인협회가 함께 조성한 조형물로 뒤편에

“쓰는 자의 고통이 읽는 자의 행복이 될 때까지”라는 문장이 고 이외수 작가의 글씨로 새겨져 있다.

 

커다란 비 바로 옆에는 비워진 단상과 같은 조형물이 하나 더 설치돼 눈길을 끈다.

높이가 손바닥 두 뼘도 채 되지 않는 이 조형물이 바로 ‘노벨상의 빈자리’다.

아담한 크기의 조형물에는 “문학이 보다 밝은 세상을 만든다”는 문구가 함께 적혀있다. 

 

‘노벨상의 빈자리’ 비는 문학 발전을 기원하는 문인들의 바람을 담은 조형물로

2011년 문학공원 개방식에서 공개됐다.

 

당시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은 ‘노벨상의 빈자리’를 만들고 국

내 문인이 노벨문학상을 받으면 관련 '비'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노벨상의 빈자리가 채워지면 그 옆에 또 다른 빈자리 비를 만드는 방식으로

문학공원을 대한민국 문화 콘텐츠 명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노벨상의 빈자리는 국내 문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염원한 조형물이지만
아직 관련한 조성 논의는 없는 상태다. (사진=한승미 기자)
 

그리고 13년 만에 드디어 빈자리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하지만 원주청과 춘천시 그 어느 곳에서도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원주청은 “내부에서 관련한 언급은 없었고 관리 권한은 춘천시가 갖고 있다”고 했으며

춘천시는 “논의가 나온 적이 없고 앞으로의 계획도 아직 없다”고 답했다.

 

여러 지역에서 저마다 작가와의 연고를 찾으며 그의 성과를 기리는 문학관이나

기념관 건립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공원은 지역 명소와 인접해 지역주민과 전국 관광객의 발길이 잇따르는 곳이다.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는데도 노벨상의 ‘빈자리’가 계속된다면 전국적인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어렵게 쌓아온 최우수 문화도시의 명성을 깎아내리는 처사다.

 

더구나 한강 작가는 2018년 김유정문학상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춘천시의 의지가 부족하다면 문인들이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노벨상의 빈자리’를 만들고 20년, 30년 뒤 언젠가 나올 강원 문인을 기다려야 할 때다. 

[朝鮮칼럼] 나라인가, 아내인가

공민왕은 애민 군주였지만
노국 공주 떠난 뒤 자제력 잃어
태조 이성계의 세자 선택도
신덕왕후 때문에 정당성 잃어
통치자는 개인 초월한 존재
나라 위해서 때론 악인 돼야
태종·세종도 인간적 연민 극복
지금 국민의 인내, 한계 달했다

 

 
 

칸트로비치(E. Kantorowicz)에 따르면, 왕에게는 ‘두 개의 신체’(two bodies)가 있다.

자연인의 신체와 왕의 신체다. 왕은 한 개인인 동시에 왕국의 통치자다.

 

한 몸에 둘이 있으니,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왕의 영혼은 공인과 사인이 싸우는 거센 격투장이다.

공이 사를 이기면 나라가 산다. 그 반대면 나라가 망한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 그런 사례다.

늙은 리어왕은 왕국을 삼분해 세 딸에게 상속하려 했다. 조건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고백이다.

하지만 상속을 노리는 사랑은 불순하다며 막내딸 코델리아가 거부했다.

 

분노한 리어왕은 두 딸에게만 상속하고, 코델리아는 추방했다.

하지만 딸들에게 버림받은 리어왕은 황야를 떠돌고, 전쟁이 일어나고, 모두가 죽었다.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은 탐욕이다. 그러나 첫 불씨가 된 건 리어왕과 코델리아의 착각이었다.

왕가의 사랑을 공적 문제가 아닌 개인적 문제로 오인했다. 우리 역사에도 그런 일이 많다.

 

고려말 공민왕은 총명한 애민의 군주였다.

전광석화처럼 친원파를 제거하고, 발본적 개혁도 단행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왕비 노국 공주가 출산 중 세상을 떠났다.

 

실성한 왕은 공주의 능을 무수히 배회하고, 초상화를 보며 흐느꼈다.

밤이면 만취해 내시들을 매질하다 암살당했다.

그는 고려 왕조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하지만 개인적 슬픔에 함몰되어 기울어가는 왕조를 더 깊은 수렁에 빠트렸다.

 

태조 이성계는 고려 말 왜구의 살육에서 백성을 구한 영웅이다.

그런데 조선 건국 후 개국 1등 공신 이방원을 내치고, 이방석을 세자로 세웠다.

이방원의 생모는 향처 신의왕후 한씨고, 이방석의 생모는 경처 신덕왕후 강씨다.

 

시골 무사 이성계가 왕이 된 공의 절반은 강씨 몫이었다.

이성계는 강씨를 사랑했다. 그 소생을 세자로 세운 까닭이다.

본래 정당한 왕권 계승법은 본처의 장자를 세우는 것이었다.

 

이성계의 선택은 공평성, 정당성을 모두 잃었다.

결국 제1차 왕자의 난이 일어났다. 이방석은 죽었고, 이성계는 왕위에서 쫓겨났다.

복수심에 불탄 이성계는 조사의의 난을 일으켰다.

국가 안위는 안중에 없었다. 만년의 이성계는 깊은 밤 궁궐에서 일어나 슬피 울었다.

 

태종 이방원의 손은 피로 얼룩졌다.

정몽주를 죽이고, 이복형제를 살해했다. 친형과 칼을 겨누고, 아버지와 싸웠다.

외척의 화를 우려해, 제1차 왕자의 난 때 생사를 같이한 처남 4명도 모두 죽였다.

 

그 충격으로 왕비 원경왕후 민씨가 쓰러졌다.

태종이 위험에 처했을 때, 스스로 칼을 들고 일어선 여장부였다.

양녕대군이 실행을 거듭하자 폐세자하고, 충녕대군을 세웠다.

태종이 죽었을 때, 개국공신 101명 중 20여 명만 생존했다.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일어난 패륜이었다.

하지만 태종 재위기에 건국 30년도 안 된 조선은 확고한 안정을 다졌다.

그 뒤를 이어 위대한 세종의 시대가 꽃피었다.

 

태종은 세종의 처가도 척결했다.

세종의 장인은 영의정 심온으로, 그 장녀가 세종비 소헌왕후 심씨다.

태종은 강상인 옥사에 연루시켜 심온을 반역죄로 처형하고,

그의 아내와 자녀는 관노로 만들었다.

 

세종은 소헌왕후를 사랑했다. 하지만 태종의 잔인한 처사에 대해

“내가 감히 입을 열어 말하지 못하였다”고 회고했다.

즉위 후에도 즉시 처가 식구들을 구하지 않았다.

다만 소헌왕후의 외조부 잔치에 참석시켜, 서로 멀리서 보도록 했다.

즉위 8년 뒤 신하들이 요청하자 비로소 노비를 면제시켰다.

 

고종의 왕비 명성황후는 한말의 국정을 좌지우지했다.

조선 주차(駐箚) 미 공사관 서기관 샌즈(W. F. Sands)는 “시대를 앞섰고,

여성을 초월한 정치가”였다고 그녀를 평가했다.

 

1894년 동학혁명 때, 명성황후는 청나라 군대의 차병을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외국군에게 백성이 죽고, 다른 나라도 파병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 조정 대신들은 반대했다.

 

청병이 들어오자, 일본도 파병했다. 결국 청일전쟁이 일어나고, 조선은 열강의 싸움터로 변했다.

조선 왕조는 그렇게 망국의 길로 접어들었다.

 

왕과 대통령은 다르다. 그러나 통치자는 모두 개인을 초월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나라를 위해서는 때로 악인이 되는 길도 피할 수 없다. 마키아벨리의 충고다.

 

통치자란 이처럼 인간과 야수의 경계에 선 존재다.

인간의 따뜻함과 거리가 먼 붕망(朋亡·사사로운 관계를 끊음)의 길이다.

 

태종이 그랬다. 성군 세종도 인간적 연민을 누르며 인내했다.

진정한 통치자의 과업은 인간성(humanity)의 가장 가혹한 시련이다.

 

그래서 정치에 대한 헌신은 종교적 순교보다 어렵다.

김건희 여사의 부적절한 처신이 나라를 흔들고 있다.

 

국민의 인내가 한계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라와 아내,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없다.

소비자기후행동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 협약 체결하라"

대전 한밭수목원에서 '플라스틱에 갇힌 지구를 구하는 시민 대행진' 펼쳐

(사)소비자기후행동은 11일 대전 한밭수목원에서 '플라스틱에 갇힌 지구를 구하는 시민 대행진(서울에서 제주 그리고 부산)'을 개최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관련사진보기


대전 한밭수목원에 초록색 옷을 입은 시민들이 나타났다.

쓰레기를 주우며 수목원을 누비는 그들의 등에는 '플라스틱 종식',

'플라스틱 이제 그만'이라는 글귀가 붙어있다.

(사)소비자기후행동과 대전충청iN아이쿱생협은 11일 대전 서구 한밭수목원에서

'플라스틱에 갇힌 지구를 구하는 시민 대행진(서울에서 제주 그리고 부산)'을 진행했다.

이번 시민대행진은 오는 11월 25일 부산에서는 열리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차) 마지막 회의를 앞두고,

플라스틱 전생애주기를 다루는 구속력 있는 성안을 촉구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2022년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는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해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합의했다.

5차에 걸친 정부 간 성안 회의(INC)를 통해 '2025년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 협약을 체결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부산 마지막 성안 회의에서 국제사회가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협약에 합의하기를 바라며

이를 알리기 위해 (사)소비자기후행동은 제주를 거쳐 부산까지

2주간에 걸쳐 전국을 돌며 시민대행진을 펼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 세종에 이어 다섯 번째로 열린 이번 대전 시민대행진은

한밭수목원 서원 입구에서 개회식을 연 뒤, 서원과 동원을 돌며 쓰레기를 줍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펼치는 순서로 진행됐다.

"플라스틱 재활용률 9%... 국제사회, 실효성 있는 협약문 만들어야"

(사)소비자기후행동은 11일 대전 한밭수목원에서 '플라스틱에 갇힌 지구를 구하는 시민 대행진(서울에서 제주 그리고 부산)'을 개최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관련사진보기


이날 시민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플라스틱에 갇힌 지구를 구하는 시민대행진

우리 모두의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오늘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지구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플라스틱에 갇힌 우리의 일상을 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선언했다.

이어 "99.9% 화석연료를 가공해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은

화석연료 소비를 부추겨 기후위기의 주범이 되고 있다"며

"OECD의 글로벌 플라스틱 전망 보고서는 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이

2019년 4억 6000만 톤에서 2060년에는 12억 3100만 톤으로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현재 9%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복잡한 구조와 재질로 사실상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은 대부분 소각(14%)되거나 매립(76%)돼

자연에 방치된다고 했다.

 

그렇게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의 대부분은 관리역량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제3세계로 수출돼 그대로 자연으로 방류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22년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2025년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 협약을 체결한다'고 선언한 것이고,

오는 25일 부산 회의에 국제사회가 주목해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구속력 있는 규제를 통해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이는 것만이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고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유일한 대안이다"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끝으로 "우리는 거리에서 만나는 시민들에게 플라스틱 국제 협약의 중요성을 알리고

플라스틱 감축을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국제사회를 향해 "각국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그리고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최소한의 책임의식을 갖고 국제 협약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5차 성안회의 참석 대표단을 향해

▲플라스틱은 화석연료의 다른 이름이다.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협약문을 완성할 것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생산단계에서 폐기까지

플라스틱의 전생애주기를 다루는 구속력 있는 협약문을 마련할 것

▲지구는 우리 모두의 집이다.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공동의 집'을 지키는 일에 국제사회는 협력할 것 등을 촉구했다.

(사)소비자기후행동은 11일 대전 한밭수목원에서 '플라스틱에 갇힌 지구를 구하는 시민 대행진(서울에서 제주 그리고 부산)'을 개최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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