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귀한 석호를... 꼭 개발해야 하나요?"

동해안 석호, 관광개발에 따른 환경파괴 우려...

"신중한 접근 필요해"

 

/진재중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안에 존재하는 독특한 자연환경인 석호(潟湖)가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의 관광개발 계획에 따라 위협받고 있다.
석호는 강원도 동해안에 발달한 특이한 형태의 호수로,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며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천연 자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며,
환경파괴와 생태계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포호(경호)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저동에 위치한 석호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관광개발로 위협받는 석호

강릉 경포호와 고성 화진포 등 강원도 석호는 민물과 바닷물이 혼합되는 천연 서식지로,
다양한 수생식물과 동물들이 살아가는 생태적 보물창고다.
특히 석호는 철새들의 중요한 서식지이자 이동 경로로, 국내외 희귀 조류들의 쉼터로도 잘 알려져 있다.

경포호 연꽃2014년, 환경부가 경포가시연습지와 경포호를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했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철새들이 쉬었다가는 석호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최근 강원도 지자체들은 석호 일대를 관광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관광개발과 시설물 설치를 계획하고 있어, 석호 고유의 생태환경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성군은 6일 화진포를 해양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계획은 화진포의 생태적 가치와 문화, 역사를 결합한 해양정원을 만들자는 목표를 담고 있다.

국가해양생태공원은 해양생물 자원과 경관이 풍부하고 이를 보전해야 할 지역을 국가가 지정해 관리하는 정책이다.

화진포는 바다, 호수,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1971년 강원도 자연유산 1호로 지정되었다. 또한, 72만 평에 달하는 석호는 해양과 민물생물이 공존하는 생태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호수이다.

송지호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죽왕면에 위치한 석호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화진포는 비경이 뛰어나 김일성, 이승만, 이기붕의 별장이 있는 곳으로, 국내 석호 중 가장 크고 넓은 호수이다. 특히, 인위적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 동해안 석호 중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고성군은 2018년 국·도비 173억 원을 투자하여 화진포호를 친환경 생태호수로 복원, 멸종위기종과 희귀종 등 다양한 생물의 서식공간과 자연체험학습장을 조성했다.

김일성 별장동해바다와 화진포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장소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전문가들은 고성 화진포가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생태통로로,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적 보존가치가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화진포는 황어, 숭어, 전어, 도미 등 다양한 어류가 서식하며, 천연기념물 201호인 큰고니와 혹고니, 청둥오리, 바다비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의 휴식처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이규송 교수는 "화진포호는 전 세계 철새들이 처음 도래하는 장소로, 호수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며, "이미 많은 예산을 들여 생태호수로 조성한 화진포호에서 호수와 반하는 사업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진포호울창한 송림과 호수가 어우러진 비경으로 김일성, 이승만, 이기붕 별장이 있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석호 주변에는 대규모 숙박시설, 전망대, 레저시설 등이 건설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러한 계획은 석호의 물리적 영향뿐만 아니라 주변 생태계에 오염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물의 흐름이 제한되거나 오염원이 유입되면 석호의 수질이 저하되고, 고유의 생태적 특성이 사라질 위험이 크다.

관광전문가인 이강우 박사는 "전국의 사례를 분석해 보면 정부나 지자체에서 개발을 해서 성공한 예가 많지 않다. 미래 자원인 석호를 훼손하면서 개발을 해야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금구도화진포호 앞바다에 광개토왕의 전설이 살아있는 섬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호수를 둘러싼 시민 간의 대립

강릉 경포에 위치한 경포호에 인공호수를 설치하려는 강릉시의 계획에 대해, 강릉시민단체협의체와 반대하는 시민 모임 간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강릉시가 악화된 경포호수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호수 내에 물 순환 시설과 대형 분수를 포함한 수중 산소공급 장치를 설치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강릉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5일 경포호에 추진 중인 인공분수 설치에 찬성하며 이를 적극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분수 설치가 물 순환과 수질 개선 등 환경 개선의 일환으로, 호수에 적정 산소를 공급해 석호의 기능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포호수에 내걸린 현수막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반면, 경포호 인공분수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 모임은 6일 강릉시청에서 설치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대 시민 모임은 "경포호의 수질 문제는 자연호수로서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강조하며, 강릉시에 인공분수 사업을 철회하고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공개적인 수질 점검을 요구했다. 또한 충분한 검토와 실효성 검증을 거쳐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규송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교수는 "인공분수를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광자원인 호수의 본질을 훼손하면서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공의 노래비작사가 함효영씨를 기리기 위해 경포호수안에 설치된 노래비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경포호와 습지1966년 실시된 경포천 및 안현천의 유로 변경과 호안공사로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됨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속초 영랑호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2021년에 북부권 활성화를 위해 설치된 영랑호 부교가 설치 3년 만에 철거 위기에 놓였다. 400m 길이와 2.5m 폭으로 26억 원이 투입된 이 부교는 연간 60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지 역할을 해 왔으나, 지역 환경단체가 생태계 파괴와 절차적 문제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강제 조정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속초시는 철거 결정을 수용하고 행정절차를 준비 중이지만, 시의원들과 인근 상인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의원들과 상인들은 설치에 많은 예산이 투입된 부교를 철거하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해 예산 낭비가 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속초시가 전임 시장이 추진한 부교라 소송 과정에서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영랑호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에 위치한 석호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법원의 철거 결정에 기한이 없고, 시의회 동의 없이는 철거가 불가능해 영랑호 부교를 둘러싼 논란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영랑호 부교생태계파괴와 절차적 하자 등을 내세워 지역 환경단체에서 소송을 제기, 법원으로부터 철거 위기에 놓인 다리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개발 속으로 사라진 석호

강릉 풍호는 동해안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대표적인 석호였으며, 둘레는 약 4km, 면적은 약 30만 평에 달했다. 이곳은 경치가 아름다워 신라 시대 화랑들이 시를 읊으며 놀았던 장소로 전해지며, 호수 중심에는 연꽃이 만발했다고 한다. 그러나 풍호 인근에 화력발전소가 건설되면서 1993년까지 석탄재 매립장이 되었고, 2011년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석호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

풍호 주변에 사는 한 주민은 "골프장이 건설되기 전에는 노루와 꿩들이 뛰어다니고 연꽃이 가득했다. 마을 주민들의 안식처였는데,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모든 것이 사라졌다. 이제는 골프 치러 오는 차량들로만 복잡하고, 우리 지역민에게는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골프장으로 변한 풍호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속초 청초호는 석호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현재는 항구 역할만 하고 있다. 호수 둘레 5km는 도심 건축물에 둘러싸여 있으며, 원래 동해바다와 격리된 석호였으나 사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석호로서의 가치를 잃었다.

속초의 한 시민은 청초호도 영랑호처럼 석호로서의 기능을 유지했다면, 설악산과 어우러져 속초시의 경관이 더욱 빛났을 텐데 건물에 갇혀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청초호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에 위치한 석호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양양의 연개호와 군개호는 하조대 사구지대와 연결되어 있었으나, 사유지로 변해 그 흔적을 찾기 어려워졌다. 고성군의 광포호, 천진호, 봉포호는 건물에 가려져 숨을 쉬지 못 하고 있으며, 농경지 개발과 토사의 유입으로 퇴적층이 증가하고 있는 강릉시 주문진 향호와 양양군 현남 포매호는 소하천과 농경지로 둘러싸여 호수 면적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안에는 18개 석호가 있다. 고성에있는 화진포호와 송지호를 제외한 대부분의 석호들이 개발에 의해 사라졌거나 훼손이 심각한 수준이다.

사라진 석호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하조대 해변 뒷편에있던 연개호, 군개호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포매호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현남면에 위치한 석호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향호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주문진에 위치한 석호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환경단체와 전문가, 보존을 위한 신중한 접근 요구

환경단체와 생태 전문가들은 강원도 석호 개발 시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 전문가가 "석호는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니라 드문 자연유산"이라며, 개발로 석호의 자연 균형이 무너지면 이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또한 과도한 관광객 유입이 쓰레기와 오염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지속 가능한 관리와 보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지역 주민들은 석호를 지역의 귀중한 자연유산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자체가 단기적인 관광 수익보다 장기적인 생태적 가치와 보존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석호의 자연미와 생태적 가치를 지키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대안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포호와 철새다양한 철새들이 경포호에서 머물다 간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개발 방향 모색해야

강원도 석호는 동해안 지역의 유일무이한 자연유산이자 생태관광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개발보다는 보호와 관리에 중점을 둔 지속 가능한 정책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석호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생태계를 지니고 있어, 이를 훼손하지 않고도 관광객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석호의 가치와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장기적인 관광 전략이 마련될 때 비로소 강원도 석호는 미래 세대에게도 소중한 자연유산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동해바다와 경포호수바다와 해변과 호수가 어우러진 천혜의 관광지 ⓒ 진재중

산림청이 자랑한 명품숲, 처참함에 경악했습니다

허리 휜 자작나무숲의 아우성... 산림 정책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

 

/최병성

 

 

 

 

 

 

 

 

 

 

 

 

 

갈대처럼 허리가 휜 자작나무 숲의 모습이다.최병성


갈대 그림이 아니다. 자작나무 숲이다. 어린 나무라 허리가 휜 게 아니다.

심은 지 약 20년이나 된 나무지만, 지난겨울 폭설 무게를 이기지 못해 허리가 굽었다.

심지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뚝뚝 부러진 자작나무들도 곳곳에 널려 있다.

강원도 평창 진부령 인근 자작나무 풍경을 지난 10월 28일 찍은 사진이다.

산림청은 기후 위기로 인한 지난겨울의 혹한과 폭설 때문에 자작나무가 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사실일까?
주변을 둘러보았다. 허리 휜 자작나무 바로 곁에 있는 참나무와 소나무들은 멀쩡하다.

똑같은 한파와 폭설을 맞았음에도 다른 나무들은 아무런 탈이 없다.

동일한 혹한과 폭설을 맞고도 참나무와 소나무는 아무 탈이 없다.최병성


또 다른 자작나무 숲을 살펴보았다. 이곳 역시 자작나무들의 허리가 굽었다.

폭설에 허리가 휘거나 부러진 자작나무최병성


이 자작나무 숲엔 울긋불긋 단풍 든 나무들이 많다. 참나무와 활엽수들이다.

자작나무는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허리가 휘거나 부러졌지만, 참나무는 멀쩡하다.

참나무 숲을 베어내고 자작나무를 심었다. 시간이 흘러 참나무가 다시 자랐다.
자작나무는 폭설에 허리가 휘었지만, 참나무들은 멀쩡하다.최병성


카카오 맵의 항공사진을 확인해보았다. 앞에 살펴 본 자작나무 숲 두 곳 모두

2008년 이전에 벌목한 뒤 자작나무를 심었다.

 

앞의 현장은 허리가 휜 자작나무 아래 단풍 든 키작은 참나무들이 보인다.

숲가꾸기 한다며 그루터기에서 올라오는 참나무 맹아들을

지속적으로 잘라 자작나무만 가꿔 온 숲이다.

두 번째 장소는 자작나무를 심고 방치한 곳이다.

잘린 그루터기에서 올라 온 참나무와 활엽수들이 산림청이 조림한 자작나무들보다 더 크게 자랐다.

자작나무와 달리 폭설 속에서도 멀쩡하다.

혹한과 폭설 쏟아지는 러시아에서는 멀쩡한데

허리가 휜 자작나무들은 한국에 심으면 안되는 수종임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작나무는 러시아와 핀란드처럼 춥고 눈이 많은 나라에서 살아가는 나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엔 자작나무(birch)를 북반구의 서늘한 지역에 분포하는

수명이 짧은 장식 및 목재용 나무라고 설명한다.

 

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매년 잎을 떨구는 낙엽성 나무로, 빨리 성장하고 수명이 짧고,

습기와 더위를 좋아하지 않으며 서늘한 산악 지역에서 사는 것을 선호한다'고 자작나무의 특징을 설명한다.

드넓은 시베리아 벌판에 자작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독자제공


혹한과 폭설에도 끄떡 없이 서 있는 러시아 이르쿠츠크의 자작나무들이다.

자작나무 목재의 특징은 '가볍고 단단하다'는 점이다.

단단한 재질을 가진 자작나무이기에 춥고 눈이 많은 나라들에서 굳건히 살아간다.

러시아의 자작나무들은 혹한과 폭설에도 불구하고 허리가 굽지 않고 잘 살아간다.독자제공


그동안 산림청은 전국에 자작나무를 심어왔다.

키가 쑥쑥 자라니 대한민국에 잘 적응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죽지 않고 자라긴 했지만 나무 생장에 문제가 생겼다.

흰색 수피는 자작나무의 특징이다. 대한민국에서 자라는 자작나무 수피는 까맣다.

우리가 흔히 영화 속에서 만난 자작나무의 하얀 수피와는 다르다.

 

산림 현장을 안내하던 한 교수는 자작나무의 까만 수피를 가리키며

"나무는 살아 있지만, 나무 껍질이 썩어가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 맞지 않는 나무라고 설명했다.

 

해외 하얀 수피의 자작나무와 달리 수피가 까맣게 썩어가는 한국의 자작나무들이다.최병성


문제는 자작나무를 심기 위해 건강한 숲을 벌목하는 곳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28일 허리가 휜 자작나무로 가득한 평창 진부령 인근에서

싹쓸이 벌목으로 나무들이 사라진 숲을 만났다.

정상부에는 허리가 휜 자작나무들이 보인다. 그런데 벌목한 자리에 어린 자작나무가 심어졌다.

 

경사진 산림을 싹쓸이 벌목하고, 어린 자작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정상부에 허리가 굽은 자작나무가 보인다.최병성
싹쓸이 벌목 후 어린 자작나무를 심었다.최병성

벌목 후 잔가지들을 모아 놓은 곳을 살펴보았다. 참나무 가지들이다.

참나무와 활엽수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숲을 벌목하고 자작나무를 심었다.

건강한 참나무들을 벌목하고 한국 기후에 맞지도 않는 자작나무를 심었다.
잘린 참나무 가지 우측에 단풍 든 어린 자작나무가 보인다.최병성


고개를 돌려보니 반대편 능선도 깨끗하게 벌목했다.

벌목된 사진 우측 정상부에 허리가 흰 자작나무들이 보인다.

그런데 이곳 역시 벌목 한 자리에 어린 자작나무를 심었다.

도대체 대한민국에 자작나무를 얼마나 많이 심고 있는 것일까?

허리 굽은 자작나무가 우측에 보이는데, 온 산을 밀고 자작나무를 심었다.최병성


자작나무 광풍에 전국서 벌어지는 이상한 현상들

전문가들은 한대성 식물인 자작나무가 한국에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한계선이 강원도 인제까지라고 한다.

그러나 조림한 지 30년이 넘은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도 지난 겨울 폭설에 허리가 휘었다.

강원도 인제도 자작나무에게 적지가 아님을 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산림청은 자작나무를 전국에 심고 있다.

현장 1
여기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숲이다. 지난 2021년 8월,

아름드리 굴참나무를 벌목한 뒤 심은 어린 자작나무들이 보인다.

고양시는 강원도 인제와 평창 진부령 보다 훨씬 따뜻한 지역임에도 자작나무를 심었다.

 

현장 2
이곳은 충북 제천의 2021년 여름 산사태 현장이다. 큰 나무들을 벌목하고

자작나무를 심었던 곳이다. 제천은 고양시보다 위도가 더 낮다.

산사태가 줄줄이 발생했다. 벌목 후 자작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충북 제천이다.최병성


산사태를 복구한다며 돌망태를 쌓고, 모래주머니로 토사 유출을 막고 있다.

토사가 패여 나간 깊이가 무려 3.7m였다.

자작나무를 심어 산사태가 발생한 곳에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해 돌망태를 쌓았다.최병성
산사태로 토사가 패여 나간 깊이가 무려 3.7m 이상이었다.최병성


현장 3
지난 2017년 여름 산사태 발생 현장이다. 뿌리째 뽑힌 커다란 나무들이

붉은 토사와 함께 집을 덮쳤다. 할머니가 밀려 온 토사에 깔려 사망했다. 산사태는 왜 발생했을까?

산사태가 발생해 집을 덮쳐 사람이 죽었다.이수곤


산사태 시작점에 답이 있다. 잘린 나무가 굵은 뿌리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산사태로 뿌리를 덮고 있던 토사가 다 쓸려 갔기 때문이다

 

. 주변에 흰색 나무 가지가 누워있다. 자작나무다. 산사태 시작 점 바로 위에 있는 나무들도

가느다란 기둥이 흰색이다. 모두 자작나무다.

이곳 역시 2012년 큰 나무를 벌목하고 자작나무를 심었다.

뿌리가 드러난 큰 나무가 자작나무 심기 전 이곳에 큰 나무들이 자라던 곳임을 보여준다.
2012년 벌목 후 자작나무를 심었으나 2017년 산사태가 발생했다.
자작나무 뿌리가 약하기 때문이다.이수곤


산사태 사진에서 보듯, 자작나무를 심은 지 몇 년이 흘러 나무 키는 자랐지만,

뿌리가 깊지 못하다. 큰 비에 산사태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난 2023년 8월, 산사태 현장을 다시 찾아보았다.

산사태 사건으로부터 6년여의 시간이 흘러 자작나무들이 더 자랐다.

 

그러나 은빛 나는 아름다운 자작나무가 아니었다.

8월임에도 불구하고, 자작나무 잎사귀를 벌레들이 먹어 흉측한 숲이 되어 있었다.

초록이 무성해야 할 여름임에도 자작나무 잎사귀가 온통 하얗게 흉물스럽게 변했다.
화살표가 산사태 시작점이다.최병성


현장 4
이곳은 2019년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의 2024년 5월 모습이다.

온 산이 거미줄처럼 초토화되었다. 산림청이 산불을 복구한다며 싹쓸이 벌목을 했기 때문이다.

산불 후 5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황폐하다.

복원이란 이름으로 산림을 초토화시켰다. 이게 오늘 산림청의 현실이다.최병성


산림청이 불탄 나무들을 벌목하고 소나무를 심었다.

소나무 때문에 대형 산불이 되었는데, 불 폭탄인 소나무를 또 심었다.

소나무 때문에 대형 산불이 되었는데, 산림 전체에 불 폭탄인 소나무를 또 심었다.
산불 후 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황폐하다. 복원의 이름으로 숲이 더 황폐해진 것이다.최병성


옥계 산불 피해지 복원 현장 일부에 자작나무를 심었다.

소나무만 심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활엽수인 자작나무를 일부 심었는데

대부분의 자작나무가 죽었다.

 

잎사귀를 달고 있는 자작나무가 몇 그루 되지 않는다.

강릉 옥계 역시 자작나무가 자라기에 맞지 않는 곳이다.

그나마 심은 나무들 대부분이 고사했다.

옥계 산불 복원 현장에 자작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살아 있는 나무는 몇 그루 되지 않는다.
자작나무를 심었다는 표시인 흰 막대기만 보인다. 최병성


옥계 산불 현장에 놀라운 장면이 있다.

불탄 소나무 아래 저절로 자란 참나무들이 사람 키보다 더 크게 자랐다.

산주들의 반대로 불탄 나무를 벌목하지 못해 자연복원 되고 있는 현장이다.

산림청이 복원한다며 국민 혈세 퍼부어 벌목하고 소나무와 자작나무를 심은 곳은 아직도 황폐하다.

산림청이 손대지 않은 곳은 자연 스스로 산불에 강하고,

재선충에 더 강한


전국에 자작나무 광풍이 부는 이유

지난 10월 28일, 경상남도 함양군은 자작나무 명품 숲을 만들기 위해

15ha의 나무를 싹쓸이 벌목하고 자작나무를 심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경남 함양에 15ha 숲을 벌목하고 자작나무 명품 숲을 만든다는 언론보도함양군청


함양군이 자작나무 명품 숲을 만든다는 경남 함양군 서하면은 강원도에서도 한참 내려왔다.

자작나무가 제대로 자랄 환경이 아니다. 자작나무가 한국에 제대로 살 수 없는 나무임에도

왜 전국 지자체마다 자작나무 광풍이 부는 것일까?

산림청은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명품 숲이라며

올해의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하며 자작나무를 홍보했다.

 

산림청은 경북 영양의 자작나무 숲도 국가 명품 숲으로 지정했다.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는 이유로 산림청이 자작나무를 명품 숲으로 홍보하고,

이에 자극을 받은 지자체들마다 너나없이 자작나무 명품 숲 만든다며 싹쓸이 벌목을 진행 중이다.

어차피 벌목 후 자작나무 조림 비용은 산림청이 국민 혈세로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산림청이 자작나무 숲을 명품 숲으로 지정하며
전국 지자체의 자작나무 조림을 부채질하고 있다.산림청


자작나무는 한국에서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는 게 드러났다.

이제라도 산림청은 허리 휜 자작나무들의 아우성을 깊이 새겨 들어야 한다.

 

산림청으로부터 지자체에 할당 된 예산을 관련 업자들이 나눠 먹기 위해

억지로 벌목과 조림과 숲가꾸기를 하며 건강한 산림을 파괴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산불과 재선충에 강하고 탄소 흡수·저장 능력이 큰 건강한 산림을 위해

산림청의 산림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한 이유다.

고속도로 주변에 심은 자작나무들이다.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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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후스 협약과 환경소송

 

[임성희의 환경리포트] 

 

 

오르후스. 덴마크에 있는 항구 도시다. 빙산을 모티브로 하여 만든 흰색의 주택단지 아이스버그와 돌출된 발코니, 오르후스 도시 전체를 360도 조망할 수 있는 레인보우 파노라마 미술관 등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 건축물로 유명하다.
이 도시가 환경활동가들에게 유명한 이유는 오르후스 협약 때문이다.


오르후스 협약(Aarhus Convention)은 1998년에 채택된 국제 협약인데, 풀 네임은 '환경문제에서의 정보에의 접근,

의사결정에서의 시민참가 및 사법절차에의 접근에 관한 협약'이다.


환경단체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환경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 환경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사법절차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이 중 세 번째, 사법절차에의 접근권이 중요하다. 환경단체에게도 원고적격을 부여하고 있는 점이 이번 기사에서 이 도시를 소환한 이유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47개국이 가입해 있는 이 협약은 누가 환경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다툴 수 있는 환경문제가 무엇인지, 누가 환경사건을 판단하도록 할 것인지, 어떤 구제 제도를 갖출 것인지에 대한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협약가입국들은 환경소송의 원고적격 문제를 확장하여 해석하고, 제도화하고 있다.

원고적격이 뭐길래?

원고적격이란 말 그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가 되는지 여부를 말한다. 원고적격을 가지지 못한 자의 소송은 부적법한 것으로 '각하'되고 만다. 다투어 볼 것도 없이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원고가 될 자격이 주어진 사람들은 누구일까? 환경소송에서 우리나라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지역을 중심으로 원고적격 여부를 판단한다. 대상지역 내의 주민들은 환경상의 이익이 침해 또는 침해우려가 있다고 추정되지만, 대상지역 바깥의 주민들은 이를테면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 환경상 이익에 대한 침해 또는 침해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여야만 원고적격을 인정한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이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주체인 사업자가 설정한 것인데, 사실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예상하는 지역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 환경피해와 오염이 행정으로 구획된 선으로 명확하게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획일적으로 경계를 구분하여 대상 지역으로 설정한 곳의 주민에게만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그밖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원고적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또한 행정소송법 제12조에 의해 "취소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고 하여, 법률상 이익이 있을 때 원고적격이 인정된다. 이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을 말하므로, 공익 보호의 결과로 얻어지는 추상적, 평균적, 일반적 이익과 같은 것은 법률상 이익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즉,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종 등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이익은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으로 보지 않고 있어 원고 적격에도 제한을 가하는 요소가 된다.

환경단체에게 원고적격을 부여하지 않는 나라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전국연대가 지난 2월 15일 국회 앞에서 출범을 선언했다.최상두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단체가 소송을 청구할 수 없다. 공공재로서의 자연환경 피해와 생태계 훼손에 대해 환경단체에게 소송권을 부여하지 않는 국가는 선진국 중엔 일본과 더불어 우리나라가 있다. '선진' 대열에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독일은 환경단체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단체 요건을 환경구제법 (Umwelt-Rechtsbehelfsgesetz)에서 규정하고 있다. 정관에 환경보호목적이 명기되어 있을 것, 공익을 목적으로 3년 이상 활동을 존속해 온 비영리 단체로 단체의 목적을 지지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는 조건(열린 참여) 등을 충족하고 관련 행정청의 승인을 받은 단체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외국의 단체 역시 연방청의 승인을 통해 원고적격을 가질 수 있다.

영국도 오르후스 협약에 따라 제 3자의 환경공익청구소송이 가능하도록 관련 사법심사청구제도를 시행 중이다. 단체의 원고적격에 관해서도 원고의 충분한 이익 여부, 단체의 지명도, 전문성 정도 등을 검토한 후 재량으로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더라도 생물종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개발허가에 대한 영국 파충류학회에 환경공익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사례, 방사능폐기물배출허가건에 대해 환경단체의 원고적격 인정 사례, 지자체의 광산 채굴 허가나 대규모폐기물처리시설 설치 허가에 대해 반대 지역대책위에게 원고적격을 인정한 사례들이 있다.

미국도 원고적격을 판단할 때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이익 침해가 발생했는지, 이익의 침해가 피고의 행동으로 인한 것인지, 법원의 판결로 그 이익 침해를 구제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데, 개인 또는 단체가 소송을 제기할 때 구성원들의 이익 침해를 입증하도록 한다.

환경단체 시에라클럽이 하와이섬의 멸종위기조류 빠리야와 함께 공동원고가 되어 하와이주를 상대로 제소한 사건에서 시에라클럽의 원고적격은 인정된 바 있다. 바다쇠오리의 서식지인 목재회사 소유의 캘리포니아 산림에 대해 주 정부가 벌목을 허가했을 때도, 환경단체가 바다쇠오리와 공동 원고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때 환경단체의 원고적격도 인정되었다.

중국도 민사소송법과 환경보호법에 일정한 자격을 충족하는 단체가 공익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사소송법상 "환경오염, 소비자의 합법적 권익을 침해하는 등 사회공공이익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법률이 정한 기관과 관련 단체가 인민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환경보호법에서도 요건을 갖춘 사회단체는 단체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규정을 두었다.

프랑스도 환경단체가 정관에서 정하는 사항으로 해당 단체가 보호할 임무를 갖는 이익이 침해된 경우에 그러한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다툴 원고적격을 가지며, 국가에 의해 승인을 받지 않는 환경단체에게도 소송 자격이 인정된다.

소송 남발이 걱정된다고?
우리나라가 단체 소송 자체를 금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기본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소비자단체로서 정관에 소비자 권익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소비자 권익의 침해 금지나 중지를 위해 단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도 일정 요건을 갖춘 단체와 비영리민간단체에게 단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경보호는 소비자 보호나 개인정보 보호와 같이 중대한 공공 자산을 지키는 일이다. 환경영향평가법에 환경단체가 원고적격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조항을 신설해서, 환경단체가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되는 계획이나 사업으로 인해 자연생태계 파괴 등의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환경침해행위를 금지 또는 중지'하도록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환경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단체의 요건 규정을 두면, 소송 남발에 대한 우려는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공익에 대한 적극적 해석과 공익적 가치 보호를 제도로 담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을 요구해 보자.

 

우리 아파트 안전할까?

시멘트에 물 부으니 충격적 결과가

아파트 실내 라돈 수치가 높은 이유...

시멘트 제품의 안전도 책임져야

 

/최병성

 


오늘도 전국 곳곳에 아파트가 쑥쑥 올라가고 있다. 아파트는 얼마나 건강한 주거공간일까.
2022년 말, 수도권 신축 아파트에서 폐암 유발 물질인 방사능 라돈 발생량을 측정해보았다.

안방에서는 평균 1125.79 베크렐(Bq/㎥), 최대 1733.08 베크렐(Bq/㎥)이,

거실에서는 평균 1120.44 베크렐(Bq/㎥), 최대 1746.03 베크렐(Bq/㎥)이 측정되었다.
 

신축 아파트 안방에서 4일간의 라돈 방출량 측정 결과.

평균 1125.79베크럴, 최대 1733.08베크럴이 측정되었다.

환경부 안전 기준을 크게 초과한 수치다.  

 

이들 신축 아파트의 평균 라돈 방출량은 환경부 안전 기준의 7배가 넘는다.

환경부가 정한 실내 라돈 안전 기준치는 148 베크렐(Bq/㎥)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홈페이지에 '라돈에 평생 노출될 경우

1000명 당 폐암에 걸리는 인구수와 라돈 노출로 인한 위험의 강도'를

흡연과 비흡연의 경우로 나눠 다음과 같이 정리해놓았다.

 

미국의 실내 라돈 안전 기준은 4 피코큐리(pCi/L)로,

한국의 148 베크렐(Bq/㎥)과 단위만 다를 뿐 동일한 기준이다.
 

▲미국 환경청 홈페이지. 라돈의 위험성을 흡연 여부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EPA 자료 중 '비흡연의 경우'를 한국 기준 148 베크렐과 비교하여 표로 다시 정리해보았다.
 

EPA 자료를 참고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평생 라돈에 노출될 경우

폐암에 걸리는 수와 위험 강도를 한국 기준인 베크럴과 비교 정리했다. EPA. 최병성  


EPA 자료에 따르면, 앞에서 사례로 제시한 신축 아파트 거실의 라돈 방출량

평균 1120.44 베크렐은 약 30 피코큐리에 달한다.

라돈 방출량이 높게 측정된 곳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2022년 9월 27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신축아파트 2531가구 중 15%에 해당되는 399가구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었다는 환경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웅래 의원이 발표한 국내 신축아파트 라돈 기준 초과 검출 사례노웅래  
기준을 초과한 58개 건설사 가운데 대우건설이 7건으로 가장 많았고,

4건 이상 초과한 건설사는 서희건설, 대방건설, 태영종합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등이었다.

최근 신축되는 아파트들은 환기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환기 장치를 가동한 상태에서 라돈을 측정할 경우 정확한 실내 라돈 방출량 조사가 이뤄질 수 없다.

 

때문에 신축아파트 중 15%가 실내 라돈 기준을 초과하였다는 것은 더 많은 신축아파트들이

라돈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아파트를 제외한 원룸, 오피스텔, 빌라 등은 관리 기준조차 부재한 상황이다.

흡연율 줄어드는데 폐암 증가

통계청이 2021년 9월 28일 발표한 2020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폐암 사망률이 35.1%로 위암(15.7%), 대장암(17.1%), 간암(20.9%) 보다 높다.
 

통계청 조사 결과, 폐암의 사망률이 가장 높다.통계청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3년 9월 25일 발표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폐암 환자의 건강보험 진료현황에서도 폐암 발생의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폐암 진료인원은 2018년 9만 1192명에서

2022년 11만 6428명으로 2만 5236명(27.7%)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당 폐암 진료인원은 2018년 179명에서 2022년 226명으로 26.3% 증가했다.

이 중 남성은 2018년 225명에서 2022년 274명으로 21.8% 증가한 반면,

여성은 2018년 132명에서 2022년 179명으로 35.6% 증가했다.

흡연 인구가 적은 여성의 폐암 증가율이 남성보다 더 높다.
 

건강보험공단 발표에 따르면 폐암 환자 발생이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른 폐암 진료비 지출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흡연률이 적인 여성의 폐암 증가율이 남성보다 높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또 폐암 환자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2018년 9150억 원에서 2022년 1조 2799억 원으로

2018년 대비 39.9%(3648억 원)나 증가했다.

폐암 환자의 증가는 국민의 고통뿐 아니라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도 증가시키는 국가적인 재난임을 보여준다.

흡연은 폐암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성인 흡연율은

지난 1998년 35.1%에서 2020년 20.6%로 줄었다.

특히 남성의 경우 1998년 66.3%에서 2020년 34%로 감소했다.

청소년 흡연율 역시 1998년 12.1%에서 2021년 4.6%로 감소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흡연률이 감소되었다. 질병관리청  
그럼에도 폐암 발생률은 여전히 암 중에 1위이고, 사망자 역시 많다.

이는 흡연 이외에 폐암 발생 원인이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여성의 폐암 발생률 증가 추이를 볼 때 더욱 그러하다.

미세먼지 탓일까? 환경부가 2022년 1월 4일 발표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2021년도 초미세먼지(PM-2.5) 연평균 농도는

관측을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낮은 18㎍/㎥를 기록했다.

 

초미세먼지 좋음(15㎍/㎥ 이하) 일수는 2015년 63일에서 2021년 183일로 190% 증가하였고,

초미세먼지 나쁨 이상(36㎍/㎥ 이상) 일수는 2015년 62일에서 2021년 23일로 약 63% 개선되었다.
 

환경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등의 대기질이 개선되었다. 환경부  


폐암 발생의 주요 원인인 흡연과 미세먼지가 감소했음에도 폐암 환자 발생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 대다수가 살아가는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을 보자.

정부의 공식 통계 사이트인 e나라지표의 유형별 주택 현황에 따르면,

1995년까지 단독주택이 주를 이뤘으나 2000년 47.8%였던 아파트가

2021년 63.5%로 급증하며 중요한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았다.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도 아파트가 63.5%, 연립다세대주택이 14.8%로 늘고,

단독주택이 20.6%로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전의 주거형태인 단독주택이 감소하고 아파트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e-나라지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아파트가 국내 주거 형태의 63.5%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주택총조사  


실내 라돈은 폐암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라돈은 토양과 지하수를 통해 노출되기 때문에 단독주택에서 폐암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토양의 라돈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 고층 아파트가 증가할수록 폐암 발생률이 줄어들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고층 아파트가 증가함에 따라 폐암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아파트 실내 라돈 방출량이 높은 이유

아파트는 콘크리트 건축물이다.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모래와 자갈로 만들어진다.

모래와 자갈에서 일부 라돈이 검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래와 자갈은 사전 조사를 통해 선별 사용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시멘트는 실내 라돈 발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한국시멘트협회는 '시멘트산업 순환자원 재활용 안전성 설명자료'(2016)에서

국내 석회석과 소성로에서 나온 클링커와 이를 분쇄한 시멘트 제품의 라돈을 분석한 결과

환경부 기준 이내로 시멘트의 라돈 발생량은 아주 미미하여

실내 라돈 기준 초과 발생과는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

모든 건축물은 시멘트 가루에 물을 혼합해 콘크리트를 만들어 짓는다.

여기에 놀라운 비밀이 하나 숨어 있다. '시멘트가 물을 만나면 콘크리트라는

새로운 물질로 변화되면서 라돈 방출량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실내 라돈 발생의 주범을 찾기 위해 국가공인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시멘트 라돈 발생량 분석을 의뢰했다.

 

시멘트와 콘크리트의 라돈 방출량 차이를 분석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은

쌍용C&E와 19년째 콘크리트기술경연대회를 열어온 곳이다.

국내 시멘트공장들이 이 연구소에서 다양한 콘크리트 실험을 하기도 했다.
 

한국시멘트협회 홈페이지에 정부 기관과 쌍용C&E와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이 공동으로

오랜 기간 콘크리트기술경연대회를 열어왔음을 알 수 있다.한국시멘트협회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시멘트 가루의 7일 동안 라돈 방출량은 51.5 베크렐이었다.

한국시멘트협회의 주장처럼 환경부 기준치 이내다. 그러나 문제는 콘크리트였다.

 

모래와 자갈 없이 시멘트만으로 콘크리트 공시체를 만들어 건조시킨 후 라돈 방출량을 측정했더니

콘크리트의 라돈 방출량이 환경부 기준치의 약 5.76배인 853.9 베크렐이 검출되었다.
 

국가공인기관인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 분석 결과, 시멘트가루는 기준 이내이지만,

이 시멘트로 콘크리트를 만들면 라돈 방출량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  

시멘트와 시멘트로 만든 콘크리트의 라돈 방출량 차이. 동일한 시멘트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멘트가 콘크리트가 되자 환경부 안전 기준을 몇 배 초과한 라돈이 방출되었다. 최병성  


지난해 12월 말, 나는 시멘트와 콘크리트의 라돈 방출량 변화 과정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아크릴챔버와 고성능 라돈 측정기를 구했다.

먼저 시멘트의 라돈 방출량을 측정해보았다. 1일(24시간)에 102 베크렐이었고,

2일(48시간째)에 113 베크렐로 실내 기준치 이내였다.

시간이 지나도 시멘트의 라돈 증가량은 미미했다. 

다음으로는 시멘트로 콘크리트 공시체 두개를 만들어 건조 후 라돈 방출량을 측정했다.

콘크리트 공시체 제조에 모래와 자갈을 넣지 않았다.

 

콘크리트는 1일(24시간)째에 291 베크렐, 2일(48시간)째에 340 베크렐로 실내 기준을 크게 초과했다.

이어 3일째 390 베크렐, 4일째 423 베크렐, 5일째 468 베크렐로 계속 증가했다.
 

국내 시판 중인 시멘트를 구입하여 시멘트만을 물에 혼합하여

콘크리트 공시체를 만들어 건조시켰다. 최병성  

챔버 내 시멘트와 콘크리트의 라돈 방출량 차이. 동일한 시멘트로 만든 콘크리트 공시체에서

시멘트 보다 약 3배에 이르는 라돈이 방출되었다. 환경부 안전 기준 초과다. 최병성  

시멘트와 콘크리트 라돈 방출량 차이. 동일한 시멘트임에도

라돈 방출량이 3배 높게 방출되고 있다. 최병성  


시멘트가 물을 만나 콘크리트라는 새로운 물질로 변하면 라돈 방출량이 급증한다는 사실은

국내 건설업계에 이미 잘 알려진 공공연한 비밀이다.

 

내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시멘트 라돈 방출량을 의뢰한 것 역시

몇몇 건설사 관계자로부터 제보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지난 대진침대 라돈 사건 이후, 나는 대형 건설사 관계자들이 대진침대를 제거했음에도

아파트 실내에 라돈 농도가 높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이유를 찾기 위해 다양한 조사를 한 결과,

시멘트가 콘크리트로 변하면 라돈 방출량이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해외에선 이미 위험성 잘 알려져

해외 자료를 뒤졌다. 놀랍게도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시멘트가 물을 만나

콘크리트가 되면 라돈 방출량이 급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들은 콘크리트 건축물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라돈 저감 방안을 찾고 있었다.

2006년 발표된 '시멘트 수화 모니터링을 위한 라돈 호기율 측정'

(Measurements of radon exhalation rate for monitoring cement hydration) 논문은

시멘트가 물에 혼합되면 라돈 방출량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밝히고 있다.

 

시멘트에 함유된 라돈이 물을 만나 굳어지는 수화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라돈을 방출한다는 것이다.

논문은 '온도가 30도에서 60도로 증가하면, 라돈 방출량이 20~40배로 극적인 증가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시멘트에 물을 혼합하면 라돈 발생량이 20배 증가한다고 해외 논문에 밝히고 있다. Konstantin kovler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라돈 방출량도 증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Konstantin kovler  
같은 저자가 발표한 '시멘트의 경화 과정에 라돈이 방출되는 메커니즘'

(Mechanisms of Radon Exhalation from Hardening Cementitious Materials) 논문에서도

'시멘트가 물을 만나 콘크리트로 수화되는 과정에 라돈 방출량이 시멘트보다

20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시멘트가 물을 만나 콘크리트가 되는 과정에 라돈 방출량이 20배 증가한다고

라돈의 방출 메커니즘을 밝힌 논문Konstantin kovler  


겨울철 실내 라돈 농도가 증가하는 이유는 추운 날씨로 인해 환기를 잘 안 하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콘크리트 온도가 올라가면 이온의 활성화로 인한 불활성가스 라돈 방출량이 증가하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은 콘크리트 건축물이 많고, 시멘트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다.

미국, 독일, 일본, 영국 등 대부분의 국가의 국민 1인당 시멘트 소비량은 약 0.3톤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무려 0.91톤에 이른다.
 

한국은 시멘트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다. 최병성  


여기에 대한민국은 겨울철 보일러 난방을 한다. 보일러 난방을 하는 겨울철엔 방바닥은 물론

지붕인 위층 방바닥에서도 온도 상승과 함께 라돈이 방출되는 것이다.

해외에는 이미 오래 전에 알려진 사실인데,

대한민국 환경부와 전문가들은 이 사실을 정말 몰랐던 것일까?

국립암센터가 발행한 '라돈(RADON)-발암요인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암연구소(IARC)는 라돈을 '사람에게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Group1)'로 분류하고 있다.

 

라돈은 폐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물질이며, 방사선에 노출된 폐 세포가 호흡을 통해

기관지나 폐포에 머무르면서 세포 중 염색체 돌연변이를 일으켜 폐암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EPA는 흡연이 폐암의 주요 원인이고 두 번째가 라돈이라며,

매년 2만 1000명의 비흡연자들이 라돈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라돈이 폐암만 유발하는 게 아니다. 국립암센터는 '라돈 노출과 소아 백혈병 사이에

유의미한 양의 관계가 있다'는 덴마크의 연구 결과와,

실내 라돈이 고형암(Solid tumor) 환자의 위험도를 2.61배 높다는 독일의 연구 결과를 강조한다.

라돈이 피부암과 뇌암과 뇌종양 등의 각종 질병과 연관 있다는 해외 의학계의 연구 결과들이 다수 나와 있다.
 

실내 라돈은 폐암뿐 아니라 소아 백혈병 등의 각종 질병을 유발시킨다는

해외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국립암센터  


시멘트는 콘크리트라는 제품을 만드는 원료다.

시멘트업계는 시멘트로 만든 콘크리트 제품의 안전까지 책임져야 한다.

특히 시멘트는 유독성 화학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을 만나면 50~70도의 열이 발생하는 수화과정을 거치며 폐암을 유발하는 라돈과

암모니아 등의 유해물질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안전한 주거공간이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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