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교수·연구자 179명 "윤석열 해고"...
박근혜 때보다 2배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라" 요구...
" 분노와 퇴진에 대한 요구 숫자로 반영된 것"
/조정훈
경북대학교 교수와 연구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무능함과
무책임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해고한다'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경북대 교수와 연구자 179명은 19일 낮 12시 경북대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 정부 들어 발생한 모든 문제의 근원이자 중심"이라며 퇴진을 요구했다.
경북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지난달 31일 민교협 회원의 제안에 따라
운영위가 논의를 시작하고 공동으로 성명 초안을 작성해
14일부터 18일까지 교수·연구자 회람을 거쳐 연서명을 받았다.
이날까지 서명에 동참한 교수·연구자는 179명으로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시국선언 당시 동참했던 88명보다 두 배나 많은 인원이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하는 이유를 사람의 문제, 재정의 문제,
언어의 문제 등 3가지로 정리하고 "해도해도 너무한다"며 "윤석열은 해고다"라고 외쳤다.
사람의 문제로는 특정 집단에 편중되고 비선 실세 개입 의혹에 더해
구시대 인물을 재기용할 뿐만 아니라 이념적인 편향성과 노골적인 대결·적대 의식,
잘못된 판단을 굽히지 않으려는 옹고집 성향 등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정부는 사람의 측면에서 국민에게 어떤 희망도 주지 못했다.
이 모든 문제의 중심이자 근원에 있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라고 지적했다.
재정의 문제로는 IMF나 코로나 때보다도 더 힘들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으로 국가재정도 지방재정도 모두 수렁 속에 헤매고 있다며
연구개발이나 보건·복지·노동 등 기간 분야 예산은 축소되고
최고위급 관료는 공적 자금을 끌어다 쓸 궁리나 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비판자들의 입을 막아 국가 모든 영역에서 대화 장애를 일으키고
소통의 제도와 문화를 파괴해 왔다며 "이는 언어의 문제로 모든 국민이 입틀막을 당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대통령은 비판자를 반국가세력으로 몰고 독립영웅을 상대로 역사 전쟁을 선동하고
적대적 언어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등 내정과 외교를 불문하고
무의미한 긴장을 조성해 한국 사회를 말의 파탄 상태로 몰아갔다고 꾸짖었다.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식, 다른 내용, 다른 강도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구하려고 한다"며 "그가 마구잡이로 휘둘러 온 권력을 빼앗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해고한다.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안승택 교수(경북대 민교협 의장)는 "한 분의 교수님이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글을 올려서 많은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당시 시국선언에 88명이 참여했는데
이번에 두 배가 넘는 인원이 참여한 것은 분노와 퇴진에 대한 요구가 숫자로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철 교수(전국국공립대학교교수노조 경북대지회장)는 "와이프는 무서워하면서
국민을 우습게 생각하는 대통령, 국민 말을 듣지 않으면서 사이비 말에 귀를 기울이는 대통령,
카르텔 범죄자로 취급하는 대통령을 누가 만들었나.
이 사회가 그를 괴물로 만들었다"며 "그 속에서 숨쉬는 우리들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강단에 선 우리부터 회초리를 내려쳐야 한다"면서
"우리는 좀 더 정의로운 사회, 좀 더 따뜻한 사회,
함께 나누는 사회를 위해서 함께 나서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이어 학생들의 시국선언도 이어질 예정이다.
경북대 학생들은 오는 26일쯤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대구시당 "민주주의 지키고자 하는 국민적 열망의 시작"
한편 대구경북 대학가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구경북에서 밝히는 횃불이
들불로 번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밝혔다.
대구민주당은 "대구경북은 여당 세력의 집결지로 불려왔지만 이제 이곳에서 터져나오는
양심의 외침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새로운 횃불을 밝힌다"며
"경북대, 대구대, 안동대를 비롯한 대구경북 학자들의 시국선언은
이 시대를 향한 경고이자 미래를 향한 결단"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민주주의 퇴행'으로 규정하며 외교실패,
민생 파탄, 권력 남용 등 수많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의미는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특정 지역만의 목소리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국민적 열망의 시작"이라며 "대구경북 지역 교수들과 연구자들의
시국선언을 적극 환영하며 이들의 외침이 대한민국 전역에 닿을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래는 시국선언 전문.
"민주주의를 요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고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경북대학교 교수‧연구자 시국선언―
문제의 차원이 달라졌다
한국 사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집권 아래 벌어진 일들을 걱정하고 비판해 온 경과는 짧지 않다.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말들이 돌기 시작했을 때의 일이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정부 비판을 되뇌다가, 이제 그런 말 하기가 입이 아프다고 생각한 지도 이미 오래다. 집권 기간이 길지 않았고, 강렬한 업적이 눈에 띄지도 않는데, 그 걱정과 비판이 이렇게 길고 강하게 이어진 사실이 놀랍기조차 하다.
그럼에도 오늘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식, 다른 내용, 다른 강도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구하려고 한다.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나라. 쏟아지는 비판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잘못이 있으면 말해 달라고, 잘못이 뭔지는 몰라도 사과는 벌써 다 했다고,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불법이 아니지만 특검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이제 우리는 해고한다. 그가 마구잡이로 휘둘러 온 권력을 빼앗을 것이다. 이제 문제의 차원이 달라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였는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우려와 비판은 그가 집권하기 전부터도 있었다. 그의 경험, 세계관, 실력, 지식, 감성, 언변, 사고력, 판단력, 정치력, 심지어 유머 감각까지, 거의 모든 것이 의심스러웠다. 그럼에도 대통령 당선과 함께 우리는 일단 걱정과 의심을 접었다. 그가 해야 할 일이 많고, 그 일의 시급함과 위중함이 컸기 때문이다. 선거 전에 있었던 일은 후보로서 경쟁하느라 벌어진 일이라 여기며, 국민을 통합하고 위기를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가 대통령으로서 보여준 것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아무 능력이 없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줄곧 능력 있는 인사를 적재적소에 쓰는 일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오늘날 누가 이 말에 끄덕이며 납득하겠는가? 온갖 전문 영역에서 검찰 출신자들로 핵심 고위직을 채우고, 경찰 고위직에는 프락치 경력 의혹을 받는 자까지 발탁되었다. 서울대 출신 고령 남성으로 각료‧보좌진을 가득 채우는 등, 인사 다양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비선 개입의 의혹이 줄곧 대통령의 행보를 따라다녔으며, 배우자나 역술인, 모사꾼 부류가 개입한다는 의혹까지 꼬리를 물었다. 그 의혹들의 일부는 지금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적대하는 자가 노사정 대화를 책임지고, 자신이 뉴라이트가 아니라 우기며 뉴라이트의 망언을 일삼는 이들이 역사와 교육과 학문과 외교를 책임진다. 심지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명을 받은 인물조차 임명하지 않고 공직을 공석으로 두며, 그렇게 파행으로 운영하다가 정부 기구가 작동 불능의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대통령과 가까우면 수도 한가운데에서 사망자만 150명이 넘는 압사 사고가 일어나도 책임지지 않으며, 수사 대상에 올랐어도 주요국 대사직에 기용한다. 고위공무원이 국가의 감사 업무나 진실 화해 업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공사석 불문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다닌다. 무능하면서도 극단적인 대외 정책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거듭 위기로 몰기도 했다. 왜 여기저기서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는가? 모든 문제의 중심이자 근원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다.
IMF와 코로나 때보다도 힘들다
국민은 IMF 금융위기 때보다,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지금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동시에 부자 감세가 한 원흉이라 지목되는 세수 부족으로 인해 국가 재정도 사경을 헤맨다. 국가 재정 교부에 많은 것을 의지하는 지방재정도 깊은 수렁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 문제의 진단과 해결을 담당할 고위 관료는 각종의 공적 자금을 끌어다가 때운다며, 뻔뻔스레 고개를 치켜들고 회전의자에 앉아 있다. 국가의 연구개발 예산을 통째 도려낸 일은 십자포화를 맞은 끝에 뭔가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아무것도 정상화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노동 재정은 폭탄을 맞고 그로기 상태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 기조이고, 입 밖에 내는 말이 무엇이든 현실적으로 그것을 실현할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 일의 원점에 있었던 자신의 '연구비 카르텔' 발언에 대해 사과 비슷한 것조차 한 일이 없다. 그 모두가 대통령의 철학과 세계관의 소산이고, 열렬한 정책적 궁리의 귀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모두가 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킨 일 아닌가?
모든 국민이 '입틀막' 당했다
카이스트 졸업식의 '입틀막' 사태는 대단히 상징적이며, 놀라운 사건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민주노총과 화물연대에 몰매를 놓으며 노동 기본권을 찍어 누를 때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말도 안 되는 듣기 능력 테스트와 상습화된 고소‧고발‧제재로 비판자들의 입을 막은 일은 어떤가. 그것이 어처구니없는 폭거라는 점은 얼마 안 남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조차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나도 안다"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그렇게 말했다가 보수의 마지막 보루조차 무너지는 일이 두렵기 때문이다. 스스로 방파제가 되기를 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수치스러운 묵인 아래 유지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권력과 지지 기반은 도대체 무엇인가? 방파제 위에서 벌어지는, 벌거벗은 임금의 퍼레이드가 아닌가? 왜 지지자들에게 자기 나신을 향한 환호를 강요하는가? 반대자들이 만만한가? 지지자들이 우스운가? 왜 그의 지지자들은 그런 곤경에 빠졌는가?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남의 말을 도무지 듣지 않고, 한국 사회를 말의 파탄 상태로 몰아갔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점을 특히 용서할 수 없다. 비판자를 반국가 세력으로 몰고, 독립 영웅을 상대로 역사 전쟁을 선동하며, 남북 간에는 물론 멀리 유럽까지 날아가 마구잡이의 말로 군사 긴장을 고조시켰다. 의료진과의 대화 단절, 말에 의한 악마화는 말할 것도 없다. 공석에서 반말이나 해대며 건들거리는 일까지, 그가 저지른 소통 파괴의 목록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취임 후 인사가 폭탄 수준의 참사여도, 나라의 물적 토대가 거덜이 나도, 도대체 말이 통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놓고서 맨날 전 정부 탓만 해도, 지금까지 우리는 개별 사안을 비판했을 뿐 대통령을 향해 물러나라고 하지 않았다. 배우자 일가의 소유지를 향해 고속도로가 휘어져 들어도, 사도 광산이나 독도 문제에서 묵과할 수 없는 일들을 기꺼이 묵과하고 심지어 앞장서는 듯한 자들이 국정을 좌우해도, 우리는 개별 사안과 개별 사람은 비판했어도, 대통령 자신이 그 자리를 내놓음으로써 책임지라고 하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는 이태원에서 멀쩡한 젊은이들이 죽어 나가도, '애국한 잘못'밖에 없는 젊은 해병이 안전 장비 하나 없이 수색에 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려서 죽임을 당해도, 장관과 사단장에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했지, 대통령이 직접 책임지라고 하지 않았다. 대통령 배우자가 저지른 잘못들이 명백해 보여도, 경찰과 검찰이 시간만 끌다 갑자기 나서서 죄 없음을 강변해도, 배우자를 수사하라고, 기소하라고, 죄가 있다면 죗값을 물으라고 요구했지,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지라고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가 종국에는 국민의 이해와 요구에 따라서 행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유사한 문제가 무한 반복되는 이 상황이, 그에게 미심쩍은 믿음을 보낸 우리의 잘못이라면 어떻게 되는가? 여전히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라고만 말하고 있어도 되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해고다
올해 핼러윈에는 이태원에 많은 사람이 몰렸지만 사고가 나지 않았다. 제대로 안전조치를 취하고 경관들이 안전 계도와 질서 유지에 힘썼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해 핼러윈의 이태원에서 참사가 발생했던 것은 그 일을 해야 하는 자가 책임을 방기했기 때문이 아닌가? 그런데 왜 대통령은 그의 책임이 없다고 하는가? 채수근 해병 사건은 어떤가. 책임을 져야만 하는 자들이, 부하들을 윽박질러 말단 사병을 죽음의 강바닥에 내몬 장성이, 대통령에게만 잘 보이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결론을 내린 것 아닌가? 애꿎은 젊은 해병의 죽음 앞에 고위 군인들이 부하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자기는 책임을 모면하려는 것이 아닌가? 뉴라이트 망언을 일삼아 온 자들이 거듭 고위직에 올라 망언을 되풀이하는 것은 도대체 누구의 책임인가? 대통령 배우자와 관련된 온갖 문제가 덮이는 일이 반복되고, 이에 국민이 모두 분개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도, 검찰도, 그 누구도 대통령 배우자의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가려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 모두는 당연히 국정 최고 최후의 책임자인 대통령의 책임이다.
그러나 끝내 대통령이 이 모든 국민의 말을 들으려고도, 뜻을 읽으려고도, 그 삶을 헤아리려고도 하지 않으면, 그래서 민주주의라고는 없이, 국민이 주권자로서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식조차 없이, 국민의 공복들이 모두 대통령만 쳐다보며 지낸다면, 이는 누구의 책임인가? 오늘 우리는 그것이 우리의 책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대통령이 책임을 지라고, 스스로 책임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 책임을 묻겠다고 했어야만 했다. 그러므로 이 모든 일은, 그 실천은커녕 요구조차 하지 않고 대통령 윤석열의 치세를 지나온, 우리의 책임이다. 국민의 말을 듣지 않는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말을 듣지도, 물러나지도 않는다면 우리가 끌어내릴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고다.
2024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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