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사거리 100억 짜리 호화 원형 육교, 적절성 의문

/춘천사람들
 

대부분 육교 철거되는 추세에 막대한 예산 투입해 호화 육교 건설 논란 일 듯
고양·천안·수원 등 수십억 명품 육교들, 이용자 거의 없어 눈요기용 '애물단지'

 

춘천시가 올해 안에 소양2교로 진출하는 호반교차로에 100억 원을 들여

명품 원형 육교를 준공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전국적으로 육교를 철거하는 추세에서

적절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5년 고양시는 37억 원을 들여 일산 킨텍스 인근에 원형 육교 ‘높빛구름다리’를 건설했다.

차도를 건너지 않고 킨텍스 주변 공원과 공원을 오갈 수 있도록 설치됐다.

그러나 보행자들이 동선이 길고 오르내림이 있는 육교보다 횡단보도를 더 선호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고양시 일산 킨텍스 인근에 조성된 원형 육교. 수년째 주민들의 철거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고양시는 주민 여론에 밀려 급기야 육교를 철거하고 육교 밑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에 이르렀지만,

철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수십억 원이 들 정도로 만만치 않았다.

 

수년째 계속된 주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현재 육교 철거도 횡단보도 설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고양시에 상황을 물었지만, 이렇다 할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

 

고양시뿐만이 아니다. 천안시는 2010년 9월 8일,

길이 206m 폭 4m의 68억 원짜리 명품 원형 육교를 준공했다. 4개의 주탑과 LED 조명까지 갖췄다.

 

처음에는 계단과 경사로로 설계했지만, 장애인단체의 반발로 계단 대신 승강기 4대를 설치했다.

개통 당시 화려한 LED 조명이 연출한 야경을 담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인근 아파트 옥상을 오르내리며 경쟁적으로 포스팅을 했다.

천안시 불당동 원형 육교. 인근에 대단위 주거 단지와 학교가 밀집해 있어 이용량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무단횡단 사고가 빈번하고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빚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밤늦게까지 환하게 반짝이는 불빛으로 불면을 호소했고, 육교보다 낮은 주택이나 상가의 경우에는 사생활 침해 민원까지 발생했다. 인근 지역 학생들은 오르내리는 불편함에 무단횡단을 하다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과다한 사업비도 논란이 됐다.

 

원형 육교는 아니지만, 수원시는 2010년 8월 팔달구 인계동에 42억 원을 들여 경기도문화의전당과 야외음악당을 연결하는 길이 67.7m, 폭 4.5m 규모에 승강기 2대를 갖춘 호화 경관 육교를 설치했다. 설치계획 수립부터 시의회와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강행한 이 경관 육교는 완공 후 이용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수원 광교, 판교와 동탄 등 신도시에서도 일부 교차로에 횡단보도와 별도로 수십억 원을 들여 초호화 육교를 지었지만, 이용자는 거의 없어 막대한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광교신도시 호수공원 앞 원형 육교는 몇 시간이 지나도록 이용 주민은 전무했고, 대부분 횡단보도를 이용했다. 동탄신도시와 판교신도시도 별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어린이 안전을 이유로 육교 대신 횡단보도를 설치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비교적 최근에 경쟁적으로 설치된 호화 경관 육교나 원형 육교가 아닌 일반 육교들은 이미 이용이 거의 전무하고 도심의 흉물로 전락해 설거되는 추세다. 보행자들은 육교 대신 횡단보도 이용을 선호하며 횡단보도가 없으면 무단횡단을 감행한다.

오산시가 1996년 언동초 근처에 육교 2곳을 설치했지만, 보행자들 대부분은 육교 대신 30m 떨어진 횡단보도로 길을 건넌다. 화성시 화성초 근처 다른 육교도 폭이 10m에 불과한 2차로를 건너는 데 육교를 설치했지만, 보행자들은 육교 이용 대신 무단횡단이 일상이 됐다.

 

양양군 낙산지구 인근 조산리 주민들도 조산초교 앞 7번 국도에 20년 전 설치된 육교를 철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설도 노후화한 데다 승강기 등 노약자 편의시설도 갖추지 않아 이용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수시는 2020년 교통약자 보행 편의와 도시미관 개선 명분으로 신산‧신풍‧도원‧광무‧여서‧충무 등 6개의 육교를 철거했다. 홍성군도 10년 넘도록 철거 요구가 빗발친 홍성고 앞 육교를 철거했고, 광주시에서는 2014년 이후 철거된 육교만 11개다. 서울시의 경우, 2000년 248개였던 서울시 내 육교는 2017년 162개로 대폭 감소했다.

 

이처럼 보행자들이 육교보다는 횡단보도를 선호해 육교를 이용하기보다 오히려 무단횡단이 빈발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에서 호반교차로 호화 원형 육교 건설이 보행자 편의를 위한 것인지 경관용인지 목적을 분명히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023년 조명 교체 공사를 끝낸 천안시 불당동 원형 육교.
 

시가 호반사거리 원형 육교를 설치하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소양2교 차량 통행량이 많고 횡단보도가 직접 연결되지 않아 보행자들이 불편하기 때문이라는 것. 육교를 설치해 이동 편의성이 증가하면 번개시장을 비롯해 소양동 일대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원형 육교 건설의 한 이유다.

 

시의 계획은 소양강스카이워크와 자전거플랫폼 일대, 번개시장과 그 건너편을 연결하는 길이 188.5m, 높이 6m의 원형 육교를 올해 12월까지 준공하겠다는 것. 원형 육교를 조성하는 데 드는 사업비는 자그마치 100억 원이다. 시는 각 4곳의 진출로에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이용자 편의를 돕겠다고 했다. 그런데 조감도를 볼 수 있는지 물었더니 시에서는 아직 조감도를 계속 수정하고 있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러나 이곳 보행자 통행량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는 확인할 수 없었다. 실제로 평상시 이곳의 보행자 통행량은 별로 없다. 스카이워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이 육교가 생긴다고 번개시장이나 인근 상권으로 접근할지도 의문이다. 간혹 의암호 전망을 볼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있겠지만, 보행자 편의를 위한다는 당초의 명분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은 화려한 LED 조명을 갖춘 눈요기용 경관시설이 될 거란 지적이 지배적인데, 100억 원이란 예산을 들여 원형 육교를 추진하는 게 적절한지는 앞으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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