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빨대가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적이다?

/ 최보금 기자

 

[독이 된 녹색, 친환경의 배신: 숲이 위험하다④]
계속된 '종이 빨대' 실효성 논란, 까보니 '관련無' 연구들
흐름 끊은 정부…기업은 '도입 중단', 업계는 '도산 위기'
해외선 '종이빨대' 열풍…그들은 단순했다
판정 결과, '절반의 사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카페에 구비된 종이 빨대. 암스테르담=최보금 기자

암스테르담 시내 한 카페. 아이스 커피를 주문하자 종이 빨대가 꽂혀 나왔다. '종이 빨대를 쓰는 게 진정 친환경이라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자, 반응은 단순했다.

"It's better than nothing(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잖아요)"

카페 점원은 어깨를 가볍게 들썩이고 이같이 말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카페, 마트에선 플라스틱 빨대를 찾아볼 수 없었다. 판매가 금지돼있기 때문이다. 환경 정책이 복잡하게 얽혀버린 한국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암스테르담 카페에 종이 빨대가 구비돼 있다. 암스테르담=최보금 기자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플라스틱 빨대, 종이컵, 비닐봉지 등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사실상 철회했다. 2022년 11월 식당과 카페 등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할 시 최대 300만 원 과태료를 부과하는 정책을 발표하고 1년의 계도 기간을 두었으나, 기간 만료를 앞두고 무기한 연장한 것이다.

요란했던 '빨대 규제'의 허무한 끝이었다. 당시 환경부는 브리핑을 통해 "소비자는 종이 빨대가 음료 맛을 떨어뜨리고, 쉽게 눅눅해져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입장"이라며 "사업자는 비싼 종이 빨대를 구비하고도 고객과 갈등을 겪는다"며 이중고를 언급했다.

이와 관련한 CBS노컷뉴스의 추가 질문에 정부는 "플라스틱 제품과 종이 제품 중 어느 것이 더 친환경적인지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있어 단정 짓기 어려운 부분"이라 답했다.

종이 빨대, 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대안이 됐을까?

계속된 '종이 빨대' 논란…"환경 친화적" VS "탄소 배출 더 많다"

지난해 11월 한국 정부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사실상 철회했다. 사진은 25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비치해 둔 모습. 최보금 기자

종이 빨대를 둘러싼 논란은 진행 중이다. 환경친화적이라는 입장, 오히려 인간에게 더 유해하다는 입장이 충돌한다.

종이는 원료를 자연(나무)에서 얻는다. 석유·천연가스를 가공해 만드는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이라는 통념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플라스틱은 사용 후 썩는 데에 최대 500년이 소요되지만 종이는 수개월이면 자연 분해된다고 알려졌다. 또 플라스틱은 땅에 묻혔을 때 주변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으로 바다에 흘러들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

전 세계적인 플라스틱 퇴출 운동에서 대체안으로 주목받은 건 종이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 2018년 '플라스틱 빨대 등의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해 나갈 것'을 선언하면서 종이 빨대 등으로의 대체를 독려했다.

플라스틱 대신 종이를 권고하는 환경부 홍보 영상들. 환경부 제공
그러나 이후 종이 빨대의 친환경성을 반박하는 연구결과가 잇달았다.

지난해 벨기에 연구진은 "종이 빨대에서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는 PFAS(Perfluoroalkyl Sulfonate) 물질이 가장 자주 검출되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자국에서 판매되는 39개 브랜드의 5가지 종류 빨대를 분석한 결과 △종이(90%) △대나무(80%) △플라스틱(75%) △유리(40%) △스테인리스(0%) 순으로 PFAS가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또 2022년 미국 환경보호청 홈페이지에 게재된 ' '일회용 빨대의 생애 주기 평가(Life cycle assessment of environmental impact of disposable drinking straws: A trade-off analysis with marine litter in the United States)' 보고서는 종이(PA)·생분해(PLA)·플라스틱(PP) 빨대에 대한 생애 주기 평가 결과, 플라스틱 빨대를 다른 소재로 대체했을 때 오히려 더 많은 환경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린다.

이 같은 연구들이 전해지자, 국내에서 그동안 대안으로 여겨졌던 종이 빨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무엇이 친환경 빨대인지 논쟁이 이어졌고, 한국 정부의 정책 혼선은 이와 맞닿아 있다.
 
환경부는 '종이 빨대의 친환경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단정 짓기 어렵다"면서 "미국 환경보호청은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 대비 탄소배출량이 5.5배 높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근거를 들었다.

"종이 빨대 유해하다"?…까보니 '미흡한' 연구들

환경부가 "미국 환경보호청은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 대비 탄소배출량이 5.5배 높다고 발표한 바 있다"는 근거를 들며 참고했다고 언급한 사진(왼쪽). 하단에 'epa.gov'라고 출처를 명시하고 있지만, 미국 환경보호청 홈페이지에선 해당 원문을 찾아볼 수 없다. 그림이 게시된 사이트에서 풀빨대를 판매하고 있다(오른쪽). 사이트 캡처

그러나 실제 미국 환경보호청은 이러한 공식 입장을 '발표'한 적이 없다. 취재진의 추가 질문에 25일 환경부는 "EPA(미국 환경보호청) 검색했을 때 원문 자체는 사실 못 찾았다"고 답했다.

대신 환경부는 출처가 'EPA'라고 명시된 그림을 참고했다고 언급했는데, 이 그림이 게시된 사이트는 풀 빨대를 판매하는 사이트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앞서 언급한 '일회용 빨대의 생애 주기 평가 보고서'가 그나마 최근 반대 논거로 가장 빈번히 인용되고 있는데, 플라스틱 빨대가 종이 빨대보다 훨씬 유해하다는 일부 실험 결과도 포함하고 있다. 정리하면, 이 역시 종이 빨대가 더 낫다고 단정 짓기엔 미흡하단 뜻이다.

'사용 후 100% 매립지로 보내진다'고 가정한 경우엔 종이 빨대가 지구 온난화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력이 플라스틱 빨대보다 약 4.56배 높았다. 반면 '사용 후 100% 소각된다'고 가정한 경우엔 플라스틱 빨대의 오존층 파괴 잠재력이 종이 빨대보다 약 27만 2075배 더 높았다.


2022년 미국 환경보호청 홈페이지에 게재된 "Life cycle assessment of environmental impact of disposable drinking straws: A trade-off analysis with marine litter in the United States" 보고서 발췌

종이 빨대 생산 업체 리앤비의 최광현 대표는 "종이 빨대 생산 과정은 워낙 단순하다"며 "원료 조달, 냉각 열, 공정 과정 전반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만들 때보다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될 여지가 전혀 없다. 종이를 돌돌 말아 열을 살짝 가해 만들 뿐이다"고 반박했다.

종이 빨대에서 PFAS가 검출됐다는 벨기에 연구의 경우, 국내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대표는 "PFAS는 국내 제품에서는 일절 나오지 않는 물질"이라며 "이미 8-9년 전 햄버거를 쌓아놓은 종이에서 검출되었다가 (논란이 된 후) 종이 산업에서 완전히 퇴출됐다"고 말했다.

이어 "벨기에 연구 당시 아시아 원산지로 표기된 종이 빨대는 전부 중국산이었다"고 강조했다.

정책 혼선에…기업은 '도입 중단', 업계는 '줄도산'

지난해 11월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종이 빨대 생산 업체 대표들이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해 플라스틱 빨대를 써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줬다"며 플라스틱 사용 규제 계도기간 무기한 연기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정책 철회 근거로 '경제적 부담'을 들었다. "가격이 2.5배 이상 비싼 종이 빨대를 구비했으나, 고객의 불만을 들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번복이 오히려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종이 빨대 생산 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네이처페이지 측은 "회사가 위기"라며 "(종이 빨대를) 납품하기로 기업들과 접촉하고 있었는데 정부 발표 이후로 대부분 다 무산돼 버렸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종이 빨대만 가지고 사업했던 데는 다 도산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면서 "다른 사업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거 가지고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아마 이 사업으로 올해 넘길 회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한국에선 여전히 플라스틱 빨대가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최보금 기자

리앤비 최 대표도 "법 시행을 앞뒀을 때의 출고량에 비해서 (현재) 10분의 1 이하로 줄었다. 남품이 아예 끊긴 데도 있고 폐업·파산·압류당한 업체도 있더라"고 했다.

그는 "(정부는)정책 철회가 아니고 연기한 것이라지만, 언제 종료할지 알려 달라는 요청엔 '종료 시점을 정하지 못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은 "(정부가) 종이 빨대 단가가 떨어지고 있는 흐름을 반영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종이 빨대 사용이 본격화되고 규모의 경제가 되면 충분히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할 수 있는 경제성은 확보할 수 있는 문제였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화학연구원은 지난 2022년 경제성·상품성 등 기존의 단점을 보완한 종이 빨대를 개발한 바 있다.

해외선 '종이빨대' 열풍…그들은 단순했다

네덜란드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선 플라스틱 빨대 판매 자체가 금지돼있다. 오스트리아 슈퍼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는 종이 빨대. 빈=최보금 기자

취재진이 방문한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선 현재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나 식기류 등의 유통 및 판매가 전면 금지돼 있다. 네덜란드 환경청은 "EU의 모든 회원국은 EU의 지침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EU의 일회용품 규제안은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지난 2019년 플라스틱으로 만든 빨대 등 10개 품목에 대한 시장 판매 금지를 주요 골자로 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Single-use Plastics Directive)'을 발효했고, 이후 모든 회원국이 자국 법에 적용했다. 2021년부터 해당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시장 출시를 금지하면서 규제 범위와 정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플라스틱 규제 정책의 '실시→폐지→부활', '금지→완화→무기한 연장' 등을 반복하며 피상적인 논쟁을 거듭하는 한국의 모습과 대조된다.

EU는 2019년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Single-use Plastics Directive)'을 발표한 이후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강화 중이다. 플라스틱 규제 정책의 '실시→폐지→부활' 등을 반복하며 피상적인 논쟁을 거듭하는 한국의 모습과 대조된다.

분명한 건 "종이는 탄소 중립"


분명한 건 종이는 순환 자원이자 탄소 중립 자원이라는 점이다.

국내 제지 업체들은 순환림에서 원료를 조달한다. 순환림은 나무를 베고 다시 심기를 반복하며 목재를 생산하는 숲을 뜻하는데,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가 조림펄프(순환림에서 채취된 펄프) 제품에만 FSC 인증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홍 소장은 "플라스틱은 탄소를 계속해서 대기 중으로 날려 보내는 셈이지만, 종이는 나무를 베고 심고 순환되는 방식으로 원료를 조달한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사이클이 돌아가기 때문에 화석 연료로 만드는 플라스틱을 쓰는 것보다 종이로 대체하는 것이 탄소 중립"이라 설명했다.

이어 "종이 빨대도 안 쓰는게 제일 좋다"면서도 "다만 일회용품 규제 취지는 장기적으로 우리 소비의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자는 것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종이 원료의 조달은 지속 가능한 점,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우리 소비를 바꾸자는 차원에서 (플라스틱 빨대 금지는) 하나의 상징적인 시작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도 "규제의 계도기간이 연장됐을 뿐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권장하는 것도 아니다"며 "빨대를 (부득이하게) 사용할 땐 종이 빨대와 같은 대체품을 이용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고 해명했다.

[독이 된 녹색, 친환경의 배신: 숲이 위험하다③]

나무 태워 전기 만드는 산림바이오매스
원목 태우는데 자료 없다? 쌓여있는 목재
"태운다고요? 비쌀텐데…" 해외에서도 의아판정결과, '사실'
CBS노컷뉴스가 방문한 지역 한 산림 업체. 산에서 수확한 목재들이 쌓여 있다. 정재림 기자
 

지난 6월 8일(현지 시각) 독일 본(Bonn). 유엔기후변화협약 제60차 부속기구회의(SB60) 주간에 한국의 산림바이오매스가 다시 한 번 언급됐다.

기후솔루션·호주열대림보전협회(ARCS)·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등 6개 대륙 환경단체는 숲에서 벤 나무를 화력발전소에 태워 전기로 쓰는 '산림바이오매스' 발전 방식을 비판했다.

한국이 산림바이오매스에 과도한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투입하고 멀쩡한 원목을 태우는 등 지난 2022년에만 온실가스 580만 톤의 감축 부담을 생산국에 떠넘겼다는 주장이다.

앞서 18개국 69개 기후·환경단체는 지난 4월 5일 식목일에 윤석열 대통령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산림바이오매스 관련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즉 보조금 폐지를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 2022년에는 750명의 세계 석학들이 윤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정상들에게 발전소에서 태운 산림바이오매스 원료가 벌채 부산물과 잔여물이 아닌 대부분 원목에서 나온다며 산림바이오매스 의존 중단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과연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일까.

산림바이오매스, 대체 넌 누구냐

목재펠릿(좌측)과 목재칩. 산림청 홈페이지 캡처·정재림 기자
산림바이오매스는 산에서 나오는 목재 물질을 활용해 열과 전기를 만드는 재생에너지 가운데 하나다. 산림청은 산림바이오매스를 화석연료 대체용인 친환경 재생에너지, 즉 탄소중립 에너지로 소개하고 있다.

산림바이오매스의 주된 연료로는 잘게 부순 나무를 압축한 목재 펠릿과 나무를 잘게 파쇄한 목재칩, 그리고 목질계 폐기물을 태우는 바이오 SRF 등이 있다. 발전소에선 석탄 대신 목재 펠릿과 목재칩 또는 바이오 SRF를 태우거나, 석탄과 함께 태워 전기를 생산한다.

여기에 버려지는 잔가지를 수거한 뒤 태우는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도 있다. 산림청은 △수종갱신·목재수확을 통해 나온 원목에 이용되지 않는 부산물 △산지 개발 과정에서 발생된 산물 중 원목 생산에 이용되지 않는 부산물 △숲가꾸기를 통해 나온 산물 등을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라고 정의한다.


늘어나는 산림 바이오매스, 왜?

 지난해 한국에너지공단이 발표한 '2022 신·재생 에너지 보급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총 발전량 가운데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은 전체 대비 지난 2018년 4.99%에서 2022년 9.22%로 2배 가까이 늘었다. 2022년(62만 6448 GWh) 기준으로 보면 △태양광(60.9%) △바이오매스(23.6%) △수력(7%) △풍력(6.6%) 등의 순이었고, 신 에너지로는 △연료전지 △IGCC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바이오매스에 속하는 산림바이오매스 발전량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우드칩(목재칩) 발전량은 지난 2016년 106GWh에서 2022년 319GWh로 3배가 됐다. 특히 목재펠릿 발전량은 같은 기간 2764GWh에서 7393GWh로 급증했으며 바이오 SRF 역시 341GWh에서 1892GWh로 늘었다.

국내 산림 바이오매스의 경우 발전용(80%)이 난방용(20%)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산림청은 난방용에 비해 발전용이 높은 이유로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따른 발전용 목재펠릿·목재칩 수요 확대를 꼽는다.

산림청은 CBS노컷뉴스에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비율에 따라 탄소중립 재생에너지원인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활용한 발전용 목재제품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낮은 난방용 비율의 경우 목재펠릿 난방기기의 보급 규모가 낮다 보니 목재펠릿 연료 수요가 높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가이드라인에선 산림바이오매스를 탄소중립 에너지원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전문가 사이에서 인정받은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IPCC가 내놓은 6차 평가보고서, 각종 특별 보고서 등에 따르면 바이오매스는 여러차례 언급된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에너지 가운데 하나로 명시돼 있다. IEA(국제 에너지 기구)도 화석 연료를 대체할 재생에너지 중 하나로 산림바이오매스를 꼽는다.

국립산림과학원 정한섭 임업연구사는 "산림바이오매스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탄소중립 재생에너지에 해당한다"며 "태양광, 풍력 등 다른 에너지원이 모든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한 산림바이오매스 발전은 (국내)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하는 한 축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목 태우는데 자료가 없다?

지역 한 업체가 쌓아둔 목재들. 정재림 기자
이 가운데 국내 산림바이오매스를 두고 멀쩡한 원목까지 태운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 3년간 산림청이 발표한 '목재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목재펠릿 원료에 투입된 원목 비율은 29%였으며 2021년에는 37%에 달했다. 2022년에는 급감한 7%로 머물렀지만, 원목은 여전히 쓰이고 있다.

산림바이오매스에너지협회 이승록 정책위원은 "원목 또는 원목 형태(품질)의 원재료를 목재펠릿에서 이용하는 이유는 쌀로 밥을 만들고 밀로 빵을 만드는 것과 같다"며 "숲가꾸기 간벌이나 수종갱신 등 산림사업에서 발생하는 직경이 작은 10~30cm 원목이나 커다란 원목을 가공하고 남은 부산물을 주요 원재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제적으로 목재펠릿을 만드는 원재료로 직경이 작은 원목과 제재소, 가구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목재가공 부산물을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원목으로 만드는 목재펠릿은 불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2022년 기준 사용된 국산 원목은 354만 1258㎥으로 이 가운데 목재칩 비율은 8%(31만 1576㎥)다. 국가법령지원센터 캡처
국가법령지원센터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기준벌기령, 벌채·굴취기준 및 임도 등의 시설기준'에 따르면 산림바이오매스 에너지의 용도로 사용되는 나무는 일반기준벌기령 중 기업경영림의 기준으로 적용한다. 소나무를 제외한 모든 나무에 적용되는 이 기준은 일반 공·사유림보다 빠르면 10년 정도 먼저 나무를 벨 수 있다.

문제는 목재칩도 국산 원목으로 쓰이고 있지만, 정확한 통계가 집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무를 파쇄하는 목재칩은 △펄프제조용 △보드(PB)제조용 △연료용 등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2022년 기준 연료용으로 생산한 목재칩 비율은 60%에 달한다. 산림청도 "지난 2021년 이후 해당 통계를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이 때문에 수확벌채 과정에서 멀쩡한 원목이 함께 태워지고 있다는 자료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윤미향 의원(무소속)과 기후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이 발표한 '대한민국 산림의 땔감화'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증가한 미이용 목재펠릿·목재 칩에 원목이 섞여 들어 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부와 산림청 간의 통계가 일치하지 않은 정황이 있다는 내용이다.

기후솔루션 송한새 연구원은 CBS노컷뉴스에 "목재칩의 경우 기본적인 통계도 비어있는 부분이 많았다"며 "애초에 관리감독 수준이 펠릿에 비해 매우 낮은 것 같다. 발전용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목재칩 뿐만이 아니다. 국립산림과학원과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공급에 있어 수확벌채의 원목 혼입량 추정' 연구 보고서도 비슷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벌채를 통해 공급된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의 양은 지난 2019년 약 10만 톤에서 2021년에 약 25만 톤으로 2.5 배 증가했지만, 동일 기간에 원목 수집량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원목 수집량과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수집량의 합이 벌채량보다 많게 나타났다고도 했다.

해당 보고서는 또 국내 산림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원목과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나누는 정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며, 규격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현장에 쌓여있는 원목들…환경단체 "모순적인 상황"

지역 한 산림에서 벌채된 나무들. 장윤우 기자
실제로 CBS노컷뉴스는 국내 벌채 현장 등에서 원목들이 쌓여있는 걸 자주 확인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발전용으로 간다고 한다. 멀쩡한 원목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업체 측은 현장에서 기계가 자주 고장나는 등 기술적인 한계를 들었다.

이와 관련 산림바이오매스에너지협회 측은 "나뭇가지는 수거 과정에서 흙, 돌, 철물 등 이물질이 많이 혼입되어 있어 100% 나뭇가지만으로 목재펠릿을 만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직경이 작은 원목이나 원목과 비슷한 품질의 미이용 산림바오매스 목재가공 부산물 등을 적정한 비율로 혼입해 만들어야 규정된 품질의 목재펠릿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목재펠릿은 품질기준으로 가정용은 △A1 △A2 △B, 산업용은 △I1 △I2 △I3 등과 같은 등급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목재 가공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및 잔류물'은 I3 등급에 속한다.

충북대학교 한규성 교수는 "산에서 버려진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만으로 목재펠릿을 만들게 되면 I3등급을 맞추는 게 문턱에서 왔다갔다 하는 수준"이라며 "품질 등급을 넘기기 위해서 극히 적은 물량의 원목들이 사용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사용한다 하더라도 REC 가중치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 펠릿 공장에서도 비싼 원목을 무조건 쓰려고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 측은 멀쩡한 원목을 태우는 게 과연 탄소중립이 되겠느냐는 입장이다.

송한새 연구원은 "업계 사람들은 나뭇가지만 넣으면 품질이 나오지 않아 원목을 섞어서 쓴다고 한다"며 "부산물만 쓴다는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취지에도 반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목 태운다고요? 비쌀 텐데…" 산림선진국의 반응

오스트리아에서도 산불피해를 입거나 벌레 피해를 받은 나무는 발전용으로 쓴다고 한다. 이는 한국과 같다. 빈=장윤우 기자
그렇다면 산림선진국으로 손꼽는 오스트리아는 어떨까. 오스트리아 바이오매스협회에 따르면 현지 산림바이오매스 발전용 비율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발전용이 80%에 달하는 한국과는 상황이 정 반대다.

오스트리아는 산림바이오매스 난방용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설치된 배선망을 통해 지역 난방 보급이 이뤄진다. 오스트리아 농림부에 따르면 현지 전역에 설치된 산림바이오매스 난방용 시설은 약 2451개소에 달한다. 159개에 이르는 발전용 시설에서도 난방을 보급한다.

오스트리아 바이오매스협회 크리스토프 세바스티안 로젠버그(Christoph Sebastian Rosenberger) 차장은 "화석 연료 시설로 관련 일자리가 지역당 8.5개가 창출될 동안 바이오매스는 지역당 61개의 일자리를 생기게 하는 등 지역에서 새로운 가치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스트리아에서는 지속 가능한 산림 및 목재 관리로 산림바이오매스 발전용에는 오직 작은 가지, 줄기, 목재 껍데기 등과 같은 부산물들만 사용한다"며 "산업용으로 사용하고 나서야 남은 부산물을 에너지용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로젠버그 차장은 한국에서 원목을 산림바이오매스 발전용에 투입하는 것을 두고 "에너지로 활용하기에는 원목 자체가 너무 비싸 에너지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폴 에어가트너 국장이 취재진에게 오스트리아 재생에너지 및 바이오매스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빈=정재림 기자
오스트리아의 농림부 소속 산림 및 지역 관리(Forestry and Regions Office of the Director-General)를 담당하는 폴 에어가트너(Paul Ehgartner) 국장도 "(바이오매스에) 건강한 나무는 태우지 않는다, 경제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항상 부산물만 사용한다. 나무가 제재소에 가면 껍질이 벗겨지고 톱밥이 생기는데, 이런 부산물을 사용하거나 산림 과정에서 나오는 산업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목재만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이유로 원목을 태우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왔다.

10년 간 IPCC에서 활동하면서 산림바이오매스를 강조한 네덜란드 안드레아 파이(Andre P.C Faaij) 위트레흐트 대학 교수 겸 TNO 수석 과학자는 "질병, 곰팡이 등으로 건축용·펄프용에서도 사용하지 못한 목재를 바이오매스에 사용하는 건 이해된다"면서도 "펠릿의 품질을 맞추기 위해 원목을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산림바이오매스 방향은?

지역 한 산림에서 찍은 나무. 장윤우 기자
산림청은 지난해 ''제3차 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하며 앞으로도 산림바이오매스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림바이오매스가 국제 사회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로 부각되고 국내에서도 관련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산림바이오매스 이용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지역 순환형 산림바이오에너지 발전사업' 모델을 실연하고 확산하겠다고도 했다.

나무 베어 탄소 중립 해결한다?

[독이 된 녹색, 친환경의 배신: 숲이 위험하다①]
현장은 되물었다 "모두베기, 흙 그리고 시간은요?"
역할 제한적인데…부풀려진 '산림' 효과
판정 결과, '대체로 사실 아님'

나무는 탄소를 먹고 자라는 '탄소 흡수원'이다. 장윤우 기자 ①나무 베어 탄소 중립 해결한다?[노컷체크]
(계속)
나무는 탄소를 먹고 자란다. 나무는 탄소 흡수원이다.

탄소 중립을 위해 탄소 흡수량을 늘려야 하는 만큼, 흡수원의 확보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일반적으론 '나무를 많이 심자'는 개념을 떠올린다. 나무(탄소흡수원)가 많이 생기면 인간이 배출한 수많은 양의 탄소를 다시 흡수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산림청이 발표한 '제3차 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은 이같은 내용과 다소 거리가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1970~80년대 조림한 우리나라 산림은 수확기, 즉 베어내야 하는 시기에 도달했다. 한국 산림 2/3가 31~50년생 나무로 구성돼 산림의 이산화탄소(이하 탄소) 흡수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3차 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 중 '전략1. 산림 탄소흡수능력 강화' 부분 발췌. 산림청 제공
산림청은 "감소하는 국내 산림의 탄소흡수력을 반등시키기 위해서 '산림순환경영'을 촉진할 필요"를 언급한다.

숲이 아닌 자리에 새로운 숲을 조성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건 '신규 산림탄소흡수원 확충'으로 또 다른 전략에 해당한다.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고 있지만 결국 베어내고 → 그 자리에 새로 심어 → 탄소흡수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2027년까지 산림에 부여한 전체 탄소 흡수 목표량은 3천만 톤. 이 가운데 94%(2826만톤)를 나무 베어 달성하겠다는 의미다.

한국은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해야 한다. 기한이 10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탄소 흡수원을 '최대한 늘리겠다'가 아니라 '최대한 베어 국가 감축량 21%에 기여하겠다'는 산림청의 목표. 가능한 얘기일까?

2023년 6월 발표된 제3차 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2023~2027). 산림청 제공

나무 베어 탄소 중립 해결한다?

"인간은 어릴 때 성장 속도가 빠르지만, 나이가 들면 점점 줄어든다. 나무도 마찬가지다."

나무를 베어 탄소 중립을 해결하자는 주장의 가장 큰 논거다.

같은 나무일지라도 어린 나무와 늙은 나무의 탄소 흡수량엔 차이가 있다. 노인이 더는 성장하지 않는 것처럼 노목(老木)의 생장 활동은 느려진다.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해 몸 속에 저장하며 성장하는 나무의 구조상, 유목(幼木)에 비해 노목의 탄소 흡수량은 현저히 떨어진다.

2008년 이후 국내산림의 이산화탄소 순 흡수량이 감소 추세라는 설명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문제는 한국 숲이 '저출산 고령화' 상태란 점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림은 31~50년생 나무가 76%를 차지한다.

"인간도 고령화되면서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듯이, (산림의 나무도) 너무 수확하지 않고 계속 유지만 하면 새로운 나무가 자랄 데가 없다"고 국립산림과학원 장윤성 임업연구사는 설명한다.

한정된 공간을 늙은 나무들이 차지하고 있어 새로운 나무를 조성할 공간이 없다는 의미다. 나무를 베어내면→그 자리에 새로운 나무를 심으니→이들의 적극적인 성장으로 탄소 흡수량이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2016년 한국기후변화학회지에 실린 '벌기령 단축이 미래 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에 미치는 영향 분석' 논문도 벌기령(나무가 벌채될 수 있는 최소 나이 기준. 쉽게 말해 노목의 기준)을 낮춰 더 많이 베어내고 재조림(숲을 다시 만드는 것)할 경우 "모든 수종에 걸쳐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산림 부담 탄소 흡수량의 94%를 늙은 나무를 베어내는 방식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계획이 탄생한 배경이다.

우리나라 산림의 영급별 면적비율 전망. '영급'에선 수목의 나이를 10년 단위로 구분한다. 1영급은 1~10년생, 2영급은 11~20년생이다. 한국 산림 2/3가 31~50년생 나무로 구성돼있다는 분석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현장은 되물었다 "모두베기, 흙 그리고 시간은요?"

지구온난화 대응을 위한 벌목 후 재조림.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반대 측에서도 '벌목' 자체를 죄악시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국토의 약 60%가 산림인 상황에서 유용한 자원으로서 활용해야 한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다만 취재진이 현장을 돌며 만난 이들은 '모두베기'와 '흙', 그리고 '시간'을 언급하며 산림청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①모두베기

생명의숲 유영민 국장(전 사무처장)은 "우리나라 산림은 대부분 모두베기 방식으로 (벌목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벌목은 일부 나무를 선택적으로 골라 자르는 △골라베기, 일괄적으로 베어내는 △모두베기로 나뉜다.

보통 산림을 친환경적으로 경영하는 방식으로 골라베기를 꼽는다. 주변 나무는 그대로 둔 채 벌목 기준에 도달한 소수의 나무만을 골라 베어냄으로써 숲의 연속성을 유지해서다. 그러나 우리 현장에선 나무들이 일괄적으로 베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취재진이 돌아본 산림 현장은 적지 않은 규모로 맨 땅을 드러낸 경우가 많았다. 벌채 후 부산물을 모아둔 모습. 지역의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산지의 가파른 지형을 지적했다. 장윤우 기자​​​​
실제로 취재진이 돌아본 산림 현장은 작지 않은 규모로 맨땅을 드러낸 경우가 많았다. 현장에선 '연말이 되면 보도블록을 갈아엎듯 불필요하게 난개발을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까지 들려왔다.

지역 현장 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산지의 가파른 지형을 지적했다.

그는 "골라베기 기원인 독일은 완만한 지형이기 때문에 가치 있는 나무만 골라 베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 지형에서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골라 벤다 쳐도 (경사가 심하다보니) 나무가 쓰러지면서 옆의 나무를 쳐서 함께 쓰러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적인 득실을 고려했을 때에도 문제가 많다"며 "골라 베면 각각의 원목을 내리는 비용이 더 들고 목재 하나하나의 가치가 너무 떨어진다. 반면 1만㎡ 나무를 다 베어서 공장에 갖다주면 약 600만 원 정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②흙

모두베기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기후솔루션 송한새 연구원은 "토양도 탄소를 가지고 있는데, 모두베기 탓에 흙이 파헤쳐지면서 탄소가 유출된다"고 말했다.

산림이라 하면 흔히 나무와 나무가 이루는 숲만을 떠올리지만, 땅도 포함된다. 사진은 벌채 후 조림 현장. 흙이 파헤쳐 있다. 장윤우 기자​​
산림은 나무뿐만 아니라 숲과 땅을 모두 포함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토양이 지닌 생태적 가치를 주목하는데, 탄소 저장 능력은 이 중 하나다. 죽은 동식물이 땅에 묻혀 썩는다거나 미생물 활동 등으로 탄소가 발생하는데, 흙은 이 탄소를 저장한다.

대표적인 산림 선진국 오스트리아에선 흙을 간과하지 않는다. 산림법에 토양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규모 벌채를 적극 지양한다. 서양에선 토양 유기물에 포함된 탄소를 '오가닉 카본(Organic Carbon)'으로 따로 지칭할 정도로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산림 정책에선 토양이 쉽게 등한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스트리아 산림의 골라베기한 모습. 주변 나무는 그대로 둔 채 나무 한 그루만 잘라져 있다. 골라베기는 토양 피해를 최소화한다. 브루크안데어무어=장윤우 기자
송 연구원은 "토양이 탄소를 나무보다 많이 저장하는데,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토양 탄소에 관한 연구도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국내 토양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머금고 있는지 공표된 적은 없다. 국립산림과학원 측은 흙의 탄소 저장량 조사에 대한 CBS노컷뉴스의 질문에 "(표준화를 위한)탄소 계수 등은 개발했고 내부 공표를 하려고 준비는 하고 있다"고 밝히며 "국제기준에 맞게 20년간의 우리나라 산림토양의 탄소 변화량을 모니터링 중"이라고 부연했다.

또 산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산림을 대규모로 벌채하는 과정에서 지력이 감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녹색연합 서재철 위원은 "어찌 됐든 산사태는 인간이 조금이라도 더 손을 댄 곳에서 많이 발생한다"며 "앞으로 집중호우 강도가 더 세질 텐데, 산에 손을 댈 때에는 재해위험 측면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③시간

자라나기 시작한 나무들. 장윤우 기자​​​
또 다른 반대 근거는 시간이다.

유 국장은 "현실적으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새로 심는 숲이 기존 숲의 탄소 저장량을 초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탄소를 약 200톤 저장하고 있는 50년생 숲이 있다고 치자. 이 숲은 정부 기준에 따르면 온실가스 최대 흡수시기가 지난 노령림으로 벌채 대상"이라며 2025년 벌목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들려줬다.

이어 "이 숲을 내년(2025년)에 베어낸다고 가정하면, 이 숲에 저장된 탄소 200톤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새로 심은 묘목이 다시 흡수량 200톤이 될 때까진 50년을 기다려야 한다. 탄소 중립 기한 2050년엔 고작 25년생으로 구성된 숲이 될 뿐"이라며 "결국 최대한 베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기후 변화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각국의 시민단체에서 부르짖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지역현장 업체 관계자는 "어린나무가 흡수량은 많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큰 나무에서 조금 빠는 것과 작은 나무에서 많이 빠는 것 중 어떤 게 더 많겠느냐"고 되물었다.

수령 50년이 노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국제 환경단체 자연과환경(Nature & Environment)의 피터 드종 에너지 프로그램 리더. 암스테르담=정재림 기자
50년의 시간이 나무에겐 결코 오래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네덜란드 국제 환경단체 자연과환경(Nature & Environment)의 피터 드종(Peter De Jong) 에너지 프로그램 리더는 "나무는 수백년 성장할 수 있고, 한 100년은 자라야 성숙된 숲이라 볼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들에 따르면 50년생 나무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을 늙은 나무라 치기엔 너무 짧다. 만약 벌목해야 한다면 수령 기준이 아닌, 다른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는 경우에 한해 진행하는 것이 좋은 방향일 것"이라 말했다.

산림청 "모두베기, 법에 따라 가능…산은 회복된다"

산림청은 우리 법이 모두베기를 허용하고, 이후 산이 회복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림청은 '골라베기 없이 모두베기한다'. '가파른 지형 때문에 모두베기 한다' 등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사실이 아니라며 "모두베기 전 (이미) 전 단계들을 거친다. 골라베기 한 이후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 기준벌기령이 지나면 법에 따라 모두베기가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수확을 위한 벌채를 추진할 경우 영급(나이)과 생육상태를 고려한다"며 "벌채허가권자는 벌채 허가 전 나무의 영급과 생육상태 외 산림 현황, 재해유발 우려 등 다양한 인자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또 "(모두베기 이후) 사면 복구를 하고 나온다. 또 이후 (그 자리에) 나무를 심어 몇년이 지나면 이전과 동일한 영향을 갖게 된다는 연구자료가 있다"며 산림은 회복된다고 설명했다.

산사태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모두베기와 연관이 없고 강우와 가장 큰 연관성이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벌목을 진행중인 모습. 장윤우 기자​​​​​​​

역할 제한적인데…부풀려진 '산림' 효과

한국이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 양은 2억 9100만 톤이다. 이 중 산림이 흡수하는 양은 2550만 톤이다. 전체의 약 9%에 불과하다.

탄소 중립에 기여하는 비중은 미미하고 정책 효용은 분명하지 않은 반면, 벌목은 불가역적 선택이다.

산림청은 "지금 (한국 산림은) 30~50년생에 편중되어 있기에 나이 구조를 고르게 가져가자는 계획일 뿐"이라며 "순차적으로 적절히 수확해주고 다시 나무를 심어 결과적으로 나이 구조가 골고루 분포한, 건강한 산림을 만들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부담해야 하는 양에 맞춰) 산림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가기 위해 전략을 짰고, 주어진 목표 안에서 임무를 다 하고 있는 것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밤나무 숲. 장윤우 기자​​
그러나 산림청 계획대로 기존 숲을 베어내고 새로운 나무를 심더라도, 베어낸 나무는 배출량으로 계산된다.

유 국장은 "기후 변화 대응의 핵심은 온실 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는 "더 엄격하게 얘기하면, 나무를 가꾸고-베고-심고-운반하는 데 발생한 온실가스까지 (배출량에) 포함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순흡수량은 국제적 산림경영림에 대한 인정기준인 15%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출부터 줄이고 '부족한 부분을 나무 심어 해결하자'가 되어야 하는데, (정부에서) '우리 이렇게 감축할 거야'를 먼저 선언하는 것이 아닌 '우리 이렇게 많이 흡수할 거야'를 먼저 띄운 것이 문제다"고 비판했다.

오스트리아는 산림 자원을 적극 이용하는 대표적인 나라지만, '산림의 최대 생장량' 또는 '탄소의 최대 흡수량' 등을 정책 목표로 삼지는 않는다. 산림이 탄소 감축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 에어가트너(Paul Ehgartner) 국장은 "산림의 기후 영향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오스트리아 농림부 소속으로 산림 및 지역 관리(Forestry and Regions Office of the Director-General)를 담당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산림 자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대표적인 나라지만, '산림의 최대 생장량' 또는 '탄소의 최대 흡수량' 등을 정책 목표로 삼지는 않는다. 오스트리아의 농림부 소속 산림 및 지역 관리를 담당하는 폴 에어가트너 국장. 빈=정재림 기자​​
이어 "단순히 숲에 탄소를 저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적인 예로 빠른 속도로 자라 비교적 더 많은 탄소를 빠르게 저장할 수 있는 외래 수종이 있었으나, 오스트리아 산림법을 통해 이 수종의 조림을 규제했다고 한다.

볼프강 힌트슈타이너(Wolfgang Hintsteiner) 박사는 "침입성 우려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오스트리아 브루크안데어무어(Bruck an der Mur)에 소재한 연방산림학교 HBLA의 산림학과 학과장(headmaster)인 그는 "다양한 수종을 사용하고 자연 갱신을 허용해야 더 안정적이고 활력있는 숲을 만들 수 있다. (오스트리아 정책은) 그것이 생태학적으로도 더 가치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산림은 탄소 저장 측면에서 제한이 있다"며 "최대 생장량을 얻는 것은 오스트리아 산림 정책의 목표가 아니"라고 명확히 말했다.

'흡수량'만 보는 함정…비극이 시작됐다

송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숲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 산림청은 대놓고 숲을 '탄소 통조림'이라고 한다. 탄소를 잡아주는 통조림이라는 건데, 숲(의 역할)이 정말 탄소 통조림뿐인가"라며 "숲은 생물 다양성, 생태계 서비스 등 여러 역할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무가 늙어 흡수량이 떨어져도 중요한 건 숲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머금고 있는가다. 줄곧 증가하던 흡수량이 줄어들었을 뿐 저장량은 그대로"라며 "단순히 어린나무가 좋다, 이렇게 단일화하는 건 문제가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는 산림법에서 대규모 벌채를 적극 지양한다. 브루크안데어무어의 울창한 산림. 브루크안데어무어=장윤우 기자
현장에선 이 같은 관점이 근시안적인 산림 정책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고부가가치로 이어지는 숲의 숙성을 막는단 지적이다.

송 연구원은 "나무를 베더라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빨리 키워 빨리 베어 저급재 목재(일지라도) 활용하자가 산림정책의 기본"이라며 "결국 나무를 오래 길러 벌목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서 위원도 "나무를 베고 다시 심어 탄소를 흡수한다는 건 침소봉대다"라며 "숲을 경영한다는 건 인간의 오만한 표현이다. 지금 시대의 본질은, 인간이 자연을 경영하고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교만이 낳은 위기 아닌가"라고 물었다.

건물에 나무 심으면 친환경이다?

/ CBS노컷뉴스

[독이 된 녹색, 친환경의 배신: 숲이 위험하다⑥]

어디든 '나무' 심으면 친환경? "그건 인간 친화적…국제 기준도 아냐"
'지구' 친화적인 목재…무기한 탄소 저장고
탄소 저장 1천년도 끄떡없다…유럽은 '목조 건축' 홀릭
판정 결과, '전혀 사실 아님'

서울시 강남 청담동 일원에 들어서는 한 고급 주택은 건물 곳곳에 2500여 그루의 나무와 식물을 심어 수직 숲을 이뤘다며 "친환경 건축물"을 자처한다. AI 이미지 생성 툴을 활용해 해당 건물을 재창조한 그림. Playground 제공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들어서는 한 고급 주택의 홍보 문구다. '친환경 그린빌딩 콘셉트'를 표방하는 이 주택은, 건물 곳곳에 2500여 그루의 나무와 식물을 심었다. 건물 자체가 수직 숲을 이뤘다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친환경 건축물'을 자처한다.

친환경 주택은 세계적 트렌드다. 이 청담동 주택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보스코 베르티칼레', 호주 시드니의 '원 센트럴 파크'와 같은 숲 빌딩을 벤치마킹했다.

고급 주택에 덧입힌 친환경은 눈길도 사로잡는다. 최근 이른바 '환경 효능감'을 누리고 싶은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이왕이면 탄소를 덜 배출하고 환경에 무해한 주택에서 살고자 하는 이들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어디든 '나무' 심으면 친환경일까

단순히 건물에 나무를 심는다고 해서 친환경 주택으로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건물에 나무를 심는 건) 인간의 기후 변화 적응(climate change adaptation)일 뿐, 환경 친화적인 건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친환경 건축'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오스트리아 건축가 올리버 스터(Oliver Sterl)는 지구 친화적인지, 인간 친화적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즉, 건물에 나무를 심는 것은 급격한 기후 변화 시기, 단지 '인간'이 적응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취재진이 인터뷰에 나선 7월 초순 오스트리아의 한낮 온도는 35도. 올리버 스터는 "35도, 40도…도시들이 점점 더워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식물들은 단열 냉각을 통해 최대 5도 정도 건물 내부의 온도를 낮출 수 있다. 그게 바로 '녹화'의 효과"라며 "또 식물 안에서 사는 건 사람들로 하여금 좀 더 안락하게 느낄 수 있게끔 도와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도시에서 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목조 건물이든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든 상관없이 식물을 심으면 (인간의) 기후 변화 적응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산림과학원 김철기 임업연구사 역시 "공기질 향상 등 환경적 이점은 있겠으나 건축물 자체가 친환경이라는 지표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는 국제적인 방법론에 관한 얘기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산림분야에서의 탄소 흡수 방법으로는 △산림경영 △신규조림 △재조림 △목재 사용 등이 있다. 단순히 건물에 나무를 심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산림분야에서의 탄소 흡수 방법 중 목제품 활용은 포함되지만, 건물에 나무를 심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제3차 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2023~2027) 발췌. 산림청 제공


한국 역시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국제적으로 탄소 감축 의무가 있다. '나무 심은 건물'은 그저 숲 안에 살고 있다는 낭만의 실현일 뿐이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탄소 감축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규원 산림기술사도 "물론 전 지구적으로 탄소량을 줄여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국제 룰은 정해져 있다"며 "새로 조림을 한다거나 산림바이오매스를 이용한다거나 등의 행위를 해야 국제적으로 탄소 흡수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구' 친화적인 목재…무기한 탄소 저장고

그렇다면 '지구'에 친화적인 방식은 무엇일까. 탄소 중립 시대, 전문가들은 목재를 주목한다.

나무는 태울 때 그동안 저장해온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뒤집어 말하면 나무를 태우지 않는 한 이산화탄소는 저장된다. 나무로 만든 목재 제품은 이산화탄소를 몸체 속에 고정하고 있다.

취재진이 방문한 유럽에선 목재로 만든 놀이터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암스테르담=장윤우 기자


김 박사는 "목재 기둥 1㎥에는 약 840kg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저장된다"고 했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된다. 김 박사는 "2011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르면 국산 목재를 사용하였을 때 목재의 탄소 저장량으로 인정된다"고 부연했다.

더 중요한 점은, 사용이 끝난 목재를 폐기해 태울 때에도 국제 규정상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정한섭 임업연구사는 "IPCC 기준상, 목재는 수확되면 탄소가 방출된 것으로 산정된다"며 "(벌목 시) 탄소 배출이 이미 산정되었기 때문에 이후 추가 산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나무를 베어낸 후라면, 곧바로 태우든 가구로 쓰다 50년 후 태우든 배출량은 '0(제로)'다. 대신 감축량은 인정된다. 대표적인 산림 선진국이자 목재 강국인 오스트리아가 '목재 활용'에 주안점을 두는 이유다.

오스트리아 브루크안데어무어(Bruck an der Mur)에 있는 연방산림학교 HBLA의 산림학과 학과장(headmaster)인 볼프강 힌트슈타이너(Wolfgang Hintsteiner) 박사는 "산림은 탄소 저장 측면에서 제한이 있다"면서 "(따라서) 오스트리아의 전략은 목재를 장기적으로 사용해 추가로 탄소를 저장하는 것"이라 말했다.

오스트리아 HBLA의 산림학과 학과장인 볼프강 힌트슈타이너 박사는 "오스트리아의 전략은 목재를 장기적으로 사용해 추가로 탄소를 저장하는 것"이라 말했다. 빈=정재림 기자

 

韓 "목재도 시간 지나면 탄소 배출한다"…전형적 인용 왜곡

산림청과 일부 언론들은 IPCC 보고서를 인용해 "목재 제품도 시간이 지나면 탄소를 배출한다"며 '평균적인 반감기'를 제시한다.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이는 보고서 일부만을 발췌해 오인한 것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산림청은 "IPCC 기준 탄소 저장 기간이 제재목의 경우 50년, 보드 20년"이라 공식적으로 언급한다.

이를 바탕으로 산업계 뿐만 아니라 일부 언론들은 "목재 제품마다 평균적인 반감기가 존재하고, 이를 지나면 탄소가 배출된다"는 식으로 해당 기준을 인용해왔다.

산림청은 여러 보고서를 통해 "IPCC 기준 탄소 저장 기간이 제재목의 경우 50년, 보드 20년"이라 공식적으로 언급한다. 이를 바탕으로 산업계 뿐만 아니라 일부 언론들도 "목재제품도 시간이 지나면 탄소를 배출한다"며 해당 기준을 인용해왔다. (위)산림청 2030산림탄소경영전략 캡처·(아래)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 캡처


취재진이 전체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보고서는 반감기가 목재에 따라 고정돼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이 같은 '오해'는 IPCC의 '2006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가이드라인 2019 개정판' 12.7장의 "제재목(반감기 35년)과 목재 패널(반감기 25년) 같은 장수명 목재 제품의 배출량을 과대 평가할 수 있다"고 기간을 언급한 문장에서 비롯됐다.

기후변화협의체(IPCC)의 [2006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가이드라인 2019 개정판]에 따르면 12장 수확된 목재 제품과 관련해 12.7(페이지 12.37) 평가의 불확실성에 다루는 장에서, 목재 제품과 관련해 탄소 추정치와 관련된 잠재적인 불확실성을 언급하고 있다. IPCC 제공


이 문장은 "특정 경제 상황에 따라 목재의 반감기(수명)가 과대 또는 과소평가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맥락에서 예시로써 거론됐을 뿐이다.

보고서는 경제 호황기일 때는 사람들이 목재 제품을 빈번히 교체할 수 있고, 반면 불황기에는 교체 주기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목재 제품의 평균적인 탄소 방출 시기를 일정하게 고정하는 것은 잠재적 불확실성을 지닌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 문장 속 언급된 기간을 '제재목과 목재 패널의 반감기'로 단정짓는 것은 전형적인 인용 왜곡이라 할 수 있다.

건축가 올리버 스터가 목재 제품을 들고 탄소 저장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빈=장윤우 기자


보고서에 언급된 '35년'과 '25년'은 미국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대한 것이며, 개별 국가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올리버 스터는 "그건 미국 보고서이고 미국의 건물을 기준으로 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 비엔나에선 보통 건물 수명이 200년 이상이다. 또 중국에는 1천년 된 목조 사원이 있는데, 1천년동안 탄소가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그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오히려 IPCC가 발간한 또다른 보고서에서는 목재를 주택이나 가구에 사용한다면 탄소 저장을 수세기까지 늘릴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일단 나무를 베어냈다면, 최대한 오래 쓸수록 지구엔 '진짜' 친환경이 된다는 의미다.

탄소 저장 1천년도 끄떡없다…유럽은 '목조 건축' 홀릭

전문가들은 목재를 장수명(長壽命)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목조 건축물을 꼽는다.

콘크리트 건물에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건물 자체를 나무로 짓는다면 지구에 친화적일 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도 상당한 양의 탄소 감축분을 인정받을 수 있다.

재료 생산 및 건축 과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되는데, 2021년 기준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7%가 건축 분야에서 배출됐다.

올리버 스터는 "철, 콘크리트 그리고 유리로 건물을 만들 경우 상당히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설명했다.

목재를 쓰면 건물 자체로 탄소를 저장할 뿐만 아니라 건축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도 현저히 줄어든다. 콘크리트 1㎥를 목재 1㎥로 대체하면, 약 1톤의 이산화탄소가 저감된다.

오스트리아 뿐만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 목조 건축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암스테르담=최보금 기자


내구성 역시 철·콘크리트 건물 못지않다. 목재기 때문에 화재, 지진 등에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란 생각은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올리버 스터는 "불이 났을 때 콘크리트와 강철은 650도에서 붕괴하는 반면, 목재는 1천도에서 90분 동안 불을 때어도 내부 코어 온도는 10도 상승하는 데 그친다"고 말했다.

또 "지진 발생 시에도 목조 건물은 유연하다"며 "재료가 더 단단할수록 쉽게 부서지는데, 목조 건물은 구부러지고 탄력적이라 지진에도 잘 버틴다"고 주장했다.

그가 설계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축물 중 하나인 호호빈(HoHo Wien)은 목재 비율 75%로 콘크리트와 혼합해 만들었고, 고전적인 콘크리트 100% 건물과 비교했을 때 약 2800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콘크리트 1㎥를 목재 1㎥로 대체하면, 약 1톤의 CO2가 저감된다. 오스트리아의 호호빈은 탄소 2800톤을, 국내 한그린목조관은 탄소 160톤을 저감했다.


오스트리아는 정책적으로 건축 분야에서 목재 사용을 장려한다.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실제로 취재진이 방문한 유럽 곳곳에선 목조 건축물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기후 정책의 산림 분야에서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은 목재를 건축 등 장수명 제품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오스트리아의 농림부 소속 산림 및 지역관리(Forestry and Regions Office of the Director-General)를 담당하는 폴 에어가트너(Paul Ehgartner) 국장이 강조하는 바다.

그는 "이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시멘트나 철강 같이 생산 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재료를 대체할 수 있고 동시에 건물에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며 "이는 마치 제2의 숲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볼프강 힌트슈타이너 학과장도 "목재는 오스트리아가 직접 가진 원자재지만, 철강이나 천연가스 등은 수입해야 한다"며 "따라서 (목조 건축을 장려하는 것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내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국내 경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이중 효과를 언급했다.

한국도 "향후 조성하는 건축물 목조건축화 선언"…현실은 '저조'

한국은 어떨까. 국내에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건축물' 중 하나로 소개된 목조 건축물이 있다. 경북 영주시 한그린목조관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지은 이 건물은 국내 최초로 CLT(목재를 가로세로 교차해 붙인 건축재)를 활용해 2시간 내화성능을 인증받은 건축물이다. 지난 2021년 세계목재페스티벌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한그린목조관 역시 호호빈과 마찬가지로 목재와 콘크리트 혼합 방식이다. 국내 건축법상 피난 방화 규칙에 따라 엘리베이터와 계단은 무조건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그린목조관의 탄소 저감효과는 무려 160톤에 달한다.

김철기 박사는 "30년 된 소나무 숲 11ha(헥타르)가 15년 동안 흡수할 수 있는 양"이라며 "19평 되는 주택을 콘크리트로 지었을 때와 목재로 지었을 때를 비교하면 목조 주택은 승용차 18대가 연간 배출하는 탄소량을 저감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북 영주시에 소재한 한그린목조관. 이 건물은 국내 최초로 CLT를 활용해 2시간 내화성능을 인증받았다. 정재림 기자


다만 한그린목조관 준공 이후 국내 목조 건축 대중화 속도는 아직 더딘 편이다.

산림청은 2018년부터 총 예산 10억 원을 산정해 민간 건축물의 목조화를 지원하고 있으나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집행은 단 2건에 불과했다.

목조 건축을 위한 공급 여력 자체도 충분치 않다. 현재 국내 CLT 생산업체는 0개사, 집성재 생산업체는 5개사, SPB 생산업체는 1개사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의 목재 소비 현황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기준 한국은 연간 2868만㎥의 목재를 소비하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인 58.9%가 펄프용과 바이오매스용으로 쓰였다. 목조 건축에 쓰일 제재용은 16.6%, 보드용은 24.5%에 불과했다. 목재를 마치 일회용품처럼 소모적으로 쓰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지구 친화적으로 목재를 사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목조 건축물을 꼽는다. 펄프용이나 바이오매스용은 저효율적 활용 방법이다.


네덜란드는 내년부터 신축되는 건물의 20%를 목재 등 소재로 의무화하는 규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캐나다는 목재우선법에 따라 국가자금이 투입된 건물은 목재를 주자재로 사용한다.

산림청은 "향후 조성하는 건축물의 목조건축화"를 선언하며 "앞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공 지원사업을 우선적으로 조성해 인식을 제고하고, 목조 건축의 우수성을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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