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된 녹색, 친환경의 배신: 숲이 위험하다⑦]
과대 평가된 나무의 탄소흡수력
우리나라 나무 16배 늘어야
산림 역할 키우려면 탄소 배출 감소부터
판정 결과, '전혀 사실 아님'
/ 장윤우 기자 외 2명
대기오염, 기후위기 등 환경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묻는다면 대다수가 나무 심기를 추천한다. 그만큼 나무가 대기 오염을 막으며 탄소를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는 사회적 공감대가 높다.
산림청이 지난 2021년 한국갤럽을 통해 실시한 '나무심기와 식목일 변경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96.6%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나무심기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은 81.6%에 달했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나무 심기가 기후위기 극복에 도움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식목일 날짜 변경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산림청 제공
지난 8일 취임한 임상섭 신임 산림청장도 취임사에서 "우리나라도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11%를 산림부문에서 충당하기로 한 만큼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산림부문 탄소감축 활동을 강화하여 목표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인식처럼 나무심기는 실제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까.
과대 평가된 나무의 탄소흡수력
오스트리아 브루크안데어무어의 숲 속 나무. 브루크안데어무어=장윤우 기자산림청의 '제2차 도시림 기본계획(2018-2027)'에 따르면, 나무 한 그루는 연간 이산화탄소 2.5톤과 미세먼지 35.7g을 흡수하고 산소 1.8톤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
2.5톤 수준의 이산화탄소 흡수는 얼핏 많은 양처럼 느껴지지만 네덜란드 환경평가청(PBL) 자료를 보면 지난 2019년 우리나라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1.93톤이었다.
한국이 오는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 양은 2억 9100만 톤이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발간한 '2022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가 배출한 온실가스의 총량은 6억 5620만 톤에 달한다.
반면 산림이 흡수한 온실가스의 양은 전체 배출량의 약 6%에 불과하다.
'2022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 산림지 부문 온실가스 흡수량.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제공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김은영 전문연구원에 따르면 산림지 부문 온실가스 흡수량은 2008년 6148만 8천 톤으로 정점을 찍고 매년 감소를 거듭해 2020년에는 34.0% 하락한 4052만 2천 톤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산림청 김관호 산림정책과장은 "나무의 연령이 오래돼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숲가꾸기나 탄소 흡수량이 높은 수종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나무로 탄소 중립?…우리나라 나무가 16배 늘어야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은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소속 연구진이 작성한 '인간 탄소 예산: 미국에서의 대사적 탄소 소비와 배출의 공간적 분포에 대한 추정(The human carbon budget: an estimate of the spatial distribution of metabolic carbon consumption and release in the United States)' 보고서를 통해 평가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은 호흡만으로도 1인당 연간 58.6kg의 탄소를 배출한다. 우리나라 인구 5178만 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간 호흡으로 배출하는 탄소량만 303만 4308톤에 이른다.
이를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과 비교하면 인간의 호흡으로 인한 탄소를 흡수하는 데만 우리나라 전체 산림의 7%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아가 나무만으로 우리나라의 전체 탄소배출량을 상쇄한다고 치면 얼마나 많은 나무가 필요할까. 헤아려 보면 터무니없는 수치가 나온다.
산림면적이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지만 현재보다 16배 많은 나무가 필요하다. 전 국토를 숲으로 뒤덮고 임목축적을 현재 평균 165.1㎥/ha에서 약 1300㎥/ha로 8배가량 늘려야 한다는 뜻이다.
즉, 전 국토에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틈이 없을 정도로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치들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만으로는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개략적으로 보여준다.
조림된 소나무들. 장윤우 기자
그럼에도 나무 심기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나무는 탄소 흡수 외에도 생물다양성 보존, 토양 보호, 도시 열섬현상 완화 등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브루크안데어무어(Bruck an der Mur)에 소재한 연방산림학교 HBLA의 산림학과 학과장(headmaster)인 볼프강 힌트슈타이너(Wolfgang Hintsteiner) 박사는 "때때로 특정 지역에서 나무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나무를 심을 것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나무 심는다면 탄소흡수량 높은 단일 수종이 나을까?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 국립산림과학원 자료 캡처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을 보면 나무 수종별 탄소흡수량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나무 한 그루 당 연간 탄소 흡수량이 가장 높은 수종은 30년생 기준으로 상수리나무(14.4kg)로 나타났고, 편백나무는 5.9kg으로 가장 낮았다.
나무의 나이(임령)로도 차이가 확인됐다. 중부지방 소나무의 경우 25년생이 9.8kg을 흡수하다가 70년생에는 1.8kg으로 급감했다. 일부 수종의 경우 오히려 나무의 나이가 늘어날수록 흡수량이 상승했다.
이에 기존에 흡수량이 떨어지는 숲은 벌채하고 탄소 흡수량이 높은 수종으로 숲을 재조림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벌채 현장에서 작업 중인 굴삭기. 장윤우 기자
산림청은 '제3차 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을 통해 70~80년도에 조림한 우리나라 산림은 수확기에 도달했기에 국내 산림의 탄소흡수력을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나무를 심고-가꾸고-수확-이용하는 '산림순환경영'의 촉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제 환경단체 자연과 환경(Nature & Environment)의 피터 드종 에너지 프로그램 리더는 "몇 종류 안 되는 나무종만 심으면 자연에도 좋지 않고, 생태계 다양성 문제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연방산림학교 산림학과 학과장 볼프강 힌트슈타이너 박사는 '해충'을 언급했다. 볼프강 힌트슈타이너 박사는 "한 가지 수종만 장려하면 한 수종에 특화된 해충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다양한 수종을 사용하면 생태학적으로도 더 가치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생물학과에 소속된 여러 연구진이 공동으로 작성한 'Young mixed planted forests store more carbon than monocultures a meta analysis(어린 혼합 조림 숲이 단일수종 조림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는 메타 분석)' 연구 보고서를 보면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혼합 조림의 탄소 저장량은 평균 단일 재배지보다 70%, 상업적 단일 재배지보다 77%, 최고 성능의 단일 재배지보다 25% 더 높았다. 혼합 조림이 가장 성능이 좋은 단일수종 조림에 비해서도 손해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소나무, 낙엽송, 편백, 백합나무 등을 중심으로 조림에 나서고 있다. 산림청은 각 용도 및 지역별로 조림 권장 수종을 소개하고 있는데, 조림 권장 수종은 총 78개로 단일 수종 조림보단 상황에 맞는 수종을 심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활착에 실패한 어린나무. 장윤우 기자
그렇지만 실제로는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역 현장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심을 때는 낙엽송, 소나무, 참나무 이런 식으로 단순림으로 조성을 한다"며 "경제적 가치도 없고, 널리고 널린 게 소나무, 참나무인데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산림과학원 장윤성 임업연구사는 "물론 한 헥타르(ha)를 보면 단일 수종일 수 있지만 전체 산림을 디자인해서 본다면 다르다"며 "작게 보면 단일 수종, 크게 보면 혼효림이다"라고 반박했다.
산림 역할 키우려면 탄소 배출 감소부터
기후위기 상황에 산림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사유림 산주가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산림의 용도 변경이나 벌채를 무턱대고 막아설 수 없기 때문에 매년 산림면적은 감소하고 있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산림면적은 10년 전과 비교해 7만 709ha가 줄어들었다. 이는 부산광역시 면적과 비슷한 규모로 축구장 3만 9773개에 해당하는 크기다.
산림청은 산림면적 확대를 위해 매년 190억~1050억 원을 투입해 수천 ha에서 많게는 1만 ha까지 사유림을 구매한다. 국가가 관리하는 국·공유림을 조성해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올해도 570억 원의 예산으로 4천 ha의 사유림을 구매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의 전체 탄소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선 산림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기보다는 탄소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산림과학원의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탄소흡수량' 자료에 따르면 승용차 1대의 연간 탄소배출량은 2.4톤으로 승용차를 10% 덜 탔을 경우 소나무 한 그루당 평균 연간 탄소 흡수량인 2.35kg으로 계산시 102그루의 소나무를 심은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우리나라 전체 차량 2500만 대의 운행이 10% 줄어들 경우 2억 5500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은 셈이 된다. 산림청 기준으로 1ha에 나무를 심기 위해서는 720만~2082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오스트리아의 농림부 소속 산림 및 지역 관리(Forestry and Regions Office of the Director-General)를 담당하는 폴 에어가트너(Paul Ehgartner) 국장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화석 연료 배출을 줄이는 것"이라며 "산업과 특히 교통 부문을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합하면 좁은 땅덩어리에 나무를 심어 기후위기를 해결한다는 발상은 터무니없는 공상에 가깝다.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는 등의 사소한 실천으로 탄소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큰 비용을 들여 나무를 심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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