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된 녹색, 친환경의 배신: 숲이 위험하다③]
나무 태워 전기 만드는 산림바이오매스
원목 태우는데 자료 없다? 쌓여있는 목재
"태운다고요? 비쌀텐데…" 해외에서도 의아판정결과, '사실'
CBS노컷뉴스가 방문한 지역 한 산림 업체. 산에서 수확한 목재들이 쌓여 있다. 정재림 기자
지난 6월 8일(현지 시각) 독일 본(Bonn). 유엔기후변화협약 제60차 부속기구회의(SB60) 주간에 한국의 산림바이오매스가 다시 한 번 언급됐다.
기후솔루션·호주열대림보전협회(ARCS)·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등 6개 대륙 환경단체는 숲에서 벤 나무를 화력발전소에 태워 전기로 쓰는 '산림바이오매스' 발전 방식을 비판했다.
한국이 산림바이오매스에 과도한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투입하고 멀쩡한 원목을 태우는 등 지난 2022년에만 온실가스 580만 톤의 감축 부담을 생산국에 떠넘겼다는 주장이다.
앞서 18개국 69개 기후·환경단체는 지난 4월 5일 식목일에 윤석열 대통령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산림바이오매스 관련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즉 보조금 폐지를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 2022년에는 750명의 세계 석학들이 윤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정상들에게 발전소에서 태운 산림바이오매스 원료가 벌채 부산물과 잔여물이 아닌 대부분 원목에서 나온다며 산림바이오매스 의존 중단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과연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일까.
산림바이오매스, 대체 넌 누구냐
목재펠릿(좌측)과 목재칩. 산림청 홈페이지 캡처·정재림 기자산림바이오매스는 산에서 나오는 목재 물질을 활용해 열과 전기를 만드는 재생에너지 가운데 하나다. 산림청은 산림바이오매스를 화석연료 대체용인 친환경 재생에너지, 즉 탄소중립 에너지로 소개하고 있다.
산림바이오매스의 주된 연료로는 잘게 부순 나무를 압축한 목재 펠릿과 나무를 잘게 파쇄한 목재칩, 그리고 목질계 폐기물을 태우는 바이오 SRF 등이 있다. 발전소에선 석탄 대신 목재 펠릿과 목재칩 또는 바이오 SRF를 태우거나, 석탄과 함께 태워 전기를 생산한다.
여기에 버려지는 잔가지를 수거한 뒤 태우는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도 있다. 산림청은 △수종갱신·목재수확을 통해 나온 원목에 이용되지 않는 부산물 △산지 개발 과정에서 발생된 산물 중 원목 생산에 이용되지 않는 부산물 △숲가꾸기를 통해 나온 산물 등을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라고 정의한다.
늘어나는 산림 바이오매스, 왜?
지난해 한국에너지공단이 발표한 '2022 신·재생 에너지 보급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총 발전량 가운데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은 전체 대비 지난 2018년 4.99%에서 2022년 9.22%로 2배 가까이 늘었다. 2022년(62만 6448 GWh) 기준으로 보면 △태양광(60.9%) △바이오매스(23.6%) △수력(7%) △풍력(6.6%) 등의 순이었고, 신 에너지로는 △연료전지 △IGCC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바이오매스에 속하는 산림바이오매스 발전량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우드칩(목재칩) 발전량은 지난 2016년 106GWh에서 2022년 319GWh로 3배가 됐다. 특히 목재펠릿 발전량은 같은 기간 2764GWh에서 7393GWh로 급증했으며 바이오 SRF 역시 341GWh에서 1892GWh로 늘었다.
국내 산림 바이오매스의 경우 발전용(80%)이 난방용(20%)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산림청은 난방용에 비해 발전용이 높은 이유로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따른 발전용 목재펠릿·목재칩 수요 확대를 꼽는다.
산림청은 CBS노컷뉴스에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비율에 따라 탄소중립 재생에너지원인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활용한 발전용 목재제품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낮은 난방용 비율의 경우 목재펠릿 난방기기의 보급 규모가 낮다 보니 목재펠릿 연료 수요가 높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가이드라인에선 산림바이오매스를 탄소중립 에너지원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전문가 사이에서 인정받은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IPCC가 내놓은 6차 평가보고서, 각종 특별 보고서 등에 따르면 바이오매스는 여러차례 언급된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에너지 가운데 하나로 명시돼 있다. IEA(국제 에너지 기구)도 화석 연료를 대체할 재생에너지 중 하나로 산림바이오매스를 꼽는다.
국립산림과학원 정한섭 임업연구사는 "산림바이오매스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탄소중립 재생에너지에 해당한다"며 "태양광, 풍력 등 다른 에너지원이 모든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한 산림바이오매스 발전은 (국내)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하는 한 축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목 태우는데 자료가 없다?
지역 한 업체가 쌓아둔 목재들. 정재림 기자이 가운데 국내 산림바이오매스를 두고 멀쩡한 원목까지 태운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 3년간 산림청이 발표한 '목재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목재펠릿 원료에 투입된 원목 비율은 29%였으며 2021년에는 37%에 달했다. 2022년에는 급감한 7%로 머물렀지만, 원목은 여전히 쓰이고 있다.
산림바이오매스에너지협회 이승록 정책위원은 "원목 또는 원목 형태(품질)의 원재료를 목재펠릿에서 이용하는 이유는 쌀로 밥을 만들고 밀로 빵을 만드는 것과 같다"며 "숲가꾸기 간벌이나 수종갱신 등 산림사업에서 발생하는 직경이 작은 10~30cm 원목이나 커다란 원목을 가공하고 남은 부산물을 주요 원재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제적으로 목재펠릿을 만드는 원재료로 직경이 작은 원목과 제재소, 가구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목재가공 부산물을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원목으로 만드는 목재펠릿은 불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2022년 기준 사용된 국산 원목은 354만 1258㎥으로 이 가운데 목재칩 비율은 8%(31만 1576㎥)다. 국가법령지원센터 캡처
국가법령지원센터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기준벌기령, 벌채·굴취기준 및 임도 등의 시설기준'에 따르면 산림바이오매스 에너지의 용도로 사용되는 나무는 일반기준벌기령 중 기업경영림의 기준으로 적용한다. 소나무를 제외한 모든 나무에 적용되는 이 기준은 일반 공·사유림보다 빠르면 10년 정도 먼저 나무를 벨 수 있다.
문제는 목재칩도 국산 원목으로 쓰이고 있지만, 정확한 통계가 집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무를 파쇄하는 목재칩은 △펄프제조용 △보드(PB)제조용 △연료용 등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2022년 기준 연료용으로 생산한 목재칩 비율은 60%에 달한다. 산림청도 "지난 2021년 이후 해당 통계를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이 때문에 수확벌채 과정에서 멀쩡한 원목이 함께 태워지고 있다는 자료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윤미향 의원(무소속)과 기후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이 발표한 '대한민국 산림의 땔감화'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증가한 미이용 목재펠릿·목재 칩에 원목이 섞여 들어 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부와 산림청 간의 통계가 일치하지 않은 정황이 있다는 내용이다.
기후솔루션 송한새 연구원은 CBS노컷뉴스에 "목재칩의 경우 기본적인 통계도 비어있는 부분이 많았다"며 "애초에 관리감독 수준이 펠릿에 비해 매우 낮은 것 같다. 발전용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목재칩 뿐만이 아니다. 국립산림과학원과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공급에 있어 수확벌채의 원목 혼입량 추정' 연구 보고서도 비슷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벌채를 통해 공급된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의 양은 지난 2019년 약 10만 톤에서 2021년에 약 25만 톤으로 2.5 배 증가했지만, 동일 기간에 원목 수집량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원목 수집량과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수집량의 합이 벌채량보다 많게 나타났다고도 했다.
해당 보고서는 또 국내 산림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원목과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나누는 정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며, 규격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현장에 쌓여있는 원목들…환경단체 "모순적인 상황"
지역 한 산림에서 벌채된 나무들. 장윤우 기자실제로 CBS노컷뉴스는 국내 벌채 현장 등에서 원목들이 쌓여있는 걸 자주 확인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발전용으로 간다고 한다. 멀쩡한 원목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업체 측은 현장에서 기계가 자주 고장나는 등 기술적인 한계를 들었다.
이와 관련 산림바이오매스에너지협회 측은 "나뭇가지는 수거 과정에서 흙, 돌, 철물 등 이물질이 많이 혼입되어 있어 100% 나뭇가지만으로 목재펠릿을 만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직경이 작은 원목이나 원목과 비슷한 품질의 미이용 산림바오매스 목재가공 부산물 등을 적정한 비율로 혼입해 만들어야 규정된 품질의 목재펠릿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목재펠릿은 품질기준으로 가정용은 △A1 △A2 △B, 산업용은 △I1 △I2 △I3 등과 같은 등급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목재 가공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및 잔류물'은 I3 등급에 속한다.
충북대학교 한규성 교수는 "산에서 버려진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만으로 목재펠릿을 만들게 되면 I3등급을 맞추는 게 문턱에서 왔다갔다 하는 수준"이라며 "품질 등급을 넘기기 위해서 극히 적은 물량의 원목들이 사용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사용한다 하더라도 REC 가중치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 펠릿 공장에서도 비싼 원목을 무조건 쓰려고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 측은 멀쩡한 원목을 태우는 게 과연 탄소중립이 되겠느냐는 입장이다.
송한새 연구원은 "업계 사람들은 나뭇가지만 넣으면 품질이 나오지 않아 원목을 섞어서 쓴다고 한다"며 "부산물만 쓴다는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취지에도 반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목 태운다고요? 비쌀 텐데…" 산림선진국의 반응
오스트리아에서도 산불피해를 입거나 벌레 피해를 받은 나무는 발전용으로 쓴다고 한다. 이는 한국과 같다. 빈=장윤우 기자그렇다면 산림선진국으로 손꼽는 오스트리아는 어떨까. 오스트리아 바이오매스협회에 따르면 현지 산림바이오매스 발전용 비율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발전용이 80%에 달하는 한국과는 상황이 정 반대다.
오스트리아는 산림바이오매스 난방용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설치된 배선망을 통해 지역 난방 보급이 이뤄진다. 오스트리아 농림부에 따르면 현지 전역에 설치된 산림바이오매스 난방용 시설은 약 2451개소에 달한다. 159개에 이르는 발전용 시설에서도 난방을 보급한다.
오스트리아 바이오매스협회 크리스토프 세바스티안 로젠버그(Christoph Sebastian Rosenberger) 차장은 "화석 연료 시설로 관련 일자리가 지역당 8.5개가 창출될 동안 바이오매스는 지역당 61개의 일자리를 생기게 하는 등 지역에서 새로운 가치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스트리아에서는 지속 가능한 산림 및 목재 관리로 산림바이오매스 발전용에는 오직 작은 가지, 줄기, 목재 껍데기 등과 같은 부산물들만 사용한다"며 "산업용으로 사용하고 나서야 남은 부산물을 에너지용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로젠버그 차장은 한국에서 원목을 산림바이오매스 발전용에 투입하는 것을 두고 "에너지로 활용하기에는 원목 자체가 너무 비싸 에너지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폴 에어가트너 국장이 취재진에게 오스트리아 재생에너지 및 바이오매스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빈=정재림 기자
오스트리아의 농림부 소속 산림 및 지역 관리(Forestry and Regions Office of the Director-General)를 담당하는 폴 에어가트너(Paul Ehgartner) 국장도 "(바이오매스에) 건강한 나무는 태우지 않는다, 경제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항상 부산물만 사용한다. 나무가 제재소에 가면 껍질이 벗겨지고 톱밥이 생기는데, 이런 부산물을 사용하거나 산림 과정에서 나오는 산업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목재만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이유로 원목을 태우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왔다.
10년 간 IPCC에서 활동하면서 산림바이오매스를 강조한 네덜란드 안드레아 파이(Andre P.C Faaij) 위트레흐트 대학 교수 겸 TNO 수석 과학자는 "질병, 곰팡이 등으로 건축용·펄프용에서도 사용하지 못한 목재를 바이오매스에 사용하는 건 이해된다"면서도 "펠릿의 품질을 맞추기 위해 원목을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산림바이오매스 방향은?
지역 한 산림에서 찍은 나무. 장윤우 기자산림청은 지난해 ''제3차 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하며 앞으로도 산림바이오매스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림바이오매스가 국제 사회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로 부각되고 국내에서도 관련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산림바이오매스 이용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지역 순환형 산림바이오에너지 발전사업' 모델을 실연하고 확산하겠다고도 했다.
'사는이야기 > 구암동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숲이 위험하다⑤/산림바이오매스 (0) | 2024.07.29 |
---|---|
숲이 위험하다④/종이빨대 (0) | 2024.07.29 |
숲이 위험하다①/모두베기 (0) | 2024.07.29 |
숲이 위험하다⑥/나무 심으면 친환경 (0) | 2024.07.29 |
춘천 동네의원 13%가 피부미용 본다 (0) | 2024.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