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임대⋯‘ 육림고개 청년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 권소담 기자

상. 육림고개 청년몰, 그 이후

청년 상인의 무책임, 손 놓은 춘천시
문 여는 식당 손에 꼽아, 인적 드물어
젠트리피케이션 심화, ‘임대’ 현수막

 

“여기가 육림고개 맞아? 사람도 하나도 없고 문은 다 닫았는데?”

6일 오후 6시30분 춘천시 죽림동 일대. 서울에서 온 20대 여성 관광객 3명이 몇년만에 다시 찾은 육림고개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은 상태였고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몇 없었다. 이날 작은 점포 건물 30여 동이 들어선 육림고개 상권에서 문을 연 식당은 6곳뿐이었다. 이들은 결국 “유령이 나올 것 같아 무섭다”고 중얼거리고는 택시를 불러 유명 닭갈빗집으로 향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청년몰의 모범사례’이자 전국적 핫플레이스로 꼽혔던 육림고개 상권이 급격히 쇠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성기 20곳 가까운 청년몰 창업자들로 활력이 넘쳤던 거리는 이날 현재 절반 이상이 공실이다. 물리적으로 사업장을 유지하고 있는 곳 중에서도 다수는 사실상 휴업 중이다. 춘천시가 청년몰 조성과 임대료 지원, 인프라 구축 등에 쏟아부은 예산 수십억원은 흔적도 찾기 어렵다.

 

 

2010년대 후반 육림고개의 모습. 

 

▶‘춘천의 경리단길’에서 ‘유령 상권’으로

춘천의 원도심 상권인 육림고개는 1980년대 전성기 이후 오랫동안 쇠퇴해 가던 곳이다. 그러다 2010년대 후반부터 춘천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저렴한 임대료에다 춘천시 지원까지 더해져 청년 창업자들이 모여든 덕이었다. 골목길 특유의 감성에 경양식·전집·공방·브런치 카페가 인기를 끌며 ‘춘천의 경리단길’이란 별명도 붙었다. 당시에는 도시재생과 청년몰의 선도 사례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2018년 공영방송의 유명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육림고개를 조명하기도 했다. 2019년 당시 춘천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육림고개 상권의 주말 일평균 방문객은 2000명, 점포당 일 매출액은 55만~8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4년 현재 육림고개는 오히려 ‘몰락한 골목 상권’의 대표 사례로 남을 판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20년 8월 당시 육림고개 청년몰 점포는 18곳이었다. 하지만 2024년 2월 현재 같은 주소에서 동일한 업체명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곳은 8곳뿐이다. 나머지 10곳은 폐업하거나 다른 상권으로 이전했다. 

 

수년 전 그려진 육림고개 상권의 그림 지도. 지도에 소개된 대부분의 업체가 현재 폐업하거나 다른 상권으로 이전했다. 안내판 위 행인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남아있는 점포들도 오래 버티기 어려워 보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육림고개 상권 내 요리주점 업종 3곳의 지난해 11월 월평균 매출액은 645만원으로 춘천 내 같은 업종 평균(1689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핫플을 상징하는 업종인 ‘카페’는 지난해 8월까진 7곳을 유지했으나, 11월 들어 5곳으로 줄었다. 매출(1193만원) 역시 지역 평균(1777만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육림고개에 대한 관광객들의 관심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육림고개’ 검색어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8년 11월 당시 100 수준이었던 검색량은 2024년 1월 기준 3으로 급락했다. 코로나19 이전 육림고개 상인회에 속한 이들만 50명이 넘을 정도로 상권이 번성했지만, 현재 상인회 구성원으로 남아있는 이들은 20명 남짓이다.

 

육림고개 상권의 업종별 월 매출 현황. 지역 평균 매출액과 비교해 한참 못 미치는 액수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지원금 헌터’ 청년 사장님들부터 내뺐다

시로부터 지원금 받은 청년몰의 젊은 사장님들이 지속해서 영업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일부 상인들의 임시 휴업이 반복되면서 언젠가부터 온라인상에 ‘육림고개에는 문 닫은 가게가 많다’는 후기가 늘었고, 외부 관광객의 발길이 점점 끊겼다. 청년몰 상인은 자치 규약에 따라 ‘일 9시간 운영, 주 1회 정기 휴일, 임시 휴무 시 3일 전까지 운영위원회와 협의’ 등을 지켜야 했다. 예산으로 임대료를 지원받는 대신 실천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였다. 어길 시 벌점을 부과하고 상벌 기준에 미달하면 퇴출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강제성 없는 규약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일부 점포가 ‘지각 오픈’과 빈번한 휴업을 반복하자 다른 상인들이 항의해 봤지만, 춘천시는 “규약을 지키지 않아도 실질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다”며 방치했다. 코로나 시기와 겹치면서 육림고개를 찾는 발길은 급격히 줄었고, 코로나가 끝난 이후로도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 쇠퇴하는 상권에서 가장 먼저 발을 뺀 이들은 낮은 비용으로 창업에 도전했던 ‘청년몰’ 소상공인이었다. 2022년 청년몰 사업이 끝나면서 마침내 육림고개는 성장 동력을 완전히 잃었다.

 

육림고개의 한 빈 상가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육림고개에 진지하게 청춘을 걸었던 창업주들은 ‘지원금 사냥꾼’도 문제지만 이를 방치한 춘천시가 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임대료 지원이 끝난 이후에도 육림고개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A씨는 “특정 업체가 지원금만 챙기고 책임감 없이 영업해도, 춘천시가 실질적으로 이들을 제재할 근거도, 의지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춘천시는 문제를 일으킨 업체는 지원 기간 종료 후 다른 지원사업에 선정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청년몰을 나간 이후에도 춘천시 산하 기관의 다른 창업 지원사업에 선정된 곳이 있다”고 말했다.

 

육림고개에서 공방을 창업했으나 1년 전 춘천 내 다른 상권으로 옮겨간 청년 창업가 B씨는 청년몰 사업 지원 이후 건물 임차 문제로 춘천시와 건물주 간 소통이 되지 않자, 결국 이전을 택했다. B씨는 “임대료가 저렴하긴 했지만, 상권에 장점이 없고 공간도 협소했던 육림고개에 남아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춘천시도 ‘육림고개 청년몰 지원 사업’에 대해 사실상 실패를 인정하지만, 실패 원인을 건물주들의 임대료 인상 탓으로 돌린다. 지난해 5월 홍문숙 춘천시 경제진흥국장은 시청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손님이 몰리자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려받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결국 청년들이 육림고개를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계획도 없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육림고개에 청년몰을 유치하고 청년 창업을 중심으로 상권을 키워보겠다던 춘천시가 관련 사업에 쏟아부은 예산은 28억원에 달한다.

 

하. 육림고개 살리려는 몸부림⋯

춘천시는 자책골로 답했다

 

방치된 청년창업공간
20억원 들이고도 원래 목적과 달리 사용
원치 않은 인프라 공사에 개점 휴업
상권에 부족한 콘텐츠 육성 고민해야\

청년몰 조성 사업 당시 그려진 육림고개 벽화. 2020년 당시 운영 중이던 가게의 절반 이상은
육림고개를 떠나거나 폐업했지만, 춘천시가 파악하고 있는 현황 자료는 전무하다. (사진=권소담 기자) 
 

▶한산한 카페거리 중심엔 취업센터

16일 오후 육림고개 정상부에는 ‘카페거리’라는 표지판 뒤로 ‘춘천시일자리지원센터’ 현수막이 걸린 3층짜리 신축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이 건물은 춘천시가 약사명동 도시재생뉴딜사업의 하나로 약 20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연면적 552㎡)으로 2022년 9월 준공했다. 당초에는 육림고개 거리를 청년 기업가 육성 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었다. 2020년 춘천시 도시재생과는 춘천시의회에 지역 청년들에게 소규모 창업 공간을 제공하고 창업 관련 교육, 컨설팅, 포럼을 열겠다고 보고했다. 기자재 구축과 프로그램 운영 등에도 10억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육림고개 카페거리 조형물 뒤로 ‘춘천시일자리지원센터’ 현수막이 붙어있다. 센터는 지난해 12월부터 3층 공간을 사용하고 있지만, 당초 청년창업공간으로 기획된 2층 공간은 활용법을 찾지 못해 여전히 비어있는 상태다. (사진=권소담 기자)

하지만 이 건물은 당초 계획과 정반대로 현재 육림고개 상권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물이 됐다. 신축 공사가 시작될 때쯤부터 코로나 여파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며 당초 목적대로 건물을 사용하기 어려워졌다. 이 건물은 준공 이후에도 1년 이상 빈 상태로 방치됐다. 청년창업공간을 위탁 운영할 예정이었던 춘천시청년청은 지난해 운영비 예산이 전액 삭감되고 사무국이 운영을 종료하면서 사실상 해체됐다.

 

이 건물은 결국 지난해 12월에서야 춘천시일자리지원센터 직원 4명이 3층에 입주하며 주인을 찾았다. 그러나 이 센터는 취업·구직 지원 기관으로 육림고개 상권을 중심으로 청년 기업가를 육성한다는 당초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안 그래도 한산한 카페거리 한가운데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건물이 들어서면서 상권의 맥을 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 다목적실 등으로 쓰일 예정이던 2층은 아직도 공간의 사용 용도를 확정하지 못해 비어있다. 춘천시 기업지원과 관계자는 “청년창업공간을 통해 취업과 창업이 한 번에 이어질 수 있어 육림고개에도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육림고개 중심 상권에서 청년창업공간으로 연결되는 지하 1층 출입구가 막혀있다. 이 건물의 지하 1층에는 상인들과 함께 쓰기 위한 화장실 공간이 넓게 마련돼있지만, 취재진이 방문한 지난 16일 오후에는 사용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사진=권소담 기자)  

육림고개 상인들은 처음부터 상권의 알짜배기 자리에 춘천시가 관용 건물을 지은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비판한다. 육림고개가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전 음식점을 창업한 C씨는 “상권에 주차 공간이 부족하니 주차타워를 짓거나 아예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해 달라고 건의했는데, 이 건물이 생기고 오히려 주차 공간도 줄었다”며 “춘천시가 보여주기식 성과를 내는 데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6개월 가까이 이어진 전선 지중화 작업이 두 번째 자책골이었다. 춘천시가 한국전력과 업무협약을 맺고, 예산 14억원을 들여 육림고개 500m 구간에 관로를 매설하고 전신주를 뽑았다. 이 시기는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육림고개를 다시 부흥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었다. 그러나 이 시기 공사 근로자와 차량으로 거리가 막히며 남아있던 점포들이 사실상 개점휴업 할 수밖에 없었다.

 

2016년 창업 이후 육림고개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어쩌다농부의 경우, 지중화 공사 이후 주말에 찾아오는 외지 손님이 크게 줄었다. 어쩌다농부를 운영하는 김은희 더티파머스 이사는 “공사 기간 예고 없이 전기가 끊겨 냉장고에 보관했던 식재료를 버린 일도 있다”고 말했다.

 

육림고개의 상인들은 춘천의 경리단길이 될 수 있었던 이곳에 춘천시가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무너뜨린 데 대한 원망이 높다. 그러나 춘천시는 육림고개의 상황을 나 몰라라 하는 중이다. 춘천시는 청년몰 사업으로 지원금을 받은 후 현재 남아있는 상인들 수와 휴‧폐업률, 공실률 등을 묻는 본지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다. 

 

춘천시가 육림고개에 투자한 굵직한 사업 예산만 62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상인들은 육림고개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피땀을 흘리고 있다. 주차 공간 부족 등의 불편은 옛 춘천교육지원청 부지를 이용하면 된다며 ‘육림고개 알리기’에도 나섰다. 소매상점을 운영하는 D씨는 “각자의 노력이 상권을 다시 살릴 수 있다는 믿음으로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다”며 “일부 청년 상인들의 일탈과 지자체의 관리 부재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남아있는 상인들이 상권 부활을 위해 고심하고 있으니 지역 소비자분들이 많이 찾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육림고개를 찾은 관광객과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더티파머스 이사는 “유동 인구가 모이면 자영업자들은 자연스럽게 상권으로 몰려든다. 지자체의 역할은 주말에 춘천을 찾은 관광객들이 육림고개에서 먹고, 놀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낡고 지친 춘천 1번지⋯

얼마 남지 않은 원도심의 시간 춘천 원도심 낙후, 시간 지날수록 심각


전체 인구 증가 속 원도심은 감소
학생 수 꾸준히 줄고 상가 공실은 늘어
주민들, 캠프페이지·역세권 개발에 사활
전문가 ″개발 규제 완화, 공공 기여 필요″

 

24일 오후 춘천 소양동의 한 시장 상가. 평일 대낮이었지만 입구는 한밤중인 것처럼 어두웠다. 바깥에서 봐도 건물은 몇 년째 방치된 듯 여기저기 부식되고 낡아 있었다. 귀퉁이에는 각종 폐가구가 쌓여 있었고 빈 유리병 더미에선 유통기한이 10년도 지난 병들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가게 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상가 건물 테두리에 자리 잡아 공용도로와 인접한 몇몇 식당만이 겨우 손님을 받을 뿐이었다. 

춘천 시내 원도심이 낡아가면서 인구가 줄어들고, 개발 동력은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시내 중심지에 있는 상가와 학교에는 점점 더 빈 자리가 늘고 사람들의 발길도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원도심에 계획됐던 각종 개발 역시 흐지부지되며 이같은 악순환은 갈수록 뚜렷해진다.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 춘천 ′수부 동네′는 옛말, 원도심 낙후 가속화

춘천 원도심은 중앙시장, 명동을 비롯해 소양동, 근화동, 조운동, 교동 등을 일컫는다. 1950년 6·25 전쟁을 전후해 춘천의 도시 형성 기반을 마련한 지역이다. 도청과 시청이 자리한 곳으로 도청소재지인 춘천의 특성상 강원 전역의 인구, 경제, 금융 중심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중앙시장 상인 김모(75)씨는 “캠프페이지가 있을 땐 유동 인구도 많고 그로 인한 경제 활동도 활발해 소양동 인근엔 빈방이 없을 정도라 단독주택을 지을 때 방 한 칸이라도 더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춘천 소양동의 한 시장 상가. 낮 시간이지만 모두 불이 꺼진 모습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를 보면 원도심 지역의 인구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올해 4월 기준 춘천 인구는 28만6695명으로 10년 전(28만98명)보다 늘어났다. 하지만 원도심 지역은 정반대였다. 소양동(8968명)은 5년 사이 인구 1462명 감소했고, 조운동(2567명)과 근화동(8977명)도 같은 기간 각각 583명, 307명이 줄었다. 약사명동과 교동의 인구는 몇 년 새 증가했으나 최근 1년 사이 증감을 반복하며 정체된 상태다. 

원도심 학생 수 감소는 이 지역 쇠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달 기준 관내 초등학교 43개교에는 학생 1만3825명이 재학 중이다. 한 학교당 평균 재학생은 322명이다. 원도심에 자리 잡은 초등학교 4곳 가운데 3곳이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과거 한 해 평균 200명이 졸업하던 원도심 내 한 초등학교는 올해 졸업생이 6명에 불과하다. 숫자만 다를 뿐 다른 학교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인구가 밀집한 퇴계동, 석사동 학교들은 전교생이 600~700명에 달하고 많은 곳은 1000명을 넘는다. 

춘천지역 초등학교 재학생 수 비교.

 

▶ 외곽 집중 개발에 소외된 원도심

원도심이 쇠퇴하는 것은 모든 도시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낡은 원도심을 재개발하는 것보다 외곽 지역을 새로 개발하는 비용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춘천에서는 여기에 상권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미군 부대가 2005년 철수하며 이 현상이 더욱 가속했다. 퇴계동, 석사동 등에 공동 주거단지가 대거 조성된 데 이어 최근엔 강남동과 신사우동 등 도심 외곽지역이 적극적으로 개발되며 원도심이 더 힘을 잃었다.

원도심의 슬럼화를 그냥 뒀다간 낙후로 인한 인구 감소가 점점 더 빨라져 문제가 심각해진다. 도심의 중심지가 쇠퇴하면 도시 전체적인 비효율이 크기 때문이다. 춘천에서도 대형 상가, 시장 건물 등이 늘어나는 공실에 폐건물처럼 방치되며 문제로 떠오른다. 김영배 국민의힘 춘천시의원은 “인구가 증가한다는 전제 조건에 외곽 개발을 잔뜩 추진하며 도심 지역을 외면한 것이 문제”라며 “지방 소멸, 인구 소멸 위기 속에서 도심 외곽으로 개발 방향을 집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고 말했다.

 

▶ 원도심 소생 위한 마지막 기회

춘천은 원도심 인근에 자리 잡은 옛 캠프페이지 터가 원도심 부활을 위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2005년 캠프페이지 미군 철수 이후 해당 부지를 활용해 춘천과 원도심 발전을 위한 대형 사업들은 모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정락병 소양동 주민자치회장은 “아무리 원도심을 살리려고 해봐도 지자체나 의회에서 관심도 가지지 않고 사업을 하려는 구상은 다 잘라버려 이젠 주민들도 자포자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시는 지난해부터 캠프페이지 ‘도시재생혁신지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8월 최종 발표를 앞뒀다. 선정 시 국비 지원과 각종 세금, 규제 완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시는 총 2조원을 투입해 산업, 주거, 문화 등 복합 단지를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동시에 춘천역 일대를 복합환승센터로 탈바꿈하고 주거·상업·업무·문화·공공시설을 조성하는 역세권 개발 계획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심사를 받고 있다.

이런 대형 개발들은 춘천 원도심을 살릴 골든타임의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도심은 땅값이 높고 사업성이 적어 개발이 더 어렵다”며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개발 용적률을 파격적으로 높이고 인센티브를 지급해 수익이 난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한편 공공기관, 청사, 대형 도서관 등을 유치해 공공이 함께 기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데...

이러다 죽도 다 망가진다"

강원도 고성 죽도 해상공사 현장...

개발 강행, 이대로 괜찮을까

 

/진재중

 

육상 공사장을 방불케 한다. 포클레인과 대형 장비들이 굉음을 울리며 쉴 새 없이 돌고 있다.

바다를 삼킬 것 같은 대형공사다.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죽도(竹島) 이야기다.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을... "개발보다는 보존이 우선"


  ▲ 오호해변 앞 공사현장 해양레져관광 거점시설을 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2024/5)  
죽도(竹島)는 동해안에서는 울릉도와 독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다른 동해안의 섬들에 없는 독특한 습지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습지에는 빙하기 이후 고립되어 진화하고 있는 청개구리 개체군이 분포하고

화강암이 풍화되어 형성한 독특한 타포니 지형이 발달한 곳이다.

면적은 5만 292㎡에 달한다.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이규송 교수는 "죽도는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일 뿐만 아니라

바닷속 생태계도 양호하게 발달하고 있어 절대 보존해야 할 섬"이라며,

"전체적으로 섬 고유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외부와의 연결은

경관가치를 훼손하고 외래 동식물 유입으로 고유한 섬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

따라서 개발보다는 보전을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야광나무,참싸리 등 희귀식물이 자생하는 섬이다  
섬에서 바라본 해변은 좌로는 오호 해변이, 우로는 송지호 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호텔을 사이에 두고 두 해변으로 나누어져 있다.

오호 해변은 바로 앞에 죽도와 도로 건너 송지호가 있어 평상시에도 많은 탐방객이 찾는다.

이 마을에 터를 잡고 살아온 한 주민은 "죽도는 우리 지역의 자랑거리인데

저섬과 육지를 연결하면 섬은 바로 망가질 것"이라며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아름다운데 왜 굳이 망가트리면서 공사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멈추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섬에서 바라본 해변 좌로는 오호해변이 우로는 송지호 해변이 보인다 죽도에서 바라본 공사현장(2024/5)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섬은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엄마 돌고래와 아기 돌고래가 속삭이는 형상이다.

섬은 화강암으로 되어있어 대나무 군락지와 조화를 이뤄 신비롭기까지 하다.

 

죽도는 생태자연도 지질 경관 1등급으로 산림청과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희귀식물이 자생하는 곳이다.

 

또한 고성 죽도 일원은 국내 최고의 바닷속 경관과 생태계 환경을 보유하고 있어

2018년 해중경관지구로 지정됐으며 해양수산부 '해양레저관광 거점' 시범 사업지로도 선정된 섬이다.


 ▲ 돌고래 형상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죽도는 돌고래 모습을 띄고있다.


죽도는 지난 2018년 해양수산부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해당 사업은 고성군 죽왕면 오호리 해변 일원에 동해안의 사계절

해양레저관광 거점 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다.

해중 경관지구로 지정·고시된 죽왕면 오호리해변 - 죽도 일원에

국비 205억 원, 도비 73억 원을 포함해 총 410억여 원을 투입, 공사를 진행 중이다.

바다 위와 바닷속, 육상에 '해상 길'에서 부터 '스카이워크' '수중레저 시설' 등이 설치된다.

해상시설로는 오호리 해변에서 죽도까지 780m 길이를 폭 5.5m로 연결하고

해수면부터 높이 25m의 '해상 스카이워크'를 만든다.

 

또 지상 3층 해상전망대·해양레저지원시설도 건립된다.

이와 함께 죽도에는 섬을 걸어서 돌 수 있도록 폭 2m에 길이 525m 규모의 '죽도 산책로'가 조성된다.

▲ 해상공사 오호해변과 죽도를 잇는 공사가 한창이다(2024/5)  

 

문제는 정부의 모순된 정책과 관광수입에 의존하려는 지자체 행정이다.

이 섬은 해수부에서 해중 경관지구로 선정했고

산림청과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희귀식물이 자생하는 섬으로 지정한 곳이다. 

죽도를 보기 위해  자주 찾는다는 김명환씨(57세)는 "죽도는 손을 대서는 안 된다.

'저곳엔 뭐가 있을까, 언제 가볼까' 하고 그리움의 대상이었는데

해상에 다리가 건설되어 바로 간다면 고성 죽도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것 같다.

이대로 둘 수는 없을까?" 하고 개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방문객은 "전에는 섬과 육지가 이어지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라 해서 왔었는데

이제 그 특이한 현상은 볼 수 없게 되었다.

자연이 주는 그 가치를 저버리는 행위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관광수입에 매달리는 근시안적인 행정 그만 둬야"
    

▲ 죽도 희귀식물이 자생하는 섬

 

 

▲ 모세의 기적 1년에 한번 모래가 쌓여 죽도와 오호해변을 잇는 길이 형성된다(2022/2)  


동해안에는 방문객을 끌어들여 관광수입을 늘리기 위한

각종 시설물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동해바다를 볼 수있는 곳이면 해안 관찰로, 해안 경관로,

해중공원 등의 명목으로 개발되거나 개발이 진행 중이다. 

강릉원주대 환경조경학과 조태동 교수는 "해안에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동해안의 섬은 그 자체가 관광자원이고 보존해야 할 유산이다.

한번 망가지면 회복되기 어려운 것이 섬"이라며

"관광수입에 매달리는 근시안적인 행정 행위는그만 두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죽도는 방문객들에게 이상향을 품게 해주었던 동해안 바다의 무릉도원이었다.

죽도가 가지고 있는 꿈은 사라지고 섬에 의지해 살았던 식물과

바닷속에 기대고 있던 해조류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죽도를 아프게 하는 공사는 누구를 위한 시설인가를 묻고 싶다.

100억원 쓰고도 못 막아⋯춘천의 산이 죽어간다

 

'소나무 에이즈' 재선충병 팬데믹
춘천 2만9000그루 피해⋯강원 88%
3년간 예산 100억원, 손 못댄 곳 많아
“감염 대응식이 아닌 선제적 방어 필요”

 

/오현경

 

춘천시 남산면 인근 야산에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들이 붉게 변해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지난 17일 춘천시 남산면 일대. 한창 푸르러야 할 5월의 야산이 곳곳에서 붉은색으로 변해있었다.

붉게 시든 나무들은 대학가 근처 시내까지 퍼져 가는 곳마다 눈에 띄었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소나무들의 잎이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소나무를 말려 죽이는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들이다. 

 

김원호 녹색연합 활동가는 “말라죽은 나무로부터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된

솔수염하늘소가 자라 주변 4km까지 확산시킬 수 있다”며

“이대로 몇년이 지나면 눈에 보이는 모든 나무들이 말라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시 외곽 야산 곳곳이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로 붉게 변해 죽어가고 있다.

소나무 에이즈(AIDS)’라고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은 전염 속도가 매우 빠른데다 

치료 방법도 없어 빠른 방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춘천시는 5월 현재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성충이 된 솔수염하늘소가 소나무재선충을 품고 이동하고 있어 더는 손쓸 방도가 없어서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솔수염하늘소가 성충이 되는 ‘골든 타임’에 선제적 방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소나무재선충병 극심지로 꼽히는 경북 포항의 소나무 숲. 방제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선충병이 전체적으로 번져 황폐화됐다. (2024.04 촬영, 사진=녹색연합 김원호 활동가)
 

MS TODAY 취재진이 이날 춘천 남산면·남면·북산면 일대를 살핀 결과,

차도로부터 관찰할 수 있는 야산은 물론 대학가 근처에도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들이 빼곡했다. 

감염된 나무를 그대로 방치하면 재선충이 봄에 우화한 매개충을 통해 다시 주변 나무에 침입하고,

정상목을 감염시킬 수 있다. 산림 전문가들은 감염된 나무를 그대로 방치하면

수분이 없이 말라비틀어진 나무가 건조한 봄철 산불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고,

나무의 뿌리가 말라 토양 지지력이 약해지면 집중호우 발생 시 산사태가 일어날 확률도 높아진다고 경고한다.

 

소나무재선충은 길이 약 1mm의 실 같이 생긴 선충이다.

솔수염하늘소 등 매개충의 몸속에 서식하다 나무의 구멍을 통해 침입해 병을 일으킨다.

 

이때 감염된 나무는 재선충에게 수분, 양분 등을 모두 뺏겨

잎이 아래로 쳐지면서 잎이 붉게 변하고 결국 시들어 죽는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는 치료 방법이 없어 100% 시들어 죽고

솔수염하늘소가 재선충병으로 죽은 나무에 산란을 하면 5~7월경 성충이 된 재선충은

주위의 정상목도 감염시켜 병이 계속해서 확산할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신속한 방제와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춘천시 남산면 방곡리의 한 야산에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의 잎이 말라 아래로 쳐져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하지만 이 나무들은 올해 9월까지 사실상 방치될 수밖에 없다.

이미 성충이 된 감염 매개충은 손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춘천시는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1년 치 방제작업을 지난 3월 모두 끝냈고,

다음 방제 작업은 올 9월부터 재개한다. 시는 올해 상반기(1월~3월) 방제사업에서만

남산면, 남면, 북산면 일대 1만 391그루를 제거했다. 

 

김원호 녹색연합 활동가는 “예산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현재와 같은 방제는 하나마나”라고 지적한다.

그는 “현재 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에서 성충으로 우화한 매개충이 활동하면 

주위 나무에까지 감염시킬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피해가 더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2~3년 뒤에는 해당 구역의 산림이 완전히 황폐화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강원특별자치도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고사목 발생 현황. (단위:그루)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유독 춘천지역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심각하다.

강원지역 전체의 소나무재선충병 고사목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약 3만 4847그루인데,

이 중 춘천시에서 발생한 피해 고사목이 2만 9193그루로 약 88%에 이른다.

 

이 기간 춘천시 다음으로 피해가 심한 홍천군은 3187그루 피해 고사목이 발생했다.

강릉시, 화천군, 철원군 등은 같은 기간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소나무재선충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왼쪽)과 매개충 솔수염하늘소. (사진=산림청)
 

춘천지역의 피해가 큰 이유는 지자체에서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다.

전국적으로 확산세가 갑작스럽게 심해진 데다가 춘천시 내에 전문가도 부족하다. 

춘천시에서도 전담 인력이 단 1명뿐이다. 

 

장석준 도 산림과학연구원 녹지연구사는 “경기에서 극심지로 꼽히는 가평군이

춘천과 맞닿아있어 춘천의 피해가 큰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며

“잠복기가 2~3년으로 길게 나타나는 잣나무가 춘천지역에 많아서 방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춘천시가 재선충병 발생을 막기 위해 사용한 예산은 지난 3년간 1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춘천시는 이 방제예산도 춘천시 전체 구역을 방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는 단목벌채(고사목을 골라 베기) 방식이 일반적인데, 

한 그루를 베는데 인건비로 약 37만원이 든다.

 

인건비뿐 아니라 소나무재선충병 모니터링을 위한 예찰단 구성부터 시료 채취,

검경의뢰의 과정도 필요하고, 감염 발생시 나무를 파쇄하거나

훈증하는 등 후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시 산림과 관계자는 “국비 지원에 시·도비를 추가 편성하고,

타 병해충 관련 예산을 끌어다 쓸 정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춘천의 야산 곳곳이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들로 붉게 변한 모습. (사진=이정욱 기자)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는 2007년 이후 오랜기간 이어지면서 현재 ‘3차 팬데믹’을 맞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국 재선충병 피해 나무는 264만 9020그루에 달한다.

특히 2022년 37만 8079그루에서 작년 106만 5967그루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2007년과 2014년에도 소나무재선충병으로 몸살을 앓았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현재의 방제 시스템을 통째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김 활동가는 ”잣나무 농가·보호수에 피해가 간다 해도 산주와 주민들을 설득해

선제적 조치로서 감염 고사목 주변의 구역을 모두베기 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며

”더 나아가 앞으로 산림 생태계 연구와 새로 식재한 나무들 관리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한 생물 다양성 악화가 계속해서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단순 병해충 대응 차원의 관습적 방제를 할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으로 보고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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