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한국도 국토의 5.8% 잠긴다... 과연 과장일까?

한국, 기후난민의 나라가 될 수 있다

 

/오기출

2018년 12월 15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폐막식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구 온도 상승이 너무 빠르다. 2018년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유엔기후총회)에 참여한 200개 나라는 지구 평균 온도를 산업혁명 전 대비 2100년까지 1.5℃ 상승으로 제한한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을 이끌어낸 기후과학자들은 1.5℃ 상승 제한이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난 7일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는 지난 1년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 대비 1.6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2018년 유엔기후총회 이후 아직 2100년이 되지도 않았는데, 단 5년 만에 1.5℃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이다.

지난 8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 세계 기후과학자 38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기후 대응 실패를 한 지구촌 정부들이 앞으로 5년 안에 연속적으로 일어날 극단적 기상 이변, 식량 생산 붕괴, 사회적 혼란에 압도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한국 정부, 기후위기 대책보다 재난자본주의 선호
 
 
마지노선이 무너진 영향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일 어린이날 하루 동안 제주 950mm, 전남 광양과 진도에 각각 198.6mm, 112.3mm의 비가 내려 그동안의 5월 강우 중 신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로 가면 올여름에는 2022년에 겪었던 강력한 폭우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7일 미국 CNN은 기후싱크탱크 '버클리어스'를 이끄는 과학자 제케 하우스파더를 인용해 "올해가 역사상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역대급 폭우와 폭염이 예보된 가운데 우리 정부는 그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2022년에 그랬듯 정부가 기후 대책 대신 토건 대책을 세울 것 같아 걱정이다.

 

2022년 8월 8일로 돌아가 보자. 기상관측 115년 만의 최고치인 381.5mm의 폭우가 서울에 하루 동안 내렸다. 강남이 물에 잠겨 차량 1만 2000여 대가 침수된 날이다. 신림동에는 인근 하천이 넘쳐 저지대 반지하에 사는 가족 세 명이 참사를 당했다. 40대 자매와 13세 소녀의 죽음은 이웃 주민과 시민들의 마음을 비통하게 했다. 1주 전부터 기상청이 폭우 발생 위험성을 예보했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아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참사 이틀 후인 8월 10일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와 공동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록적인 침수 피해를 입은 지하·반지하 거주 가구를 위한 안전 대책으로 '모아주택·모아타운' 재개발 사업을 발표했다. 상습 침수 또는 침수 위기 구역의 반지하 가구를 모아서 주택재개발 사업을 하겠다는 대책이다. 보도자료에서 오세훈 시장은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반지하 주택은 사라져야' 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고도 했다.

국토교통부와 오세훈표 모아타운으로 반지하는 이제 기후위기에서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 모아타운은 노후 저층 주거지를 10만㎡(3만 평) 이내로 묶어 정비계획수립 등의 인가 절차를 생략하고 10층 제한 규제를 풀면서 15층까지 아파트를 신속하게 지을 수 있는 사업이다.

5월 16일 현재 서울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모아타운 절차가 진행되는 대상지는 86개소 581만 6000㎡다. 그런데 여기서 침수 지역 반지하 주민에 대한 대책은 사라지고 없다. 대신 시세 차익을 목표로 한 갭 투자, 반복되는 부동산 거래, 공공성을 내세운 민간개발 사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

모아타운 대상지의 한 시민은 '아파트 18평 받으려면 분담금이 3억~4억이다. 집 부수고 입주까지 5년 동안 어디서 살라고 이러는가?'라면서, '모아타운을 제발 그만하라'고 요청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반지하 침수 피해 주민들을 위한다면서 그 자리에 재개발 사업을 띄운 것이다. 기후 피해 지역에서 정작 피해자들은 사라지고 민간 개발사업자 또는 엉뚱한 이들이 혜택을 보는 일들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재난과 위기, 전쟁 등을 돈벌이 기회로 삼는 것을 '재난자본주의'라 부른다.

2℃ 상승의 비극, 대규모 기후난민 발생 예상


  ▲ 2℃가 오른 몽골에 모래 폭풍 발생은 일상이 되었다. ⓒ 푸른아시아  
재난자본주의는 정부의 기후행동 실패를 촉진하고 기후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다. 그 결과 지구온도 2℃ 상승도 빨라지고 있다. 문제는 2℃ 상승이 언제 오는가이다. 지구 평균온도 1℃ 상승을 기록한 해가 2018년이다. 1.5℃ 상승까지는 단 5년 걸렸다. 매년 0.1℃가 오른 것이다.

이대로 가면 2℃ 상승은 빠르면 5년 뒤인 2029년에 올 수 있다. 2℃ 상승은 무엇을 의미할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대규모 기후난민의 발생이다.


2℃ 상승을 알려면 몽골을 살필 필요가 있다. 전 세계에서 온도가 가장 높게 오른 나라는 몽골이다. 24년 전인 2000년 즈음, 몽골은 이미 2℃가 올랐다. 필자도 2000년도 몽골에 가기 전까지 2℃ 상승이 무엇인지 몰랐다. 몽골에 가서야 그 심각성을 알아차렸다. 필자가 몽골에서 사막화 방지 활동을 하면서 경험한 바다.

2002년 2월 몽골 설날 전후로 50cm의 눈이 내렸다. 그리고 영하 50℃가 20일 계속되었다. 눈은 빙하처럼 단단해졌고, 몽골 전역이 하얗게 빙하로 얼어붙었다. 겨울철 땅속의 풀뿌리로 연명해 온 양과 염소들은 앞발로 단단하게 얼어버린 눈을 긁다가 굶어 죽어 갔다.

단 20일 만에 1000만 마리의 가축이 굶어 죽었고, 2만여 가구 10만여 명의 유목민들이 가축을 잃고 기후난민이 되었다. 그 후 2010년 1000만 마리, 올해 3월에도 380만 마리의 가축이 굶어 죽었다. 2017년 1월 5일 <가디언>은 몽골 인구 20%인 60만여 명이 기후난민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1만 년 동안 조상 대대로 몽골은 유목의 나라였다. 그런데 2℃ 상승으로 유목은 위기에 처하고, 대신 대규모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조만간 지구 온도가 2℃ 오르면 어떻게 될까? 현재의 몽골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해수면 상승이다. 우리나라도 문제가 된다.

2023년 2월 14일 해수면 상승을 주제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가 열렸다. 우리나라에는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로 익숙한 안보리다. 여기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해수면 상승으로 지구촌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생각도 못 했던 위기를 경험하고, 그동안 살아온 지역에서 '대탈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변화 태평양연합'의 사무총장 코럴 파시시는 '2050년까지 해수면이 최소한 1미터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핵 안전 못지않은 안보 문제가 되고 있다.

 


  ▲ 해수면 상승이 예상되는 경기도 한강 하구에 있는 마을과 논 ⓒ 오기출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해수면 상승 경고를 인지하고 정책적으로 대비하고 있을까? 2015년 9월 부산시 출연연구기관인 '부산발전연구원'은 〈부산 연안역의 기후변화 적응방안〉 보고서에서 해수면이 1미터 또는 2미터 상승할 때의 시나리오를 비교적 자세히 제시했다.

연안역은 바다에서 500미터 이내의 육지를 말하는데, 부산은 연안역이 138.9㎢로 부산 전체 면적의 18%이고, 부산 인구의 25.3%인 84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 1.5℃ 상승으로 해수면 1미터 상승 시 연안역 22%에 해당하는 30.3㎢가 침수되고, 2미터 상승 시 35%에 해당하는 49.3㎢가 잠긴다고 한다. 이럴 경우 수십만 명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 미국 기후싱크탱크 '클라이미트 센트럴'가 만든 2030년 우리나라 해수면 상승 시나리오 지도로 붉은색이 해수면 아래로 들어가는 지역이다. ⓒ 클라이미트 센트럴     


전 세계 해수면 상승을 연구하는 미국 기후싱크탱크 '클라이미트 센트럴'은 2030년도 우리나라 해수면 상승 시나리오를 지도로 만들고 있다. 2020년 9월 그린피스가 공개한 클라이미트 센트럴 자료 따르면, 2030년 한국 국토의 5.8%에 해당하는 5885㎢가 침수되고, 약 330만 명의 사람들이 재산을 잃거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런 보고들이 과장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기후 시나리오는 너무 잘 맞아 문제다.

기후위기로 재산을 잃는 사람들을 기후난민이라고 한다. 지구 온도 2℃ 상승과 해수면 상승으로 한국도 5년 후에는 몽골처럼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말했듯이 집단적으로, 대규모로 한꺼번에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이를 미리 대비해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기후 대책보다 재난자본주의를 선호해온 한국 정부가 앞으로 닥칠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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