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아름다운데...

이러다 죽도 다 망가진다"

강원도 고성 죽도 해상공사 현장...

개발 강행, 이대로 괜찮을까

 

/진재중

 

육상 공사장을 방불케 한다. 포클레인과 대형 장비들이 굉음을 울리며 쉴 새 없이 돌고 있다.

바다를 삼킬 것 같은 대형공사다.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죽도(竹島) 이야기다.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을... "개발보다는 보존이 우선"


  ▲ 오호해변 앞 공사현장 해양레져관광 거점시설을 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2024/5)  
죽도(竹島)는 동해안에서는 울릉도와 독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다른 동해안의 섬들에 없는 독특한 습지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습지에는 빙하기 이후 고립되어 진화하고 있는 청개구리 개체군이 분포하고

화강암이 풍화되어 형성한 독특한 타포니 지형이 발달한 곳이다.

면적은 5만 292㎡에 달한다.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이규송 교수는 "죽도는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일 뿐만 아니라

바닷속 생태계도 양호하게 발달하고 있어 절대 보존해야 할 섬"이라며,

"전체적으로 섬 고유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외부와의 연결은

경관가치를 훼손하고 외래 동식물 유입으로 고유한 섬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

따라서 개발보다는 보전을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야광나무,참싸리 등 희귀식물이 자생하는 섬이다  
섬에서 바라본 해변은 좌로는 오호 해변이, 우로는 송지호 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호텔을 사이에 두고 두 해변으로 나누어져 있다.

오호 해변은 바로 앞에 죽도와 도로 건너 송지호가 있어 평상시에도 많은 탐방객이 찾는다.

이 마을에 터를 잡고 살아온 한 주민은 "죽도는 우리 지역의 자랑거리인데

저섬과 육지를 연결하면 섬은 바로 망가질 것"이라며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아름다운데 왜 굳이 망가트리면서 공사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멈추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섬에서 바라본 해변 좌로는 오호해변이 우로는 송지호 해변이 보인다 죽도에서 바라본 공사현장(2024/5)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섬은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엄마 돌고래와 아기 돌고래가 속삭이는 형상이다.

섬은 화강암으로 되어있어 대나무 군락지와 조화를 이뤄 신비롭기까지 하다.

 

죽도는 생태자연도 지질 경관 1등급으로 산림청과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희귀식물이 자생하는 곳이다.

 

또한 고성 죽도 일원은 국내 최고의 바닷속 경관과 생태계 환경을 보유하고 있어

2018년 해중경관지구로 지정됐으며 해양수산부 '해양레저관광 거점' 시범 사업지로도 선정된 섬이다.


 ▲ 돌고래 형상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죽도는 돌고래 모습을 띄고있다.


죽도는 지난 2018년 해양수산부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해당 사업은 고성군 죽왕면 오호리 해변 일원에 동해안의 사계절

해양레저관광 거점 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다.

해중 경관지구로 지정·고시된 죽왕면 오호리해변 - 죽도 일원에

국비 205억 원, 도비 73억 원을 포함해 총 410억여 원을 투입, 공사를 진행 중이다.

바다 위와 바닷속, 육상에 '해상 길'에서 부터 '스카이워크' '수중레저 시설' 등이 설치된다.

해상시설로는 오호리 해변에서 죽도까지 780m 길이를 폭 5.5m로 연결하고

해수면부터 높이 25m의 '해상 스카이워크'를 만든다.

 

또 지상 3층 해상전망대·해양레저지원시설도 건립된다.

이와 함께 죽도에는 섬을 걸어서 돌 수 있도록 폭 2m에 길이 525m 규모의 '죽도 산책로'가 조성된다.

▲ 해상공사 오호해변과 죽도를 잇는 공사가 한창이다(2024/5)  

 

문제는 정부의 모순된 정책과 관광수입에 의존하려는 지자체 행정이다.

이 섬은 해수부에서 해중 경관지구로 선정했고

산림청과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희귀식물이 자생하는 섬으로 지정한 곳이다. 

죽도를 보기 위해  자주 찾는다는 김명환씨(57세)는 "죽도는 손을 대서는 안 된다.

'저곳엔 뭐가 있을까, 언제 가볼까' 하고 그리움의 대상이었는데

해상에 다리가 건설되어 바로 간다면 고성 죽도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것 같다.

이대로 둘 수는 없을까?" 하고 개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방문객은 "전에는 섬과 육지가 이어지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라 해서 왔었는데

이제 그 특이한 현상은 볼 수 없게 되었다.

자연이 주는 그 가치를 저버리는 행위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관광수입에 매달리는 근시안적인 행정 그만 둬야"
    

▲ 죽도 희귀식물이 자생하는 섬

 

 

▲ 모세의 기적 1년에 한번 모래가 쌓여 죽도와 오호해변을 잇는 길이 형성된다(2022/2)  


동해안에는 방문객을 끌어들여 관광수입을 늘리기 위한

각종 시설물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동해바다를 볼 수있는 곳이면 해안 관찰로, 해안 경관로,

해중공원 등의 명목으로 개발되거나 개발이 진행 중이다. 

강릉원주대 환경조경학과 조태동 교수는 "해안에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동해안의 섬은 그 자체가 관광자원이고 보존해야 할 유산이다.

한번 망가지면 회복되기 어려운 것이 섬"이라며

"관광수입에 매달리는 근시안적인 행정 행위는그만 두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죽도는 방문객들에게 이상향을 품게 해주었던 동해안 바다의 무릉도원이었다.

죽도가 가지고 있는 꿈은 사라지고 섬에 의지해 살았던 식물과

바닷속에 기대고 있던 해조류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죽도를 아프게 하는 공사는 누구를 위한 시설인가를 묻고 싶다.

100억원 쓰고도 못 막아⋯춘천의 산이 죽어간다

 

'소나무 에이즈' 재선충병 팬데믹
춘천 2만9000그루 피해⋯강원 88%
3년간 예산 100억원, 손 못댄 곳 많아
“감염 대응식이 아닌 선제적 방어 필요”

 

/오현경

 

춘천시 남산면 인근 야산에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들이 붉게 변해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지난 17일 춘천시 남산면 일대. 한창 푸르러야 할 5월의 야산이 곳곳에서 붉은색으로 변해있었다.

붉게 시든 나무들은 대학가 근처 시내까지 퍼져 가는 곳마다 눈에 띄었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소나무들의 잎이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소나무를 말려 죽이는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들이다. 

 

김원호 녹색연합 활동가는 “말라죽은 나무로부터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된

솔수염하늘소가 자라 주변 4km까지 확산시킬 수 있다”며

“이대로 몇년이 지나면 눈에 보이는 모든 나무들이 말라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시 외곽 야산 곳곳이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로 붉게 변해 죽어가고 있다.

소나무 에이즈(AIDS)’라고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은 전염 속도가 매우 빠른데다 

치료 방법도 없어 빠른 방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춘천시는 5월 현재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성충이 된 솔수염하늘소가 소나무재선충을 품고 이동하고 있어 더는 손쓸 방도가 없어서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솔수염하늘소가 성충이 되는 ‘골든 타임’에 선제적 방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소나무재선충병 극심지로 꼽히는 경북 포항의 소나무 숲. 방제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선충병이 전체적으로 번져 황폐화됐다. (2024.04 촬영, 사진=녹색연합 김원호 활동가)
 

MS TODAY 취재진이 이날 춘천 남산면·남면·북산면 일대를 살핀 결과,

차도로부터 관찰할 수 있는 야산은 물론 대학가 근처에도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들이 빼곡했다. 

감염된 나무를 그대로 방치하면 재선충이 봄에 우화한 매개충을 통해 다시 주변 나무에 침입하고,

정상목을 감염시킬 수 있다. 산림 전문가들은 감염된 나무를 그대로 방치하면

수분이 없이 말라비틀어진 나무가 건조한 봄철 산불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고,

나무의 뿌리가 말라 토양 지지력이 약해지면 집중호우 발생 시 산사태가 일어날 확률도 높아진다고 경고한다.

 

소나무재선충은 길이 약 1mm의 실 같이 생긴 선충이다.

솔수염하늘소 등 매개충의 몸속에 서식하다 나무의 구멍을 통해 침입해 병을 일으킨다.

 

이때 감염된 나무는 재선충에게 수분, 양분 등을 모두 뺏겨

잎이 아래로 쳐지면서 잎이 붉게 변하고 결국 시들어 죽는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는 치료 방법이 없어 100% 시들어 죽고

솔수염하늘소가 재선충병으로 죽은 나무에 산란을 하면 5~7월경 성충이 된 재선충은

주위의 정상목도 감염시켜 병이 계속해서 확산할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신속한 방제와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춘천시 남산면 방곡리의 한 야산에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의 잎이 말라 아래로 쳐져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하지만 이 나무들은 올해 9월까지 사실상 방치될 수밖에 없다.

이미 성충이 된 감염 매개충은 손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춘천시는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1년 치 방제작업을 지난 3월 모두 끝냈고,

다음 방제 작업은 올 9월부터 재개한다. 시는 올해 상반기(1월~3월) 방제사업에서만

남산면, 남면, 북산면 일대 1만 391그루를 제거했다. 

 

김원호 녹색연합 활동가는 “예산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현재와 같은 방제는 하나마나”라고 지적한다.

그는 “현재 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에서 성충으로 우화한 매개충이 활동하면 

주위 나무에까지 감염시킬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피해가 더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2~3년 뒤에는 해당 구역의 산림이 완전히 황폐화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강원특별자치도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고사목 발생 현황. (단위:그루)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유독 춘천지역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심각하다.

강원지역 전체의 소나무재선충병 고사목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약 3만 4847그루인데,

이 중 춘천시에서 발생한 피해 고사목이 2만 9193그루로 약 88%에 이른다.

 

이 기간 춘천시 다음으로 피해가 심한 홍천군은 3187그루 피해 고사목이 발생했다.

강릉시, 화천군, 철원군 등은 같은 기간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소나무재선충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왼쪽)과 매개충 솔수염하늘소. (사진=산림청)
 

춘천지역의 피해가 큰 이유는 지자체에서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다.

전국적으로 확산세가 갑작스럽게 심해진 데다가 춘천시 내에 전문가도 부족하다. 

춘천시에서도 전담 인력이 단 1명뿐이다. 

 

장석준 도 산림과학연구원 녹지연구사는 “경기에서 극심지로 꼽히는 가평군이

춘천과 맞닿아있어 춘천의 피해가 큰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며

“잠복기가 2~3년으로 길게 나타나는 잣나무가 춘천지역에 많아서 방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춘천시가 재선충병 발생을 막기 위해 사용한 예산은 지난 3년간 1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춘천시는 이 방제예산도 춘천시 전체 구역을 방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는 단목벌채(고사목을 골라 베기) 방식이 일반적인데, 

한 그루를 베는데 인건비로 약 37만원이 든다.

 

인건비뿐 아니라 소나무재선충병 모니터링을 위한 예찰단 구성부터 시료 채취,

검경의뢰의 과정도 필요하고, 감염 발생시 나무를 파쇄하거나

훈증하는 등 후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시 산림과 관계자는 “국비 지원에 시·도비를 추가 편성하고,

타 병해충 관련 예산을 끌어다 쓸 정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춘천의 야산 곳곳이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들로 붉게 변한 모습. (사진=이정욱 기자)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는 2007년 이후 오랜기간 이어지면서 현재 ‘3차 팬데믹’을 맞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국 재선충병 피해 나무는 264만 9020그루에 달한다.

특히 2022년 37만 8079그루에서 작년 106만 5967그루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2007년과 2014년에도 소나무재선충병으로 몸살을 앓았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현재의 방제 시스템을 통째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김 활동가는 ”잣나무 농가·보호수에 피해가 간다 해도 산주와 주민들을 설득해

선제적 조치로서 감염 고사목 주변의 구역을 모두베기 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며

”더 나아가 앞으로 산림 생태계 연구와 새로 식재한 나무들 관리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한 생물 다양성 악화가 계속해서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단순 병해충 대응 차원의 관습적 방제를 할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으로 보고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30년, 한국도 국토의 5.8% 잠긴다... 과연 과장일까?

한국, 기후난민의 나라가 될 수 있다

 

/오기출

2018년 12월 15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폐막식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구 온도 상승이 너무 빠르다. 2018년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유엔기후총회)에 참여한 200개 나라는 지구 평균 온도를 산업혁명 전 대비 2100년까지 1.5℃ 상승으로 제한한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을 이끌어낸 기후과학자들은 1.5℃ 상승 제한이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난 7일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는 지난 1년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 대비 1.6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2018년 유엔기후총회 이후 아직 2100년이 되지도 않았는데, 단 5년 만에 1.5℃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이다.

지난 8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 세계 기후과학자 38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기후 대응 실패를 한 지구촌 정부들이 앞으로 5년 안에 연속적으로 일어날 극단적 기상 이변, 식량 생산 붕괴, 사회적 혼란에 압도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한국 정부, 기후위기 대책보다 재난자본주의 선호
 
 
마지노선이 무너진 영향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일 어린이날 하루 동안 제주 950mm, 전남 광양과 진도에 각각 198.6mm, 112.3mm의 비가 내려 그동안의 5월 강우 중 신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로 가면 올여름에는 2022년에 겪었던 강력한 폭우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7일 미국 CNN은 기후싱크탱크 '버클리어스'를 이끄는 과학자 제케 하우스파더를 인용해 "올해가 역사상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역대급 폭우와 폭염이 예보된 가운데 우리 정부는 그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2022년에 그랬듯 정부가 기후 대책 대신 토건 대책을 세울 것 같아 걱정이다.

 

2022년 8월 8일로 돌아가 보자. 기상관측 115년 만의 최고치인 381.5mm의 폭우가 서울에 하루 동안 내렸다. 강남이 물에 잠겨 차량 1만 2000여 대가 침수된 날이다. 신림동에는 인근 하천이 넘쳐 저지대 반지하에 사는 가족 세 명이 참사를 당했다. 40대 자매와 13세 소녀의 죽음은 이웃 주민과 시민들의 마음을 비통하게 했다. 1주 전부터 기상청이 폭우 발생 위험성을 예보했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아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참사 이틀 후인 8월 10일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와 공동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록적인 침수 피해를 입은 지하·반지하 거주 가구를 위한 안전 대책으로 '모아주택·모아타운' 재개발 사업을 발표했다. 상습 침수 또는 침수 위기 구역의 반지하 가구를 모아서 주택재개발 사업을 하겠다는 대책이다. 보도자료에서 오세훈 시장은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반지하 주택은 사라져야' 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고도 했다.

국토교통부와 오세훈표 모아타운으로 반지하는 이제 기후위기에서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 모아타운은 노후 저층 주거지를 10만㎡(3만 평) 이내로 묶어 정비계획수립 등의 인가 절차를 생략하고 10층 제한 규제를 풀면서 15층까지 아파트를 신속하게 지을 수 있는 사업이다.

5월 16일 현재 서울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모아타운 절차가 진행되는 대상지는 86개소 581만 6000㎡다. 그런데 여기서 침수 지역 반지하 주민에 대한 대책은 사라지고 없다. 대신 시세 차익을 목표로 한 갭 투자, 반복되는 부동산 거래, 공공성을 내세운 민간개발 사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

모아타운 대상지의 한 시민은 '아파트 18평 받으려면 분담금이 3억~4억이다. 집 부수고 입주까지 5년 동안 어디서 살라고 이러는가?'라면서, '모아타운을 제발 그만하라'고 요청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반지하 침수 피해 주민들을 위한다면서 그 자리에 재개발 사업을 띄운 것이다. 기후 피해 지역에서 정작 피해자들은 사라지고 민간 개발사업자 또는 엉뚱한 이들이 혜택을 보는 일들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재난과 위기, 전쟁 등을 돈벌이 기회로 삼는 것을 '재난자본주의'라 부른다.

2℃ 상승의 비극, 대규모 기후난민 발생 예상


  ▲ 2℃가 오른 몽골에 모래 폭풍 발생은 일상이 되었다. ⓒ 푸른아시아  
재난자본주의는 정부의 기후행동 실패를 촉진하고 기후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다. 그 결과 지구온도 2℃ 상승도 빨라지고 있다. 문제는 2℃ 상승이 언제 오는가이다. 지구 평균온도 1℃ 상승을 기록한 해가 2018년이다. 1.5℃ 상승까지는 단 5년 걸렸다. 매년 0.1℃가 오른 것이다.

이대로 가면 2℃ 상승은 빠르면 5년 뒤인 2029년에 올 수 있다. 2℃ 상승은 무엇을 의미할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대규모 기후난민의 발생이다.


2℃ 상승을 알려면 몽골을 살필 필요가 있다. 전 세계에서 온도가 가장 높게 오른 나라는 몽골이다. 24년 전인 2000년 즈음, 몽골은 이미 2℃가 올랐다. 필자도 2000년도 몽골에 가기 전까지 2℃ 상승이 무엇인지 몰랐다. 몽골에 가서야 그 심각성을 알아차렸다. 필자가 몽골에서 사막화 방지 활동을 하면서 경험한 바다.

2002년 2월 몽골 설날 전후로 50cm의 눈이 내렸다. 그리고 영하 50℃가 20일 계속되었다. 눈은 빙하처럼 단단해졌고, 몽골 전역이 하얗게 빙하로 얼어붙었다. 겨울철 땅속의 풀뿌리로 연명해 온 양과 염소들은 앞발로 단단하게 얼어버린 눈을 긁다가 굶어 죽어 갔다.

단 20일 만에 1000만 마리의 가축이 굶어 죽었고, 2만여 가구 10만여 명의 유목민들이 가축을 잃고 기후난민이 되었다. 그 후 2010년 1000만 마리, 올해 3월에도 380만 마리의 가축이 굶어 죽었다. 2017년 1월 5일 <가디언>은 몽골 인구 20%인 60만여 명이 기후난민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1만 년 동안 조상 대대로 몽골은 유목의 나라였다. 그런데 2℃ 상승으로 유목은 위기에 처하고, 대신 대규모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조만간 지구 온도가 2℃ 오르면 어떻게 될까? 현재의 몽골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해수면 상승이다. 우리나라도 문제가 된다.

2023년 2월 14일 해수면 상승을 주제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가 열렸다. 우리나라에는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로 익숙한 안보리다. 여기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해수면 상승으로 지구촌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생각도 못 했던 위기를 경험하고, 그동안 살아온 지역에서 '대탈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변화 태평양연합'의 사무총장 코럴 파시시는 '2050년까지 해수면이 최소한 1미터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핵 안전 못지않은 안보 문제가 되고 있다.

 


  ▲ 해수면 상승이 예상되는 경기도 한강 하구에 있는 마을과 논 ⓒ 오기출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해수면 상승 경고를 인지하고 정책적으로 대비하고 있을까? 2015년 9월 부산시 출연연구기관인 '부산발전연구원'은 〈부산 연안역의 기후변화 적응방안〉 보고서에서 해수면이 1미터 또는 2미터 상승할 때의 시나리오를 비교적 자세히 제시했다.

연안역은 바다에서 500미터 이내의 육지를 말하는데, 부산은 연안역이 138.9㎢로 부산 전체 면적의 18%이고, 부산 인구의 25.3%인 84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 1.5℃ 상승으로 해수면 1미터 상승 시 연안역 22%에 해당하는 30.3㎢가 침수되고, 2미터 상승 시 35%에 해당하는 49.3㎢가 잠긴다고 한다. 이럴 경우 수십만 명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 미국 기후싱크탱크 '클라이미트 센트럴'가 만든 2030년 우리나라 해수면 상승 시나리오 지도로 붉은색이 해수면 아래로 들어가는 지역이다. ⓒ 클라이미트 센트럴     


전 세계 해수면 상승을 연구하는 미국 기후싱크탱크 '클라이미트 센트럴'은 2030년도 우리나라 해수면 상승 시나리오를 지도로 만들고 있다. 2020년 9월 그린피스가 공개한 클라이미트 센트럴 자료 따르면, 2030년 한국 국토의 5.8%에 해당하는 5885㎢가 침수되고, 약 330만 명의 사람들이 재산을 잃거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런 보고들이 과장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기후 시나리오는 너무 잘 맞아 문제다.

기후위기로 재산을 잃는 사람들을 기후난민이라고 한다. 지구 온도 2℃ 상승과 해수면 상승으로 한국도 5년 후에는 몽골처럼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말했듯이 집단적으로, 대규모로 한꺼번에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이를 미리 대비해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기후 대책보다 재난자본주의를 선호해온 한국 정부가 앞으로 닥칠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방법 강구 안 하면 온 산천이 노랗게 된다"는 경고

금계국 점령 낙동강 해평습지 본 김종원 전 교수의 일침

"환경부 직무유기"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이었던 지난 22일 노란 큰금계국이 '점령'한 낙동강 해평습지(고아습지) 현장을 찾은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 김종원 전 계명대 교수는 절망했다. 23일 전화통화로 기자와 다시 연결된 김종원 전 교수는 "이는 명백히 환경부의 직무유기고, 국가가 없는 식민시대 같다"고 개탄했다

(관련 기사 :샛노랗게 물든 낙동강 해평습지... 생태폭력의 현장 https://omn.kr/28rif ).

"환경부의 직무유기고, 국가가 없는 식민시대인가"

김 전 교수는 "큰금계국 문제는 지난 5년 전 대구MBC 보도가 중앙방송을 탈 정도로 크게 회자됐고, 당시 환경부가 제대로 대처하겠다고 했는데 그때 제대로 대처했다면 이런 사태까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환경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5년 전인 2019년 7월 8일 대구MBC는 "국립생태원이 지난해(2018년) 1년 동안 외래생물정밀조사를 벌인 결과 큰금계국을 유해성 2등급 식물로 나타났다.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 지속적 감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그러면서 "환경부도 유해성이 확인된 큰금계국을 지자체가 마구잡이로 심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종원 전 교수는 "그러나 환경부는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이 때문에 (큰금계국이) 전국적으로 크게 확산됐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런 큰금계국 같은 식물을 외국에서는 'Invasive Alien Plant' 즉 '생태계교란 침투외래식물'이라고 규정하고, 생물다양성협약에서 이런 생물에 대한 철두철미한 통제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큰금계국이 화려한 꽃과 향기 때문에 벌들이 상당히 빈번하게 찾는다. 그래서 우리 고유의 충매화 식물(곤충이 수정해주는 식물)은 그만큼 꽃가루받이가 불리해지기 마련"이라며 "이 점은 생태학에서 상식이다. 결국 그렇잖아도 희귀해져버린 그런 고유 식물들은 완전히 멸종의 벼랑으로 내몰리게 된다"고 부연했다. 

김 전 교수는 큰금계국의 생태계 교란 정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환삼덩굴이나 가시박 같은 생태계교란종은 이 친구들이 아무리 심각한 위해를 가한다 해도 일년초다.

그러나 큰금계국은 여러해살이 다년초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로 심각한 종이다.

왜냐하면 이 친구들은 한번 자리를 잡으면 그 자리를 비켜주지 않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고유 서식처가 건강하게 회복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게릴라번식전략이란 것으로 몸집도 점점 키우지만 뿌리 한 조각이라도 떨어져 다른 곳에 정착하면 그곳에서 또 크게 번성하는 식물이다. 그러니까 씨앗으로 그리고 뿌리로도 확산하는 그야말로 좀비처럼 사는 최강의 식물이다.

그래서 일일이 뽑아내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이웃 나라들은 일반 가정집에 심으려 할 때도 주의사항을 철저하게 알릴 정도로 확산을 통제하고 정기적으로 큰금계국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일 정도로 애를 먹고 있다. 우리도 무슨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온 나라 산천이 큰금계국밭이 될 것이다."

"한국 강하천시스템마저 붕괴시킬 것... 빨리 제거해야"
     
김 전 교수는 이에 더해 한국 강하천시스템마저 붕괴시킬 것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우려했다.
"한국의 강하천시스템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식물이다. 하천 범람원의 우리 고유식생으로 (단양)쑥부쟁이류, 쑥 종류, 비수리, 패랭이류 등이 있고, 갈풀, 물억새, 달뿌리풀 등이 있다. 이 친구들이 정착해야 할 자리를 큰금계국이 뿌리를 내려 완전히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마침내 하천바닥은 점점 육역화 그러니까 육상으로 변해가면서 강하천 구조와 기능이 크게 망가지고 만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세금을 써서 애를 쓰더라도 강하천 기능을 겨우 유지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큰금계국은 한국 강하천시스템에 결정적인 방해 요소다. 큰금계국이 차지한 모래자갈땅은 여름철새나 겨울철새에게 아주 중요한 서식처가 된다. 특히 멸종위기종 쇠제비갈매기, 흰목물떼새와 같은 여름철새들에게는 멸종을 막을 수 있는 결정적인 산란 장소다."

김 전 교수는 "이 정도 되면 큰금계국은 하루빨리 제게해나가는 것이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 가운데 정말로 서둘러야 할 일은 "모든 지자체에서 일제히 큰금계국을 제거할 수 있도록 소상한 실행 지침을 담은 정성어린 관리 매뉴얼 마련"이라면서 국가가 환경부가 제대로 일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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