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나무와새
들꿩나무
노나무
물푸레나무
물푸레나무는 목서(木犀)과의 낙엽교목이다. 우리나라 산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5∼6월경 이팝나무 꽃 비슷하게 소담한 흰 꽃이 핀다. 관상용으로도 볼 만하다.
노거수는 키가 수십m까지 자란다. 우리나라에도 키가 20∼30m가 넘는,
신목으로 모셔 매년 동제(洞祭)를 지낼 만큼 수백 년 묵은 노거수들이 꽤 있다.
전 세계에 70여 종이 분포하며 모두 북반구에서 자란다.
우리나라엔 물푸레나무를 비롯해 쇠물푸레나무, 광릉물푸레나무, 물푸레들뫼나무 등 여러 종이 있다.
유럽물푸레나무는 애시(ash)라고 부르는데 공원수나 관상수, 가로수로 흔히 심는다. 북
유럽신화에선 최초의 인간이 이 애시에서 생겨났다고 하며
세계를 지탱하는 우주목(宇宙木)이라고도 한다.
그들은 하늘과 땅, 지옥도 우주를 뒤덮은 상록의 거대한 애시에 묶여 있다고 생각했다.
물푸레나무의 뿌리와 줄기, 가지에서 채취한 수피를 동아시아에선 약재로 썼다.
중국 최초의 본초서인 『신농본초경』에도 그 약성이 수재되어 있는 걸 보면 약용으로 쓴 역사도 오래됐다.
『동의보감』을 보면 진피(秦皮), 물푸레나무의 껍질은 성질이 차고 맛이 쓰며 독이 없다고 했다.
주로 간과 담의 열을 다스려서 각종 세균성, 비세균성 안질환을 치료하거나
이질 같은 세균성 장질환 등을 치료하는 데 썼다.
기육이 저리고 아픈 풍한습비(風寒濕痺)에도 썼다.
『동의보감』에서 그 효능을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간의 열이 오래돼서 눈알이 충혈되고 붓고 아픈 증상이나, 바람을 쐬면 눈물이 그치지 않는 풍루(風淚)를 낫게 한다.
눈에 생긴 청예(靑?)와 백막(白膜)을 없앤다. 진피를 달여 눈을 씻으면 정기를 보하고 눈을 밝게 한다.
또 열리(熱痢)와 여성의 습열대하, 소아의 간질을 치료한다.
”요즘의 말로 풀면 청예는 녹내장, 백막은 백내장이다. 열리는 세균성 이질이다.
습열대하는 세균 감염으로 염증성 삼출물 같은 분비물이 나오며 빛깔도 나쁘고 악취가 나는 냉대하를 가리킨다.
이런 질환에 물푸레나무가 특효약이다.
사실 물푸레나무는 ‘눈병의 신약(神藥)’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안구충혈이나 결막염, 트라코마와 같은 세균성 안질환 등 일체의 눈병에 잘 듣는다.
물푸레나무 껍질을 달인 물로 눈을 씻어내는데, 나무껍질에 상처를 내서 그 수액을 받아 눈을 씻거나 점안해도 효과가 좋다.
백내장과 녹내장 같은 만성적인 질환에도 물푸레나무 껍질을 달인 물로 꾸준히 점안하면 좋아진다.
또 안검(눈꺼풀) 내에 염증이 생긴 급성화농성 질환, 맥립종(다래끼)도 잘 고친다.
맥립종은 한의학적으로 보면 주로 비위의 습열이 원인이다.
물푸레나무 껍질과 대황을 5:1 또는 2:1 정도의 비율로 해서 전탕해 며칠 복용하면 가라앉는다.
물푸레나무엔 에스쿨린과 에스쿨레틴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에스쿨린은 소염작용을, 에스쿨레틴은 이담작용 을 한다.
요산의 배출을 촉진시키는 효능도 있다. 그래서 통풍(gout) 치료에 쓰인다.
어디선가 물푸레나무가 통풍치료에 신통한 효과가 있다고 한 글을 본 적도 있는데 그렇게 신통한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물푸레나무 껍질을 끓인 물을 마시면서 환부를 찜질하는 방법으로 효과를 보기도 했다.
오래된 통풍은 서양의학에서도 잘 치료하지 못하기 때문에 물푸레나무 껍질을 끓여서 늘 차처럼 마시고 찜질을 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간경의 열로 인해 소아가 경기를 일으킬 때도 역시 쓸 수 있다.
그러나 물푸레나무 껍질, 진피는 성질이 차서(苦寒) 위장의 기운을 쉬 손상시킨다.
비위가 약하고 차가워서(虛寒) 늘 탈이 잦은 사람일 경우 그 복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겠다.
물푸레나무는 잠피(岑皮), 심목(?木), 석단(石檀)이라고도 하기도 한다.
석단이란 이름은 돌로 만든 벼루 대신 이 나무로 벼루를 만들기도 했기 때문에 붙었다고 한다.
그만큼 목재의 재질이 단단하고 치밀하다. 사실 물푸레나무의 주된 용처는 가구재다.
목질이 단단하면서도 구부리기도 쉽고 질감이 좋다.
과거 농경사회에선 이 물푸레나무로 소의 코뚜레를 만들었다.
도리깨나무나 각종 연장 자루 또 배와 수레 등을 만드는 데도 이 나무를 썼다.
그리스 신화에선 아킬레스의 창을 애시라 했는데 잘 다듬어서 창과 같은 무기로도 썼던 모양이다. 요
즘은 스키와 야구 배트를 만드는 데 쓰인다고 한다.
『동의보감』의 물푸레나무의 생김새와 약재의 채취 시기에 대한 내용이다.
“물푸레나무는 박달나무 비슷한데 잎이 더 가늘고 껍질에 흰 반점이 있다. 껍질을 음력 2월과 8월에 벗겨 그늘에 말린다.”
그다음이 중요하다. “껍질을 벗겨 물에 담그면 그 물색이 푸른빛이 된다.”
이 물로 글을 쓰면 종이에 푸른빛이 보이는 것이 진품이다.’
최영전 씨의 『식물민속박물지』를 보니 ‘진피가 물을 푸르게 하므로
강원도 지역에선 수청목(水靑木)이라고도 하고 청피목(靑皮木)이라고도 한다’ 라고 되어 있다.
물푸레나무속(Fraxinus) 15종
계룡쇠물푸레 (Fraxinus sieboldiana var. trijuga Nakai)
광릉물푸레 (Fraxinus rhynchophylla var. densata (Nakai) Y.N.Lee)
구주물푸레 (Fraxinus excelsior L.)
들메나무 (Fraxinus mandshurica Rupr.)
물들메나무 (Fraxinus chiisanensis Nakai)
물푸레나무 (Fraxinus rhynchophylla Hance)
미국물푸레 (Fraxinus americana L.)
민물푸레나무 ( Fraxinus rhynchophylla var. glabrescens Nakai)
백운쇠물푸레 (Fraxinus sieboldiana var. quadrijuga (Nakai) T.B.Lee)
붉은물푸레 (Fraxinus pennsylvanica Marsh.)
쇠나무 (Fraxinus sieboldiana var. serrata Nakai)
쇠물푸레나무 (Fraxinus sieboldiana Blume)
잔물푸레나무 (Fraxinus rhynchophylla var. angusticarpa Nakai ex Handb.)
좀쇠물푸레 (Fraxinus sieboldiana var. angusta Blume)
좁은붉은물푸레 (Fraxinus pennsylvanica var. lanceolata Sarg.)
제비집
玄鳥之知主(현조지지주) 貧亦歸貧亦歸(빈역귀빈역귀)는
‘검은 새가 주인의 고마움을 잊지 못해 구차하게 살아도 역시 찾아오고 가난하게 살아도 역시 찾아온다’는 말이다.
옛 사람들은 ‘제비’를 ‘검은새’라고 했다.
삐딱하게 쓰러질 듯한 집이지만 그 집 토방 위에 제비가 집을 지어 주인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으면서 새끼를 키우고
그 새끼가 성장한 후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이 오면 전선에 모여앉아 지저귀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강남으로 떠나간다.
다음 해 따뜻한 봄이 오면 그 제비들은 전 해의 그 집 주인이 아무리 가난해도 탓하지 않고 찾아오고 다음 해도 또 찾아온다.
그래서 선비는 한자로 ‘현조(玄鳥)’ 즉 ‘검은새’라고 했다.
검은새는 주인의 고마운 은혜를 잊지 않고 가난해도 찾아오고 또 찾아온다고 했으니
자연과 검은 새와 인간 사이에 얽힌 정서적인 것이 무엇인지 모르게 흐뭇한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