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이로움을 주는 병

 

가끔 나무에 생기는 혹을 볼 때면 보물과 자기가 지니고 있던 혹을 바꾼

혹부리영감이라는 전래동화가 생각난다.

 

자신에게 불필요하고 귀찮은 혹을 비싼 가격에 판 셈이니

무척 현명하면서도 감탄스런 경우이다.

 

그런데 나무에 생기는 혹은 이처럼 마음대로 떼어내거나 할 수가 없어 안타깝다.

일단 나무에 혹이 발생하면 윗부분은 부러지거나 서서히 고사해간다.

 

때문에 외과수술을 해 치료하기가 어렵다.

그냥 혹이 발생한 아래 부분을 잘라내 더 이상 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제법이다.

 

하지만 나무 스스로에게는 치명적인 혹이지만 사람들은 이런 혹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나무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혹은 소나무혹병에 의해 발생하는 혹 이다.

 

소나무혹병은 Cronartium orientale에 의한 병으로 참나무류와 기주교대를 하는 병이다.

가지나 줄기 부분이 부풀어 중간에 둥근 모양을 만든다.

 

때문에 소나무혹병에 걸린 줄기는 예전부터 목공예를 하는 사람에게는 중요한 재료로 사용되고,

민간에서는 작은 항아리나 바가지로 만들어 썼다하니

소나무혹병이 무조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는 것 같다.

 

소나무에 생기는 혹병이 참나무류와 교대를 한다고 하여

참나무에 발생하는 혹을 참나무혹병이라 부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소나무 혹병과 기주교대하는 병원균은 참나무의 줄기가 아니라 잎에서 생활을 한다.

따라서 줄기에 혹 모양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잎의 뒷면에 노란색의 가루같은 증상을 보인다.

그렇다면 참나무에 발생하는 혹은 무슨 병일까?

 

참나무 줄기나 가지에 발생하는 혹은 병에 의한 발생이라기보다는

식물성기생식물의 피해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항암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겨우살이(Mistletoe)가 대표적이다.

 

겨우살이는 반기생성식물로 잎이 모두 떨어진 겨울에도 녹색을 띤 채로

겨울을 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겨우살이는 참나무의 줄기나 가지에 기생근이라는 뿌리를 내린 다음

흡기라는 기관을 통해 참나무의 양분을 흡수한다.

 

흡기는 빨대 모양으로 참나무의 영양분을 빨아먹는 기관이다.

그렇게 되면 흡기가 있는 원줄기는 흡기 때문에 영양분과 물을 공급하는 관이 막혀서

그 부분이 부풀어 오르게 되고, 심하면 가지가 말라 죽기도 한다.

 

요즘 약제로 각광받는 겨우살이가 있어야 참나무에 혹이 생기니

이것도 인간에게 불필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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