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H. Olsen 빌려온 사진입니다>
뻐꾸기 소리가 들리면 들깨를 심어요
뻐꾸기(Cuckoo/殺父鳥)는 봄에 우리나라를 찾는 여름 철새로,
가장 야비하고 불순하며 비윤리적인 대표적 탁락조(托卵鳥/brood parasite)다.
이 뻐꾸기는 다른 새(오목눈이 개개비·멧새·노랑때까치·멧새 등)의 둥지마다
1개씩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운다.
뻐꾸기 어미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으려다가 시간차로 박자가 안 맞으면
이미 둥지에 있는 주인새나 다른 뻐꾸기의 알도 깨먹고 새끼도 잡아먹고
제 알을 낳아 다른 새가 다시 제 알을 부화시키도록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뻐꾸기 소리를 듣게 되면 오래전에 상영되었던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란 영화가 생각난다.
정신병원에 들어온 환자가 인간성이 억압되어 병세가 더욱 악화되자,
이를 본 한 청년이 정신병원에서 로보토미(Lobotomie-뇌의 특정 엽을 지나가는 신경을
다른 엽으로부터 잘라내는 수술. 심한 정신분열증, 조울증과 다른 정신병의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사용되었다)의 희생이 된다는 스토리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백인들에 의하여 희생당하는 인디언들의 가련한 생활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뻐꾸기 둥지>는 정신병동을 의미한다.
원제 <한 마리는 뻐꾸기의 둥지위로 날아갔다>는 인디언의 전래동화의 한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뻐꾸기는 그 울음소리와는 다르게 매우 야비하고 비윤리적인 새다.
뻐꾸기(Cuckoo)는 자신의 둥지를 짓지 않고 다른 새들(개개비, 멧새, 노랑때까치, 붉은뺨멧새등)의
둥지마다 알을 한 개씩 낳아(보통 12~15개) 새끼를 키우는 일을 맡긴다.
부화를 한지 10~12일쯤 지나면 먼저 부화되어 있는 다른 알들을 밀어내고
1~2일 만에 둥지를 독점한다.
그리고 20~23일간 숙주(宿主-주인새) 새의 먹이를 받아먹고 둥지를 떠난다.
둥지를 떠난 후에도 7일 이상이나 먹이를 받아먹는 얌체다.
뻐꾸기 알이 숙주(宿主)의 알을 닮는 알의 의태(擬態)는 숙주의 거부반응을 최소화시킨다.
뻐꾸기 어미가 숙주의 알을 하나 이상 내버리는 행동은 숙주 새끼들과의 경쟁과
숙주가 둥지에 알이 추가된 것을 알아차릴 위험을 감소시켜준다.
둥지 내의 새끼 밀어내기는 뻐꾸기 새끼가 둥지 속의 다른 알이나
새끼들을 들어 올려 둥지 밖으로 밀어내는 행동이다.
뻐꾸기속(Cuculus)의 어떤 종은 새매속(Accipiter)의 맹금류와 형태 및 행동이 닮았기 때문에
숙주새를 겁나게 하여 뻐꾸기 류가 둥지에 방해받지 않고 접근할 수 있게 한다
(브리태니커 인용).
그런가 하면 뻐꾸기 새끼들은 주인 새의 울음소리로 모성애와 부성애를 자극하고,
애처롭게 입을 쩍쩍 벌려서 숙주새들에게 먹이를 달라고 매달린다.
그러면 주인 새들은 자기 새끼가 아닌 줄을 알고도 먹이를 물어다 주며 기른다고 한다.
그런데 주인 새의 먹이를 받아먹고 자란 뻐꾸기 새끼들은
주인 새가 충분한 먹이를 물어 오지 못하면 저를 키워준 숙주 새까지 잡아먹고 떠난다는
배은망덕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요즈음 아내가 열을 내며 시청하는 MBC 일일연속극 <오자룡이 간다>에 나오는
진용석(진태현 분)의 행동이 딱 뻐꾸기를 닮은꼴이다.
저녁을 먹는 시간에 방영되어 가끔 시청을 하게 되는데
그의 행동이 어쩌면 그리도 뻐꾸기를 닮았을까?
남이 보는 앞에서는 아련한 미소를 짓다가 돌아서면 성난 이리의 모습으로 변하는
진용석의 행동은 애처로운 뻐꾸기 울음소리와 행동을 빼 닮은 모습이다.
우리사회는 저 뻐꾸기처럼 두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활개를 치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이 세상에 뻐꾸기 같은 존재들이 사라져야만 평화가 올 텐데 그렇지가 못한 세상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