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손님

겨우내 꽁꽁 얼었던 대지 위를 뚫고 나오려던 야생화들이

올해는 기상 이변으로 춘삼월인데도 내린 폭설에 화들짝 놀라 움츠려들었습니다.

야생화의 매력이라면 척박한 땅에서도 꿋꿋하게 버텨

싹을 틔우며 꽃을 피운다는 것입니다.

매서운 겨울도 참아내며 겨우내 웅크렸던 만물이 봄을 맞아

용수철처럼 밖으로 튀어 나온다 해서 봄을 스프링(spring)이라 부르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야생화를 보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합니다.

눈이 온다는 예보에 놀라 들꽃을 만나러 갔습니다.

아무도 걷지 않는 조용한 산길을 들어섭니다

작은 숲길은 부끄러운 민낯을 가리듯 낙엽 속에 얼굴을 묻고 있었습니다.

춘분이 지났건만 아직 지난 겨울이 흩뿌리고 지나가는 바람으로

계곡은 춥고, 녹지않은 얼음으로 남아 이제는 추억 속으로 소멸해 가고 있었습니다.

발밑에 수북하게 깔린 참나무 이파리와 솔잎이 만들어 준 부드러운 촉감은

숲 속에 난 작은 길을 걷는 걸음을 가볍게 하고

사람들과 호흡하는 소박한 이야기로 편안했습니다.



숲속은 아직 조용합니다.

야생화는 비교적 온도가 올라가는 야트막한 산이나,

볕이 좋은 산자락에 피기 때문에

능선과 계곡을 오르내리고 이 구석 저 구석 돌아다니느라

지치고 힘들어 포기를 합니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산길

비탈진 바위틈으로 반가운 손님을 만납니다

그간의 서운함은 사라지고 이내 반가운 마음이 들어섭니다

겨우내 혹독하였던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간직하고 있던 따뜻한 마음으로 맑은 꽃을 피워낸 것입니다.

그 꽃이 어찌나 맑고 고운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맑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비록 풀꽃이 작고 앙증맞지만 어찌나 빛나는지,

눈이 부십니다.

꽃은 한 송이만 피어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겨울 뒤에 숨어서 수줍은 얼굴을 하고서 수도 없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가슴이 설렙니다.

디카를 꺼내들고도 반가움으로

인사도 건네도 못한채 그냥 바라만 봅니다

노루귀

3~4월에 흰색, 분홍색, 보라색 등의 여러 가지 색의 꽃이

꽃줄기 끝에 위를 향해 달립니다.

꽃이 필 때면 줄기에 긴 흰 털이 많이 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모양이 노루의 귀와 비슷하다 해 노루귀라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꽃이 질 때쯤 뿌리에서 잎이 피어나며 긴 잎자루가 있어 사방으로 퍼집니다.

봄이 찾아온다는 소식을 알리듯이 눈을 헤치고

산 속 바위틈이나 커다란 나무의 뿌리에 작은 꽃을 내밀어 '파설초'라고도 부릅니다.

노루귀의 꽃말은 신뢰,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복수초

꽃말은 슬픈 추억.

꽃말과 어울리게 눈 속에서 피는 복수초는

눈을 녹이며 꽃이 피기 때문에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피어납니다.

원일초 ·설련화 ·얼음새꽃이라고도 합니다.






올해 들어 첫손님,

노루귀와 복수초가 수줍게 미소를 머금으며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이곳에는 다양한 야생화가 있는데 '노루귀'와 '복수초'가 있고,

분홍 꽃신을 닮았다는 '울괴불나무'도 있습니다.

그들이 피어난 봄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이제 노란 민들레를 비롯하여 괴불주머니,냉이꽃, 별꽃 등

수많은 봄꽃들이 꼬리를 물고 연이어 피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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