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오는 공지천

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습니다.

온 나라에 구제역이 창궐하여

수십만의 멀쩡한 생명이 매몰되었습니다.

거기에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어 '

이래저래 춥고 힘든 겨울이었습니다.

춥고 배고플수록 날씨라도 따뜻해야

그런대로 가슴을 펴볼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봄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봄소식을 들으러 공지천을 걸었습니다.

겨우내 얼었던 호수는 풀려나 부드러워졌습니다.

공지천을 얼게 했던 동장군의 기승도

언 땅을 밀고 올라오는 봄기운에는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어제와 그제 이틀 동안에는 강한 바람이 불고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오늘은 바람도 잠잠해지고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어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의암호변에 기대 사는 사람들은 봄 채비를 시작했습니다.

강둑에는 봄맞이를 나온 사림들이 많아지고

청둥오리가 놀던 호수에는 오리배들이 한창입니다

호수변에는 낚시꾼들이 붕어채비에 열중입니다

냇가에는 버들가지가 피어났습니다

그 찬란한 봄이 코 앞에 다가왔습니다.

가슴이 마냥 설레입니다.

야생화들도 기지개를 시작했습니다

기린초도 새잎을 올리고

이에 뒤질새라 초롱꽃도 줄기가 제법입니다

바위틈으로 원추리가 고개를 삐죽 내밀었습니다

겨우내 풀숲에 숨어있던 꽃무릇의 얼굴도 보입니다



양지 바른 곳에서는 꽃다지가 꽃망울을 준비합니다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은 작고 앙증맞게 예쁘더군요.


이 무렵이면 시장에 달래, 냉이, 씀바귀 등

온갖 봄나물들이 선보이기 시작합니다.

달래는 파와 사촌이어서 무치면 상큼한 맛이 그만이고,

냉이는 된장국을 끓이면 입맛을 돋워주며,

씀바귀로 나물을 무쳐먹으면 춘곤증을 이기고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까치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하수처리장 물이 붉은 황토빛으로 변해 있습니다

어디선가 하천바닥을 다시 파헤치는게 분명합니다

공원 언덕에 있는 프라타나스 가지도

무참하게 잘려나갔습니다

여름이면 무성한 잎으로연인들을 감싸주던 고목이었는데

이렇게 닭발을 들고 처참하게 서 있습니다


그래도 봄은 왔습니다

설날이 엊그제였던 것 같은데 벌써 두 달이 지나 춘분이라니,

세월의 빠름에 또 다시 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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