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모여 만드는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 마을부엌

[마을부엌 이야기①]

 

현대인의 먹거리 불안정, 말하는 밥상(꿈꾸는 밥상)

 

 

/오마이뉴스


스웨덴의 스톡홀름의 경우 1인 가구가 60%를 차지하고 있다.

1인 가구의 대안 중 하나로 협동주거인 코하우징(Collaborativehousing)이 각광받고 있는데,

 

툴스투간(Tullstugan) 도스톡홀름에 있는 수십 개의 코하우징 중 하나다.

아파트 2층에는 공동부엌과 공동식당이 있는데, 이곳은 같이 사는 60여 가구가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일주일 중 하루에 보통 3명 정도가 약 5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는데,

참여자는 2~3주에 평균 1회 정도 저녁준비에 참여해야만 한다.

 

요리 당번을 돌아가면서 하면 주 중에는 저녁식사를 매번 준비하지 않으니 편리하다.

또한 거주자와 같이 저녁식사를 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이는 각자 가지고 있는 재능과 경험을 나누는 친목모임의 활성화로 이어진다.

 

1994년 설립 이후 20여 년 동안 이러한 문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오고 있다.

스톡홀름의 툴스투간은 마을부엌의 여러 형태 중 하나로 먹거리 문제와 커뮤니티 형성,

그리고 그 속에서 개인의 자존감 회복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임 형태라 할 수 있다.



툴스투간 스톨홀룸 협동주거인 코하우징Collaborative housing)-툴스투간(Tullstugan) (오마이뉴스 사진제공)

▲ 툴스투간 스톨홀룸 협동주거인 코하우징Collaborative housing)-툴스투간(Tullstugan) (오마이뉴스 사진제공) ad

 

 

마을부엌이 등장한 배경으로는 먼저 먹거리 빈곤 또는 먹거리 불안정 문제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먹거리 빈곤층과 불안정 층이 다양하고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초기에는 저소득 독거노인, 결식아동 등 먹거리 빈곤 문제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1인 거주자, 중년남성, 결혼이주여성, 대학생 등으로 먹거리 불안정 층이 점점 다양화되어가고 있다.

또 하나의 배경은 커뮤니티의 축소다.

로버트 퍼트넘은 <나 홀로 볼링>을 통해 미국의 경우 집으로 친구나 손님을 초대하는 횟수가

1975년에서 1999년 사이에 45%나 감소했다고 말한다.

 

'모든 가족은 대개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는 질문에도 '확실하게 그렇다'라고

답변한 비율이 3분의 1 하락했다고 말한다.

 

사회적 유대 관계가 빠르게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커뮤니티는 사회적 자본의 중요한 형태 중 하나이자,

사회안전망을 튼튼하게 떠받칠 수 있는 토대이며,

아울러 개인의 자존감을 회복시킬 수 있는 공간인데, 이러한 공간이 계속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마을부엌은 1970년대부터 여러 나라에서 시작되었다.

나라마다 커뮤니티 키친(community kitchen), 공동부엌(collectivekitchen) 등 다양한 용어로 부르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마을부엌'으로 많이 통용되고 있다.

 

용어 외에 정의도 조금씩 다르다. 그중 하나의 정의로,

토론토대학의 타라숙과 레이놀즈(Tarasuk and Reynolds)는

 

"작은 그룹의 사람들이 한 끼 또는 그 이상의 식사를 함께 준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만나는 커뮤니티 기반의 요리프로그램들"이라고 정의했다.

 


툴스투간_오마이뉴스 사진제공 스톡홀룸 협동주거인 코하우징(Collaborative housing) - 툴스투간(Tullstugan)

▲ 툴스투간_오마이뉴스 사진제공 스톡홀룸 협동주거인 코하우징(Collaborative housing)

- 툴스투간(Tullstugan) 지역 커뮤니티의 기반 먹거리 공동체 마을부엌



여러 정의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마을부엌의 사례를 종합해보면

마을부엌은 크게 4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지역 커뮤니티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마을부엌은 정부의 먹거리 빈곤 정책이나 개인의 복지사업과 달리 지역 사회 주도로 이루어진다.

공동주택 거주자, 고령층, 1인 가구, 청년, 결혼이주여성 등

다양한 지역 주민이 참여하고, 지역의 다양한 인프라와 자원을 활용한다.

둘째로 한 장소에 모여 교류하는 점이다.

마을부엌은 단순히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부엌 또는 식사 공간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이러한 공간에서

정기적으로 만남으로써 사회관계를 형성하거나 회복한다.

 

셋째는 조리 또는 식사를 중심으로 운영한다.

마을부엌은 함께 음식을 준비하거나 나누는 활동을 한다.

그 과정에서 더욱 영양가 있고 저렴하게 식사를 준비하고 조리법을 터득하는 등

먹거리 불안전성 문제를 해결한다.

 

마지막으로 참여와 상호 지원을 추구한다.

마을부엌은 당사자들이 스스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음식 나눔 봉사와는 접근방식이나 추구가치가 다르다.

계획하는 것에서부터 조리하는 과정까지 함께 참여하며,

같이 나누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먹거리를 통한 관계 맺음 마을공동체 회복

마을부엌의 여러 특징을 종합해보면 마을부엌은 '지역 커뮤니티 기반으로

조리·식사와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불안정한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면서

관계와 공동체를 회복하는 프로그램'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마을부엌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먹거리 빈곤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곳도 있고,

먹거리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곳도 있다.

 

일본의 320여 곳(2016년 기준)에서 운영 중인 '어린이식당'은 지역 주민이 참여하여 식사를 준비하고,

혼자 식사하기어려운 어린이, 노인에게 무료 또는 저렴하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최근에는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 형태도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 SNS 등을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 식사를 즐기며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 시카고를 기반으로 1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그럽위드어즈(Grubwithus)가 대표적이다.

 

여러 종류의 식사를 카테고리별로 분류하여 회원들이 정치적 이념, 취미생활 등

 다양한 개인적 취향에 따라서 식사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소셜 다이닝 플랫폼이다.

 

그 외에도 같이 자원과 노동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공동부엌,

식사 준비 스킬을 돕는 조리교실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마을부엌의 활성화를 통한 사회적 관계망 확장

먹거리 문제는 현대 사회 문제의 복잡성, 다양성으로 인해 여러 가지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

고전적 형태로 먹거리 빈곤층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1인 가구 등 다양한 형태로 새로운 먹거리 불안정 계층이 부각되고 있다.

 

먹거리 문제 외 공동체성의 상실 또한 커다란 사회문제다.

식탁은 가족만이 아니라 사회 측면에서도 커뮤니티 형성의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여러 사회적 관계망이 펼쳐지는 공간으로서의 식탁의 기능이 사라지는 것은

우리 사회가 소중한 사회적 자본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마을부엌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먹거리 문제의 불안정성을 해결함과 동시에

관계 회복과 공동체 형성을 꾀하고자 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마을부엌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00년대들어 다수의 마을부엌이 설립되기 시작했으니 비교적 역사가 짧다.

 

서울시에만 수 십여 곳의 마을부엌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실태조사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먹거리와 커뮤니티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마을부엌이

다양한 형태로 활성화될 필요가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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