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송전탑 사슬에 갇혔다. 이마저도 상당수의 전력은 수도권 주민들을 위해 쓰여지고 지중화율은 전국
최하위를 기록,송전탑 인근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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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홍석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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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지 주인 30% 토지보상 못받아
인근 부동산 하락 주민 시위 잇따라
■ 송전탑 사슬 강원도
83개의 765㎸ 초고압 송전탑이 세워져 있는 횡성군 부창리 마을에 들어서자 논 한복판에 송전탑이 우뚝 솟아있었다. 송전탑들은 논밭을 가리지 않고 곳곳마다 세워져 있어 마을 위를 올려다보자 마을을 포위한 거대한 ‘거미줄’이 연상됐다.
마을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 보낼 전기 때문에 현지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곳에 설치된 수많은 송전탑과 송전선로들이 도대체 누굴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서울의 전력소비량 중 95%가 강원도 등 다른 지역에서 공급되고 있다.결국 이곳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 보낼 전기 때문에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도내 설치된 송전탑만해도 765㎸ 초고압 송전탑을 비롯 345㎸,154㎸ 등 모두 4626기에 달한다.이에 따른 송전선로 길이는 서울과 부산을 세 차례 왕복할 수 있는 거리인 2396㎞다. 이 중 765㎸ 초고압 송전탑이 338기,송전선로는 168㎞에 이른다.
도내 765㎸ 초고압 송전탑이 가장 밀집해있는 곳은 정선으로 84기의 송전탑이 있으며 그 길이는 41㎞다.
이어 횡성이 83기(송전선로 40㎞),삼척 68기(37㎞),평창 63기(30㎞),홍천 27기(14㎞)순이다.
345㎸ 송전탑이 세워져 있는 곳도 강릉 187기(65㎞),삼척 182기(67㎞),정선 134기(44㎞),영월 70기(24㎞)등으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도내 18개 시·군 중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세워지지 않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 주민 반발 확산
“마을 한복판에 발전소가 웬말이냐! 지역주민 다죽이는 발전소 건설 포기하라!”
지난 7일 오후 횡성문화관에서 열린 횡성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출범식에 등장한 현수막 내용이다.
횡성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이날 한규호 군수를 비롯한 지역주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갖고
송전탑 추가 건립 계획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횡성에는 이미 83기의 765㎸ 송전탑이 들어서 있지만 오는 2021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신한울∼신경기변전소
송전선로 계획에 따라 횡성이 후보지로 발표되면서 추가 건립이 추진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삼척시 원덕읍 옥원리 마을에는 ‘송전탑 건설을 백지화하라’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빼곡히 걸려있다.
이곳에는 울진 원전에서 동해변전소로 연결되는 345㎸ 송전탑 6기가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여기에 7기의 154㎸ 송전탑 건설이 계획 돼 있어 주민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말 원덕읍 호산장터 앞에서는 옥원1리 송전탑반대 주민대책위원회가 송전탑건립반대 궐기대회를 갖고 ‘송전탑 신설계획 백지화’를 촉구했다.
마을 주민들은 “송전탑이 마을을 관통해 건설되면 마을발전과 주민들의 건강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천에서도 한전과 주민들간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화천수력발전소와 양구 남면 구암리 변전소를 잇는 송전탑 건설공사 사업승인이 최근 마무리 됐기 때문이다.
이 사업이 진행되면 32.7㎞ 구간에 걸쳐 송전탑 81기가 설치된다.이에 화천 간동면 방천1리와 방천2리 주민들은
“송전탑이 건설되면 사명산을 통과해 자연을 훼손하고 재산권과 건강권을 침해한다”며 “주민들의 동의도 없이 사업승인을 받은 것은 엄연한 날치기”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간동면 방천1리 이용석 이장은 “송전탑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실질적 재산권 피해를 입고 있다”며
“내부규정 등을 이유로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 지중화율 전국 최하위
전기를 송전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산이나 들에 송전탑을 세우는 방법과 6만6000V 이상의 고압송전선과 가정용 배전선을 지하에 매설하는 이른바 지중화 작업이다.
땅속에 전선을 묻으면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고 도시미관에도 도움을 주지만 건설비용이 송전탑보다 몇 배나
더 들어간다.
이같은 이유로 현재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는 지중화 작업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산간지역은 대부분 송전탑을 세우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도의 송전탑 지중화율은 0.7%에 불과해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반면
서울은 88.2%로 지중화율이 가장 높았으며 인천(60.7%),부산(41.5%),광주(37.4%)순으로 높았다.
한국전력공사 강원지사 관계자는 “강원도는 타 시·도와 비교해 송전탑 설치 비율이 매우 높지만 지중화율은
낮은 편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계획된 송전탑 건설 계획과 관련해서는 주민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최대한
설득 및 조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10명중 3명 부지 보상 못받아
송전탑과 송전선로 아래 땅인 선하지(線下地)의 주인 중 일부는 토지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2010∼2015년 6월 현재 전국 선하지 보상현황을 분석한 결과 도내 보상대상인
선하지는 1만9000필지, 면적은 30㎢(약 900만평)에 달했다.
그러나 이 중 토지 보상을 받은 필지는 1만2000필지로 전체(1만9000필지)의 63.1%에 불과,나머지 7000필지(36.8%)는 보상을 받지 못했다.
도내 보상 대상 면적도 30㎢에 이르지만 실제 보상이 이뤄진 면적은 23㎢에 그쳐 7㎢(약 210만평)가 보상도 못받은 채 송전탑과 송전선로 아래 꼼짝없이 묶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