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은 돈벌이 대상인가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
지난 8월 28일, 환경부는 강원도 양양군의 제출한 오색동 - 대청봉까지 3.5km 에 달하는 케이블카 건설 계획을 승인하였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건설 계획은 지난 15년 동안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던 사안으로, 일부 언론은 양양군이 세 번째 도전만에 승인을 받았다며 추켜세웠다. 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등 무려 5개의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설악산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생기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자연을 누리고 바라보는 방식은 시대마다 나라마다 다르다. 국립공원제도를 처음으로 만든 미국에는 국립공원 내에 케이블카가 하나도 없다. 세대를 뛰어넘어 오래도록 모두가 누리도록 보존해야 할 가치를 지닌 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을 하고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80년대 이후에는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않았다. 관광추세가 바뀌면서 국제적으로는 케이블카 설치는 국립공원 관리 정책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국내에 많이 알려진 외국의 유명한 케이블카들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국립공원은 아닌 곳으로, 과거에 세워진 것들이다. 새로운 건설계획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 한국은 안타깝게도 이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 국내 21개 국립공원에는 더 많은 케이블카 건설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그만큼 자본이 자연을 지배하고,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증거다. 끊임없이 정부와 자본은 당장의 이익을 위해 팔아먹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다.
케이블카 사업이 불붙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권 때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추진된 규제완화 정책은 국립공원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2010년 환경부는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산의 정상부까지 케이블카가 들어설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버렸다. 사실상 모든 국립공원 어디에서든 케이블카가 건설 가능하도록 케이블카 노선길이를 2Km에서 5Km로 연장하고, 정류장높이를 9m에서 15m로 높일 수 있도록 하였다. 1967년 국립공원제도가 지정된 이후에 처음으로 정상부 지역의 규제를 푼 것이다. 각 산의 정상부는 생태계보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인공시설물을 최소한으로 하도록 해 왔었다.
설악산 정상에 4성급 호텔과 레스토랑?
법 개정 이후, 설악산뿐 아니라 지리산, 소백산 등이 있는 곳의 지자체는 모두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수립해 왔다. 양양군도 2011년, 2012년에 비슷한 계획을 수립했으나 식생 파괴, 산양 서식지 훼손 문제 등으로 부결되었다가, 이번에 세 번째 도전이 성공한 것이다.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된다면,모든 국립공원과 백두대간이 무너질 것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 많은 개발사업들이 세워지고 추진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더욱 우려스럽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설악산 정상에 4성급 호텔과 레스토랑까지 건설할 '포부'를 갖고 있다. 케이블카가 건설되면 앞으로 이 터무니없는 계획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정부와 정치세력은 자본과 결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산으로 간 4대강 사업' 으로 비유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경제성, 환경성 하나도 없는 4대강 사업에 수 조원이 넘는 세금을 투입했는데, 4대강 사업이 완료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온이 높아지면 녹조가 발생하는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진리를 거스른 후폭풍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립공원과 백두대간을 돈 벌이 대상으로 여기고 달려들고 있다. 이미 1년 전에 박근혜 대통령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라', '동계올림픽 이전에 케이블카를 완공하라'고 지시했는데, 대통령 말 한마디에 승인 기관인 환경부가 양양군의 계획이 통과될 수 있도록 '컨설팅' 팀까지 꾸렸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번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계획이 승인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강원도당은 오색케이블카 설치가 당론이라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기정사실화했다. 중앙당에서는 당론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하지만, 공식 입장 발표는 할 수 없다며 사실상 인정해주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의 3대 현안으로 오색 케이블카 설치 문제를 꼽으며, 양양군에 힘을 실어주었다. 과연 설악산이 강원도민만의 것인가, 과연 케이블카 사업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 양당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누구를 위한 사업이고, 정치인가.
설악산을 그대로
강원도와 양양군은 내년 3월에는 착공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절차적 내용적 흠결이 많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번 계획을 승인하면서 환경보전 대책 마련 등을 포함한 7개 보완 사항을 제시하면서 '조건부 승인'을 했는데, 추진 과정에서 계속 논란이 될 것이다. 또 설악산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서 현상변경을 위해서는 문화재위원회 승인이 필요하다.
지난 10월, 120여개의 단체와 정당이 모여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을 출범했다. 국민행동은 승인과정의 절차적 내용적 위법성을 따지기 위한 국민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동안 새만금 등 각종 개발사업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게 증명이 되었는데도, 이러한 개발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을 심판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행동에는 환경단체뿐 아니라 종교, 산악계 등이 참여하고 있어 앞으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카 건설 계획은 말 그대로 아직 '계획'이다. 환경부 승인 이후로 더 큰 저항세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국립공원까지 팔아넘길 수 없다는 시민들이 더 많이 모여서 "설악산을 그대로" 를 외칠 것이다.
기다리는 국립공원만 5~6개
설악산케이블카는 '판도라의 상자'
'강릉청년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반대 손수건 캠페인에 나서며
/ 진솔아
지난 8월 28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가 승인되었다.
'조건부'라는 말이 붙었지만 승인은 승인이다. 설악산 케이블카를 반대하며 알게 된 활동가로부터 전달된 문자 내용은 간결하지만 명확했다. "승인확정." 이제 곧 하부종점에 가이드타워 2개, 중간지주 6개, 상부 가이드타워 1개 등 총 9개의 지주가 산등성이에 박히고, 8인승 곤돌라 33개가 부지런히 돌아갈 설악산 오색구간 케이블카의 공사가 시작될 것이다. 경제적 파급효과라는 말에 양양군과 강원도, 지역주민들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아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을 덜컥 내바쳤다. 오색케이블카는 2018년 2월 동계올림픽에 맞춰 완공되어 상용화될 예정이었다.
설악산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곳
이 글을 쓰는 나는 강원도 강릉이 고향이다. 서울로 대학을 오기 전까지 이십여 년을 강릉에서 살았다. 강릉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나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간 중 하나가 바로 산이다. 강릉에서는 차로 조금만 달리면 아름다운 산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 가족은 등산을 좋아하던 부모님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철마다 수없이 산에 다녔다. 물론 설악산도 그중에 하나였다. 내게 산은 머리로 생각해서 보존하고, 보호해야 할 존재가 아니었다. 그것은 당연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보존하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나의 고향의 산이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언제부턴가 몸살을 앓고 있었다. 2주간 사용할 동계올림픽 스키 활강장을 만들기 위해 500여 년이 넘은 가리왕산의 숲을 벌목하더니 곳곳에 골프장을 짓고, 이제는 10여 종의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200여 년이 넘은 나이의 숲을 가지고 있으며, 5개 분야의 보존지역으로 묶여있고, 한라산과 지리산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짓겠다는 얼토당토않은 계획을 추진하려 하고 있었다.
설악산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강릉청년들
케이블카 승인이 결정되기 전부터 강릉이 고향인 나와 강릉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단순히 SNS로 기사를 공유하고, 설악산 케이블카가 설치되서는 안되는 이유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에는 마음이 너무나 조급했다. 우리는 작지만 사람들을 직접 만나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손수건을 만들기로 했다. 우리의 메시지를 담은 손수건. 그것을 매개로 사람들에게 이 문제를 조금이나마 더 알리고, 설악산 케이블카가 설치돼서는 안되는 쪽에 힘을 보태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이름을 "강릉청년들"로 명명했다. 나를 포함해 시작은 셋이서 했으나 후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 설악산을 지켜내기 위한 '산양과의 동침' 행사에서 녹색연합 설악지부 대표이신 박그림 선생님과 함께(자연공원케이블카반대범국민대책위원회 주최, 주관
손수건을 만드는 과정에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프랑스에서 그림을 공부하다가 방학을 맞아 잠시 귀국한 친구가 흔쾌히 손수건의 디자인을 맡아줬다. 또 수많은 사람들이 후원금을 보내줬다. 작게는 5,000원부터 많게는 30,000원까지. 우리에게 보내진 후원금은 손수건이 제작되고 다시, 설악산을 지키기 위한 후원금을 보내는 일에 요긴하게 쓰였다. 처음엔 나와 친구들의 자비로 제작하려던 손수건이 목소리를 같이 하는 사람들의 십시일반으로 더욱 뜻깊게 만들어질 수 있었다.
▲ 손수건 제작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후원금액을 설악산케이블카를 반대하는 일에 보탰다.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추진되는 케이블카
사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가 어제오늘 만의 일도 아니었다. 이미 2012년에 1차, 2013년에 2차 신청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모두 부결되었다. 1차는 정상인 대청봉과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2차는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최대 서식지라는 이유에서였다. 3차 신청이었던 이번 신청에서도 케이블카의 설치 구간이 산양 서식지를 지나지만 통과가 되었다. 2018 동계올림픽처럼 강원도가 도의 3대 현안중 하나로 케이블카 사업을 명명하며 끈질기게 추진해나간 결과였다.
▲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결정이 나던 날, 33대의 버스에 나누어 케이블카 설치를 찬성하려고 온 양양군민 및 사람들
산양을 포함하여 10여 종의 멸종위기종의 서식지, 상부종점에 위치한 200년 이상의 숲, 천연보호구역 및 국립공원 자연보존 지역, 산림자원 보호구역, 유네스코생물권 보전지역 등 5개 분야의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곳 등 설악산을 지켜나가야 할 이유는 수없이 많다. 우리는 왜 설악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는가. 그것은 설악산이 후손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해져야 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고 그래서 그 가치를 보존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근본적으로 나는, 국립공원에 관광용 케이블카를 설치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지난 2014년 8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은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평창올림픽에 맞추어 설악산 케이블카가 조기에 추진되었으면 한다'는 말을 했다.('무역투자진흥회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재한 '수출진흥회의'가 정례화된 것이다.) 그 뒤,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난 8월 28일 양양군이 신청한 3번째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신청을 통과시켰다. 이미 2차례나 부결되었던 케이블카 사업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 시청광장에서 진행된 '산양과의 동침'행사에서 사람들에게 우리가 만든 손수건을 나누어주고 메시지를 공유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오색케이블카 설치 승인 발표 후 올라간 설악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승인이 난 다음날인 8월 29일 우리는 한달 전 예정했던 대로 1박 2일 설악산 등산 여정에 올랐다. 28일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승인이 부결되면 가벼운 마음으로 오르리라 다짐했던 것과 달리 마음과 발걸음 모두가 무거웠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이 이슈를 알리고 설악산에 9개의 지주가 박히고 33대의 곤도라를 걸 케이블이 길게 걸리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
케이블카의 상부종점이 될 끝청 부근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오색그린야드 호텔이 보였다. 저기쯤에서 시작되어 케이블카는 여기까지 단숨에 올라올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실어 나를 것이다. 연간 360만에 육박하는 방문객만으로 몸살을 앓는 설악산은 더 많은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제 몸의 또 한 부분을 강제로 빼앗기고 있었다. 배낭에, 손목에 우리는 직접 만든 손수건을 부착하고 묶어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설악산 케이블카에 관한 이슈를 알리고 반대의 입장을 공유하고자 했다.
▲ 8월 30일 아침 대청봉에서 강릉청년들은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구호를 외쳤다.
설악산을 직접 발로 오르는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우리의 의견에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었다. 그러나 질문을 하는 분도 계셨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외려 사람들이 걸어다니지 않으니 더 친환경적이 아니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는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 케이블카의 지주가 설치되고 운행이 시작되면 필수적으로 진동과 소음이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보존되어야 할 야생동물들이 이 구간에서 서식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또한 '개발'이라는 것이 '친환경적'으로 진행된다는 말 자체가 처음부터 어불성설이다. 깎이고, 파이고, 뽑히고, 베어지는 일은 불가피하다. 또한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기존에 놓인 길로 걸어가던 사람들이 케이블카를 타지는 않는다. 걸어서 산을 오르는 사람들과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오르려는 사람들은 마인드가 다른 사람들이다.
전국의 산마다 줄줄이 신청대기중인 케이블카 사업
이번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승인으로 전국에 대기중인 케이블카 사업들도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지리산을 포함해 치악산, 계룡산, 속리산 등 국립공원만 해도 5,6군데가 대기중이다.
또한 설악산의 다른 구간들에도 케이블카를 설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경련에서 지난 5월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사안에 따르면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놓이면
정상부에 200여 명 수용이 가능한 4성급 호텔이 들어가고 레스토랑을 포함해
산악자전거, 산악오토바이 레져시설이 함께 들어간다. 말 그대로 국립공원을 유원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고향이자 삶의 터전, 이대로 망가지는 것 두고 볼 수 없어
케이블카 설치를 찬성하고 4성급의 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을 가진 사람들은 자주 이렇게 말한다.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약자의 편의를 위해, 여성이나 외국인의 편리를 위해서."라고.
그러나,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위한 정책으로 가장 시급한 것이 과연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일까?
이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하면 이곳까지 오는 방법은?
평소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삶의 주변만 돌아보아도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위해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너무나 많다.
또한 중청대피소를 사용하며 불편함을 느끼는 여성과 외국인을 위해 4성급 호텔을 짓겠다는 논리도 얼토당토않은 소리다.
나는 강릉에 살면서 수없이 설악산을 갔고, 보았고, 느끼며 유년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냈다.
산이 보여준 모습들, 그리고 산을 해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고 그 경험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아름다운 산에는 단풍철이 되거나 봄에 꽃이 발할 때 객지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뭇 사람들은 관광객들이 와야 지역 경기가 풀린다고 했지만
그들이 돌아가고 나서 남긴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산과 바다를 보면 언제나 가슴이 아팠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한 번이라도 땀을 흘려 산을 오르고, 느끼고, 고생스럽게 끝청이나 대청까지 올라봤는지 묻고 싶다. 한 발 한 발 자신의 노력으로 디뎌 산을 올라갈 때 느끼는 경이로움을 경험해본다면 절대로 케이블카를 만들어 30여 만에 산을 올라가 경치를 즐기겠다는 마음을 먹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8월 28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승인이 나기 이전부터, 그리고 승인이 난 이후 또 한번 설악산을 오르며 친구들과 나는 지지와 연대, 응원을 보내주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힘이 났고 반면에 너무나 견고한, '돈'과 '권력'으로 뭉쳐진 거대한 벽 앞에서 수없이 좌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승인 여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누락된 평가자료들과 공정하지 못했던 심사위원 구성,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에 입장을 바꾼 환경부,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경제성, 환경성, 안정성의 문제들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의 승인을 처음부터 재검토해봐야하는 충분한 이유이다.
설악산은 강원도민의 것만도, 양양군민의 것만도 아니다. 관광 활성화를 원한다면 트램, 전기자동차, 전기 버스 등 설악산을 지키며 사람들을 안내할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접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케이블카는 친환경적이지 않다.
나와 강릉의 청년들은 앞으로 이 이슈를 위한 다른 계획과 실천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작은 계획과 행동들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먼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뒤늦게나마 이렇게 우리의 움직임들을 정리하여 기사로 기고하게 되었다. 설악산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대청봉서 바이올린 연주 영상…SNS서 화제
설악산 보존 일깨우고자 40대 프리랜서 유튜브에 영상 올려
(속초=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설악산을 위해 작은 울림이 되고 싶었습니다. 설악산의 위기를 모르거나 외면하는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꼭 지켜야 하는 곳이라고…"
지난달 국립공원위원회가 승인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놓고 승인절차의 적법, 적정성에 대한 논란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설악산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한 가족이 해발 1천708m 대청봉 정상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한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3일 유튜브에 올라온 10분52초 분량의 이 영상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파되면서 조회수가 3천건을 넘어서는 등 소리 없는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화제의 영상에는 중년 부부와 3명의 아들이 등장한다.
엄마와 첫째, 둘째 아들은 바이올린 연주를, 남편과 막내는 현수막을 들고 등산객들에게 설악산 보호와 케이블카 설치 반대를 호소하고 있다.
비발디의 사계 봄 겨울, 그리운 금강산, 홀로 아리랑 등 3곡을 연주하는 엄마와 아들들의 표정은 그 어느 공연장에서의 연주보다 진지하고 이를 지켜본 등산객들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등장하는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설악산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감동적이다. 눈물이 난다'는 댓글을 달고 있다.
어렵게 수소문한 결과 이 영상에 등장하는 가족은 자연생태 연구와 관련한 프리랜서 일을 하는
박영욱(42·원주시)씨와 박씨의 아내, 그리고 세명의 아들들로 확인됐다.
박씨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가 바이올린을 짊어지고 대청봉에 오른 이유는
대부분 사람 관심 속에 설악산의 문제는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지키고 보전해야 할 자연인데도 먹고 살기에 바쁘기에 이 국토가 훼손되고 있는데도
그것에 관심 둘 여유조차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많은 환경운동가가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케이블카 반대를 외치지만 언론은 조용하고 국민은 관심조차 없는 이때에
자녀를 둔 부모들이 한 명이라도 더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라고 대청봉 연주의 이유를 설명했다.
박씨는 전화통화에서 "설악산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 지난 22일 가족들과 함께 대청봉을 찾아갔다"며
"대청봉 연주 제의에 흔쾌히 응해준 아내와 아이들이 고맙고
영상을 본 모든 이들이 설악산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종교계,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발족
환경단체와 종교계 등이 환경부가 최근 승인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에 반대하고 국립공원을 지키는 연대 조직을 결성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조계종 환경위원회 등 75개 단체는 6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민행동의 공동대표는 조계종 환경위원장 장명스님과 천주교 예수회 사회사도직 위원회 조현철 신부,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대표, 박그림 녹색연합 대표 등 10명이 맡았다.
국민행동은 이날 발표한 발족선언문에서 환경부의 8월28일 오색케이블카 승인에 대해
"환경성과 안전성, 경제성이 타당하게 검토되지 않았다"면서 "무자격 공원위원의 투표, 경제성 분석보고서 조작,
산사태 위험지 판정기준 무시, 강풍 영향에 대한 평가 누락,
'산양 주 서식지' 판정 보고서 미반영 등 내용상 절차상 문제투성이의 졸속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산으로 간 4대강 사업'이라고 규정하면서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를 위해 이달 중 원고를 모집해 오색케이블카를 승인한 '설악산국립공원계획 변경결정 고시처분 취소소송' 소장을
다음 달 중에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영근 녹색법률센터 변호사는 "이달 9일 설악산 대청봉에서 '설악산을 지키는 변호인단' 발족식을 열고
원고를 모집할 것"이라며 "오색케이블카 승인이 불법이라는 선언을 법원으로부터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국민행동은 이 밖에도 설악산∼서울 순례와 케이블카 반대 전국 캠페인, 설악산 지키기 문화제 등 활동에도 나설 예정이다.
'설악산을 지키는 변호사들' 발족…케이블카 법적대응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놓고 적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케이블카 승인에 법적인 대응을 위한 변호사 모임인
'설악산을 지키는 변호사들'이 구성돼 9일 대청봉에서 발족식을 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설악산을 지키는 변호사들은 "지난 8월28일 국립공원위원회는 7가지 부대조건을 내세워 설악산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도록 표결하고 환경부장관은 지난 9월14일 이를 그대로 고시했다"며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자격이 없는 정부위원이 표결에 참여하는 등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는 자연공원법상 자연보존지구, 백두대간보호법상 핵심구역 등 각종 보호구역이 중첩 설정돼 있어
인위적인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엄격히 제한됨에도 케이블카를 설치하도록 했다"며 "이는 위법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변호사들이 '설악산을 지키는 변호사들'꾸리고
국민을 상대로 대규모 원고를 모집해 취소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새만금, 4대강사업 등 국책사업에 대한 사법부의 합법선언이 가져온 폐해에 대해서도 낱낱이 밝히고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들이 공식활동을 시작한 9일 양양지역 주민 12명이 케이블카 취소소송을 위한 소송인단에 모집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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