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벤션센터, '장밋빛 희망' vs '돈 먹는 하마'
/전흥우
서울 제외한 전국 14개 컨벤션센터 중 수원·고양·대구 제외하고 모두 적자 운영
지자체장 치적용 건립 추진으로 '우후죽순'…'제 살 깎기' 식 경쟁 치열

전국의 도청 소재지 가운데 상설 컨벤션센터가 없는 유일한 도시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춘천에서 충분히 개최될 수 있었던
학술대회·전시회·박람회들이 인근 도시로 이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건축물 부재가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 기회와 도시 신뢰도,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 상실로 이어지는 문제입니다.
이미 많은 도시들은 컨벤션 인프라를 지역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대전은 컨벤션센터를 통해 연구개발 중심 도시로서 위상을 강화했고,
제주도는 국제회의 유치를 통해 관광 도시에서 지식산업 도시로 발돋움했습니다.
9월 8일 춘천시의회 제344회 임시회에서 있었던 박남수 시의원의 '5분 자유발언' 중 일부다.
정말 전국 도청 소재지 가운데 컨벤션센터가 없는 유일한 도시가 춘천일까?
도청 소재지인 전북 전주와 전남 무안, 충북 청주와 충남 홍성에도 컨벤션센터는 없다.
다만, 청주는 9월 11일 개관을 앞두고 있고, 전주는 다음달 착공을 앞두고 있다.
춘천시도 도시재생 혁신지구 사업에 선정되면서 컨벤션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컨벤션센터가 정말 ‘장밋빛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시는 캠프페이지 도시재생 혁신지구 사업 부지 1만2천㎡에 약 420억 원을 들여
2029년까지 컨벤션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초 4만여㎡를 검토했지만,
강릉시가 내년 10월 강릉 올림픽파크 일원에서 열리는 제32회 ITS 세계총회를 앞두고
연면적 약 1만9천㎡ 규모의 컨벤션센터를 짓고 있어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기업회의(Meeting)·포상관광(Incentive Travel)·국제회의(Convention)·전시(Exhibition)의
첫 글자를 딴 마이스(MICE) 산업. 이 마이스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컨벤션센터다.
지자체들이 마이스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앞다퉈 컨벤션센터를 지어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운영되는 컨벤션센터는 지난해 11월 말 개관한 코엑스 마곡컨벤션센터까지 모두 18개.
이 중에서 서울을 제외한 전국 컨벤션센터 14곳 중 10곳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대다수 컨벤션센터가 적정 수준의 가동률 60%에 미치지 못해
운영비를 충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1월 개관한 대전컨벤션센터는 2021∼2023년 3년간 누적 적자가 170억 원이 넘었다.
2024년에는 매출이 약 51억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7%나 증가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2022년 3월 1천175억 원을 들여 기존의 3배 규모로 증축했지만, 가동률은 29.9∼37.6%에 불과했다.
2021년 4월 연면적 4만2천982㎡ 규모로 1천700억 원을 들여 개관한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는 개관 첫해 35.5%였던 가동률이
2022년 33.2%, 2023년 31.2%로 계속 하락했다.
3년간 누적 적자가 50억 원을 넘자 2023년 키즈카페라도 유치하려고 조례까지 바꿨다.
컨벤션센터를 대형 키즈카페로 활용한 것이다.
경남과 창원시가 1천200억 원을 들여 2005년 9월 개관한 창원컨벤션센터 역시
3년간 58억 원이 넘는 적자를 메우려고 대형 뷔페업자에게 대관해 회갑연과 칠순 잔치 등
피로연 장소로 전락하는 웃지 못할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3년간 인천 송도컨벤시아는 약 97억 원의 적자를 냈고,
제주국제컨벤션센터도 약 49억 원의 적자를 냈다.
제주컨벤션센터는 연간 평균 행사 건수가 300여 건에 머물러 연간 매출이 130~140억 원에 불과하다.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도 연간 적자가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고,
경북 구미코는 동일 기간 3년 동안 가동률이 30% 미만에 그쳤다.
흑자 운영인 곳은 경기도 고양 킨텍스와 수원컨벤션센터, 그리고 대구전시컨벤션센터 정도다.
수원컨벤션센터는 코로나19 기간이었던 2021년에는 대관 실적이 373건이었지만,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820건과 979건을 기록해 가동률이 50% 초반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일부 컨벤션센터가 증축을 추진하고 다른 지자체도 신축에 뛰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2021~2023년 동안 76억 원의 적자를 낸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는 당시 1천400억 원을 들여
제2전시장을 추가로 지으려다 공사비 때문에 보류하기도 했다.
전북 전주시는 모레 11일 3천억 원 규모의 전시컨벤션센터 개관을 앞두고 있다.
경북 포항시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2천166억 원을 들여 국제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고,
충북 청주시도 다음달 착공이 예정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대형 시설을 앞다투어 지어 ‘제 살 깎아 먹기’ 식으로 경쟁하는 것에 대한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컨벤션센터가 난립하는 원인에 대해 첫 번째로 지자체장들의 '치적용 전시행정'을 꼽는다.
행정안전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이 아니라서 중앙투자심사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너도나도 장밋빛 전망을 그리며 컨벤션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방 컨벤션센터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수도권 선호 현상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규모가 큰 행사를 유치하지 못하면 시설관리비와 인건비 등 비중이 큰 고정비를 벌기가 쉽지 않다.
한 전문가는 “컨벤션센터에서 국제회의를 하러 한국에 오는 사람들은 숙박이 중요한데,
5성급 호텔이 서울·부산·인천 정도에 한정돼 있다”면서
“이런 부분들까지 지자체에서 따져 보고 설립해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컨벤션산업이 박람회·전시회·국제회의·컨벤션 등 각종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건 맞다.
지역경제 발전과 도시 마케팅 등 간접적인 파급 효과까지 고려해 ‘서비스산업의 꽃’으로 불릴 정도다.
그러나 컨벤션센터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곧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건 아니다.
컨벤션센터가 난립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구도에서 불리한 접근성을 극복할 대안 등
차별화된 전략이 없으면 또 하나의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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