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물부족 사태, 저수지만 11개인데 '한 곳'만 바라본 게 문제였다

 

[주장] 강릉에 11개의 저수지와 하천, 석호...

물 부족 위기, 분산형 물 관리 체계 구축 시급하다

 

/진재중

 

녹색빛으로 물든 지도 위에 점들이 고르게 흩어져 있다.

그 한가운데, 유독 붉게 타오르는 지점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려 11개의 크고 작은 붉은 점, 강원도 동해안의 관문이자

수많은 이들이 찾는 도시 강릉의 저수지들이다.

다른 지역이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는 동안, 강릉만이 '위기'라는 이름으로 붉게 물들어 있다.

그 붉음은 단순한 색의 변주가 아니다.

물 부족의 심각성을 알리는 경고이자, 장기화된 가뭄이 드리운 그림자다.

이 붉은 표식은 생활과 농업 그리고 관광까지 뒤흔들고 있는 강릉의 갈증을 상징한다.

동시에 우리가 직면한 물 위기의 현실을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이 지도는 한국농어촌공사 용수정보시스템의 실시간 계측 결과다.

강릉시 저수지지도 위 11개의 점은 강릉 지역 저수지들의 현황을 나타낸다.
이 점들이 붉게 표시된 것은 저수율이 낮아진 ‘위기’를 상징한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현재 비상 물 공급으로 일부 물이 오봉저수지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

 

강릉은 12일 현재 오봉댐 저수율이 11.6%를 기록했다. 하루 전보다 0.2%p 더 줄어든 수치다.

상황은 이미 '위기' 단계다. 이대로라면 격일제 급수를 넘어,

물 공급 전면 중단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방차와 군 차량, 헬기, 해경 함정까지 동원돼 전쟁을 방불케 하는 급수 작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쏟아붓는 물줄기에도 불구하고 저수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는 강릉시 인구의 80%가 도심에 집중되어 있고, 그 생활용수의 87%를 오봉저수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특히 관광 성수기에는 생활 인구가 더 늘어나면서 저수율 하락에 더욱 영향을 미친다.

강릉의 11개 저수지 중 오봉저수지는 전체 유효 저수량의 약 50%를 차지할 만큼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저수율은 다른 저수지에 비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 심각성이 드러난다.

오봉댐 저수량오봉저수지의 저수량은 12일 기준 11.6%로, 전날보다 0.2%p 감소했다. 수많은 장비와 차량을 동원해 비상급수를 하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저수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 농어촌공사 용수정보시스템관련사진보기

 

오봉저수지오봉댐에만 매달린 물관리 정책의 민낯

 

강릉시는 그동안 생활용수 대부분을 오봉저수지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이번 가뭄으로 저수량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한 곳만 바라본 물 관리'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만약 오봉저수지가 오염이나 준설 문제로 인해 물 공급이 중단된다면 사실상 대안이 없다.

이에 따라 분산된 저수지들을 연계해 다원화된 수자원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이번 기회에 강릉의 물 정책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1일 전화 통화에서 최광희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특정 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방식은

위기 대응에 취약하다"라며 장기적 안목에서 수자원 관리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물 부족은 단순히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위적 관리 실패에서 비롯될 수 있다"라며,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강릉은 이미 2002년 태풍 루사 때 오봉저수지 붕괴 위험으로 인해 시민들이 대피하는

아픈 경험을 겪은 바 있다. 이번 사태는 그때의 교훈을 다시금 환기시키고 있다.

헬기와 소방차, 급수 차량이 동원되어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며 저수지의 수위는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강릉, 11개 저수지와 하천, 3개 석호… 수자원 밀집 지역의 역설

사실 강릉은 도시 규모에 비해 결코 수자원 기반이 부족한 곳이 아니다.

백두대간을 축으로 강릉 지역에는 총 11개의 저수지와 3개의 석호가 분포해 있다.

 

지도상 붉은 점(저수율이 낮을수록 붉은색으로 표기됨)으로 표시된 이들 수자원은 강릉 전역에 걸쳐 있으며,

점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큰 것은 저수 용량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강릉이 강원 동해안 지역 중 유일하게 대형 수자원이 밀집된 지역임을 보여준다

(관련기사: 바로 앞에 저수지 있는데"... 강릉 농민들의 분노).

강릉시 저수지 분포강원도 동해안에 타 시군에 비해 많은 점선이 나타나고 있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강릉의 저수지와 석호는 북쪽 주문진 향호에서 시작해

남쪽 옥계까지 이어지는 지리·환경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주요 수자원으로는 향호(주문진읍), 신왕(연곡면), 사기막(사천면), 경포(죽헌동),

오봉(성산면), 동막·칠성(구정면), 장현(장현동), 언별·풍호(강동면), 옥계(옥계면) 등이 있다.

강릉은 오대산, 대관령, 삽당령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주문진 신리천, 연곡천, 사천천,

둔섬강, 주수천, 남대천 등으로 이어지며 풍부한 하천망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11개의 저수지와 3개의 석호가 더해져 충분히 견고한 수자원 네트워크를 구축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인구의 80%가 도심에 집중되면서 전체 용수의 87%를

오봉저수지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다양한 수자원을 보유하고도 실질적으로는 한 곳에 기대는 취약한 물 관리 체계가

이번 가뭄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강릉소재 석호와 저수지붉은 점으로 표시된 11개의 저수지가 있다. 그러나 3개의 석호 가운데 하나인 풍호는 골프장으로 개발되면서 지도에서 사라졌다. ⓒ 농어촌공사 용수정보시스템관련사진보기

강릉의 주문진 삼교 저수지와 백두대간, 동해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의 풍경은 풍부한 수자원을 품고 있는 지역적 특성을 보여주지만, 현재 저수지들의 저수율은 붉게 물들어 위기 상황을 경고하고 있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강릉시 연곡천강릉시 연곡면의 연곡천은 풍부한 수자원을 품고 있으며, 이곳에서 물을 끌어와 오봉저수지로 공급하고 있다. .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강릉 곳곳의 물줄기, 생활용수 대안 될 수 있다"

강릉 시민들은 곳곳에 분포한 저수지와 석호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현실에 강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강릉 시민 김병수(57세)씨는 "강릉이 이렇게 물난민 신세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저수지와 계곡이 풍부한데 왜 생활용수로 전환하지 못하는지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강릉 전역에 저수지가 많은데, 필요할 때 생활용수로 공급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오봉저수지에만 매달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저수지들은 핏줄처럼 이어져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경포호수한때 경포호수의 물을 농업용수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옥계저수지강릉시 옥계면에 위치한 이 저수지는 강릉 최남단에 자리하며, 옥계주수천과 맞닿아 있다. 주로 옥계 지역의 농업용수를 담당하며, 주변 농지와 지역 주민들의 생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경포저수지경포저수지는 주변 논과 밭에 물을 공급하며 농업용수 역할을 수행하고, 흘러내린 물은 경포호로 합류한다. 이를 통해 경포저수지는 지역 농업과 석호 수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오봉저수지의 한계

오봉저수지는 대관령과 삽당령을 비롯해 능경봉, 제왕산, 화란봉, 서득봉 등

주변 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모아 저장한다. 그러나 저수지 뒤편 임야에 과도하게 난 산림도로는

물 저장 기능을 떨어뜨리고, 산사태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침엽수 위주의 숲은 강수 보존력이 떨어져 수자원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이규송 강릉원주대 교수는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오봉저수지가 본래 기능을 다하려면

임도를 정비하고, 수종을 활엽수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화란봉과 제왕산에서 흘러 들어온 물은 오봉저수지에 모이지만, 산림이 침엽수 위주로 조림되어 있고 산림도로가 많아 물을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석두봉과 두리봉에서 흘러나온 물은 도마천으로 합류하며, 주변 지역의 농업용수와 저수지로 이어지는 중요한 수자원 역할을 한다. 이 물줄기는 강릉시 수자원 네트워크에서 작은 저수지와 하천을 연결하는 핵심 경로 중 하나로, 지역 용수 공급의 안정성에 기여한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도암댐, 수력발전에서 지역 갈등의 뇌관으로

도암댐은 본래 수력발전을 목적으로 건설되었으나, 발전 방류로 인해

남대천과 강릉 앞바다의 수질 오염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민 반발이 커졌고,

결국 2001년 발전이 중단됐다. 그러나 물길이 차단된 뒤에는 또 다른 문제가 이어졌다.

 

댐에 고여 있던 오염물질이 영월과 정선을 흘러 동강으로 흘러들어가

생태계가 훼손되고, '생명의 강'이라 불리던 하천이 점차 죽어갔다.

이와 동시에 도암댐의 물길은 수십 년 동안 내륙으로만 공급되었고,

정작 가까운 강릉은 단 한 번도 직접적인 공급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은 영월·정선 군민과 환경단체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는 배경이 되었고,

강릉에서는 물 부족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대체댐으로 도암댐을 활용하자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이 과정은 늘 찬반 논란으로 이어지며 지역 갈등의 불씨가 되었다.

도암댐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더 큰 문제는 수질 안정성이다. 장기간 발전이 중단되고 흐름이 차단되면서

댐 내부에는 퇴적물과 오염물질이 쌓여 녹조로 뒤덮이며 녹색 물결을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상 방류'를 추진하는 것은 단순한 물 부족 해소를 넘어

주민 안전과 환경 훼손에 대한 새로운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현장을 둘러본 사람이라면 이 물이 안전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게다가 지금까지 한국수력원자력이 신뢰할 만한 수질 데이터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아,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불신을 키운 결과를 낳고 있다.

결국 도암댐 문제는 단순한 물 공급 여부를 넘어 지역 간 형평성, 환경 보전,

그리고 사회적 갈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이다.

 

건설 당시부터 대안 없는 에너지·수자원 정책의 산물로 지적되어온 도암댐은,

이번 강릉 물 부족 사태 속에서 또다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도암댐댐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녹조로 뒤덮여 있으며, 이 물이 흐르는 바람불이 계곡 역시 녹색으로 물들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수질 악화와 생태계 변화의 징후로, 강릉 지역 하천과 저수지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시킨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저수지와 석호, '위기 대응 수자원'으로 재정립해야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강릉의 수자원 관리체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권역별로 분산된 11개의 저수지는 해당 지역에서 최소한의 생활용수를 공급할 수 있도록

관리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농업용수 목적의 저수지라도 비상시에는 시민 생활용수로 전환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라며

"저수지의 수질 관리, 취수 시설 보완, 송수관망 연결 등 장기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강릉의 3대 석호인 경포호와 주문진 향호 등은 음용수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생활용수나 산업용수로 활용할 방안이 연구될 필요가 있다.

한편, 관광 정책과 지자체 세수 확보에만 치중한 결과, 본래 자연환경을 보전해야 할

풍호 지역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골프장이 들어섰다.

이는 강릉의 물 정책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이규송 교수는 현재와 같은 물 위기 상황에서 풍호의 물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는데도

강릉시가 관광 정책에만 치중한 결과 골프장으로 매립돼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석호가 지닌 생물자원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골프장강릉의 석호 중 하나였던 풍호는 골프장으로 개발되며 본래의 자연 기능을 상실했다. 이로 인해 지역 수자원 관리와 생태계 보전 측면에서 중요한 자원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위기를 기회로… "분산형 물 관리 체계" 필요

강릉시가 이번 물 부족 사태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명확하다.

특정 저수지에만 매달리는 방식이 아니라 분산형 물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저수지·하천, 석호·지하수 등 강릉이 가진 수자원 기반을 새롭게 정비하고,

평시와 위기 상황을 구분해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물은 생존의 문제이자 지역의 미래와 직결된다.

이번 사태를 단순한 '재난의 기록'으로 남겨서는 안 된다.

강릉시가 다시는 같은 위기를 반복하지 않도록 저수지와 석호를 포함한 다원적 물 관리 정책을 세우고,

오봉저수지 의존에서 벗어난 지속 가능한 물 관리 체계를 확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전히 목마른 강릉...

전문가들이 제시한 '네 가지' 해결책 '

물 부족 재난' 강릉 오봉저수지 저수율 16.5%로 불안 지속...

이제는 기다림 아닌 준비의 시간

 

올해 강릉은 최악의 물 위기를 겪고 있다. 
최근 강릉 지역 저수지 상황(농어촌공사 실시간계측정보)을 보면,

전체적으로 붉은 점(9월12일)으로 표시되던 저수지(9월 16일)는 반 정도인 6개로 줄어들며

다른 저수지는 50% 이상의 저수율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오봉저수지는 여전히 붉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강릉시 전체 물 사용량의 87%가 오봉저수지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아래 그림에서 다른 저수지와 오봉저수지의 대비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강릉의 저수지분포9월16일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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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저수지 현황지도9월12일 ⓒ 농어촌공사 실시간계측정보관련사진보기


강릉, 총력 대응 속 생활용수 공급 사투

강릉시는 소방차, 군부대 지원, 해군 함정과 군 헬기 등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 생활용수 공급에 나서고 있다.

주변 저수지 물을 연결하고, 소방차와 급수 차량을 총동원하며, 군·지자체 합동으로 긴급 급수 계획을 수립했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는 일사불란하게 대응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 세대와 농촌 지역 등 수돗물 공급이 어려운 곳부터 우선적으로 물을 전달하며,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달 경로와 시간표를 세밀하게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비가 더 내리지 않으면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계속해서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제정수장 물공급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강릉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6일 기준 16.5%인데, 이는 주말에 내린비와

왕산천과 도마천에서 유입된 물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년도 같은 시기 저수율 50.3%와 비교하면 3분의 1도 채 되지 않으며,

평년 72%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농어촌공사의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저수율 현황을 통해서도 이 같은 수치가 확인된다.

9월16일, 오봉저수지 저수율 현황 ⓒ 농어촌공사관련사진보기

9월12일, 오봉저수지 저수율 현황 ⓒ 농어촌공사관련사진보기


대비 부족이 불러온 물 위기

강릉은 태백산맥 동쪽, 바다와 가까운 지형적 특성 때문에 강수가 집중되더라도 쉽게 바다로 유입된다.

이런 지형적 한계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지속가능한 물관리 시스템 구축은 준비되지 않았다.

강원 강릉 시민들에게 '푄(foehn) 현상'은 낯선 단어가 아니다.

시민들은 "수없이 들어온 단어"라고 말한다.

요약하면 태백산맥을 넘어 불어오는 뜨겁고 건조한 바람은 여름철 극심한 폭염을,

겨울철에는 산불 위험을 높이며 지역의 일상을 위협해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쪽에서 불어온 습한 바람이 산맥을 오르며 비를 뿌리고,

수분을 모두 잃은 채 동쪽으로 내려오면서 뜨겁고 메마른 바람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가뭄과 물 부족을 악화시키는 주 원인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실제로 푄 현상은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널리 알려진 지역적 기후 특성이자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피부로 체감해온 현실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뻔히 예견되는 자연 현상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물 관리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발생한 동해안 지역의 가뭄과 급수 위기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푄 현상의 영향을 수십 년간 방치한 채, 지역 기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물 관리 전략을 세우지 못한 '예측 가능한 인재(人災)'다.

강릉에 거주하는 김선길(69)는 "대관령은 예측 불가능한 지형"이라며

"강릉이 맑으면 대관령 너머 횡계에는 비가 내리고, 강릉에 비가 오면

오히려 횡계는 맑은 경우가 많다"라고 대관령의 독특한 기후 특성을 강조했다.

 

이어 "이처럼 강릉과 횡계의 날씨가 정반대로 나타나는 것은 다반사"라며

"그만큼 대관령은 지리적으로 특수성을 가진 곳"이라고 말하면서 재난에 미리 대비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관령 지역에는 구름이 층층으로 쌓여 있지만, 정작 강릉에는 비를 뿌리지 않아
저수지 유입량 부족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2025/9/16)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오대산과 백두대간강릉으로 유입되는 물을 공급하는 오대산과 백두대간 허리에는 비가 내리지 않고, 항상 구름이 드리워져 있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강릉의 주요 저수지로 유입되는 물이 부족해 물 위기 상황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2025/9/16)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물 위기,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강릉의 물 부족 사태는 단순히 '비가 오지 않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폭염은 점점 더 강해지고 가뭄의 주기는 짧아지고 있다.

이제는 행정이 자연 현상에 책임을 돌리며 '예외적 상황'으로 치부할 때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과학 기반의 조기경보 시스템 ▲분산형 물저장 인프라 ▲지역 맞춤형 물 관리 체계

▲주민 참여형 거버넌스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기후위기 시대, 물 문제는 곧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푄 현상 속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늦기 전에 근본적인 전환이 불가피하다.

이번 가뭄은 허술한 대응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다.

예측과 준비의 부족이 빚은 복합적 사회재난인 동시에, 동해안이 기후위기에서

가장 취약한 지역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대형 물난리, 산불, 폭설 등 예기치 못한 기상 악재가 연이어 발생하는 지형적 특성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복합재난 대비가 절실하다.

언제든 태풍 루사와 같은 대형 재난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대 그린에너지 공학과 김인호 교수는 "가뭄, 산불, 폭설 등은 이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복합재난"이라며 "항시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는 단순히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물 자원의 보편적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기후변화로 가뭄과 폭우가 반복되는 상황을 언급하며

"강릉은 환경 불안정성이 현실로 드러난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시민들의 생활용수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재난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물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분산형 수자원 확보, 재이용수 시스템 구축, 지역 간 물 자원 연계 등 근본적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오봉저수지 물이 삽당령과 닭목령 계곡에서 유입되고 있다(2025/9/15)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특히 관광도시라는 강릉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물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수백만 명이 찾는 도시가 물 부족으로 시민과 관광객 모두 불편을 겪게 된다면,

이는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관광산업은 국가 경제와도 직결되는데, 물 위기는 그 기반을 송두리째 흔드는 위협이 된다.

16일 전화통화에서 윤중경 전 한국국민안전산업협회 회장은 "강릉은 생활인구를 고려한

물 관리가 필요하다"며 "강릉시의 정주 인구와 맞먹는 관광객이 머물다 가는 만큼,

실제 물 사용량은 시민 하루 소비량보다 훨씬 많다. 이를 전제로 한 물 관리 계획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028 동계올림픽 이후, 강릉에는 대형 호텔과 리조트가 건설되었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강릉의 물 문제는 이제 지방 차원의 대응을 넘어 국가적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광역적인 수자원망 구축, 가뭄과 산불에 대비한 중장기 계획,

그리고 관광 인프라와 연계된 재난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더 이상 지리적 한계를 탓하며 책임을 미뤄서는 안 된다.

자연의 조건은 바꿀 수 없지만, 재난은 대비할 수 있다. 강릉의 물 부족 사태는

우리 사회가 기후위기와 복합재난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묻는 경고음이다.

국가는 이 질문에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가뭄 대응은 행정기관만의 책임이 아니다. 강릉 지역 사회망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물 절약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과 방법들이 공유되고 있다.

 

강릉맘카페에는 "양치할 때 컵을 사용하기", "세탁은 모아서 한 번에 돌리기",

"아이들 목욕 시간 줄이기"와 같은 생활 속 절수 실천 사례가 올라오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절수 캠페인, 급수 매뉴얼, 물 분배의 원칙은 주민과 함께 설계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지속성과 효과가 커진다. 물은 더 이상 무한히 제공되는 자원이 아닌,

모두가 함께 관리해야 할 공동자원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물관리는 곧 생존 전략이다.

한발 앞선 과학적 대응, 현장에 맞춘 기반시설 구축, 유연한 자원 배분, 시민과 함께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제는 물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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