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으로 물든 강, 아름다운 경고장

1980년대 발전 목적으로 건설, 현재는 발전 중단...

그 여파로 심각한 녹조 발생 

 

/진재중

도암댐은 지금 온통 녹색 세상이다. 언뜻 보기에는 짙은 녹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형형색색의 빛이 더욱 영롱하게 반짝이며, 자연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눈부신 풍경은 자연이 빚은 조화가 아니다.

캔버스 위에 펼쳐진 녹색의 물결은 생명력의 상징이 아니라,

수질 악화와 오염이 불러온 녹조의 흔적이다.

 

아름다움처럼 보이는 장면은 사실 생태계가 보내는 절박한 신호이며,

환경 파괴의 그림자를 드러내는 경고장이다.

이 풍경은 단순한 색채의 나열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외면해온 환경 문제의 현실이자, 반드시 응답해야 할 생태의 목소리다.

도암댐의 녹색은 예술이 아닌 고발이며, 인간과 자연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임을 말해주고 있다.

도암댐 위 수면에는 녹조가 마치 초록 물감으로 그려 놓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잔잔한 물결 위에 번진 짙은 녹색은 한눈에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그 속에는 환경 문제라는 현실이 은밀히 숨어 있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녹조캔버스에 그려놓은 수채화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도암댐은 강릉의 물 부족 문제 해결에 핵심적인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1980년대 발전 목적으로 건설된 이 댐은 약 3천만 톤의 저수량을 갖추고 있지만,

여러 우여곡절 끝에 발전은 중단되었다. 그 결과 댐에는 환경 재앙인 녹조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도암댐녹조로 물든 도암댐의 경고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멀리 발왕산과 용평 스키장, 리조트, 대관령이 한눈에 들어오는 청정 지역 풍경 속,

활기찬 관광지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 가운데 강릉으로 흐르는 물줄기가 도암호다.

왕산면 대기리 암반덕에서 바라본 도암댐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드론으로 내려다본 댐 하부는 마치 사람 손으로 그려 놓은 듯 아름답게 뽐내고 있다.

물빛과 주변 자연이 어우러져 만든 풍경은 인공 구조물임에도 불구하고 한 폭의 그림처럼 평화롭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 속에는 녹조와 같은 환경 문제도 숨겨져 있어,

인간과 자연의 조화에 대한 숙제를 조용히 던지고 있다.

도암댐취수구와 댐 사이가 녹조로 가득 차 있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도암댐녹조로 메워진 도암댐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도암댐 전체가 녹조로 녹색물결으 이루고 있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캔버스에 그려놓은 듯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물을 가득 품은 도암호는 강릉, 정선, 영월로 흐르고 싶지만, 인간의 신뢰와 공존을 잃은 행동에 갇혀

제 갈 길을 잃고 녹색 물감처럼 변한 채 머물고 있다.

도암댐빈틈없이 메워진 녹조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도암댐발전을 위해 건설된 댐 ⓒ 진재중
 
 

썩은 내 진동하고 페인트 부은 듯...

강원도 바람불 계곡, 참혹합니다

"한때는 물 반 고기 반이었는데, 지금은 썩은 물만"...

해마다 심해지는 녹조, 원인은 도암댐

 

/진재중

바닥은 보이지 않고 바위에 검은 이끼만이 자라고 있다. (2025/8/24)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청정 자연의 상징이던 강원도 깊은 산속 바람불 계곡이 녹조와 악취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맑은 물과 토종 어종이 어우러지던 계곡은 여름철 무더위 속에

도암댐에서 흘러든 녹조가 뒤덮으며 생태계 붕괴 위기에 놓였다.

"쉬리와 토종 물고기가 살던 1급수 계곡"

강원도 깊은 산속 바람불 계곡은 한때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토종 어종들의 천국이었다.

영화로 이름을 알린 쉬리를 비롯해 납자루, 동자개, 퉁사리 등이 무리를 지어 헤엄쳤고,

맑은 물 위에는 원앙과 백조가 날아들어 터를 잡았다.

아이들은 돌 틈에서 고기를 잡으며 뛰놀던 자연 놀이터였다.

 

바람불 계곡을 품은 산골 마을은 한때 오지 중의 오지였다. 2012년이 되어서야 전기가 들어왔고,

그 전까지는 호롱불에 의지해 살아야 했다.

 

지금도 단 몇 가구, 손에 꼽을 만큼의 주민들이 터전을 지키며 살아가는 작은 공동체다.

그들에게 계곡은 단순한 물줄기가 아니라, 삶과 추억이 함께 흐르는 고향의 심장이었다.

한때 그곳에서 살았던 김아무개씨(현 강릉시 거주)는 "전기가 없어 불편하긴 했지만,

참 좋았습니다. 제게는 늘 마음의 고향이었지요"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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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불이 마을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언제나 바람이 분다’는 뜻을 가진 해발 700m 고지 마을. (2025/8/24)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이끼가 대신한 자연의 기억

한때 산골계곡은 돌단풍과 도깨비부채, 바위떡풀 등 토종 식물들이 빼곡히 자라,

찾는 이들에게 자연의 경이로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살아있는 공간이었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바위틈에서 피어난 작은 꽃과 풀들이 만들어내는

섬세한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맑은 물소리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이런 맑은 물이 흐르던 산골 계곡이 이제는 생기를 잃었다.

바위 위에는 검게 그을린 이끼와 오염물질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살아 있는 생명의 흔적은 사라졌다.

자연의 오랜 역사를 품은 계곡이 공허한 공간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변화된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한 주민은 "옛날에는 냇가에서 목욕하고 고기 잡으며 놀았던 삶의 터전이었는데,

지금은 생명도 사라져 우리도 마을을 떠나야 할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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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계곡의 암반 위, 한때 자라던 식물은 사라지고 이끼만이 남아 있다. (2025/8/24)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녹조에 갇힌 계곡, 죽은 물줄기로 변하다"

한때 맑고 투명해 바닥까지 훤히 보이던 바람불 계곡은 이제 녹조에 잠식된 죽은 물줄기로 전락했다.

계곡은 짙은 녹색 페인트를 부어놓은 듯 변했고, 낚시꾼들이 모이던 자리에는 썩은 오염물과 악취만 남았다.

마을 주민들은 "처음엔 이렇게 심각하지 않았는데 해마다 상황이 악화되고,

올해는 냄새까지 심해져 마을을 떠나야 할 지경"이라며 불편과 불안을 호소한다.

이미 토종 어종은 자취를 감췄고, 계곡의 생명력도 함께 사라졌다.

가끔 민물낚시를 즐기던 김기남(67)씨는 계곡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었는데 이제는 낚시는커녕 썩은 냄새만 진동한다"며

"나의 휴식처가 잘려나가는 듯한 심정"이라고 씁쓸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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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불이 현장드론을 조종하는 필자와 낚시를 즐기러 온 방문객의 모습. (2025/8/24)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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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다리사이로 흐르는 물이 녹색이다(2025/8/24)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두 계곡의 불안한 만남

바람불이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은 약 3km를 지나 배나드리(도암댐에서 나오는 물과

대기리에서 나오는 물이 합류하는 지점)에 이른다. 이곳에서 대기리에서 내려오는

또 다른 물줄기와 합류하는데, 바람불이 물은 짙은 녹색을 띠고,

대기리 물은 바닥까지 비칠 만큼 맑아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두 물줄기는 하나가 되어 정선과 영월을 거쳐 동강으로 이어지고, 계곡과 숲을 적시며 생명을 품는다.

결국 이 물길은 한강으로 흘러들어 각 지류가 지닌 색과 특성이 합쳐지며

강의 풍경과 생태계에 독특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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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불이 계곡의 녹조가 낀 녹색 물과 대기리 계곡의 맑은 물, 선명한 색 대비를 이루다. (2025/8/24)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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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불이 계곡에서 흐르는 녹색 물과, 왕산 대기리 방향 계곡에서 흐르는 맑은 물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2025/8/24)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바람불이 녹조, 도암댐 수질 관리 부재가 불러온 결과

전문가들은 바람불이 녹조현상은 "도암댐 수질 관리 부재와 고수온, 영양염류가 겹치면서 나타났다고 말한다.

도암댐의 역사는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역변경 수로식 댐으로 확정된 뒤 6년간의 공사를 거쳐 1990년 담수를 시작했다.

 

댐 건설 이후 한강수계 평창 송천의 오염된 물이 강릉 남대천으로 유입되면서

수질과 생태계가 급격히 훼손됐다.

특히 대관령 지역에 밀집한 축산단지, 고랭지 채소밭, 골프장 등 각종 오염원이 수질 악화를 가속화했다.

2001년에는 강릉시민들의 강력한 투쟁으로 발전방류가 중단되는 성과를 거뒀지만,

2002년 태풍 루사 이후에는 하류 지역인 평창·정선·영월에서 동강 오염과 홍수 피해가 이어지며

도암댐 해체 요구가 본격화돼 발전이 중단되었다.

도암댐은 건설 초기부터 환경오염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으며,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강릉·영월·정선·평창 등 강원도 지역의 대표적 환경 문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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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암댐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도암댐. 물을 인위적으로 강릉 방향으로 돌려 발전을 위해 건설되었다. (2025/8/24)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발전 멈춘 도암댐, 오염의 근원으로 남다

현재 도암댐은 발전 기능을 멈춘 채, 오염의 근원으로만 남아 있다.

녹조와 탁수가 반복되며 하류 계곡과 동강을 오염시키고, 생태계와 주민 생활을 위협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방치된다면 회복은 불가능할 수 있다"며 근본적 대책과 정부 차원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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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로 뒤덮인 도암댐, 마치 도화지에 녹색 물감을 흩뿌린 모습이다. (2025/8/24)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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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본 도암댐,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녹조로 뒤덮여 있다. (2025/8/24)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청정 계곡, 더 이상 방치 안 돼"

환경단체들은 바람불 계곡의 사례가 단순히 한 지역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기후위기와 수자원 관리 실패가 맞물리면서 청정 자연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상근전문위원은 "바람불이 계곡은 강원 산골 자연의 상징 같은 곳"이라며,

"이대로 방치된다면 지역의 생태관광 자원과 소중한 생태계가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바람불이 계곡은 단순한 산골물이 아니라 강원 생태의 상징"이라며,

"근본적인 수질 관리와 복원 대책 없이는 청정 자연이 다시 돌아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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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우거진 산간 계곡, 녹조가 낀 흐르는 물은 녹색 물감처럼 뒤덮여 구분이 어렵다. (2025/8/24)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한때 '순수 자연의 보고'로 불리던 계곡이 녹조의 희생양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수질 관리와 생태 복원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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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과 영월 계곡을 따라 수도권으로 흘러가는 맑은 물길.
그러나 지금은 녹조로 녹색물결을 이루고 있다. (2025/8/24) ⓒ 진재중
 

'역대 최악의 위기' 강릉 물 부족, 30년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1990년대부터 주기적 가뭄과 단수사태 겪어...

근본 해결책 찾은 속초와 비교돼, 대비하지 않아 생긴 '인재'

 

28일 기준 강릉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5.9%까지 떨어지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우려되고 있다.

저수율이 15% 이하로 내려갈 경우, 계량기 사용량을 75%로 제한하는 제한급수 2단계 조치가 시행될 예정인데,

비 소식도 들리지 않아 이번 주말 이후 시민들의 생활 불편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수십 년간 반복된 경고에도

근본적인 수자원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안일하게 대응해 온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봉저수지물이 가득해야 할 저류지가 메말라, 마치 폐광산에서 흘러내리는 폐수처럼 보인다.(2025/8/29)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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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내에서 본 오봉댐저수율 15%대로 급감한 저수지, 제한급수 2단계 조치가 임박한 상황(2025/8/29)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강릉 시민들의 불안, 반복되는 물 위기

강릉시민 손민수(71)씨와 최민숙(65) 씨는 요즘 일상에서 불안을 감추지 못한다.

방송과 안내판을 통해 물 절약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매일 들려오고,

시민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언제 수돗물이 끊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최씨는 "욕실과 주방에 물을 받아 두고 생활한다"며 "이번만이 아니라 2년에 한 번씩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데, 왜 시는 근본 대책 없이 손 놓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강릉 시내에 내걸린 물절약 플랭카드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하늘이 준 재난이 아닌, 대비하지 않아 만든 강릉 물 부족 위기

물 부족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로 강릉은 1990년대부터 주기적인 가뭄과

단수 사태를 겪어왔고, 이에 따라 수자원 확보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2년 태풍 때 강릉은 나흘간 급수가 중단돼 전국 각지에서 긴급 식수를 공급받아야 했다.

이 사건은 자연재해가 불편을 넘어 도시 물 관리 체계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2009년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생활용수와 식수마저 고갈됐다.

당시에는 바닷물을 끌어와 산불을 끄는 극단적인 시도가 있었을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었다.

2014년에도 저수율이 급격히 낮아 제한급수 위기에 직면했으나,

집중호우 덕분에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비에 의존한 '운 좋은 탈출'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었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기록적인 겨울 가뭄이 찾아왔고,

바로 직전 해인 2024년 여름에도 저수율이 30% 이하로 떨어지면서

물 절약을 호소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이렇듯 강릉의 물 부족 문제는 새로운 사건이 아니다.

태풍, 가뭄, 댐 저수율 위기, 기록적 강수 부족 등 수십 년간 되풀이된 역사는

우리에게 한 가지 분명한 교훈을 준다.

물 부족은 하늘이 주는 재해가 아니라, 사람이 대비하지 않아 겪는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도암댐 방류, 30년째 답보…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았다

강릉 남대천“오봉댐에서 흘러나온 물이 남대천을 따라 동해안으로 흐른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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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남대천“오봉댐에서 흘러야 할 남대천, 극심한 가뭄으로 바짝 말라 있다”(2025/8/29)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1990년대부터 강릉시 물 부족 해법으로 평창군 도암댐 방류가 거론돼 왔다.

필요할 때 남대천으로 물을 흘려보내 수자원을 보완하자는 구상이었지만,

수질오염·녹조 발생·생태계 교란 우려가 제기되며 환경단체와 시민사회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지자체는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논의를

'장기 검토 과제'로 미뤘고, 결국 방류 논의는 사실상 멈춰섰다.

그러나 책임은 지자체만의 몫이 아니다. 일부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는

방류의 부작용을 강조하며 강력히 반대했지만,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반대에만 머물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와 도암댐 운영의 직접적 당사자인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근본적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한수원은 발전·수자원 관리와 환경 연구 자료를 제공했으나, 수질 오염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책임을 회피하거나 임시방편적 대응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결국 지자체, 시민단체, 정부, 한수원 모두가 각자의 책임을 회피한 채

근본적 대책 마련을 미뤄온 결과, 도암댐 방류 문제는 30년째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임승달 전 강릉원주대 총장(도시행정학 박사)은 29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강릉 물 문제 해결 과정에서 강릉시와 시민단체 모두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이 도암댐의 수질과 문제점을 투명하게 공개해,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했어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제는 사회적합의를 통한 근본적인 해결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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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암댐“발전을 위해 지어진 댐, 가동 중단 상태로 녹조가 가득하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강릉 시민, 반복된 물 부족 위기… 행정의 땜질식 대응에 분노"

강릉 시민사회는 반복되는 물 위기 속에서 행정의 근시안적 대응에 분노하고 있다.

역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실효성 있는 장기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사태 발생 후 임시 급수 대책 등 땜질식 대응에만 집중해 왔다.

기후위기와 가뭄은 외부 요인이지만, 문제를 심화시킨 것은 관리 부실이었다.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는 댐 관리의 중요성을 분명히 경고했지만,

강릉시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오봉댐과 도암댐 등 주요 상수원 관리의 허술함이

반복적으로 드러나면서 시민들은 매번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2009년, 강릉의 강수량은 평년의 14%에 불과했고 속초 역시 15%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두 도시는 다른 길을 걸었다. 속초는 지하댐과 급수 대책을 통해 위기를 대비했지만,

강릉은 여전히 뚜렷한 대응 체계를 마련하지 못해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강릉시민 조용원(69) 씨는 "여름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이 물 부족"이라며,

"역대 시장들은 호텔이나 아파트 건축 등 개발에만 매달렸고, 시민에게 가장 필요한 물 문제는 외면했다.

표만 의식한 건설 위주의 행정이 지금의 사태를 불렀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속초는 단수 사태를 겪은 후 지하댐 설치 등 대응에 나섰지만,

우리는 수십 년간 같은 문제를 겪고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시장이 바뀌어도 말뿐이었다"며, "그들은 지금 이 위기에서 과연 자유로운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강릉 오봉댐“28일 기준 저수율 15.9%, 이번 주말 2단계 제한급수 시행 위기에 처해있는 오봉댐.”2025/8/29)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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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댐“닭목령과 삽답령에서 합류하는 물줄기를 내려다보는 산허리 풍경, 계곡의 물길과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2025/8/29)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가뭄은 하늘이 준 재난, 물 부족은 사람이 만든 재난

강릉이 기록적인 가뭄 속에서 제한급수를 시행하는 동안,

불과 60㎞ 떨어진 속초는 안정적인 급수를 유지하고 있다.

속초는 과거 여름철마다 물 부족을 겪으며 1990년대 이후 8차례나 제한급수를 경험했다.

'물 부족 도시'라는 오명을 안고 있던 속초는, 반복된 위기 속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선택했다.

설악산 쌍천 계곡에 지하댐을 건설해, 모래층 속에 숨어 있던 물을 저장하는 방식이다.

1998년 첫 지하댐이 건설된 데 이어 2021년 제2지하댐까지 세워지면서,

속초는 극심한 가뭄에도 최소 3개월 이상 버틸 수 있는 비상 식수원을 확보하게 되었다.

속초시는 지하댐 건설 외에도 지하수 개발, 관로 확충, 노후 수도관 교체 등

종합적인 수자원 관리를 병행했다. 세심한 관리를 통해 하루 2000톤에 달하는

누수를 줄이고 유수율을 크게 높였다.

 

덕분에 올여름 가뭄 속에서도 제한급수는 단 한 차례도 없었으며,

오히려 '물 축제'를 개최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속초 사례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물 문제는 단순히 강수량에만 좌우되지 않는다.

같은 동해안, 비슷한 기후 조건에서도 어떤 도시는 갈증에 시달리고,

다른 도시는 여유를 보이는지는 결국 준비와 투자에 달려 있다.

 

즉, "가뭄은 하늘이 주는 재난이지만, 물 부족은 사람이 만드는 재난"이라는 말처럼,

속초는 재난을 막는 힘이 사람의 선택과 의지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물 문제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충분히 예측 가능한 위기라는 점에서

강릉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윤중경 전 한국국민안전산업협회 회장은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동해안 도시는 30여 년 전부터

물 부족 문제를 반복적으로 겪어왔지만, 대응은 늘 임시방편에 그쳤다.

해마다 위기를 겪고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문제로 치부해 왔다"며

"이제는 종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물 부족은 동해안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이며,

기후 변화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속초는 과거 위기를 계기로 대응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강릉은 여전히 논의만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유종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강릉뿐 아니라 동해안 지자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물 정책을 준비했어야 했다"며 지형적 특수성을 지적했다.

 

그는 "백두대간을 축으로 동해로 흐르는 물은 급경사를 이루어 저장 기능이 떨어진다.

따라서 지하댐이나 저수지를 조기에 확보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릉지역은 해안까지 짧은 유로와 급한 경사로 인해 기존 댐과 하천만으로는 추가 수자원 확보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오봉저수지와 같은 특정 시설에 집중된 의존 구조를 벗어나야 하며,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해 기존 저수지 확대와 함께 새로운 수자원 확보 방안,

특히 지하댐 도입이 유망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시는 하루 1만8000t의 생활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연곡 지하수저류댐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공사는 총사업비 250억 원을 들여 오는 2027년까지 준공할 예정이다.

시는 또 사업비 497억 원을 들여 노후된 연곡정수장 현대화 사업도 추진한다.

지난해 9월 확정된 연곡정수장 현대화 사업은 올 하반기 실시설계용역에 착수해

오는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화 사업이 이뤄지면

하루 1만4800t의 생활용수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전망이다.

 

문제는 현재, 강릉시 생활용수의 90% 가까이가 오봉저수지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후위기로 가뭄이 반복되고 저수율이 급격히 떨어지면, 언제든 공급이 끊길 수 있다.

관광객과 주민 모두가 동시에 고통을 겪는 최악의 상황, '물 재난'이 현실로 닥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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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연곡천강릉시는 물부족 대체방안으로 연곡천에 연곡 지하수저류댐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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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곡천오대산과 소금강에서 흐르는 수량이 풍부해 강릉시에서 지하댐을 건설을 추진 중에 있다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강릉 물 부족, 행정과 시민이 함께 나서야 하는 생존의 문제"

강릉의 물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행정의 책임뿐 아니라

시민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시정을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 지속 가능한 수자원 정책과 인프라 확충에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민과 정부가 함께 절약 정신을 실천하고 친환경적인 대체 수자원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윤중경 회장은 "물은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어야 하지만, 공급에는 한계가 있고

시민들의 물 사용 의식은 여전히 미약하다"며, 시민들이 물을 '우리의 소중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인식 전환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임승달 박사는 물 부족을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준비하지 않은 사람이 만든 재난이라고 규정하며,

강릉시는 더 이상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은 책임을 인정하고 근본적인 변화에 나서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물 부족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관광도시 강릉에게 있어 물 관리는 단순한 행정 과제가 아닌 생존 문제다.

도시의 미래와 시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행정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수자원 관리와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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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와 경포호수“호수와 바다, 산과 문화가 어우러진 강릉,
풍부한 자연과 관광 매력으로 찾는 이들을 사로잡는 동해안 명소다.”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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