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캐기
때가 되니, 여름은 멀어졌습니다.
여름 내내 비를 퍼붓던 그 자리를 가을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찬이슬 머금은 국화꽃 향기가 그윽해지면서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집니다.
요즘 날씨를 보면 가을이 언제 왔나 싶을 정도로
계절감이 빠르게 바뀝니다.
고운 가을 하늘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느덧 서리가 내리는 계절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산골 농장에는 겨울이 일찍 찾아옵니다
높은 산에는 서리가 내린다는 예보에 고구마 수확을 서두릅니다
올해는 기후탓으로 고구마 성장이 느리고 작황도 좋지않다는데.
다행히 울 고구마는 수해에도 불구하고 조롱조롱 잘 자라고 있습니다
새로 만든 텃밭이 가뭄으로 무척이나 단단하기에
딱딱한 진흙땅을 파내기가 힘들어 가족 도움을 청합니다
가족이 함께 농장으로 가는 길. 오랫만입니다
도착하기 무섭게 농장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식구들은
하얗게 피어난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들여다보며 신기해 합니다
여름철 수해로 농장은 엉망입니다.
어디가 고랑인지 구분조차 않됩니다
마사토를 걷어내고 고구마 밭 주변의 풀을 정리하고
바닥 비닐을 뜯어내고 호미로 파냅니다
지난 장마에 마사토가 덮어버린 탓인지 다져진 땅은
호미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라 하는 수 없이 삽으로 파내지만
어디에 숨었는지도 모르는 고구마를 토막내기 일수라 집사람이 야단을 합니다
다시 쇠스랑으로 땅을 뒤집어 캐내는 일은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서툰 솜씨로 짧은 고랑을 파내느라 반나절은 훌쩍이었습니다.
너무 힘들다고 불평입니다
하긴 농사일이란 쉬운 일이 없나 봅니다.
억지로 잘 하려고 해도 잘 안되는 것이 농사인 것 같습니다.
무지막지하게 콩순 지르기 하는 법,
들깨도 허리를 잘라주면 줄기가 여러개 나와서 많이 달린다는 것 등을
들어서 아는 것과 실전은 또 다른 문제인가 봅니다.
기껏 해보면 요령이 없어서 이리저리 깨지니 말입니다
잡초가 작물보다 앞서니 잡초와는 늘 전투태세입니다
고라니가 온다면 그들이 싫어하는 들깨등을 연구해야 하고,
비둘기나 어치가 많으니 대비하는 작물을 재배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간은 절대로 환경과 싸워서 이길 수 없습니다.
그냥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농장은 산중이라 해가 일찍 가라앉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고구마 농사지만
우리 가족의 겨우내 간식거리로는 충분합니다
오랜만에 나선 농장에서 점심은 숯불구이로 준비합니다
바비큐 틀을 꺼내고 숯불을 피우고 삼겹살을 굽는 일...
도시에서는 해보기 힘든 경험입니다
오랜만에 가족끼리 포식을 합니다
배추밭을 둘러봅니다
늦더위도 이겨내고 너무도 잘 자라주고 있는 배추입니다
싱싱하게 자라 속이 생기며 오므라들기 시작합니다
비닐하우스 안의 파종 무우도 이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고
겨울까지 남겨둘 배추도 아무탈 없습니다
잘 자라서
초보농군의 첫 김장김치의 배추가 되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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