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

 

 

 

단풍을 이야기하는 계절입니다.

설악산부터 시작해서 두륜산까지 내려가는 데 한 달이 걸립니다.

 

한 달 동안의 단풍 여정 중 어느 지점에 동참해 볼까 고민하는 것은

대한민국 땅에서 사는 사람의 행복 중 하나입니다.

 

멀리서 단풍색만 보고도 무슨 나무가 자라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단풍색은 크게 노란색, 갈색, 붉은색으로 나눕니다.

이중 노란색 단풍은 원래 있던 색이 그제야 나타나 보이는 것입니다.

 

 

 

가을이 되어 기온이 5이하로 떨어지면 녹색을 띠는 색소인

클로로필이 분해되면서 엽록소가 파괴됩니다.

 

그러면 엽록소에 가려져 있던 노란색 계열의 색소인

카로틴과 크산토필이 우리 눈에 노란 단풍으로 보입니다.

생강나무나 비목나무 같은 녹나무과의 나무에서 노란색 단풍이 잘 나타납니다.

 

 

갈색 단풍은 대개 오리나무나 참나무 종류에서 보입니다.

도토리를 여는 참나무 종류들은 열매의 색과 같이 칙칙한 갈색으로 물드는 편입니다.

그건 자기 몸에 지니고 있는 타닌 성분 때문입니다.

 

도토리를 날것으로 씹었을 때 느껴지는 떫은맛, 그것이 바로 타닌입니다.

전북 고창의 선운사를 끼고 흐르는 도솔천은 가을이면 물이 갈색으로 변하는데,

 

그것도 다 주변 참나무에서 떨어진 잎의 타닌 성분 때문입니다.

설악산에서는 신갈나무가 갈색 단풍을 담당합니다.

 

 

 

 

 

이와 달리 붉은색 단풍은 원래 없던 색소가 합성되어 나타납니다.

낙엽수들은 겨울나기를 위해 잎을 떨어뜨리려고 잎자루 부분에

떨켜라는 특수한 세포층 만듭니다. 일종의 분리 조직입니다.

 

떨켜가 형성되면 잎에서 만들어진 탄수화물이나 아미노산 등이

줄기로 이동하지 못하고 차단되어 남게 됩니다.

 

그러면 결국 당 성분으로 축적돼 안토시안이 합성됩니다.

그것이 곧 붉은색 단풍으로 발현됩니다.

 

단풍나무, 당단풍나무, 화살나무, 담쟁이덩굴,

그리고 옻나무과 나무들이 화려한 붉은색으로 물듭니다.

설악산에는 당단풍나무가 많은 듯합니다.

 

 

 

 

 

단풍이라고 해서 매번 같은 색으로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

온도, 햇빛, 그리고 수분의 정도에 따라

해마다 약간씩 다른 색으로 만들어집니다.

 

일교차가 크면 밤에는 떨켜의 형성이 촉진되고

낮에는 축적되는 당이 많아져서 타는 듯한 붉은 단풍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내륙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내장산이나 설악산의 단풍이 아름답습니다.

 

이제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젠 남부 지방으로 내려간 단풍 잡으러 어서들 떠나시기 바랍니다.

거기엔 아마 진짜 단풍나무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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