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거저리 애벌레를 가루로 만들어 빵의 재료로 넣는 모습도 텔레비전 화면에 나왔다.
맛을 본 사람들의 평가도 "구수하다", "새우맛이 난다" 등으로 다양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갈색거저리는 균형 잡힌 영양 식품이었다.
탄수화물이 들어있고 무기질과 비타민, 단백질도 다량 함유하고 있었다.
식품 원료로 인정된 갈색저거리 애벌레
이 갈색거저리를 기르고 있는 농가가 있다. 전라남도 담양군 월산면의 김용평(58), 최영숙(58) 씨 부부다.
이들이 기르는 갈색거저리는 2500상자. 전남에서는 가장 많은 사육 규모다.
"재작년이었어요. 아침에 텔레비전을 보는데, 도청 축산과장이 나와서 갈색거저리에 대해 얘기를 하더라고요.
미래의 먹거리로 중요한 자산이라고. 이거다 싶었죠."
그날부터 김씨 부부는 애벌레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책자를 뒤적이고 관련 연구 기관도 찾아다녔다.
과장을 보태 곤충에 '곤'자만 들어간 곳이면 일단 찾아갔다. 알수록 애정이 생긴다고 했던가.
빠르게 곤충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농촌진흥청에서 갈색거저리를 분양받아 기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이었다.
"시행착오도 있었죠. 사육 초기였는데. 작고 하얀 애벌레가 꿈틀꿈틀 잘 크더라고요.
근데 아무래도 이상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그 생김새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연구소에 보내서 확인했더니, 사료에서 부화한 쌀벌레라는 겁니다.
갈색거저리 애벌레는 모두 죽고, 쓸 데 없는 쌀벌레를 정성 들여 키운 거였죠. 돈도 수백 만 원 손해를 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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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색거저리 애벌레를 키우고 있는 귀농인 김용평·최영숙 씨 부부가 사육상자를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 |
ⓒ 이돈삼 |
부인 최씨의 경험담이다. 이들 부부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발품을 많이 팔았다.
갈색거저리를 키우려면 온도와 습도, 환기가 중요하다는 것도 터득했다. 자신감을 갖고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춘 건 그 무렵이다.
"벌레라고 해서 여차하면 죽어버릴 것 같죠? 전혀 안 그래요. 갈색거저리의 생명력이 아주 강합니다.
먹이로 밀기울이나 채소를 주는데요. 한 보름 굶어도 안 죽어요.
대신 온도와 습도에는 민감하죠. 온도는 27℃, 습도 65%가 최적의 조건입니다."
김씨가 말했다. 갈색거저리의 사육 기간은 보통 100일 정도. 알에서 부화해 출하할 때인 유충이 되기까지 키우는 기간이다.
주로 파충류의 먹이로 나간다. 연구기관에 납품도 한다. 사람이 먹는 식품으로는 아직 미미하다. 식품 개발도 걸음마 단계다.
그러나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식품 원료로 인정을 받았다.
미래 인류의 중요한 식량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애벌레의 껍질과 분뇨도 거름과 사료의 재료로 쓰인다.
시장 규모가 내년엔 3000억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와 있다. 일이 그다지 힘들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금은 '벌레 박사'로 통하는 이들이지만, 몇 년 전까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두 사람 모두 같은 회사(공기업)에 다녔다.
외환위기(IMF) 때 '부부 사원'이라는 이유로 최씨가 먼저 직장을 그만뒀다.
김씨는 4년 전 직장 생활을 정리했다. 최씨는 22년, 김씨는 33년 동안 근무한 직장이었다. 최씨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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