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페이지, 그냥 '잡초밭'으로 두는 게 '진짜 먹거리'
AI가 애니메이션을 뚝딱 만드는 시대에 여전히 VFX 단지를 짓겠다는 춘천시
/최웅집(스탭서울 대표이사)
내가 말만 하면 5분짜리 애니메이션이 뚝딱 만들어지는 세상.
나와 윈스턴 처칠이 한강 위에서 배를 타며 막걸리에 컵라면을 즐기는 장면도
월 4만 원짜리 구독료로 가능하다면 믿을 수 있는가?
이제 상상은 농담이 아니라 기술의 현실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오픈 AI의 ‘소라Sora’를 비롯해 런웨이Runway·피카랩스Pika Labs 같은 서비스들은
텍스트만 입력하면 1~2분짜리 영상을 뽑아낸다.
퀄리티는 점점 영화에 가까워지고, 속도는 인간의 노동을 가뿐히 추월한다.
그런데 춘천시는 “컴퓨터 그래픽이 미래 먹거리”라며 VFX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강원대는 관련 학과를 개설한다고 한다.
문제는 '미래 먹거리'라고 홍보하는 이 산업이 과연 실제로 먹거리가 되느냐는 것이다.
코스닥에 상장된 주요 VFX 업체들의 주가를 보라.
위지윅스튜디오는 900원대, 덱스터는 5~6천 원대에서 수년째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시장 평가는 냉정하다. “기술은 있지만, 수익성은 불확실하다”는 것. 수익 구조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VFX 회사들은 여전히 영화·드라마 제작사의
하청에 의존하고 자체 IP를 통한 장기 수익 창출은 미약하다.
글로벌 사례는 어떤가? 올해 화제가 된 소니 애니메이션의 영화 ‘K-Pop Demon Hunters’를 보자.
제작비만 1억 달러 이상인 이 작품을 사들여 전 세계에 내놓은 넷플릭스는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중 최다 시청작”이라는 기록까지 세웠지만,
정작 제작사 소니가 가져간 수익은 극장 개봉 수익 일부와 넷플릭스 판매 대금뿐이다.
전 세계 스트리밍으로 발생한 장기적인 구독 수익은 넷플릭스의 몫이다.
결국, 진짜 돈을 번 것은 제작사가 아니라 유통사다.
춘천의 VFX 단지가 당면할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 화려한 기술과 인력 양성에 매달려도
결국 ‘플랫폼’이라는 문턱 앞에서 수익은 증발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지방정부가 새로운 산업을 키우려는 시도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산업단지 조성과 학과 신설이 곧 일자리와 수익으로 이어진다고 믿는 것은 위험한 착각이다.
시민들의 눈에는 그저 또 다른 ‘전시 행정’처럼 비칠 수 있다.
기업 유치와 고용 창출이라는 장밋빛 약속은 쉽게 내걸 수 있지만,
그 결과를 확인하기까지는 수천억의 세금과 십수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차라리 캠프페이지 부지를 무리하게 포장하지 말고 그냥 잡초밭으로 두는 편이 낫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시민들이 삼겹을 구워 먹고 강바람을 맞으며 쉴 수 있는 공간.
그것이야말로 지금 당장 춘천 시민에게 돌아올 수 있는 ‘진짜 먹거리’다.
AI는 이미 애니메이션 제작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산업단지와 학과 개설만으로는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춘천시가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다면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실질적인 창작자 권리 보호,
IP 소유 구조 개선, 플랫폼 협상력 강화 같은 제도적 장치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AI가 만들어준 “처칠과 함께한 컵라면 한 그릇” 영상보다 못한 산업단지가 남을 것이다.
'사는이야기 > 구암동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물의 경고 (0) | 2025.10.02 |
|---|---|
| 독해진다, 지구의 복수 (1) | 2025.09.30 |
| 강릉 가뭄 재난 (0) | 2025.09.25 |
| 도시재생 혁신지구사업 중단하라 (0) | 2025.09.20 |
| 캠프페이지 도시재생지구 중단해야 (0) | 2025.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