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가뭄 재난
② 예견된 물 부족…피해 키운 늑장 행정
여름철 영동 강수량 평년 34%…역대급 더위 겹쳐 '돌발가뭄' 야기
물 사용 많은 피서철 선제 조치 미흡…뒤늦은 대처에 시민 불만 속출
제한 급수 이어 재난 사태 선포에도 저수지 '바짝'…'금비'가 해갈 결정타

(강릉=연합뉴스) 지난 9일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가 바짝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릉=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이번 '최악 가뭄'의 시작은 날씨였다.
평년보다 적은 비가 내려 땅이 바짝 마른 상황에서 역대급 더위까지 겹치면서 지표면에 수분이 남아나질 않았다.
같은 강릉지역이더라도 비가 유난히 주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일대는 피해 갔다.
시작은 날씨였지만 행정 기관의 미흡한 대처가 피해를 키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행정 탓에 전례 없는 가뭄을 비껴갈 수 있는 골든타임을 번번이 놓쳤고, 결국 자연 재난으로는 처음으로 재난 사태가 선포되기에 이르렀다.

(강릉=연합뉴스) 지난 9일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에서 육·해·공군과 소방, 전국 지자체 및 기관이 지원한 살수차들이 수위를 높이고자 물을 쏟아붓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4월부터 가뭄 위기 신호…적은 비에 폭염까지 겹쳐
강릉 등 영동지역은 지난 4월 중순부터 기상 가뭄이 이어진 가운데 여름철 들어 강수량과 강수일수 모두 역대 가장 적었다.
기상 가뭄은 최근 6개월 누적 강수량이 과거 같은 기간의 평균 강수량보다 적어 건조한 기간이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되는 기상학적 현상을 의미한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철(6∼8월) 영동지역은 강수량이 232.5㎜로 평년(679.3㎜)의 34.2% 수준에 그쳤다.
강수일수도 24.7일에 불과해 평년보다 18.3일이 적었다.
다른 지역은 정체전선과 저기압 등의 영향으로 국지적으로 단시간에 많은 비가 내렸으나 영동은 태백산맥으로 인한 지형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더 적었고, 여름철 동안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남서풍이 우세해 동풍 계열의 바람도 불지 않아 강수량이 매우 적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여름 폭염 일수는 20.6일로 기상 관측 이래 역대 2위를 기록해 평년(7.5일)보다 약 2.7배 많았다.
강릉은 폭염 일수가 41일로 도내에서 가장 뜨거운 여름이 이어졌고, 한여름에도 서늘한 대관령에도 1971년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폭염이 이틀 발생했다.
열대야 일수 역시 강릉이 43일로 도내에서 가장 많이 나타났다.
좀처럼 비가 내리지 않는 상황에서 과거보다 빈번하고 강한 폭염이 지표면에서 물의 증발산을 촉진하면서 이 같은 환경적 요인이 '돌발가뭄'을 야기하는 배경이 됐다.

(강릉=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강원 강릉시 성산면 오봉저수지를 방문해 가뭄 대응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피서철 겹쳐 물 부족 심화…허술한 행정력에 피해·불만 '눈덩이'
가뭄을 키운 건 강릉시의 '늑장 대처'였다.
마른장마로 식수원과 농업 용수원이 바닥을 드러냈지만, 뚜렷한 처방 없이 시간만 흘렀다.
그러는 사이 물 사용이 많아지는 피서철이 겹치면서 물 부족 현상이 점차 두드러졌다.
이에 강릉시는 공공수영장 운영을 중단하고 공공기관 화장실 수압 조절 등 비상 급수 대책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달 1∼19일 물 사용량이 2.13% 증가하는 등 여름철 성수기 수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제적인 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릉시는 지난달 20일 계량기 50%를 잠금하는 제한 급수를 시행하는 데 이어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는 계량기 75%를 자율적으로 잠금하는 방안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제한 급수에도 생활용수 사용량이 크게 줄지 않을뿐더러 물 절약 캠페인을 통한 시민 동참 외에 획기적인 대책이 제시되지 못하면서 시민 불만과 불편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또 시민들의 적극적인 절수 노력에 반해 수영장, 스파 등 부대시설 운영으로 상수도 사용량이 많은 대형 숙박업소는 평소와 다름없이 운영되면서 대규모 수용가를 대상으로 한 강릉시의 조치 역시 미흡했다는 지적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강릉시는 대형 숙박시설과 간담회를 열어 절수 동참을 요구한 데 이어 이달 6일 오전 9시부터 저수조 100t 이상을 보유한 공동주택 113곳과 대형숙박시설 10곳을 대상으로 제한 급수를 시작했다.

(강릉=연합뉴스) 지난 21일 강원 강릉시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에 물이 차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례 없는 자연 재난 첫 재난 사태 선포…'금비' 쏟아져 변곡점 맞아
대규모 수용가 밸브 잠금 이후 물 사용량이 약 30%까지 줄어들었지만, 날이 갈수록 저수율 감소세는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저수지는 마치 수입 없이 지출만 생겨 잔액이 고갈되는 통장과도 같았다. 대체수원이 없는 데다 뚜렷한 비 소식도 없는 탓에 아무리 아껴 써도 유입 없이는 저수지의 물이 고갈될 수밖에 없었다.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0%대에서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며 '최악의 가뭄'으로 들어서자 결국 지난달 30일 정부는 강릉에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앞서 2005년 5월 양양 산불, 2007년 12월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2019년 4월 강원 동해안 산불, 2022년 3월 경북 울진·삼척 산불 등에 재난 사태가 선포됐지만, 자연 재난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인력과 장비 등 재난관리자원을 총동원해 가뭄에 대응했다.
육·해·공군은 물론 전국 지자체와 기관에서 강릉 해갈을 돕기 위해 보낸 살수차가 저수지 주위를 에워싸며 부지런히 마른 땅에 굵은 물줄기를 뿌려댔다.
그 덕에 저수율 감소 폭이 둔화했지만, 감소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지난 12일에는 저수율이 역대 최저치인 11.5%까지 떨어졌다.
해갈의 결정타가 된 건 강릉지역에 내린 '금비'였다.
9월 초 약한 비가 드문드문 내리던 강릉지역에 지난 13일 모처럼 단비가 내리더니 지난 17일에는 시간당 20㎜가 넘는 세찬 비가 쏟아졌다.
덕분에 강릉지역에 내린 비가 저수지로 꾸준히 유입되며 저수율이 차츰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여기에 평창 도암댐 비상 방류와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을 활용한 홍제정수장으로의 원수 공급 등 대체수원까지 확보되면서 마른 땅이 다시 촉촉이 젖기 시작했다.
이후 저수율이 60%에 육박하면서 정부는 지난 22일 재난 사태 선포 24일 만에 이를 해제했다. 아파트 등 대규모 수용가의 제한 급수도 이와 함께 끝이 났다.
강릉시는 이번 가뭄을 계기로 생활용수를 다변화하고,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과 농촌용수 개발사업 등을 통해 누수율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홍제·연곡 정수장을 증설하고, 지하 저류 댐 설치, 하수처리 수재 이용사업 등을 추진해 용수 공급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③ 오봉저수지 마르자 24년 만에 물 흘린 도암댐
과거 수질 악화로 남대천까지 오염…주민 총궐기 끝에 수문 닫아
극한 가뭄에 비상 방류·매일 수질 검사…장기 활용 계획은 '아직'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릉·평창=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최악 가뭄'으로 물 확보 전쟁을 벌였던 강릉시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대까지 떨어지자 결국 24년간 닫아왔던 평창 도암댐을 다시 활용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과거 수질 오염 피해를 경험했던 강릉 시민들 사이에 찬반 논쟁이 일기도 했다.
강릉시는 가뭄 대처를 위해 도암댐 비상 방류수를 수용하기로 했고, 수질검증위원회를 출범해 물 검사도 병행했다.
결국 이달 20일 도암댐은 비상 방류를 시작해 강릉에 물을 공급했다. 사흘 뒤 가뭄 재난 사태는 해제됐다. 앞으로 도암댐은 어떻게 쓰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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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질 오염으로 문 닫았던 도암댐…강릉시민 불신 여전
도암댐은 1990년 남한강 최상류인 송천에 전력을 생산하고자 건설한 댐이다.
대관령 일대 물을 도암댐에 가뒀다가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15.6㎞ 관으로 강릉수력발전소에 보낸 뒤 남대천에 흘려보내는 방식의 발전을 2000년대까지 이어갔다.
문제는 도암댐 상류에 하수종말처리시설이 없어 대규모 목장과 고랭지 채소단지 등에서 축산폐수와 생활 오·폐수, 농약, 비료 성분의 각종 오염물질이 그대로 흘러들어 심각한 수질오염을 초래한 데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발암물질이며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독성 남조류, 다이옥신까지 검출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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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게 오염된 물이 댐 완공 후 10년이 지나도록 강릉시 한복판을 흐르는 남대천으로 유입되면서 당시에는 물고기조차 찾아보기 힘들게 됐고 남대천 하구와 연결되는 청정 바다까지 오염됐다.
이에 강릉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총망라한 남대천살리기범시민투쟁위원회가 199년부터 도암댐 발전 방류 중단을 위한 투쟁을 3년간 이어갔고, 결국 2001년 3월 발전을 위한 가동이 중단됐다.
당시 도암댐 수질은 농업용으로도 쓰기 힘든 4급수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최악 가뭄에 도암댐을 다시 열 수 있다는 소식에 과거 수질 오염을 기억하는 강릉 시민들 사이에서는 찬반 논란이 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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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봉저수지 고갈 위기에 결국 다시 가동한 도암댐
올여름 강릉을 덮친 최악 가뭄에 24년간 수면 아래 잠겼던 도암댐 활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 지역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연일 역대 최저치 기록을 새로 쓰면서 시민들이 제한 급수를 넘어서 부분 단수라는 불편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도암댐 활용에 부정적이었던 강릉시도 입장을 바꿔 비상 방류수를 한시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댐에서 강릉으로 향하는 15.6㎞ 길이 도수관에 이미 차 있는 물 15만t을 강릉 남대천으로 흘려보내겠다는 계획이다.
환경부와 원주지방환경청이 비상 방류수 수질을 분석한 결과 정수처리를 통해 먹는 물 수질 기준을 만족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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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도암댐 비상 방류수의 안전성 확보와 상수원 보호를 위해 수질검증위원회를 꾸렸다.
위원회 검사 결과에 따르면 부유 물질, 총질소, 총인이 호소 수질 2등급 기준을 초과했고 환경부 조사와 별도 의뢰한 30개 항목 중 20개 항목은 환경정책기본법 호소수 기준치에 적합했다.
별도 기준이 없는 10개 항목의 경우 정수 기준에 적합하거나 정수 능력으로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악 가뭄은 결국 24년 만에 도암댐 빗장을 풀고 강릉으로 물을 흘려보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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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1만여t 방류로 해갈 도움…가뭄 이후 활용 방안은
도암댐 비상 방류는 이달 20일 오후 1시 이뤄졌다. 수질 문제 등으로 2001년 방류를 중단한 뒤 24년 만이다.
15.6㎞ 길이 도수관 내 물 15만t은 강릉시 성산면 한국수력원자력 강릉수력발전소의 입구 밸브와 보조 배관을 통해 하루 약 1만t씩 흘러나왔다.
이후 비상 방류수는 남대천 상류에 위치한 방류구와 홍제동 임시 취수장 등을 거쳐 홍제정수장까지 향했다.
수질 우려에 대해 발전소 측은 환경부와 강릉시가 정기적으로 검사를 시행 중으로, 도수관로 내 물은 미생물이 성장하기 어렵고 먹는 물 기준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비상 방류 이틀 뒤인 22일 오후 6시 행정안전부는 강릉시에 선포했던 가뭄 재난 사태를 해제했다. 이는 재난 사태가 선포된 지 24일 만이다.
강릉의 주요 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지속 상승해 22일 오후 4시에 60%를 넘어섰다. 이는 강릉시에 약 200일간 생활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재난 사태가 해제된 이후에도 강릉시의 요청에 따라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을 활용한 홍제정수장으로의 원수 공급은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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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암댐 비상 방류 역시 이어지고 있다.
강릉시는 환경부와의 협의에 따라 도수관로 내 용수 15만t을 모두 받을 계획이다.
이는 내달 초·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암댐 장기 활용 계획은 아직 윤곽을 잡지 못하고 있다.
댐을 둘러싸고 환경부와 한수원, 강릉시, 정선군의 입장이 서로 다른 까닭이다.
이들은 정례적으로 회의를 이어가며 견해차를 좁혀나갈 방침이다.
황남규 강릉시 환경과장은 "도암댐 장기 활용 방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며 "관계 기관과 회의를 통해서는 현재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정도"라고 말했다.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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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doo@yna.co.kr
④ 끝나지 않은 '식수 쇼크'…뼈아픈 물그릇 부족
'비 오면 괜찮아질 것' 천수답 행정에 피해 가중…뒤늦은 중장기 대책
연곡 지하 저류 댐 2027년 완공…남대천 지하 저류 댐은 이달 말 발주
자연재해 사상 첫 가뭄 재난 사태 선포로 이어진 최악 가뭄의 충격은 안정적인 수원 확보와 부족한 물그릇 마련이라는 중장기 과제를 남겼다.

(강릉=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5일 최악의 가뭄 사태가 이어지는 강원 강릉시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에서 산불 진화 헬기가 저수율을 높이고자 물을 뿌리고 있다. 2025.9.5 yangdoo@yna.co.kr
◇ 가뭄 피해는 '진행 중'…매출 감소 입증해야 하는 소상공인 '한숨'
강릉 가뭄 재난 사태 선포는 해제됐지만 가뭄 피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오는 26일까지 농업 분야 피해 조사를 실시한다.
현재까지 280곳이 신청, 274곳이 가뭄 피해 농가로 확정됐다. 다만 추가 신청과 정밀 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최악 가뭄에 따른 제한 급수 등으로 입은 소상공인 피해는 현재로서 가늠하기 쉽지 않다.
도는 현재까지 105건의 단순 상담이나 재해확인서 발급 상담을 진행했지만, 매출 감소를 입증해야 하는 방식이라는 것 외에는 피해 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매하기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최악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가 6일 오전 9시부터 아파트를 비롯한 대규모 수용가 123개소를 대상으로 급수제한을 실시하는 가운데 강릉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급수제한과 생수 배부를 알리는 공고문이 붙어 있다. 6일 오전 7시 현재 강릉시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대대적인 급수 지원에도 불구하고 12.9%까지 떨어졌다. 2025.9.6 yoo21@yna.co.kr
자연재해로는 처음인 가뭄 재난 사태 선포는 피해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자 동원을 가능하게 한 조치였던 만큼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같은 피해복구 지원도 숙제로 남아있다.
다만 가뭄 재난을 통해 전국에서 총동원된 물자와 가뭄 극복 노력은 강릉시민들의 가슴에 감동을 안겼다.
가뭄 재난 사태 닷새 전인 지난달 25일부터 9월 19일까지 이어진 운반 급수에는 군과 소방, 지자체 차량 9천108대가 동원대 22만4천958t을 실어 날랐다.
운반 급수에 동원된 인원만 2만2천871명에 달했다.
군부대뿐만 아니라 산림청 산불 진화 헬기 등 헬기도 29대나 투입돼 강릉시민의 유일한 물그릇인 오봉저수지에 물을 공급했다.
전국 각지에서 900만병에 육박하는 생수 지원도 답지해 강릉시민의 마른 목을 축이며 고통을 나눴다.
(강릉=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6일 강원 강릉시 포남동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주차장에서 공무원들이 시민들에게 전국 각지에서 기부받은 생수를 배부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강릉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2.8%로 전날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2025.9.6 ryu@yna.co.kr
문제는 강릉지역 생활용수의 87%를 오봉저수지에 의존한 채 다양한 물그릇(수원)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강릉 도심을 흐르는 남대천은 동해까지 거리가 짧아 물을 담아둘 그릇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처럼 강릉은 장기 가뭄에 취약한 지리적·지형적 특성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도 없이 제기됐다.
재난 사태 선포까지 이어진 최악 가뭄은 대체용수 준비 부족과 허술한 수자원 관리가 원인이라는 질타가 쏟아진 이유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보다 강한 폭염으로 하천과 저수지·댐 물의 증발이 빨라지는 이른바 '돌발 가뭄'을 고려해 가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지훈 세종대 환경융합공학과 교수 겸 가뭄특화연구센터장은 "여름철 한반도에 거대한 고기압이 확장해 강한 폭염이 나타나 물을 빨리 증발시키는 돌발형 가뭄 패턴이 이미 예측됐다"며 "이번 가뭄의 본질 역시 폭염인 만큼 강수 부족형 가뭄뿐만 아니라 폭염성 돌발형 가뭄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오봉저수지 의존에서 벗어나 수원 확보 등 물그릇 다변화해야"
이처럼 최악의 가뭄을 겪은 강릉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심정으로 가뭄 대응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단기적으로 유출 지하수, 남대천 관정 5개, 사천 저수지와 홍채정수장 관로, 옛 홍제취수장 재설치 등을 통해 생활용수를 확보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추석 이후에는 하루 4만7천500t의 물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강릉=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강원 강릉시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가뭄 대책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8.30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hihong@yna.co.kr
중장기 대책으로는 연곡 지하 저류 댐과 남대천 지하 저류 댐, 연곡 정수장 개량·증설, 노후 상수 관리 정비 및 송수관로 신규 설치, 하수처리 재이용 등이다.
우선 연곡면 송림리 일원의 연곡 지하 저류 댐은 지난해 착수해 2027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25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이 완료되면 일일 1만8천t의 물을 확보해 연곡정수장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300억원을 투입해 강릉시 남대천 일원에 1만5천t의 물을 가둘 수 있는 지하 저류 댐을 추가 설치하는 사업은 이제 막 검토가 시작됐다.
완공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모두 완공되면 오봉저수지에 의존해온 물그릇은 크게 남대천 관정, 연곡과 남대천 2곳의 지하저류댐까지 4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원수용 물그릇 확보에 발맞춰 연곡정수장 개량 및 증설 사업도 추진된다. 총 82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이달 중 발주 예정이다.
또 다른 중장기 대책으로 해수담수화도 거론된다.

(강릉=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23일 강원 강릉시청 재난상황실에서 김홍규 강릉시장(왼쪽)과 여중협 강원도 행정부지사가 강릉 가뭄 재난 사태 해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9.23 ryu@yna.co.kr
차세대 바닷물 담수화 기술인 태양열을 이용한 막증류법은 뜨거운 바닷물에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증기압 차로 미세한 구멍이 뚫린 막을 통과해 차가운 담수통에 응축되게 하는 기술이다.
기존 담수화 기술인 역삼투법이나 증발법보다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담수를 생산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이 높고 탄소 배출은 적다.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는 30% 줄이고 담수 생산 효율은 9.6% 높인 기술이다.
다만 실험실 수준 실증만 거친 초기 단계 기술인 만큼 장기 실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증은 이달 중 담수화 설비를 강릉으로 운반해 설치한 후 10월부터 11월까지 추진된다.
이밖에 강릉공공하수처리시설 내에서 바다로 흘려보내는 하수를 하천유지 용수 또는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하수처리 재이용 사업도 검토 중이다.
총사업비 354억원이 사업은 2027년 신규 사업으로 건의할 방침이다.
박상덕 강릉원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최악 가뭄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물그릇 등의 가뭄 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의 법과 제도는 주민의 생명 보호와 안전을 위해 마련된 만큼 모든 자연 재난에 철저히 대비하도록 살피고 준비하는 것은 결국 의사결정권자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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