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죽패랭이
선비들의 회갑 축하 선물용으로 주고받곤 하던 석죽도(石竹圖).
대개 바위 곁에 곧은 대나무가 그려져 있다. 바위처럼 무병장수하길 기원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나무 대신 패랭이꽃이 그려진 그림도 있다.
왜 많고 많은 꽃 가운데서 하필이면 패랭이꽃을 회갑 축하 그림에 그려 넣을까?
패랭이꽃은 거꾸로 뒤집으면 패랭이 모자와 흡사하니 그렇게 부를 만도 하다.
그런데 패랭이는 조선 시대에는 역졸, 보부상 같은 신분이 낮은 사람이나
상제(喪制)가 쓰던, 대오리를 엮어 만든 갓 아닌가! 그러니 더 아리송하다.
패랭이꽃 그림의 비밀은 ‘석죽(石竹)’이라는 한자 이름에 있다.
대나무처럼 줄기에 마디가 있대서 지어진 이름이다.
석죽도 하면 얼른 떠오르는 그림 한 폭.
18세기 풍속화가 단원 김홍도의 ‘황묘농접도(黃猫弄蝶圖)’,
볼수록 편안해지는 봄볕 따사로운 풍경화다.
노란 털빛의 고양이가 등 뒤의 호랑나비를 올려다보고 있다.
고양이 앞쪽 바위 곁에는 패랭이꽃과 제비꽃이 활짝 피어 있고….
어떤 사연이 담겼을까? ‘
뜻 두신 일, 뜻대로(제비꽃) 모두 이루시고, 70(고양이)세 80(나비)세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바위) 사시기를 축원(패랭이꽃)합니다.’(정민, ‘한시미학’)
중국어 발음이 똑같이 ‘주(zhu)’인 한자 ‘빌 축(祝)’자 대신
‘대 죽’자가 들어가는 석죽을 그려 넣은 것이다.
그러니 석죽은 이 그림에서 술어(述語) 부분에 해당한다.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회갑 선물에서 볼 수 있듯이
어르신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축수도(祝壽圖)임을 짐작하겠다.
패랭이꽃의 영어 이름은 카네이션.
중국산 석죽을 개량해 꽃송이를 키우고 빛깔도 여러 가지로 만들었다.
이 ‘양(洋)석죽’은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면 불티가 난다.
그 꽃말은 사랑, 모정, 감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