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중계 딱 4시간 쓰려고 93억 들여 수상도로 건설
예산 낭비 … 휘청대는 지자체 <상>

 

스포츠 이벤트에 등골 휜다
대회 끝나면 노는 시설들
국제승마대회로 246억원 손실 본 상주
매년 관리비로 1억5000만원 적자 쌓여

‘지방자치단체장이 국제스포츠행사 유치 아이디어를 낸다. 거의 모두 찬성 일색이다. 합심해 총력을 기울여서는 개최권을 따낸다. 그러나 막상 대회 후 정산을 해 보면 거액의 적자가 남는다’. 예외가 없었다. 국내 지자체들이 유치한 국제스포츠행사는 모두 이랬다. 대부분은 또 정부의 유치 승인과 국비 지원을 얻어 냈다. 유치지역 국회의원들이 나서 뛴 결과다. “말렸어야 할 적자 스포츠행사 유치를 정부와 정치권이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스포츠대회를 위해 수백억원을 들여 지어 놓은 시설물이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1회성이었던 셈이다. 심지어 행사 후 시설물을 유지·보수하느라 계속 돈이 들어 적자가 더욱 쌓여 가는 경우도 있다.

 

 

 

 


충북 충주시 탄금호에는 폭 7m, 길이 1.4㎞의 수상도로가 있다. 지난 8월 25일부터 9월 1일까지 이곳에서 열렸던 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위해 만든 구조물이다. 방송차량이 배를 따라가며 중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수상도로를 만드는 데 93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 시설을 이용한 것은 대회기간 중 딱 두 번, 총 3시간50분에 걸쳐서뿐이었다. 대회가 끝난 뒤 충주시는 수상도로를 산책로로 개방했으나 이용객은 하루 수십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달 22일 탄금호에서 만난 충주시민 김주형(44)씨는 “호수의 운치를 느낄 수 없는 콘크리트 도로에서 산책할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며 “대회 때 4시간 정도 쓰려고 100억원 가까운 예산을 낭비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조정선수권은 김호복(65) 전 시장이 유치했고, 수상도로 건설은 이종배(56) 현 시장 때 했다.

해외 중계 안 해 ‘도시 알리기’ 무색

  215억원을 들여 2010 상주세계대학생승마선수권대회를 치르려고 지은 경북 상주국제승마장 역시 애물단지가 되다시피 했다. 17만7000㎡에 실내외 승마장을 갖춘 이곳은 현재 시민과 관광객 대상 승마체험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용객은 뜸하다. 지난달 21일 오후 취재진이 들렀을 때 체험객은 대학생 4명뿐이었다. 승마장 측이 인근 대학에 개설한 승마교실 수강생이었다. 유료 이용객이 많지 않아 상주시는 시설 유지·관리비에서만 한 해 1억5000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그렇잖아도 국제승마대회를 치르면서 246억원의 손실을 봤는데 관련 적자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충주조정선수권과 상주승마선수권은 해외 중계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아 “애초부터 스포츠대회 유치의 본 목적인 도시 이름 알리기에 아예 뜻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골칫거리가 되고 마는 국제스포츠행사 유치는 대부분 지자체장이 의견을 내서 시작됐다. 전문기관이 이모저모 검토해 손익계산서를 뺀 뒤에 유치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다. 유치가 “단체장 업적 쌓기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2003년 대구 여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참관한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당시 조해녕(70) 대구시장에게 “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게 발단이었다. 다음은 일사천리였다. 대구시의회도 환영했다. 2005년 6월 유치위원회를 구성한 뒤 2011년 대회를 따냈다. 그러나 이 대회는 전체적으로 243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상주승마선수권 역시 이정백(63) 전 상주시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상주가 조선시대 영남에서 한양으로 갈 때 거치는 관문이어서 역마 보관소가 있었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한다. 이 시장은 승마장을 만들어 승마선수권을 유치하자고 시의회에 제안했다. 반대 없이 추진된 대회는 결국 큰 적자를 시에 안겼다. 이 시장은 승마대회가 열린 2010년 퇴임했다.

 박준영(67) 전남지사가 유치해 2010년부터 매년 열린 전남 영암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는 단발성인 다른 대회와 달리 수익성 조사를 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체육과학연구원이 보고서를 만들었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F1을 2016년까지 치르면 1112억원 흑자가 난다”고 했다. 그러나 F1은 현재까지 67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체육과학원 측은 “애초 2000억원이라던 경기장·인프라 건설비용이 4900억원으로 늘었고, 전혀 지출을 예상하지 않았던 TV 중계권료마저 전남도가 매년 수백억원씩 부담했기 때문”이라고 예상이 빗나간 이유를 설명했다.

F1 개최권료 깎다 내년 대회 못 열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견디지 못한 전남도는 F1 대회를 운영하는 포뮬러원매니지먼트(FOM)와 개최권료 인하 협상에 나섰다. 지난해 4370만 달러(약 503억원)였던 것을 올해 2700만 달러로 깎는 데는 성공했다. 이어 내년 개최권료를 2000만 달러로 재차 낮추려다 아예 내년도 개최권을 뺏겼다. 계약상 2016년까지 우선권이 있어 2015년에 다시 도전한다지만 쉽지 않다. FOM 측이 개최권료를 낮춰 줄 이유가 없다. 개최가 불가능해지면 4900억원을 들여 만든 경기장은 자칫 무용지물이 될 판이다. 국내 프로대회와 동호인대회용으로 경기장을 빌려주고 돈을 받을 수 있다지만, 올해 F1 조직위가 이처럼 임대를 해 올린 수익은 29억원으로 총건설비용의 0.6%에 불과하다.

 

1조 날린 지자체 스포츠 이벤트
흑자 행사 0건 … 생색은 단체장이 내고 빚은 주민에게 떠넘긴 셈

 

대회 한 번 열고 … 텅 빈 충주조정경기장

지난 8월 말 국제조정경기가 열렸던 충북 충주시 탄금호 경기장에 ‘출입금지’ 표지가 달려 있다.

대회 운영본부로 쓰였던 오른쪽 건물은 조직위원회 직원 몇 명만 남아 결산을 하고 있을 뿐 연말에 이들이 나가면 텅 비게 된다.

 853억원의 적자를 본 대회가 끝난 뒤 시설 또한 이렇게 놀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방자치단체들이 2010년부터 최근까지 자동차 경주인 전남 영암 포뮬러1(F1) 코리아 그랑프리 등 5개 국제스포츠대회를 열면서 1조원 넘게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각 지자체가 유치한 국제스포츠대회 결산서를 본지가 분석한 결과다. 대상은 2010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매년 열린 F1을 비롯해 2010 상주세계대학생승마선수권대회,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3 인천실내&무도아시아경기대회, 2013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였다.

이 중 흑자를 남긴 행사는 한 건도 없었다. 5개 대회를 통틀어 시설을 짓고 대회를 운영하는 데 든 비용은 총 1조2571억원. 반면 입장료 같은 수입은 2034억원으로 적자가 1조537억원에 이르렀다.

대회별 적자 폭은 4차례 행사를 치른 전남 영암 F1이 가장 컸다. 4년 누적적자가 6761억원이었다. 경기장 건립에 4932억원을 투입했고, 매년 수백억원 개최권료를 내가며 4년간 대회를 운영하는 데 3009억원을 들이는 등 총 7941억원을 썼으나 수입은 1180억원에 그쳤다. 다음으로 적자가 큰 것은 대구세계육상선수권(2430억원)이었다. 광역이 아니라 기초지자체가 개최한 충주세계조정선수권(853억원)·상주세계대학생승마선수권(246억원)도 수백억원대 손실을 냈다.

적자는 국가 지원을 받고, 지자체가 허리띠를 졸라매 자금을 마련하고, 그것도 모자라면 빚을 내 메웠다. F1 때문에 전남도가 새로 진 빚이 2975억원에 이른다. 이 중 1618억원을 갚고 1357억원이 남았다. 절반 이상 갚았다지만 아직도 남은 F1 관련 빚은 전남도 전체 채무 6660억원의 20%를 차지한다. 실내&무도아시아경기를 열었던 인천은 2014 아시안게임 시설 공사 등까지 겹쳐 빚이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대회 자체는 적자일지 몰라도 이를 통해 도시 이름을 세계에 알리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육상선수권이 열린 2011년 34만6958명에서 이듬해 34만3505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국을 찾은 전체 관광객은 14% 증가했는데 대구는 줄어든 것이다. 대구과학대 김형섭(관광경영학) 교수는 “일회성 스포츠행사로는 지역 브랜드를 알려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김종찬(52) 투자유치단장은 “해외에 나가 보면 특히 유럽에서 대구 인지도가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며 “효과를 누리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등골을 휘게 하는 국제스포츠대회는 자치단체장들이 치적 과시용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 성공하면 다음 번 선거 때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재정 문제는 유치 후 몇 년이 지나 실제 대회를 치른 뒤에나 드러나는 일이어서 차기 선거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 결국 유치에 성공하면 생색은 단체장이 내고, 나중에 생긴 빚은 주민들이 떠안는 셈이다.

 동아대 정희준(스포츠사회학) 교수는 “대형 스포츠행사는 최종 손실을 따져 지방 재정에 큰 타격을 줬을 경우 유치를 밀어붙인 인사들이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빚더미 인천, 아시안게임 뒤엔 '구조조정' 할 수도

그래도 줄 선 국제스포츠대회

지난달 21일 경북 상주시 사벌면 상주국제승마장 보조경기장 모습. 교관 홀로 장애물 넘기 연습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국제 스포츠행사로 인한 지자체 적자는 앞으로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5 광주여름유니버시아드대회,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초대형 행사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 준비 때문에 재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골병이 들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2008년 말 1조5431억원이던 채무가 지난 6월 말 기준 2조9706억원으로 거의 두 배가 됐다. 늘어난 빚 1조4275억원 중 약 1조2000억원이 아시안게임으로 인한 것이다. 경기장 등을 짓느라 걸머진 빚이다.

민간 자본 유치 실패로 부담 눈덩이

 아시안게임은 2006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안상수(67) 전 인천시장이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실제 이듬해 유치에 성공했다. 그렇게 한국은 1986년 서울, 2002년 부산에 이어 30년이 채 안 된 사이 아시안게임을 세 번 여는 나라가 됐다.

 문제는 유치 성공 뒤에 벌어졌다. 정부는 2002 월드컵을 치른 문학경기장을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으로 활용하라고 권했지만 당시 안 시장은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겠다”며 새 경기장을 고집했다. 하지만 업체를 구하지 못했고, 결국 주경기장 공사비 4900억원을 시가 떠안게 됐다. 이에 더해 배구장·수영장 등 10여 개 경기장을 짓느라 부담은 더 커졌다. 경기장에 대회 운영비까지 합쳐 인천시가 아시안게임에 쓰는 돈은 총 2조35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내년에 쓸 돈만 5750억원이다.

‘재정위기’ 지정 땐 정부서 예산 간섭

 3조원 가까운 인천시의 빚은 내년에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인천시가 추산하는 채무 규모는 내년 말 기준 3조3000억원이다. 이렇게 되면 자칫 지자체 최초로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되는 불명예를 뒤집어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천시에 따르면 내년 말 시의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39%로, 지자체 재정위기 단체 지정 요건인 40%까지 불과 1% 포인트를 남겨두게 된다. ‘빚이 지나치게 많다’는 재정위기 단체가 되면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 때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실상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인천시는 재정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국비 지원에 매달리고 있다. 나랏돈을 받아 빚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인천 지역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돼 아시안게임 각종 시설비의 국비 지원 비율을 기존 30%에서 70%로 높이는 내용의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인천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반발에 부닥쳐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인천시 재정위기 비상대책 범시민협의회 신규철 홍보위원장은 “빚이 엄청나게 늘어난다고 코앞에 닥친 아시안게임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그러나 대회 유치를 치적으로 내세운 이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 빚과 예산에 짓눌려 다른 사업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뒤에 열리는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가 무산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대회 개최 비용으로 최소 1027억원이 들어가지만 현재 확보한 예산은 국비 599억원밖에 안 돼서다.

광주선 ‘정부 재정 보증서’ 위조 논란도

 2015년 7월 여름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를 여는 광주광역시도 행사개최 부담에 억눌리기는 마찬가지다. 이 대회에 들어갈 사업비는 경기장 건립비 등 모두 8171억원. 국비 지원이 있다지만 4330억원을 광주시가 마련해야 한다. 광주시는 가능한 한 허리띠를 졸라 재원을 마련하고 빚은 500억원 정도로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스포츠 행사에 전력을 쏟는 바람에 시민을 위한 주요 사업이 뒷전에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표(52·민주당) 광주시의원은 “유니버시아드대회로 인해 소방도로처럼 꼭 필요한 인프라 건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광주광역시는 지난 7월 또다시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약속한 적이 없는 ‘재정지원 보증서’를 만들어 국제수영연맹(FINA)에 보내는 바람에 문서 위조 파문이 일었다.

 수영선수권대회는 유니버시아드 경기장을 이용한다지만 그래도 광주시는 929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광주시는 이 중 30%인 278억원을 국가 지원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어 대회 준비와 개최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회 조직위는 "흑자" … 착시 부르는 그들만의 셈법

지자체서 내놓은 돈 수입으로 잡고
경기시설 또 쓸 거라며 비용서 빼고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2430억원 적자를 냈다. 각종 시설 건립에 1398억원, 대회 자체 운영에 1691억원 등 3089억원을 쓴 반면, 입장료와 기부금 같은 순수 수입은 659억원에 그쳤다. 그런데 지난해 5월 세계육상선수권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결과는 정반대로 ‘510억원 흑자’였다. 셈법이 전혀 달라서였다. 조직위는 우선 시설 건립비 1398억원을 비용에서 뺐다. “나중에도 쓸 수 있는 인프라여서 순전히 대회만을 위해 들인 돈이라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시설 건립비는 월드컵경기장을 주경기장으로 쓰기 위해 육상 트랙을 깔고 전광판을 최신형으로 바꾸는 등에 쓴 비용이었다. 이를 제외하면서 지출이 1691억원으로 줄었다.

 반대로 수입은 불어났다. 우선 대구시가 내놓은 802억원이 ‘수입’으로 잡혔다. 대구시 허리를 휘게 만든 지출이지만, 조직위가 볼 때는 수입이라는 이유에서다. 국가가 지원한 740억원 역시 수입란에 올랐다. 그러다 보니 흑자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는 것은 다른 대회·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경북대 이정래(스포츠사회학) 교수는 “육상선수권 결산 셈법은 대회 조직위의 시각에서만 본 것”이라며 “지자체, 나아가 국가사회 전반의 손익을 따지려면 지출한 총 비용과 대회 순수 수입을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시설 또한 대회를 치르고 난 뒤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 많은 만큼 시설 건립비도 일단은 비용으로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렇게 따졌을 때 대구육상선수권은 2430억원 적자”라고 했다.

 사실 대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하며 더 많은 돈을 썼다. 유치를 조건으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 “국제 규격 실내육상경기장을 짓겠다”고 약속한 것. 올 6월 완공된 대구육상진흥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센터를 만드는 데 732억원이 들었다. 이 비용까지 따지면 대구세계육상선수권으로 인한 적자는 3000억원을 넘는다

 

 


두달 새 180도 바뀐 오투리조트 계획서

예산 낭비…휘청대는 지자체 <중>

 

엉터리 수요예측
2003년 8월 "25년간 투자비 회수 못 해" → 10월엔 "15년이면 회수"

주말인 지난 7일 강원도 태백시 오투리조트 스키장. 12개 스키 슬로프 중 초보자용 등 2개에서만 드문드문 스키를 타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 방문객은 모두 300여 명. 자동차로 30분 떨어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스키장에는 같은 날 그 30배가 넘는 9400여 명이 왔다. 오투리조트는 이렇게 손님이 없어 지난해에만 200억원의 적자를 봤다. 공사대금 때문에 진 빚까지 더해 오투리조트를 운영하는 태백관광개발공사는 현재 채무가 3400억원에 이른다. 파산 직전이란 말도 나온다. 파산하면 공사에 1490억원 보증을 서준 태백시 재정에 금이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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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시에 막대한 부담을 안기고 있는 오투리조트 사업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여기엔 미스터리가 있다. 애초 사업 추진에 부정적이던 보고서 내용이 두 달 만에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오투리조트 사업을 검토한 최초 보고서엔 “문을 열고 25년 뒤까지도 투자한 돈을 거둬들이지 못한다”고 돼 있다. 태백시의 용역을 받은 도화종합기술공사(현 도화엔지니어링)가 2003년 8월에 낸 보고서다. 그러나 태백시와 태백관광개발공사는 그해 10월 발표한 ‘서학레저단지(현 오투리조트) 조성사업 기본계획(안)’에서 “15년이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고 했다. 태백시 보고서는 도화의 그것과 표지가 똑같고 형식도 비슷하다. 도화 보고서를 바탕으로 만든 축약본 격이다. 그런데 결과는 “사업성 없다”에서 “있다”로 180도 바뀐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오투리조트는 2004년 공사에 들어갔다.

 유태호(50) 태백시의원은 “첫 보고서로 인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게 되자 지자체가 숫자를 적당히 바꿔 사업성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조트를 추진한 태백시 관계자들은 이를 부인한다. “애초부터 사업성이 있다고 평가됐다. 부정적 보고서는 금시초문”이라는 것이다. “사업성 없다”는 보고서가 태백시의회 자료실에 비치된 것인데도 그랬다. 홍순일(76) 당시 태백시장은 “처음부터 사업성이 인정됐다. 분석 내용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유태호 의원은 “ 지자체 재정에 엄청난 타격을 입힌 사안인 만큼 오래 지났지만 사업성 결론이 뒤바뀐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풀려진 수요예측=빗나간 사업성·수요예측 때문에 골치를 앓는 것은 태백시뿐이 아니다. 지자체가 추진한 대형사업 중 수요예측이 맞아떨어진 건 한 건도 없다. 2005년 이후에 준공됐고, 총사업비는 1000억원을 넘는 8개 도로·다리·경전철·리조트의 수요예측과 실제 자동차 통행량 등을 본지가 비교한 결과다. 실통행량이나 이용객 수는 예측의 6∼71%에 머물렀다. 수요예측이 크게 부풀려진 것이다. 지난 4월 개통한 경기 용인경전철은 하루 이용객이 평균 16만1000명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는 그 6.2%인 1만 명 정도에 그쳤다.

 지자체들은 뻥튀기 수요예측으로 인해 손실을 보고 있다. 민간 자본을 끌어들인 사업이 그렇다.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민간사업자가 통행료 등을 거둬 투자금을 회수하되 통행료 수입이 예상에 못 미치면 차액을 물어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이 부풀려졌으니 실제 통행료 수입이 예상만큼 나올 리 만무하다. 본지가 집계한 대형 사업에서만도 수요예측 잘못 때문에 지자체들이 민간사업자에 물어준 돈이 263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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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경전철 보전금 손실 2조원=1조원을 들여 2011년 9월 운행을 시작한 김해경전철은 개통 첫해 하루 평균 17만6000여 명이 탑승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17.5%인 3만800명이었다. 지금 상태라면 부산·김해시는 2031년까지 운영권을 쥔 민자사업자에 총 2조1000억원을 물어줘야 할 판이다.

 김해경전철 추진 당시 국회의원으로 반대활동을 했던 김맹곤(68) 김해시장은 이런 말을 전했다. “정부 산하 한국교통연구원이 엉터리 예측을 했다. 그래서 정부에 ‘이런 예측으로 골탕을 먹이느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김해시가 해달라고 매달려 사업이 추진됐다’더라.” 당시 김해시 관계자들이 어떻게든 사업을 추진할 목적으로 과장된 수요예측을 부추겼다는 소리다. 이에 대해 경전철을 공약하고 추진한 송은복(70) 전 김해시장은 “타당성이 있다고 교통연구원이 독립적으로 예측한 것”이라며 “ 시가 연구원에 로비를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실수요가 예측치의 6%밖에 안 된 용인경전철에 대해서도 수요예측을 했다.

 경희대 정창수(44·나라살림 연구소장) 교수는 “지자체 대형 사업은 추진 당사자와 손익 내역 등 정보를 상시 공개하고, 수요를 과다 예측한 용역 수행자와 지자체 담당자 등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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