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좋은 길벗과 같은 길을 걷는 즐거움은 산이 주는 그 즐거움에 비견됩니다.백담사어둠이 짙은 산사는 조용한데한켠에 차를 세우고랜턴을 밝히고 어둠을 가로질려 산길을 더듬어 갑니다.
이제 단풍이 산 아래로 남하를 시작하고계곡의 기암괴석들은 대부분 흰빛. 울창한 전나무 숲의 완만한 길을 따라나무계단을 올라서자 곧 갈림길
수렴동대피소왼쪽이 가야동, 오른쪽이 수렴동계곡두 계곡 사이로 난 암릉이 용아장성 입니다.
단풍과 어우러져 계곡미의 절정을 이루는 설악산의 대표적인 단풍길
가로지른 철다리는 떠밀려 계곡을 가로막고철계단을 올라 쌍폭에 이릅니다.
쌍폭, 본래 이름은 쌍룡폭50여m 높이 규모의 쌍폭은 구곡담을 대표하는 폭포.폭포 맞은편 전망대에 올라서면 마치 협곡에 갇힌 기분입니다.
용아폭과 용손폭을 거느리고 봉정골의 구곡담과 청봉골의 십이폭이 합류하는 Y형의 폭포로서 왼쪽을 여폭(25m), 오른쪽을 남폭(50m)이라고 부르죠.
골짜기 양옆은 절벽이 치솟고 위로는 거대한 쌍폭이 가로막고 아래로는 용아장성 어깨능선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쌍폭의 가파른 철계간을 오르며 가을의 단풍과 암릉의 어우러짐을 보는 것은 행운입니다.
구곡담전망대에서 철다리를 타고 폭포 위로 올라서면 초록물빛이 감도는 구곡담
사태골과 청봉골 합수지점까지 이어지는급경사 바위길을 올라갑니다
사자바위사태가 자주 일어난다는 사태골제법 가파르죠 고갯마루에서 왼쪽으로 가면 봉정암 입니다.
봉정암(1244m)산은 옛 산이로되 절은 옛 절이 아닙니다. 확장과 치장으로 옛날의 모습을 잃어버렸느니까요. 국내 사찰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5대 적멸 보궁의 하나로 봉황이 알을 품은 듯한 형국의 산세에 정좌하고 있는 봉정암은 거대한 바위를 중심으로 가섭봉·아난봉·기린봉·할미봉·독성봉·나한봉·산신봉이 감싸고 있습니다.
화가들은 봉정암을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오층석탑은 부처의 뇌사리를 봉안하였다고 하여 ‘불뇌보탑’이라고도 부르며신라 선덕여왕때 자장이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의 진신사리와 금란가사를 봉안하여 창건하였습니다.
소청대피소숲이 가득한 가파른 산길에는봉정암에서 배어난 화장실 냄새로 역겹습니다길은 패어지고 너덜길소청산장은 지금 시장판입니다
산장 구석에서 점심을 먹고제법 가파른 힘든 구간을 다시 오릅니다
소청머리엔 자연석을 깔아 새로 정비했습니다대청을 바라보며 잠시 쉬고...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길앞이 보이지 않는 긴 행렬등산객에 밀려 하산길이 지체됩니다
희운각대피소오르고 내리는 인파로 샘터가 바쁩니다하산길에 잃어버린 시간으로야영준비를 위해 수통마다 가득 채우곤부지런히 자리를 떠납니다
무너미고개(1.020m)건너로 화채능선이 가깝게 보이고오른쪽 아래길은 천불동계곡으로 빠지는 길, 직진으로 난 소로에 "위험 탐방로" 라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알록달록 여러 리본이 달린 초입길은 평범하고 부드러운 오솔길이죠 거침없는 바람이 올라오는 능선에서야영준비를 합니다
야영오랫만에 바라보는 별자리같은 길을 함께 걷고 함께 땀흘리는 동안 어느새 하나 되어 나누는 그간의 밀린 얘기 그리고 정겨움..바람소리를 따라 겨울추위가 밀려듭니다종일 걸어온 피곤으로 어느새 잠이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