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에게서 야성을 배우자


농사에 있어서 잡초는 큰 일거리이다.

예전엔 이 잡초들을 손으로 다 제거했었지만,

지금은 과학의 힘을 빌어서 해결하고 있다.

요즘 새롭게 문제가 되는 잡초는 저항성 잡초이다.

항생제를 남용으로 인한 슈퍼박테리아가 발생하여 항생제 치료효과가 없어지듯이,

제초제를 사용해도 제초효과가 생기지 않는 저항성 잡초가 발생했다.

오랫동안 같은 계통의 제초제를 계속 사용하면 나중에는 그 제초제가 살포해도

잡초가 죽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를 저항성 잡초라고 한다.

우리나라 논잡초의 경우에는 물달개비, 알방동사니 등이

설포닐유레아계(SU계)의 약제에 대한 저항성이 나타나고 있어

잡초방제의 새로운 문제거리가 되고 있다.

따라서 같은 계통 대신 다른 계통의 약제를 번갈아 사용해야 한다.

잡초는 뭘까? 원하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풀이다.

즉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상대적인 기준이다.

잡초의 대명사인 피도 예전에는 작물이었고,

예전에 작물이었던 달맞이꽃이 지금은 잡초이다.

벼농사에 있어서 왕골은 잡초이지만,

반면에 왕골농사를 하는 논에서는 벼가 잡초이다.

잡초는 씨를 뿌리기는커녕 해마다 제거하는 데도 끊임없이 발생하는 까닭은 왜일까?

잡초종자는 크기가 작고, 이동성도 높으며,

휴면성도 복잡하여 오랜 기간 동안 생존할 수 있으며, 특히 종자생산량이 많다.

한 그루에서 보통 수백~수백만 개의 종자를 생산하며, 미숙한 종자라도 발아할 수 있다.

토양은 종자은행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잡초의 종자는 땅 속에서 오랜동안 휴면하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발아하며 번식한다.

그러므로 잡초를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잡초는 분명 농사를 힘들게 하는 경쟁자이다.

그렇다고 해서 잡초를 모조리 없애려고

제초제를 마구 살포하다가는 인간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잡초의 씨를 말리겠다는 욕심은 오히려 농약중독, 토양오염, 노동력 낭비 등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잡초는 어쨌든지 잡초의 근성대로 살아날 것이다.

농작물은 잡초의 싸움 상대가 되지 못한다.

농작물은 인간의 돌봄이 없다면 잡초에게 KO패를 당할 운명이다.

농작물은 생산을 위해 자라지만 잡초는 생존을 위해 자라기 때문이다.

농작물은 식량을 생산하기 위한 인간에게 길들여진 맞춤식물인 반면에,

잡초는 스스로 생존력을 터득한 야생식물이다.

식량을 위해 농사를 짓는 인간에게 있어서 잡초는 골칫거리이지만,

잡초의 삶에 대한 의지와 야성은 배울 만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빌려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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