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깨수확

여름내 무성하던 들깨

반은 모종이 녹아버리고

그나마 남은게 실하게 익었습니다

노랗게 잎이 변해가고 꼬투리가 까맣게 영글어가는데

언제 베어내야 하는지 모르니

무조건 베어내 바닥에 깔아놓았습니다


며칠후 날씨가 추워진다는데

서둘러 타작을 합니다

보통은 도리깨질을 해서 깨를 터는데

도리깨도 없고 둘이 나란이 앉아 탕탕 쳐 대야 했습니다.

처음으로 해보는 일이 재미도 있었지만

서투른 솜씨 탓에 손을 때리기도 하고 엉키기도 하며

초보의 못짓으로 작업을 하다보니 힘은 곱배기로 드는 듯 합니다.

들깨가 쉽다고 했는데 이것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두드리는게 장난이 아닙니다

반복되는 단순노동이라 지루하기도하고

팔이 아파오지만 어쩝니까



올해에는 들깨가 형편없이 안 여물었다고들 하는데,

뽀얗고 잘 여문 들깨가 잘 쏟아집니다.

키가 작은 들깨일수록 들깨 알은 더 크고 잘 여물었습니다.

코끝을 스치는 들깨 특유의 향긋함과 고소함이

먼지는 나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초보농군이 이게 어디야~



깨를 털고 나면 어떻게 선별하는지

인터넷에 물어봅니다

얼개미(굵은체)질을 해서 검불을 선별해야 한다는데...

풍구가 없으니 선풍기로 잔 검불을 모두 날려보내야 하는데

두번이나 반복 작업을 해도 선별은 커녕 깨만 날려보냅니다

키질

어려서 할머니가 하시는 일을 옆에서 보기는 했는데

이거 보통 기술이 아닙니다

아래위로 흔들어대면 깨는 뒤로 가고

검불이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어쩐일인지 우린 반대로 되는 겁니다

깨는 앞으로 나가고 검불은 뒤로 모이고..

에이, 내가 해볼게~

둘이서 교대로 재주를 부려보지만 어림없습니다

마무리 손질에 점심조차 늦어지는 하루가 되었습니다.

포기하고

동네 할머니에게 부탁하려고 자루에 담아놨는데

...한마디로 기가 막힙니다!!^^



정말이지 농사는 쉬운 게 하나도 없나봅니다

겨우 이거 수확하기위해 그 많은 공정을 거쳐야했기에

땅 갈고, 씨 뿌리고, 뽑아서 모종심고,

풀 뽑고. 낫으로 베고, 묶어서 세우고, 말리고, 털고, 선별하고

다시 말려서 방아간에 가져가야 맛있는 기름을 먹을 수 있습니다

수입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고, 오히려 밑지는 농사이지만,

해마다 거르지 않고 심을 수 밖에 없는 작목중의 하나입니다.

내년엔 잘 해봐야지 다짐을 해봅니다만

별 수 있겠습니까.

키질부터 배워야 깨농사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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