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가을입니다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이었습니다. 여름이 영원히 계속 될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더위는 실종되었고, 대신 선선한 가을이 웃고 있습니다.
자연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사람의 힘으로는 언감생심 생각도 하지 못할 일입니다.
때가 되니, 여름은 멀어졌습니다.
여름이 극성을 부리던 그 자리를 가을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찬이슬 머금은 국화꽃 향기가 그윽해지면서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집니다.
기온이 더욱 내려가 늦가을 서리 내리기 전에 추수를 끝내려고
농촌은 바쁘기 그지없습니다.
요즘 농촌은 잘 익은 호박 따랴, 벼 수확하랴,
서리 오기 전에 고추 따랴, 깻잎 따랴, 고구마 캐랴 정신이 없습니다만
남들과 달리 우리는 야생화 돌보기에 바쁩니다
애써 가꾼 들꽃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씨앗채취하랴
이곳저곳에 널부러진 가을꽃들을 한곳으로 모으고
밭을 새로 일구고 가을 파종을 준비합니다
우리부부도 고단한 몸을 추스를 사이 없이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밭에서 지냅니다.
벌개미취
종자가 다 익었습니다.
데이지가 넘쳐 이젠경계를 넘어갑니다
올 여름 진한 웃음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던 글라디오라스
겨울을 무사히 이겨낼것으로 기대를 해 봅니다
좀씀바귀
금불초가 여기저기...
내년 여름엔 노란색으로 온 바닥을 채울것입니다
꽃범의꼬리는 여름부터 지금까지 주욱 이어집니다
숲에는 물매화가 숨어있습니다
알프스민들레도 봄부터 계속 꽃대를 세웁니다
인동은 이젠 덩굴이 무성해지고
꽃이 지는 날이 없습니다
상록패랭이
억새와 함께 숨어있는 물매화
여름내 행여 다칠새라 가꾸느라 잡초를 제거하지 못한채 방치했는데
꽃이 지는 가을에서야 정리를 하기로 합니다
이곳저곳에서 피어나 흩어져있는 용담,자주쓴풀
그리고 삼지구엽초를 한곳으로 모으고
파종밭으로 일구고씨앗들을 심어놓습니다
용담
자주쓴풀
삼지구엽초
농장엔 전혀 배암이 없었는데
정확하게 목줄기를 물린채 죽어있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무슨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지난 여름에 파종한 야생화들도
이젠 겨울나기를 준비합니다
내년봄에는가까운 지인들에게 나눔할 생각입니다
마가렛트
범부채
매발톱
봄이되면 포트로 옮깁니다
삽목했던 기린초
꿀풀.. 흰색,자주색 믹스입니다
필요하신분 무제한 제공합니다..ㅎ
궁노루엉겅퀴
용머리
에케네시아
버마스쿰
꽃이 지고난 꽃무릇은
다시 심어 내년을 기약합니다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는 야생화들
특히 연못에 있는 수생식물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연꽃과 수련은 이미 꽃대가 사라지고 잎조차 말라버렸고
앵무새깃, 부레옥잠등 물에 떠다니는 식물은 걱정입니다
매화. 올봄에 5대를 시험용으로 심어 3대를 살렸습니다
과연 영하 25도를 내려가는 이곳에서 살아남을런지...
만약 살아날수 있다면 내년엔 농장 한구석을 매화밭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가을에 파종한 야생화 입니다
종자를 구하는 차례대로 파종을 합니다
어휴, 이걸 언제 다심어.
제가 이곳에 터잡은 이유중의 하나가
앞에는 저수지, 뒤에는등산을 할수있는 봉화산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언덕에 오르면 생태를 공부할수 있는 아름다운 언덕이 있습니다
하루종일 일만 할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뒷산을 올라가 보기로 합니다
마당앞에 있는 용두암저수지
어디냐고 묻지마시고...
전국 어디에서나 네비양이 친절하게 가르쳐 줍니다
봉화산(875m)
국토정중앙 가는 도솔지맥 중간에 있습니다
산줄기 서쪽으로 흐르는 물은 파로호 북한강 본류로 들고
동쪽으로 흐르는 물은 소양강으로 흘러들어 춘천에서 합류합니다.
춘천지방에서 가장 조망좋은 봉화대가 있는
작지만 매운산.. 체력훈련엔 그만입니다
가끔씩 올라와 쉬는 뒷산 언덕위에 있는 山자형 바위입니다
여기서50m정도에 산삼썩은 물이 일년내내 흘러내립니다
억새가 가득한 정말 아름다운 언덕입니다
휘파람이 절로 나옵니다
물론 보존이 잘되어있는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마지막 걍 비탈을 올라서면
봉화산으로 가는 지름길이 이어집니다
숲속엔 야생화가 가득하고 송이버섯도 있고
진달래도 피어나는 전형적인 울나라 숲길입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꽃입니다. 가을꽃이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마치 손짓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꽃들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꽃들의 모습에 취해 있으니,
시간 가는 것을 잊어버립니다.
산촌에 살면 갑갑할까요?
갑갑하게 생각하는 사람만 갑갑합니다.
이 가을의 맑은 하늘도, 밤하늘의 초롱초롱 빛나는 별도,
날마다 쉬지 않고 뻗어 나가는 덩굴의 생명력을 보는 것도,
흙길을 밟고 걸으면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것들은
산촌이 아니면 느끼고 보고 할 수 없는 소중한 문화생활이요,
밝은 살림살이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