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생선 이야기
고등어의 헤엄 속도
고등어의 평균 시속은 3∼9㎞다. 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대에 달리는 황영조보다는 느리다.
육상과는 달리 바다에선 물의 저항이 커서다.
물에서 1500m를 14분대에 헤엄치는 박태환과 비슷한 속도다.
고등어와 멸치의 공통점
둘 다 머리에 ‘블랙박스’가 있다는 것이다.
고등어·멸치·갈치·명태·조기처럼 단단한 뼈를 가진 모든 생선(경골어류)은
귀 속에 이석(耳石, otolith)이란 귓돌을 갖고 있다. 칼슘·단백질이 주성분인 뼈 같은 물질로
몸의 균형을 감지하는 평형기관의 역할을 한다. 이석을 쪼개거나 갈아서 단면을 보면
나무 나이테 같은 무늬가 있어 나이(연륜)를 알아낼 수 있다.
심지어 생일까지 말해주는 일일성장선(일륜)도 보이는데 이석 연구를 통해 드러난 생선 수명은
뱀장어는 13년, 조피볼락(우럭)과 가자미는 8년, 고등어는 5년까지 생존하는 것을 확인
멸치의 수명
2년 사는 사례도 봤다. 떼를 지어 다니는 멸치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여기는 것 같다.
작고 힘없는 멸치는 대가족을 이뤄 알을 많이 낳고 일찍 성숙해야 종(種)을 보전할 수 있어서다.
어민들은 이를 역이용한다. 어군탐지기를 이용해 멸치 떼를 발견한 뒤
그물을 던져 ‘한방’에 잡는다. 이때 멸치 입장에선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홍어는 일부일처의 상징
수홍어는 낚싯바늘을 물고 발버둥치는 암컷을 덮친다. 둘 다 낚싯줄에 끌려 올라오기도 한다.
그래서 암컷은 낚시, 수컷은 간음 탓에 죽는다는 말이 나왔다.
홍어는 철저한 일부일처주의자이므로 이들의 행위는 음란함이 아니라 ‘순애보’다.
암컷은 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4∼6개의 알을 낳는다.
홍어는 암컷이 크고 맛이 뛰어나며 가격이 비싸다.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
홍어 수컷의 생식기는 꼬리 시작부위 양쪽으로 두 개가 툭 삐져나와 있다. 가시도 붙어 있다.
옛 뱃사람들은 생식기가 조업에 방해될 뿐만 아니라 가시에 손을 다칠 수도 있어
잡자마자 배 위에서 생식기를 칼로 쳐 제거했다.
홍어 거시기를 비하한 것은 이런 조업 행태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수컷의 생식기가 하나가 아니라 두 개란 점에서 그런 말이 생긴 것이 아닌가 싶다.
꽁치는 서리가 내려야 제 맛이 난다
꽁치는 전어처럼 계절에 따라 지방 함량이 달라진다.
10∼11월엔 지방 함량이 20% 정도를 차지한다.
과메기
과메기는 원래 청어로 만들었다. 지금은 대개 꽁치로 만든다. 초겨울에 잡은 청어나 꽁치를
그늘에서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하면 과메기가 만들어진다.
수산물을 말릴 때 날씨가 너무 추우면 살이 팍팍해져 맛이 떨어지고 따뜻하면 상해 버린다.
명태는 현상수배를 해야 할 만큼 귀한 ‘생선님’.
명태는 동해에서 가장 어획량이 많았던 생선이다. 80년대 초반엔 15만 t까지 잡았다.
90년대에 1만여 t으로 급감했고 2008년엔 공식 어획량이 ‘0’이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인공 종묘를 생산해서라도 명태 자원을 회복시켜보려고 애를 썼지만
알을 받아낼 어미를 확보하기도 힘들었다. 할 수 없이 마리당 현 시가의 10배를 주겠다며
‘현상수배’를 한 적도 있었다.
노가리도 명태
노가리는 1년 정도 자란 작은 명태다. 또 다른 노가리는 농담(弄談)의 농자에 접미사
‘가리’가 붙어 노가리가 됐다고 한다. 악의 없는 농 짓거리를 할 때 흔히 ‘노가리를 푼다’고 표현한다.
노가리가 어린 영계(?)로 맛은 있을지 몰라도 명태 자원이 사라진 요즘,
노가리를 잡아선 ‘아니·아니 아니 되오’다. 노가리가 자라서 알을 낳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귀
아귀는 물메기·곰치와 함께 못생긴 생선 ‘3총사’다.
과거엔 살이 물컹물컹하고 특별히 맛이 있는 생선이 아니어서 그물에 걸리면 바로 버렸다고 한다.
이때 아귀가 물에 떨어지면서 ‘텀벙’ 하고 소리가 난다고 하여 별명이 ‘물텀벙’이다.
그러나 지금은 웰빙식품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으니 ‘인생 역전’이다.
아귀는 저지방 식품인 데다 콜라겐이 풍부해 건강에 이롭다.
고등어·명태·갈치·오징어의 공통점
넷 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수산물이면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국내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명태도 회유 경로상 문제 될 것이 없다.
넙치·가자미·우럭 등 정착성 어류는 방사능과는 무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