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만남, 텃밭의 검은비닐을 걷어라
[호미로 도시를 경작하라] 봄농사에서 비닐은 필요하지 않다
비닐을 씌우지 않고 감자를 심고 있는 도시농부들
ⓒ 오창균
감자

"감자를 왜 그렇게 심어요? 비닐을 덮어야지 잡초 때문에 농사가 안 돼요."

해마다 농사가 시작되면 귀가 따갑게 듣는 말 중에 하나가 비닐을 씌우지 않는 것에 대한 주변의 다양한 목소리들이다. 한편에서는, 석유값 폭등으로 그것을 원료로 하는 비닐값이 많이 올랐다며 투정을 하면서도 농사에는 꼭 필요한 것으로 받아 들인다.

비닐 없이는 농사가 안된다?

몇년 간의 경험으로 보면, 봄 농사에서 비닐은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주말농사 수준의 작은 텃밭에서는 더욱 그렇다. 5~10평 규모의 텃밭에서 비닐은 농사에 꼭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도시 농부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개가 처음 농사를 배울때 비닐을 이용하는 농부에게 배웠거나 관행 농업기술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기관에서 교육받은 경우가 많다. 비닐을 사용하는 이들은 또한 화학비료 없이는 농사가 제대로 안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도 하다.

농사는 3월 말에서 4월 초부터 감자를 시작으로 잎채소들을 파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때의 밭은 벌거숭이 산처럼 맨 흙이다. 비닐을 씌워야 하는 이유인 풀이 본격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하는 때는 절기상으로 소만, 망종 때인 5월 중순에서 6월 초순경이다. 그 전에 올라오는 풀들은 냉이와 같은 나물로 먹을수 있거나 농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 억세지 않는 풀들이 대부분이라서 한두 번의 김매기로 정리를 할 수 있다. 한포기의 풀이라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라면 농사를 짓는 목적에 대해 한 번쯤 깊은 고민을 해보기를 바란다.

감자를 심은 고랑으로 쌈채소 씨앗을 파종하면 풀자람을 억제하고 수확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오창균
파종

감자를 캔 고랑에는 풀이 한창 자라고 있으며 풀과 함께 키운 작물은 병해충이 없다.
ⓒ 오창균
병해충


5평에서 50평만큼 수확하기

잎채소류는 파종후 한 달이 지나면 솎음을 하면서 수시로 손바닥만한 잎을 딸수가 있으며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6월 말~7월 초에 감자와 함께 최종 수확을 한다. 이때까지는 비닐을 씌우지 않고도 풀을 이길수 있는 농사 방법을 소개한다.

농사에서는 사이짓기라는 농법이 있다. 주작물 사이에 보조 작물을 심어서 병해충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이용하는 친환경농법이다. 이것에 더해서 작은 텃밭 농사에서는 땅을 효율적으로 이용해서 작물 수확을 늘리고 풀도 방지할 수가 있어서 반드시 권장하고 싶은 농법이다.


사이짓기는 재배시기가 비슷하거나 병해충을 막아주는 궁합이 맞는 작물을 선택하는데, 감자를 예로 들자면 상추처럼 잎이 넓게 퍼지는 잎채소가 딱 맞는 궁합이다. 감자를 심은 두둑과 고랑사이에 상추씨를 뿌려놓으면 풀 보다 먼저 잎을 키워서 풀을 제압한다.

낮게 자라는 고구마는 신문종이를 이용해서 덮어주면 초기에 풀을 억제할 수 있다. 신문지의 접힌 부분을 오려내고 고구마잎이 밖으로 나오도록 씌워주고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흙을 덮어준다.
ⓒ 오창균
신문

신문종이를 이용해서 초기에 풀자람을 억제해주면 고구마잎이 덩쿨을 이루면서 풀을 이기게 된다.
ⓒ 오창균
고구마

풀과 함께 어우러지는 농사를 지어보자

5월이 시작되면서는 여름 작물인 고추, 토마토, 고구마를 주작물로 심게 되는데 이때 심는 작물들은 풀과 함께 성장하게 되므로 초기에 풀자람을 억제할 필요가 있으며 이때가 검은 비닐의 유혹이 가장 강할 때이기도 하다. 고추, 토마토는 어른키만큼 크기 때문에 초기에만 풀자람을 억제해주면 되지만 땅에 붙어서 낮게 자라는 고구마는 풀을 제압하지 못하면 제대로 키울수가 없다. 여름작물의 초기생육때에는 신문지를 이용하거나 풀을 베어서 덮어주면 작물이 풀과 함께 힘을 겨룰수 있을때까지 보호를 해줄 수 있다.

감자는 한 달이 지나면서 흙위로 새싹을 틔우고 점차 잎을 키워 그늘을 만들기 때문에 풀이 제대로 힘을 못쓰게 만든다. 잎채소는 양분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함께 키우더라도 감자생육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쯤 감자를 심었거나 심을 예정이라면 감자를 심은 고랑에 잎채소씨앗을 파종하여 풀 자람도 막고 텃밭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잎채소도 풍성하게 수확하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누려보는 농사를 지었으면 한다.

숨 막히면 '고통'... 흙도 마찬가지입니다
[호미로 도시를 경작하라] 검은 비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12.04.16 10:17 ㅣ최종 업데이트 12.04.16 12:07 오창균 (ockhh)

흙을 덮고 있는 검은 비닐로 인해 토양 속 생태계와 작물은 위험에 빠진다
ⓒ 오창균
검은비닐

석유를 원료로 하는 농업이 시작되면서 화학비료·농약과 함께 농사용 비닐은 경작규모가 크거나 작은 농사는 물론, 친환경 유기농업에서도 비닐 사용은 허용되고 있다. 그런 만큼 그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노동력이 절대 부족한 농촌의 현실과크고 때깔 좋은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의 구매욕구와 맞물려 있다.최근 도시농업이 확산되면서 개인 텃밭과 주말 농장에도 심심찮게 검은 비닐이 등장하고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

흙속의 세상을 알게되면 생각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검은 비닐의 사용 목적은 농작물 이외의 식물(풀)을 통제하는 수단으로서 가장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그 폐해는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왜곡돼 있다.사용자들은 비닐사용의 장점으로'햇빛을 차단시켜 풀이 자라지 못하게 해양분을 작물에 집중시키고, 흙의 온도를 높여 작물의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음'을 꼽는다. 또한, 흙 속의 수분이증발되는 것을 비닐로 차단해수분을 유지하는 보습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효과에 비해환경 파괴는 물론 토양 생태계와 작물에게는 매우 위험한 농사법이다.


이같은 농사가 지속되는 것은 땅 위의 작물만 바라보고 땅속 아래의 생태계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흙 속에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과 미생물들이 공생하고 있으며, 그것들이 땅 위의 생명들을 살게 해주는 원천인 것을 알게 된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환절기...버틸 수 있을까

흙을 비닐로 덮으면 작물의 뿌리는 상시적으로 호흡곤란과 환절기 현상으로 저항력이 약해져 병원성 세균에 쉽게 감염된다. 역병바이러스에 감염된 고추밭
ⓒ 오창균
환절기

첫째, 검은비닐을 씌워서 풀을 자라지 못하게 하면 작물의 영양분 독점으로 수확량을 늘리고 크게 만들수 있지만, 비닐에 덮힌 흙은 상시적으로 호흡 곤란에 시달려 작물의 뿌리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토양 미생물의 생태계도 파괴해결과적으로 병해충으로부터의 작물 저항력을 잃게 만든다.

둘째, 보습 효과 역시 자연스러운 배수와 증발을 막아 작물을 취약하게 만든다. 특히, 배수가 잘 안 되는 습한 토양의 경우는피해가 더 심각하다. 작물은 표토층에 머물고 있는 양분과 수분만을 섭취하려고 하기 때문에 뿌리를 깊이 내리지 않게 된다. 따라서표토층 아래의 다양한 미량 원소의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하게 돼 편식하게 된다.더 큰 문제는 땅속 깊이 내리지 못한 뿌리는 지상으로부터 침투한 병원성 세균 바이러스로 부터 쉽게 감염된다는 점이다.

셋째, 보온 효과도 겨울철 작물을 동해(凍害·작물이 추위로 피해를 입는 것)로부터 보호하고 봄 초에는 비닐 속 흙의 온도를 높여 작물의 성장을 돕는 정도에 그칠 뿐이다.한여름에는 바깥 온도와 비닐 속 표토층의 온도 차이가 10도 이상 차이를 보이게 된다. 한낮에 급격히 올랐던온도가 야간에는 떨어졌다가 다시 올랐다 하는 것을반복하다 보면 작물은 계속해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 현상'을 겪게 된다. 환절기에는 사람도 건강에 조심해야 하듯 작물도 병해충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지게 되면, 이는 곧바로 고온다습한 장마철에 각종 병해충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속가능한 농업이 되려면 석유부터 끊어야

흙속의 생태계를 이해하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농사만이 지속가능하다. 풀과 함께 자란 고추밭.
ⓒ 오창균
자연

화학물질을 사용하기 시작한 국내 농업의 역사는40여 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수천 년 동안 지속된 흙을 살리는 농사는 파괴되고 있다. 다시 옛날의 자연친화적인 농사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환경파괴와 안전한 먹을거리로 부터 자유로울수 없다.

또한,석유고갈로 인한 원유가격 상승이 계속되는 현실에서 석유로 만든 농자재가 투입되는 고(高)비용 농사를 벗어나려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농업은 한미FTA와 함께 이중의 고통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그것은 곧 국가와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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