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새만금 잼버리 왜 그렇게 달랐나…"숲과 매립지 차이"

고성 대회장 근처엔 울창한 송림…역대 대회 모두 숲 인근 열어

2025 아태 대회에 고성 다시 주목…"새만금 반면교사 삼아야"

 

/양지웅 기자

제17회 고성 세계잼버리대회 야영지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폭염 속 생존 체험 논란을 부른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태풍 북상으로 결국 조기 철수로 이어지자 '88올림픽 후 최대 성공'으로 꼽히는 1991년 강원 고성 세계잼버리대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게다가 2025년 아시아태평양 잼버리 대회 국내 유치가 확정된 가운데 개최지로 다시 새만금과 고성이 거론되면서 벌써 2년 후 대회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새만금 대회 운영 미숙·미비점을 반면교사 삼아 2025 아태잼버리대회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고성은 1991년 치러진 제17회 고성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데 이어 2000년과 2004년에는 아태잼버리대회를 치렀다.

제17회 세계 잼버리 대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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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6개국 1만여명의 청소년이 참여한 국제청소년평화캠프, 2008년 35개국 1만2천여명이 참가한 국제청소년야영대회를 비롯해 2011년과 2015년 걸스카우트 국제야영대회 등 크고 작은 국제 잼버리 및 야영대회가 성공적으로 열렸다.

이런 가운데 32년이 지났음에도 1991년 고성 세계잼버리대회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성 잼버리를 경험했던 이들은 입을 모아 "숲과 매립지의 차이"를 꼽았다.

실제로 전북도는 사전 조사에서 고성 잼버리 성공 요인을 '설악산 자락에서 개최해 더위를 극복할 수 있었고 주변 산세가 도전 정신 함양이라는 잼버리 목표와 일치했다'라고 분석했다.

32년 전 잼버리가 열린 고성군 토성면 신평벌 856만여㎡ 부지 반경 2㎞ 이내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자리해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인근에는 설악산에서 이어지는 계곡이 있고 큰 하천이 흐른다.

제17회 고성 세계잼버리대회 프로그램

[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시 숲과 바다 등 고성의 청정 자연환경을 이용해 패러글라이딩, 국궁·열기구 체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세계 청소년들의 호응을 얻었다.

또 벌레 물림, 온열질환 등의 안전사고를 막고자 군부대와 함께 진료 부스도 운영해 참가자 안전을 지켰다.

당시 중학교 3학년생으로 고성 대회에 참가했던 김지영(47)씨는 8일 "울창한 숲과 하천에서 진행하던 프로그램에 참여해 시원했던 기억이 난다"며 "유럽 청소년들이 물속에서 행복해하며 놀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군의관으로 파견됐던 김모(59)씨도 "고성의 산과 계곡, 바다에서 참가 대원들이 더위를 식힌 덕분에 다들 체력을 아껴 크게 다치지 않고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82년 전북 무주에서 시작해 강원, 전남 순천 등 국내에서 총 5차례 열린 아시아태평양 잼버리 역시 덕유산, 설악산, 지리산 일대 야영장을 마련해 숲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된다.

철수 준비하는 스카우트 대원들

(부안=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8일 오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각국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철수 준비를 하고 있다. 2023.8.8 doo@yna.co.kr

이에 반해 새만금은 원래 바다였다가 35년 전 미래 쌀 부족 해소와 북한 붕괴로 인한 탈북민의 거처로 활용하고자 군산∼고군산열도∼김제∼부안 33㎞를 방조제로 막아 자연 토사 퇴적과 인공 매립을 통해 조성한 부지다.

잼버리가 끝나면 이곳은 민관 투자 유치를 통해 리조트와 관광 체험지, 마리나 시설 등이 들어서는 관광용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대회장은 매립 당시부터 농어촌 용지로 지정된 곳이어서 물 빠짐이 쉽지 않은 데다, 숲이나 나무 등 그늘을 만드는 구조물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사실상 상·하수 배수관 시설이 제대로 안 되어서 폭우 때는 수시로 잠기곤 하는 곳으로 대회 개막을 2주 앞두고 전례 없는 폭우가 계속 이어졌고 그 뒤로 기록적인 폭염이 시작돼 어려움이 겹쳤다.

잼버리 주차장에 집결한 버스

(부안=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을 떠나는 잼버리 대원들을 태우기 위한 버스들이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대형 주차장에 집결해 있다. 2023.8.8 kan@yna.co.kr

바닷가와 인접했지만, 한낮 동안 데워진 열기로 밤에도 열대야가 나타나는 일이 잦아 야영 활동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더구나 지난달 쏟아진 기록적인 장맛비로 생긴 물구덩이가 한낮 더위에 데워져 야영장은 흡사 한증막을 떠올리게 한다는 경험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쏟아졌다.

무덥고 습한 날씨에 창궐한 모기떼 등 각종 벌레에게 물려 병원을 찾는 대원들도 속속 나와 해충 피해 또한 속출했다.

결국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대원 조기 철수를 결정하게 됐다.

야영장을 떠나는 대원들은 서울과 경기, 전북, 충남, 충북 등 8개 시도로 이동, 남은 기간 다양한 체험활동 등을 펼친다.

고생의 흔적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6일 숙소인 서울 시내의 한 호텔로 들어가고 있다. 대원들 발에는 벌레에게 물린 자국이 선명하다. 2023.8.6 superdoo82@yna.co.kr

 

1171억 썼다는 잼버리가 이 모양, 사용처 철저 규명해야

/ 조선일보

잼버리 벨기에 대표단이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올린 사진. 한 스카우트 대원이 물 웅덩이 위에 플라스틱 팔레트를 깔고 텐트를 치고 있다./벨기에 대표단 인스타그램© 제공: 조선일보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으로 파행을 거듭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들어간 예산이 1171억원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폭염 속 간척지에서 열렸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2015년 일본 세계 잼버리 대회 예산이 380억원이었다. 3배 넘는 돈을 쓴 새만금 잼버리에선 부실한 샤워 시설과 지저분한 화장실 등 기본적인 위생 문제가 불거졌고 1000명 이상 속출한 온열 환자들은 의료진과 병상 부족으로 방치되다시피 했다. 1000억원이 넘는 돈이 대체 어디에 쓰인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직위가 밝힌 내역에 따르면 야영장 조성에 들어간 돈은 130억원이다.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 조성에 205억원, 강제 배수 시설에 30억원 등 간접 비용까지 합치면 395억원에 달한다. 조직위는 이 밖에도 급식과 식당 운영에 121억원, 그늘막 구입에 5억4000만원, 방역 시설 완비와 해충 기피제 구비에 7억6000만원, 분뇨 처리 시설 등에 11억원 등 656억원을 추가로 썼다며 사용 내역을 공개했다. 그런데도 참가자들은 물웅덩이에 텐트를 쳤고 썩은 달걀을 급식으로 받았다. 돈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전북도 등 주최 측은 2017년 대회 유치 이후 예산 확대를 줄곧 요구해왔다. 그 결과 유치 당시 491억원이었던 총사업비가 2배 이상 불어났다. 잼버리 사무국 조직위는 각종 실무팀만 30개로 총인원이 117명이다. 여기에 정부지원위(30명), 실무위원회(19명), 조직위(152명), 집행위(21명)까지 더해져 비대한 행정 조직이 됐다. 이것을 유지하는 데만 84억원이 추가로 들었다고 한다. 이 조직이 제대로 작동한 것인지가 의심스럽다.

전북도청 관계자 5명은 2018년 5월 ‘세계 잼버리 성공 개최 사례 조사’를 명목으로 6박 8일간 스위스와 이탈리아 출장을 다녀왔다. 정작 이들 나라는 세계 잼버리 개최 경험이 없었다. 이 밖에도 ‘호주 스카우트연맹 방문’ ‘미국서 열리는 세계 잼버리 참관’ 등 외유성으로 의심되는 해외 출장이 잇따랐다. 새만금 잼버리 예산 1171억원 중엔 국비 302억원과 지방비 418억원 등 세금이 720억원을 차지했다. 납세자들은 이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 권리가 있다. 국회 차원이든 감사원 차원이든 용처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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