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었다“ 춘천 유통업자 A씨의 눈물

춘천 먹거리센터의 폐단

 

①급식 유통업자 A씨 인터뷰


잘나가던 영업장 폐업하고 범법자 신세
춘천시 운송업 지원하다 검찰에 고발 당해
피해 구제 대책 마련 없는 춘천시

 

“춘천 먹거리지원센터 때문에 멀쩡하던 일자리도 뺏기고, 전과자가 됐습니다.”

한때 잘 나가던 농산물 유통업자였던 A씨는 기자 앞에서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몇 해 전 무허가 식품운반업 운영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A씨의 업체는 2010년대 후반 춘천고를 비롯한 지역 학교들에 농산물 등 급식 재료를 납품하고 있었다.

업체 직원과 운송을 위해 보유한 트럭도 여럿이었다. 그는 “하루아침에 이 모든 걸 잃었다“고 했다.

 

A씨의 인생은 2019년, 춘천시가 춘천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먹거리지원센터)를 설립하면서 뒤흔들렸다. 

춘천시는 A씨와 같은 민간업자들이 하던 학교 식자재 납품 업무를 공공사업으로 만들어, 

먹거리지원센터가 농민들로부터 매입한 식자재를 학교에 납품하기로 했다.

 

A씨와 같은 지역 급식 납품업자 30여명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될 처지에

“부당한 시장 개입”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시의 결정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얼마 후, 먹거리지원센터는 실직자가 된 A씨에게 연락을 해왔다.

센터가 납품하는 식자재 운송 차량을 운전할 기사가 부족하다며 A씨에게 운송업을 맡아달라고 했다. 

 

A씨는 처음에는 거절했다. 춘천시가 기본적인 준비도 없이 일을 벌인 것을 믿을 수 없었던데다, 

법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춘천시보건소까지 나서 우려를 제기했으나 센터는

“시에서 하는 일인데 무엇이 문제냐”며 독촉했고, 당장 수입이 필요했던 A씨는 결국 따를 수밖에 없었다.

춘천시가 설립한 '춘천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가 갑질로

기존 납품업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A씨는 2021년 무허가 식품운반업 영업(화물자동차운수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A씨를 비롯한 납품업체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적게는 기소유예부터 많게는 벌금형까지 선고받았다.

 ‘시에서 하는 일’을 믿고 따랐던 죄였다.

 

춘천시는 먹거리센터 운영을 위해 폐업하는 납품업체들의 직원들을 고용하고, 자동차를 인수했다. 

시는 '일자리를 잃은 직원들을 위한 고용 승계였다'는 입장이지만,납품업체의 생각은 다르다.

 

한 납품업자는 “내 돈 들여 고용해서 일 가르쳐 놓은 직원을 춘천시에게 고스란히 빼앗겼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동차도 팔고 싶어서 팔았겠나. 일을 빼앗겨 차를 쓸 일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판 거니 내 입장에서는 강탈 당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납품업자 입장에서는 춘천시에게 일자리, 직원, 자동차를 빼앗기고 범법자까지 된 셈이다. 

 

먹거리지원센터 설립으로 실직한 후 이렇게 피해를 본 업체가 파악된 곳만 모두 7곳에 달한다. 

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던 C씨는 “춘천시가 시켜서 한 일 때문에 고발당한 것 아니냐”며

“시정의 무능력함에 애꿎은 우리 납품업자들이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춘천시장 면담 등 해명의 자리를 만들 것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다.

 

먹거리지원센터 설립 이후, 춘천시의 학교급식 식자재 납품 시장에서는 경쟁이 사라지고

시가 사실상 독점하면서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10년 넘게 춘천지역 학교에 급식 재료를 납품하던 B씨는 학교급식의 질이 떨어진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민간업자들은 납품권을 따내기 위해 더 싱싱한 재료를 싸게 공급하는 경쟁을 벌였다“며 

 

“먹거리지원센터 이후 경쟁이 사라지고 수수료(6%)까지 내니 품질은 떨어지고,

결국 학부모와 시민 돈이 더 든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2019년 먹거리지원센터 출범 이후 지역 유통 업체 30개가 도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추산한다.

센터가 30명의 직원을 채용했다고 하지만, 적어도 1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납품업자 C씨는 “멀쩡히 진행되던 사업에 세금을 투입해 센터를 설립한 만큼

전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 설명하고, 피해 업체들에 대한 보상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멀쩡한 시장 망쳐” 춘천 먹거리센터, 시작부터 문제였다

 

②시장 개입 부작용 속출


2019년 출범 후 무더기 실직자, 범법자 양산
안전한 먹거리? 잔류농약 검사장비도 없어
육동한 시장의 '센터장 보은 인사' 의혹도

 

춘천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먹거리지원센터)는

 춘천시가 민간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해 각종 비효율과 병폐를 만들어 낸 사례로 비판받고 있다.

 

먹거리지원센터는 지역 농산물 판로 확대와 학교 급식의

안전한 먹거리 정착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2019년 9월에 출범했다.

 

기존에는 춘천 시내 각 학교가 식자재 납품업체들과 개별적으로 계약해 급식 식자재를 구매했다.

춘천시는 이 과정에서 과도한 경쟁이 발생한다며 먹거리지원센터가 일괄적으로 식자재를 매입,

각 학교에 납품하는 방식을 강제로 도입했다. 

 

2019년 9월 춘천시내 9개 학교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0년 3월부터는 춘천지역 학교 68곳 전부에 이 방식으로 식자재를 납품하고 있다.

 

▶춘천먹거리지원센터, 시작부터 '삐걱'

춘천먹거리지원센터는 설립 과정부터 각종 반발에 부딪혔다.

당시 학교와 공공기관 등에 식자재를 공급하던 납품 업자들은 시의 강제적인 시장 개입에 강하게 반발했다.

 

춘천시는 추후 일자리를 잃은 납품 업자들과 계약을 맺고 먹거리지원센터가 납품하는

식자재 운반을 맡겼다가, 무허가 식품운반업 운영으로 민간업체 7곳이 

무더기 영업정지 및 과태료 처분을 받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시범 급식을 실시하던 2019년 당시 일부 학교에 제공된 식재료. (사진=춘천시)

 

학교급식을 이용하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시가 학부모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전면 시행을 결정·통보했다는 점에 반발했다.

 

특히 먹거리지원센터 시범운영 중이던 2019년 말, 일부 학교에서는 원산지가 불분명하고

과일과 채소 등이 썩어 있거나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식재료가 공급됐다.

이듬해 전면 시행을 앞두고는 항의하는 학부모들이 단체로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안전한 먹거리 주창하던 먹거리지원센터, 검사 장비조차 없어

먹거리지원센터가 공급하는 급식 식자재가 ‘안전한 먹거리’가 맞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따른다.

센터 설립 전 학교에 식자재를 납품했던 A씨는 “과거 서울 가락시장에서 들여온 먹거리를 납품했는데,

이곳은 국내 어디와 비교해도 품질 관리가 엄격한 곳”이라며

“이런 먹거리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면 국내 가정집이나

식당 어디에도 안전한 먹거리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먹거리지원센터가 납품하는 식재료는 기존 공급처와 비교해 안전·품질 기준이 오히려 떨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잔류농약검사다.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에서 유통되는 식자재들에

'퀘쳐스(QuEChERS) 전처리 검사법'을 사용한다.

 

'퀘쳐스 전처리 검사법'은 농축단계가 없어 보다 빠른 시간에 잔류농약 분석이 가능하며,

최신 분석 장비인 질량분석기를 이용해 정확한 농약 성분 분석이 가능한 방법이다.

국내와 미국, 유럽 등지에서 국제적으로도 공인됐다.

이 과정에서 총 510종 농약에 대한 분석이 진행된다.

 

반면 춘천먹거리지원센터는 'PLS(농약 허용기준 강화제도)적용 적합 여부'를 적용하는데

이 과정에서는 잔류농약 463종에 대해 검사를 진행한다. 

 

서울시에 비해 농약 검사량이 47종 적다.

춘천먹거리지원센터 관계자는 “검사 장비가 워낙 고액이다 보니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강원대학교 친환경농산물검사소에 의뢰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정해진 검사 주기도 지키지 않는다.

춘천먹거리센터는 한 달에 1번 식재료 안전성 검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표하는데 올해 1~2월은 결과 공개가 생략됐다. 

 

이에 대해 센터 관계자는 “1월과 2월에는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검사하지 못했다.

다만 미리 검사한 뒤 저장해 둔 식재료 위주로 납품했다”며

“올해부터 자체적으로 예산을 세워 내년 1월과 2월에는

안전성 검사를 진행할 수 있게끔 지침이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 춘천산 농산물 납품 비율은 '저조'

춘천먹거리지원센터에서 납품하는 식자재 가격이 저렴하지도 않다. 

지역 내 학교 77곳은 먹거리지원센터에서 식재료를 구매하면서 센터에 6% 정도의 수수료를 낸다.

학교가 납품업체들로부터 개별 구입할 때는 내지 않던 돈이다.

 

학교들은 예산 내에서 식재료를 구입해야 하기에 제공받는 농산물의 질은 낮아진다.

이 수수료는 센터의 주된 수입원으로 매년 약 10억원의 수입이 발생한다.

먹거리지원센터 설립 당시 5년간 예산으로 책정된 134억원 중 절반이 인건비다.

5급 상당 센터장의 경우 연봉 7380만원씩 5년간 3억6900만원이 책정됐다.

 

심지어 '지역 먹거리를 구매한다'는 설립 취지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국민의힘 유홍규(소양동·교동·조운동·약사명동·근화동·효자1동·효자3동) 춘천시의원이

춘천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의 먹거리지원센터의 

춘천산 농산물 납품 비율은 각각 19%와 24.2%에 불과했다. 2022년에는 33%였다.

 

유 의원은 “먹거리지원센터가 춘천시 농업인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시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것을 생각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센터 이사장은 보은 인사 논란도

육동한 시장 취임 이후 먹거리지원센터는 선거를 도왔던

캠프 인사를 위한 ‘보은 인사’로도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강청룡 춘천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이사장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육 시장과 후보 단일화 선언을 한 인물이다. 

 

먹거리지원센터는 일부 문제점이 있더라도 춘천시의 추가적인 예산 지원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 이사장은 수수료가 과도하고, 지역 먹거리 구입 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에 대해

“학교의 식자재 매입 가격을 낮추기 위해 수수료를 5.8%까지 낮췄고,

지역 먹거리 구입을 높이기 위해 계약재배나 기획재배를 하기 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보은 인사 의혹과 관련해서는 “(전문가 인사가 아니라는) 우려의 소리를 존중하지만

시·도의원과 강원도 농업특보 등 20년간 공직자 생활을 하면서

학교 급식과 농업과 관련된 업무를 해 왔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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