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여기에 정원이 있었구나!
춘천 곳곳에 ‘정원드림 프로젝트’ 조성
2020년에 도립화목원·공지천·의암호 등 5곳

도시를 건설할 때, 계획적으로 확보하는 녹지공간인 공원과는 달리, 정원은 본래 개인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아파트 문화가 자리 잡은 한국의 현실에서 개인이 정원을 꾸미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공공에서 자투리땅이나 유휴지를 이용해 정원을 꾸미는 문화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단순히 꽃길을 조성하는 정도가 아니라 특정 공간을 예술작품처럼 보고 즐기면서, 들어가 쉼을 얻을 수도 있는 공간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선진국형 문화 공간이 유지되고 자리잡을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시민들의 이해가 높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오리지널 팀이 참여한 ‘약사동 150-15’ 일대의 도시 정원

아직은 많은 시민들이 공공시설로서의 정원에 대해 잘 모르고 있지만, 어느새 우리 삶 가까이 다가와 있다. 춘천에도 이미 도심 곳곳에 정원이 조성됐다. 산림청, 한국수목원관리원, 대학교, 지자체가 협력해 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인 ‘정원드림 프로젝트’ 사업에 지난 2020년 춘천시가 선정돼 5개 정원을 조성한 바 있다.

△신구대학교 환경조경학과 COMMA 팀이 참여한 ‘근화동 361-1’ 일대의 정원

△강원대학교 생태조경디자인학과 GreenGrin 팀이 참여한 ‘사농동 644-1’ 도립화목원 내 정원

△강원대학교 생태조경디자인학과 봄내음 팀이 참여한 ‘삼천동 469-17’ 일대의 정원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오리지널 팀이 참여한 ‘약사동 150-15’ 일대의 정원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FREEHUG 팀이 참여한 ‘사농동 644-1’ 도립화목원 내 정원 등이다.

 

“호수국가정원, 정원문화가 시민들 삶에 녹아 있어야”

강원대 생태조경디자인학과 윤영조 교수 인터뷰

국가정원이 부각된 배경이 뭔가?

국제원예박람회 인증기구인 국제원예생산자협회의 승인으로 유치되어 한국 최초로 2013년에 열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이 기폭제가 됐다. 급격한 도시확장에서 순천만 갯벌을 보호하려는 아이디어로 중간 지대에 박람회장을 만들었다. 순천시 시장의 무모한 도전이라 혹평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고 박람회 폐막 후 2014년 4월에 ‘순천만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영구적으로 개장됐다. 성공은 관련 법 제정으로 이어지고 예산증액과 함께 2015년 9월 국가정원 1호로 지정됐다.

 

이전에는 관련 법도 없었나?

성공을 목도하자 산림청이 나서서 지원하고 법안을 주도, ‘수목원 조성에 관한 법률’에 정원을 넣어 ‘수목원 및 정원에 관한 법률’을 만들면서 정원의 정의부터 시작, 국가정원·지방정원·민간정원·공동체정원 등 세분화된 개념이 정립됐다.

 

정원과 일반적인 공원의 차이점을 설명해달라.

산업혁명 후 도시가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환경·보건 등의 문제가 제기되자 유럽의 왕족·귀족들이 평민들에게 정원을 개방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는 사회적 가치에 목적을 두고 조경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최초의 현대적 도시공원이다. 하지만 공원을 공급하는 데 한계에 달하며 공원의 역할을 해결하기 위해 정원이 공적인 영역으로 나왔다.

 

한국에서는 그걸 위한 법률이 ‘수목원·정원법’인데 ‘도시 공원법’과 충돌하여 공원에 정원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전혀 새로운 땅·자투리땅에 조성하거나 공공기관에 정원을 조성하여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거다. 산림청의 ‘생활밀착형 숲’이 대표적이다.

 

일자리 등 산업적 전망은 좋은가?

세계적 시장 규모는 크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제 막 시작이다. 그래서 산림청 산하 수목원 정원관리원이 담양에 ‘한국 정원문화원’을 내년에 개원, 문화적인 측면을 발전시키고 또 산업적으로는 춘천에 ‘정원소재실용화센터’를 조성하여 성장시키려고 한다. 

 

춘천호수국가정원 조성에서 중요한 게 뭔가?

우선 순천을 따라가서는 경쟁력이 없다. 정원문화 자체가 시민들 속에 녹아 있어야 하고 시민의 삶과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춘천이 정원 도시를 추구하고 정원박람회를 열더라도 콘텐츠가 굉장히 풍부해진다. 그런 문화적 토대를 지금부터 가꿔야 한다.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다.

순천뿐만 아니라 수원 등 타 지자체에서는 벌써 시민정원사 양성과 지원이 활발하다. 그런 것들이 문화적으로 충만해야 지속 가능성을 갖고 나중에는 정부에서 재원을 투입 안 하더라도 시민들이 나서서 정원을 가꾼다. 시민참여로 가꿔가는 문화가 없으면 세금만 계속 들어가고 지속성이 떨어진다. 지역이 갖는 고유한 역사·경관·자생 식물의 보존과 파악도 필수다.

 

행정은 무엇을 해야 하나?

건축이나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 부서 간 칸막이도 없애고 도시계획·건축·문화 등이 함께 가야만 한다. 정원에 대한 개념·스토리·역사를 알고 접근해야 제대로 갈 수 있다. 그래야 시민들이 앞장서고 행정에선 도와줄 수 있다. 춘천은 그렇게 갔으면 좋겠다. 

 

토건사업으로 변질된 우려는 없나?

부지조성에는 토목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절대 그렇지 않다. 식물이 주인공이 되어 살아있는 것을 키우고 보존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조경의 기본적인 개념은 가장 적지를 찾아내어 가장 효과적으로 식물이나 사람의 활동을 수용하는 것이다. 태화강 국가정원만 해도 예전에는 심각한 오염으로 물고기가 살지 못했던 곳이었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전략은 무엇인가?

정원도시 춘천은 호수를 장점으로 삼아 기능·경관 등을 감성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더욱이 춘천은 땅이 부족해서 호수 주변을 연결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 현재 국가정원은 중부권에 없다. 중부권에 국가정원이 지정될 기회가 찾아온다. 장기적으로 춘천호수국가정원은 상중도부터 의암호권·서면·우두·남이섬까지 네트워크 되어야 한다.

 

규제에 갇힌 춘천, 호수국가정원 조성으로 활로

 

 

‘정원소재실용화센터’ 건립·인력 양성 등 시동
지방정원→국가정원→정원도시 완성 추진

기후 위기 시대, ‘정원’이 뜬다

녹지공간 확충은 기후변화를 완화할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야외생활·숲·녹지가 인간 생활에 매우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정원’이 주목받고 있다.

‘정원소재실용화센터’가 들어설 상중도 일원    사진 제공=춘천시

반려식물·플랜테리어 등 홈가드닝 정원문화가 부상했으며, 대기오염을 줄이고 실내온도를 낮추는 데 큰 효과가 있는 건물 외벽 ‘수직정원’이 화제가 되고 있다. 현재 전국 40곳에서 지방 정원을 조성하고 있다. 이 중 31곳(77%)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작됐다. 또 법인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민간정원 88곳 중 76%(67곳)도 2019년 이후 등록됐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 및 생태적 이점·보건 환경 개선·치료 효과·관광 등 정원의 영향력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국내 정원산업 시장 규모가 1조 7천억 원으로 급성장, 정원산업은 조경·원예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소득 증대로 이어져 지역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도 조명받는다. 그중 식물 소재 시장은 전체 시장의 70%에 육박하며 전문가들은 정원산업이 연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원의 역사

정원은 산업혁명 이전까지 개인적 공간·사적 영역으로 발달해왔다. 이후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문제점이 커지면서, 공공복지라는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며, 사적 영역에서 공공영역으로 확장된 현대적 도시공원이 문을 열었다. 바로 1857년 문을 연 뉴욕 센트럴파크이다. 조경이라는 개념도 그때 처음 나왔다. 

이후 한 세기가 훌쩍 지난 현재, 기후위기가 닥친 상황에서 충분한 공원을 보급할 땅과 재원 부족·복지 수요증가·도시재생·여가활동 변화 등과 맞물리며 사적인 정원이 공공영역으로 다시 들어오게 됐다. 즉 규모·주체·산업적 관점에서 과거와 다른 정원의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지방정원·국가정원

‘지방정원’은 ‘수목원·정원법’에 따르면 지자체가 조성·운영하는 정원으로서 ‘국가정원’ 지정을 위한 앞선 절차이다. 현재 전국 40곳에서 지방정원을 조성하고 있으며 산림청이 지정해왔지만, 앞으로는 광역 지자체장이 지정한다. 강원도에서는 ‘영월 연당원’이 지방 정원 1호로 조성·운영 중이다. 

 

지방정원이 되려면 10만㎡ 이상의 면적에 원형 보전지·조성녹지·호수·하천 등 녹지면적이 40% 이상을 갖춰야 한다.

지방정원이 국가 정원으로 지정되려면

△녹지 30만㎡ 이상에 전통·문화·식물 등 서로 다른 주제별 정원 5종 이상

△지방정원 등록 후 3년 이상 운영 실적

△최근 3년 내 정원 품질 및 운영·관리 평가 70점 이상

△10만㎡당 1명 이상의 정원 전문관리인 배치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해당 조건을 만족하면 산림청장이 국가정원으로 지정하여 국비를 지원하고 관리한다. 다만 운영권은 지자체가 갖는다. 현재 순천만과 태화강 국가 정원 두 곳이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순천만국가정원으로 인해 전남 지역 생산유발 효과 1조5천926억 원·고용 창출 2만여 명·매년 온실가스 387.12t 흡수 등의 효과를 추산한다. 이런 효과 때문에 여러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상황에서 “정원 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곳에서 무작정 정원을 조성하면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 지역이 갖는 고유한 역사·경관·자생 식물의 보존과 파악·시민이 참여하고 가꿔가는 방안 등을 면밀히 고려한 추진이 필수적이다”라는 전문가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관련 내용은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춘천, 정원소재실용화센터 건립

시민정원사 육성 등 붐업 박차

춘천은 몇 해 전부터 허영 국회의원·전임 이재수 시장·관련 분야 교수 등이 춘천의 새로운 발전 전략으로 호수 자원을 활용, 춘천호수국가정원을 조성하자며 토론회를 여는 등 정원에 주목해왔다. 

특히 민선 8기에 들어선 지난해 정원산업 활성화와 정원시장 확대를 위한 ‘정원소재실용화센터’유치에 성공하고, 정원도시 TF팀과 춘천시 정원문화진흥위원회를 설치했다. 또 최근 육동한 시장과 ‘자치 의정 연구회’ 시의원들은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방문, 지역발전 효과에 대한 가능성을 살피는 등 정원도시 춘천 조성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시는 우선 ‘정원소재실용화센터’(이하 센터) 부지확보와 건립, 인력 양성에 시동을 걸었다. 센터는 호수국가정원조성을 위한 첫 단계로서 정원식물 소재·자재·용품에 특화된 전담 기관이다. 정원 소재 연구와 더불어 시민들에게 정원 관리 교육 등을 추진할 계획이며 나아가 식물 재배 및 판매 산업까지 이어갈 기반이다.

 

이를 통해 정원문화 확산 및 국가정원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센터는 상중도 일원 18만1천㎡에 사업비 196억(국비 147억 5천·시비 48억5천) 원을 투입하여 빠르면 2024년 말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시는 해당 지역 사유지(1만5천400㎡) 매입에도 곧 착수할 예정이다. 

 

시는 센터건립으로 내년 ‘지방정원 조성사업 공모’에 유리한 고지 선점을 기대하고 있다. 이후 해당 지역 12만㎡를 추가하고 ‘하중도 하천구역 산림휴양공간 조성’ 등 녹지 30만㎡를 확보하여 국가정원 지정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시가 그리는 궁극적인 모습은 춘천의 강변 녹지축·도시숲·공원 등과 종합 연계된 ‘정원도시 춘천’이다.

 

또 ‘춘천시민정원사’ 양성에도 나섰다. ‘정원문화 조성 및 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2021년 1월 제정)에 근거, 정원 도시 춘천 시민참여와 붐업 조성·정원문화 확산·산업화 토대를 위한 인적자원이다. 이는 전임 이재수 시장 시절, (재)춘천지혜의 숲에서 신중년 대상 사회공헌 활동으로 진행했던 시민정원사와 성격이 다르다. 최근 강원대 조경학과가 위탁기관으로 선정되어 곧 교육생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시민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기본·심화 교육 등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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