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난 산 위는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재난 현장입니다. 불길만 위험한 것이 아닙니다. 가파른 산에서 몸을 가누기조차 쉽지 않고 여기저기서 굴러떨어지는 돌, 이리저리 부는 바람에 몰려드는 연기, 밤이 되면 좁아지는 시야, 땀이 나고 식으면서 몰려오는 추위, 시간이 지나면서 처지는 체력 등을 이겨내야 합니다.


하루빨리 재난을 멈추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또 다른 재난을 무시한 채 많은 사람을 산에 올려보낸다고 될 일은 아닙니다. 단체장 기관장이 재난 현장 책임자로 있다고 해서 안전 장비도 채 갖추지 않은 공무원들 잔뜩 모으는 일이 바람직한지 살펴봐야 합니다.

언젠가 산에 올라온 공무원들과 불을 끄다가 날이 저물어서 보니 공무원 누구도 전등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불 끄던 진화대원이 산 아래까지 내려가서 전등을 가져온 일이 있었습니다. 안전모도 쓰지 않고 실장갑 하나 끼고 불갈퀴 한 자루 들고 상급자 지시에 따라 올라와서 내려오랄 때까지 버팁니다.

지방 자치단체 임업직이나 산림청 산림 재난 담당 공무원은 재난이 일어난 곳에 나오지 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재난 업무와 무관한 공무원은 밤새 불을 끄고 나면 돌아가서 또 밀린 업무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꼭 공무원을 불러 모아야 한다면 어려움을 당한 주민 안내, 좁은 임도에 몰린 차량 정리, 불길과 싸우는 진화대에 필요한 지원 업무에 머무는 것이 좋습니다. 건물에 불이 났다고 공무원 모아서 건물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습니다. 산불은 전문적인 인력을 중심으로 진화 계획을 짜고 풀어야 합니다.

산불 재난 업무 맡은 공무원, 공무직 위험직종 분류해야

행정부에 한 마디 덧붙이자면, 산불 재난 업무를 맡은 공무원, 공무직을 위험직종으로 분류하라는 것입니다. 2022년 7월 23일 고용노동부는 산불 진화 업무를 재난 필수 업무로 지정하고 모든 부처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일부 지원이 늘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산림청, 지방자치 단체 임업직에 어떤 지원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임업직 공무원, 공무직에 위험수당을 주지 못하는 이유가, 재해율이 낮아서 위험직종으로 분류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옵니다. 재해율이 낮은 것이 곧 위험하지 않다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재해 예방과 관리를 너무 잘해서 재해율이 낮춘 공을 알아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누구나 위험한 곳에 가지 않고 위험수당 없이 일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전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재난 현장을 오가는 공직자들 재해율이 높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어처구니없는 행정은 멈춰야 하지 않을까요. 세상 모든 곳에서 고생하는 또 다른 공무원들이 늘 안녕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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