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한표 ‘경제 도시’ 어디까지 왔나

/ms투데이

①민선 8기 8개월,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

7개월 동안 춘천에서만 음식점 26곳 폐업
강남동 카페 평균 매출은 1년 새 30% 줄어
관광 산업, 자영업·서비스업 체감 경기 직결
관광 인프라 늘었지만 체류 시간은 감소세

 

육동한 시장은 이달 초 춘천 사회적 경제 포럼에서 “취임 이후 민생경제 정책 협의회를 정기 개최하는 등 소상공인, 중소기업 중심의 민생경제를 단단히 했다”며 “젊은이들이 머물 수 있는 산업적 기초를 다지는 데 주력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시민의 체감 경기 상황은 이 말과 정반대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춘천 체감 경기는 급격히 위축됐다. 연이은 금리 인상, 식료품 중심 물가 상승, 부동산 가격 급락 등 악재가 쏟아졌다. 

 

그 사이 골목상권에서는 폐업이 줄을 잇고 양질의 일자리는 더 줄어들었다. 

본지가 민선 8기 출범 8개월을 맞아 진단한 시정의 경제 성적표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맞춤형 경기 부양책도 부족했고, 코로나19 방역 정책 완화를 맞아 더 적극적이었어야 할 관광객 유치 정책은 지지부진했다.

 

더 심각한 것은 육 시장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지역 경제의 미래 먹거리들이 대부분 시작도 못한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활기 잃은 골목상권

 

2021년 상반기 춘천 동내면에서 개업한 20대 청년 창업가 A씨. 전재산을 투자해 카페를 창업한 후 팬데믹을 버텼지만, 코로나19가 완화되고 나서도 매출은 늘지 않았다. A씨는 결국 지난해 12월 청운의 꿈을 안고 개업한 카페를 폐업하고 춘천을 떠났다.

민선8기 시정이 출범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춘천에서 일반음식점 21곳, 휴게음식점 5곳이 문을 닫았다.폐업 신고 없이 휴업 중인 소상공인은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소상공인이 체감하는 경영 환경은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때보다 더 나빠졌다. 강남동 상권은 신축 아파트가 연달아 입주하며 떠오른 신흥 골목상권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를 통해 분석한 결과, 강남동 상권의 카페는 지난해 12월 기준 12곳으로 전년동월(10곳) 대비 2곳이 늘었다. 그러나 평균 매출은 오히려 곤두박질쳤다. 1년 전 12월 월 평균 2055만원의 매출이 지난해 12월에는 1448만원으로 607만원(29.5%)이 빠졌다.
같은 기간 춘천지역 카페 전체의 평균 매출은 23.5% 늘어났다. 하지만 고강도 방역 기간 ‘매출 반 토막’을 호소했던 소상공인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영업 정상화는 요원하다.

▶관광산업도 정상화와 거리 멀어

 

지역 상경기와 직결되는 관광산업은 사실상 엔데믹에 들어선 지금도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민선 8기가 출범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간 춘천에서 관광 사업체 25곳이 문을 닫았다. 이 기간 강원지역 폐업 사례(74곳) 33.8%가 춘천에서 나왔다.

 

지난해 7월~올해 1월 춘천을 찾은 관광객은 전년동기 대비 16.2%, 관광 소비는 16.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종료된데다, 삼악산 케이블카와 레고랜드 등 굵직한 관광 인프라가 새로 생겼다는 점에서 미미한 성과라는 평이다. 겨울철 3개월간 레고랜드 휴장에 대한 대책도 없었다.

 

관광객이 춘천지역에 체류한 시간도 줄었다. 지난해 1월 평균 체류 시간은 303분이었지만 올해 1월 284분으로 오히려 19분 감소했다. 이 역시 육동한 시장의 ‘체류형 관광도시’ 계획과는 딴판이다.

②취업자 수 지속 하락⋯체질 개선은 언제쯤

'생산인구 핵심' 30~49세 고용률 1년 새 1.9%p 급감

7년차 기업,지역 이전 고민할 정도로 기업 환경 나빠
춘천지역 산업단지 생산액 3700억원 줄어, 고용 후퇴
기업 유치 이후 지역 인재 채용 역할 안 해, 관리 부족

 

‘경제 도시 춘천’을 내세운 육동한 시장이 취임한 지 8개월. 민선 8기 출범과 동시에 고물가‧고금리 등 악재가 몰려왔지만 ‘경제통’을 자신한 육동한 시정은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지 못했고, 그 결과 춘천시민이 체감하는 지역 실물 경제 수준은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MS투데이가 춘천의 경제 체질을 진단하고, 육 시장의 경제 정책 중간 성적표를 분석했다. <편집자 주> 춘천 지역 경제의 고질병은 기업들의 고용 창출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생산인구의 허리를 담당하는 청장년층 세대의 고용은 양과 질 모두 기대 이하다. 신규 기업 유치 실적은 부진하고, 그나마 들어온 기업도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미 자리잡은 기업들마저 춘천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민선 8기 춘천시정은 이를 타개할 체질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는 언제쯤

 

네이버는 춘천 구봉산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면서 70억원 규모의 세제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네이버 데이터센터가 입주한 후 춘천 지역 인재 고용은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데이터센터는 컴퓨터 서버로 이뤄진 저장공간으로, 춘천시는 센터 내 근무하는 인원을 20명 수준으로 파악한다.

 

춘천시 기업지원과 관계자는 “네이버가 들어올 때 700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으나 현재 구봉산 데이터센터 직원은 20명뿐”이라며 “네이버는 자회사인 인컴즈를 통해 퇴계동에서 콜센터를 운영하며 500명을 고용하고 있지만 일자리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 춘천 지역의 젊은 취업자 증가를 견인한 것은 레고랜드다. 국민연금 데이터로 추산한 고용인원은 425명이지만, 단기 계약직이 대다수다. 최근 1년간 직원들의 퇴사율은 112%로, 장기간 양질의 고용을 보장하지 못했다. 레고랜드가 젊은 취업자를 흡수한 여파로 시내 식당, 카페 등에서는 구인난이 벌어지기도 했다.

 

겨울철 3개월 휴장으로 수백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레고랜드 코리아의 경우 구체적인 고용 실적을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사업 초기와 비교해 지역인재 채용을 위한 노력도 뜸해졌다.

춘천지역 산업단지 14곳의 고용 및 생산 실적 현황.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지역 산업의 허약한 체질은 산업단지의 고용 및 생산 실적을 보면 나타난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 춘천지역 산업단지 14곳의 입주업체는 607곳이다. 후평산업단지에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며 입주한 기업 수는 전년동기(379곳)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생산‧고용 실적은 오히려 역성장했다.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의 고용 실적은 7711명에서 7472명으로 239명(3.1%) 줄었다. 생산액은 1년 전 대비 3736억원(25.1%), 수출액은 3825만달러(22.2%, 한화 약 505억원) 각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진한 기업 유치 실적

 

춘천시의 기업 유치 실적은 지난해 단 3곳에 그쳤다. 최근 5년간 춘천에서 기업 유치를 통한 고용 창출 실적은 1005명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한 지원이 포함되며 다른 지자체들은 해외에서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해외 진출 기업이 국내로 복귀한 사례는 24곳, 투자계획 규모는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넘어섰다. 산업통상자원부 ‘지방자치단체의 국내복귀기업 유치에 대한 국가의 재정자금 지원기준’에서 춘천은 우대지역에 포함돼, 기업이 국내로 복귀하며 이전할 시 투자 보조금 등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을 활용해 국내 복귀를 결정하며 춘천으로 기업을 이전한 사례는 전무하다.

 

춘천은 상수원 보호구역, 군사 지역으로 관련된 규제가 많아 기업의 입지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고금리와 고환율 영향으로  지역 중소기업이 생산과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춘천에서 사업을 하던 업체들은 춘천을 떠나고 있다.  7년차 바이오 기업을 운영하는 B씨는 고민이 많아졌다.

 

사무실을 두고 있는 창업 지원 기관 내 입주 계약이 올해 끝난다. 이후 거처는 정하지 못했다. 지식산업센터나 상가 사무실 등을 알아보고 있으나 급격하게 늘어날 고정 임대료 지출이 부담이다. B씨는 춘천시와 산하 기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한다. “지자체와 기관의 지원을 받는 기업은 항상 정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아 한계를 느낀다”는 것. 

춘천지역 30~40대 고용 현황.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지역 고용 지표는 언뜻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취업자 수(15만800명)와 고용률(59.1%) 모두 전년동기 대비 다소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고령화로 65세 이상 노년층의 고용률이 상승한 결과 나타난 지표 착시 현상이다.

 

결혼‧출산‧육아를 담당하는 30~40대 취업자와 고용률은 하락 추세다.  지난해 하반기 30~49세 취업자는 5만8600명으로 77.9%의 고용률을 보였다. 1년 전과 비교해 취업자 수는 1100명, 고용률은 1.9%p 각각 감소했다.

 

전민엽 통계청 고용통계과 사무관은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하반기 30~40대 취업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고 춘천에서 특징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며 “건설업 취업자가 많이 줄었고 도소매, 음식·숙박업 업종에서도 고용 창출이 부진했다”고 밝혔다. >

 

③‘미래 먹거리’도 줄줄이 위태⋯앞날이 더 암담

 

육 시장 대표 경제 공약 ‘첨단지식산업도시’, ‘관광도시’
이달 예정인 ‘수열 에너지 클러스터’ 착공, 8월로 연기
로컬 크리에이터, 커피 거리 예산 삭감에 시작 ‘삐걱’


담당 공무원도 ‘우왕좌왕’ 컨트롤 타워 부재에 혼란 커 기업의 일자리가 줄고 관광산업이 고전할 동안 육동한 시장의 경기 부양책과 산업 정책은 출발선에 머물러있다. 춘천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사업들은 취임 8개월 넘도록 지연되고 있고 일부는 이미 좌초했다. 앞으로의 춘천 경제가 더 우려스러운 이유다. 육 시장이 꿈꾸는 ‘경제 도시’의 밑그림은 제대로 시작조차 못 했다.

 

전체 예산 2조3500억원 중 산업 정책인 ‘첨단지식산업도시’에 41%, 관광 정책인 ‘고품격 문화 관광도시’에 18%가 편성됐다. 사업비의 59%를 투입하는 만큼 이 두 가지 공약은 ‘경제 전문가’ 육 시장의 핵심 정책이다.

 

▶‘핵심 공약’ 수열 에너지 클러스터,

 

착공 5개월 밀려  첨단 산업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육 시장의 정책은 중앙 부처와 교감 부족과 예산 삭감 등에 발목 잡혔다. 첨단지식산업도시는 ICT, 콘텐츠, 바이오, 데이터 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와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1조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는 첨단지식산업도시의 핵심은 ‘수열 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사업’이지만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했다.

육동한 춘천시장의 경제 공약사업들이 예산 삭감과 착공 지연 등으로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수열 에너지 클러스터는 동면 일대 82만㎡ 부지에 2027년까지 단지를 조성해 대형 데이터센터와 IT 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민간기업 유치를 위한 투자지구 조성과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열 에너지 공급 시스템 구축이 사업의 두 축이다.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연중 찬 수온을 유지하는 소양강댐 물을 활용해 열이 발생하는 데이터센터를 냉각하고 친환경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IT 기업을 유치하려는 구상이다. 기업 유치를 위한 부지를 마련하는 투자 지구는 이달 중 착공 예정이었지만 보상, 용역 등이 지연되며 올해 8월로 연기됐다.

 

춘천시 디지털산업과 관계자는 “교통과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평가‧허가받는 절차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교통‧환경 규제 사항에 대한 중앙정부와의 교감 부족으로 차질이 생긴 것이다. 두 축 중 하나인 수열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도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마치지 못해 보류 상태다. 첨단지식산업도시를 뒷받침할 다른 사업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젊은 인력이 지역 내에서 문화와 소비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로컬 크리에이터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사업은 시작 전부터 시의회에서 예산 절반을 삭감당했다. 유사 사업이 이미 많다는 지적이다. 비슷한 목적의 ‘춘천 청년 공동 창업공간 운영지원’은 춘천시가 아닌 중앙정부에서 예산과 참가자 모집 및 신청을 대부분 담당한다.
 

후평산업단지, 서면 현암 및 금산 지구 등을 연구개발 특화 지역으로 지정해 첨단지식산업도시의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은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조건이 완화되길 기다리고 있다.

 

핵심 공약 추진을 담당하는 일부 직원들은 본인 업무를 타 부서 담당으로 착각하거나 공약사업 이름을 알아듣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약 진행 상황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다. 

 

▶예산 깎이고 일정 밀리고,멀어지는 관광도시

호수 카페거리를 조성해 춘천을 유럽형 고품격 관광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들도 줄줄이 무산되거나 시작 단계에서 답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관광도시 개발의 핵심이었던 ‘카페거리 육성사업’은 시의회 반대로 전면 중단됐다. 프로그램의 실효성과 용역 낭비라는 비판을 받았다. 춘천시는 올해 2억8000만원을 들여 카페 메타버스, 유튜브 채널, 커피도시페스타 등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김영배 시의원은 “사업이 3년 차에 들어가는 데도 유명 카페 2~3곳을 제외한 일반 카페들은 실효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암호 마리나 조성사업’은 지난달 보류 이후 사업 재추진 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기 저상 관광버스는 제작이 석 달 넘게 늦어져 운행 시기조차 미정이다. 이달 착공 예정이던 ‘의암호 출렁다리’도 안정성 검토 관련 용역으로 연기됐다.

 

전문가들은 공약사업의 구체적 계획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첨단지식산업도시의 취지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현실화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운기 춘천시의회 경제도시위원장은 “첨단지식산업도시에 기존 관내 기업만 상주하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어 굵직한 중견기업 유치 등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지만, 관련 계획을 듣지 못했다”며 “공약사업 전체에 대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하루빨리 공개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④언제까지 닭갈비만? ‘문화 없는 문화도시’ 춘천 고품격 문화·관광도시’ 내세우지만
올해 춘천지역 축제 6개, 원주 절반 수준
독창성 없는 ‘춘천커피페스타’로 또한번 실패 위기

‘고품격 문화·관광도시’를 내세운 민선 8기 춘천시정이 뚜렷한 성과 없이 4년 여정의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육동한 춘천시장의 민선 8기가 ‘유럽형 관광도시’를 만들겠다며 내세운 ‘춘천커피도시페스타’는 온갖 비판에 부딪혀 취소될 위기다. 춘천시가 독창성도, 경제성도 없이 ‘뚝딱 만들어 뚝딱 망하는’ 문화·관광 콘텐츠만 양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줄을 잇는다.

 

춘천시의 문화 콘텐츠 개발 성적은 주변 도시들과 비교하면 더 뚜렷이 드러난다. 화천은 산천어축제에 이어 전국 파크골프의 성지라는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 강릉은 민선 8기 첫해부터 와인축제, 누들축제를 잇따라 개최하며 커피축제와 함께 음식문화 콘텐츠를 각인시켰다. 또 양양은 대한민국 서핑 메카의 이미지를 확보하는 등 각 지자체마다 새로운 콘텐츠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춘천’ 하면 떠오르는 대표 콘텐츠는 닭갈비와 막국수, 드라마 ‘겨울연가’에 머물러 있다.

민선 8기 춘천시정은 ‘고품격 문화·관광도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닭갈비, 막국수를 넘어설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축제 수는 원주 절반, 방문객도 저조

춘천 문화콘텐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지역 축제의 양과 질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지역축제 개최 계획’에 따르면 올해 춘천에서 열리는 축제는 6개로 원주(12개)의 절반 수준이다. 춘천에서 열리는 축제는 1980~90년대부터 열렸던 축제이거나, 올해 처음 시도하는 신생 축제 뿐이다. 그동안 새롭게 정착시킨 축제가 없었다는 의미다.

 

축제에 참여하는 방문객 수도 저조하다. 도내 18개 시·군별로 최다 방문객 수가 15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은 춘천을 포함해 속초, 삼척, 영월, 화천, 양구, 고성 등 7곳이다. 도시 규모를 고려하면 수부도시의 위엄을 확인하기 어렵다.

춘천에서 지난해 가장 많은 방문객 수를 기록한 춘천인형극제는 12만950명이 다녀갔다. 인형극제가 6개월에 걸쳐 열린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 행사로 춘천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다녀간 축제는 춘천마임축제(10만90명)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지역축제 개최 계획’에 따르면 도내 축제의 최고 방문객 수가 15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은 춘천 등 7곳이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반면, 세계적 축제인 화천산천어축제는 매회 100만명, 삼척맹방유채꽃축제는 30만명이 다녀간다. 원주다이내믹댄싱카니발과 한지문화제는 각각 30만명씩 방문했다. 강릉은 단오제 50만명, 커피축제 35만명, 해돋이 30만500명, 주문진해변축제 24만1025명 등 140만여명이 강릉에 왔다.

 

이밖에도 지역별로 △태백산눈축제 52만1248명 △정선 민둥산은빛억새축제 22만명 △동해 묵호도째비페스타·동해무릉제 각 17만명 △철원 화강 다슬기축제 16만6700명 △인제 가을꽃축제 15만7000명 등 지역 대표 축제임을 실감케하는 방문객수를 기록하고 있다.

 

축제 방문객의 소비지출은 지역에 다양한 경제유발 효과를 가져오는 만큼 춘천은 다른 지역에 비해 축제를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삼지 못하는 처지다. 민선 8기 강릉이 지난해 선보인 와인축제는 개최 첫해임에도 5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반면 1996년부터 열린 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 지난해 방문객은 8만3000명에 그쳤다. 와인축제 예산 규모가 막국수닭갈비축제의 절반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강릉의 와인축제가 비용대비 높은 효과를 거둔 셈이다.

 

▶민선 8기 역점 커피도시페스타, 좌초 위기

‘춘천커피도시페스타’는 춘천 문화콘텐츠 전략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국 어디에나 있는 '커피'를 이용한 카페거리 육성사업은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세금 낭비라는 춘천시의회의 반대로 잠정 중단됐다. 당초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가 추경에서 가까스로 부활했다. 커피페스타는 육동한 시장이 ‘고품격 문화·관광도시’의 일환으로 내세운 사업이다.

 

그동안 춘천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준비해온 각종 행사도 잡음이 많다. 강원도가 추진한 ‘춘천 세계불꽃대회’는 실효성과 경쟁력 미흡, 환경 오염 논란을 일으켰다. 이 행사는 도비와 시비를 투입한 ‘호수나라 물빛축제’로 이름과 내용을 바꿔 재추진했지만, 또다시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결국, 일회성·선심성 행사로 취급받으며 결국 폐지 수순을 밟는다.

전문가들은 지역 고유 자원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목적성이 명확한 축제를 만들어야 지역대표 콘텐츠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 대표는 “관광이나 지역 특색을 살린 축제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뚝딱 만들면 뚝딱 망할 수밖에 없다”며 “공공의 축제는 수억, 수십억이 투입되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타당성을 먼저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⑤ 행정 전문가 시장 맞나⋯여전한 ‘아마추어 행정’
 
육동한 시장 행정력 의문부호
오락가락, 갈팡질팡, 삐걱대는 갖가지 사업
민원·청렴도 하위권, 새내기 공무원 이탈
 

우선 시민들과 얼굴을 맞대는 민원서비스부터 개선되지 않고 있다. 춘천시는 정부 평가에서 줄곧 민원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아왔다. 전임 시정에선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전국 최하위 성적인 ‘마’ 등급을 받았고, 지난해 ‘다’로 끌어올렸으나 여전히 낮은 점수다. 시민들도 같은 생각이다. 시 홈페이지에는 ‘공무원의 불친절한 업무 태도’ ‘근무 태만’ ‘업무 능력 미달’에 대한 불만 글이 넘쳐난다.

공공기관에 대한 도덕성과 신뢰도를 판단하는 종합청렴도 평가도 평균 이하다. 민선 8기는 4등급을 받아 전임 시정때보다 1단계 내려왔다. 청렴 체감도는 3등급이었으나, 노력도에서는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일상적인 관행을 답습하지 않고, 창의적인 성과를 낸 지자체를 뽑는 정부 평가에서는 아예 들어가지도 못했다.

 

‘보은인사는 없다’는 육 시장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선거를 도왔던 캠프 인사들이 시 산하기관이나 관련 기관장으로 선임되면서다. 대표적으로 강청룡 먹거리지원센터장, 최연호 춘천문화재단 이사장, 한규보 정책특별보좌관, 황상호 서울사무소장 등이 선거캠프 핵심 관계자로 꼽힌다.

 

▶불신만 쌓이는 ‘시민의 발’, 삐걱대는 버스 준공영제

춘천시 행정 능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분야는 시내버스 제도다. 육 시장은 취임 후 버스 완전공영제를 철회하고 ‘준공영제’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시민 의견수렴 부족, 독점 운영 준공영제 등으로 불안한 행정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했다.

 

준공영제는 시내버스 노선 운영 등 권한은 춘천시가 갖고 버스 운영 업체에 표준운송원가보다 부족한 운송수입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관리위원회 등을 통해 버스 업체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이윤을 지급한다.


 

더 레이크 춘천 복합리조트 사업 조감. (그래픽=춘천시)

그러나 시의회 안팎에서는 시내버스 운영제도에 대한 용역이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준공영제 관련 조례안을 상정한 건 성급한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시가 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윤민섭 춘천시의원은 “시가 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너무 빠르게 추진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며 “독점 운영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 해결 없이 준공영제가 도입돼 문제가 생긴다면 버스 전체가 멈추는 사태가 생기고 과거 정책 실패를 다시 반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춘천으로서는 가장 보편적이고 지속 가능한 안정적인 체계라고 확신한다”며 “더 소모적인 논쟁 없이 준공영제를 안착시켜 버스 운영이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새내기 공무원이 춘천시를 떠나는 이유는?

춘천시 젊은 공무원들의 이탈도 시의 무사안일한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행정력 문제라는 비판이 많다. 지난해 시청을 떠난 8·9급 공무원은 10명, 올해는 벌써 9명이 나갔다.

 

궁여지책으로 시는 지난 14일 시청 앞 정원 일대에서 새내기 공무원 시보 해제 기념 나무 심기를 진행했다. 이날 새내기 공무원 53명은 직접 나무를 심고 자신의 이름표를 붙였다. 시보 해제는 정식 공무원이 됐음을 의미한다. 새내기 공무원에게 자긍심을 부여하고 업무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그러나 시의 기대와 달리 소셜미디어(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휴식권을 보장해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육체노동까지 시켰다는 목소리까지도 나온다. 일부 누리꾼들은 ‘왜 떠났는지 좀 이해가 된다‘, ‘왜 떠나는지를 나무 심기로 알려주는 것이냐‘ 등 황당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춘천시청 안팎에서는 “중앙 정부 관료로 잔뼈가 굵은 육동한 시장은 큰 기대 속 행정력 시험대에 수차례 올랐지만, 뚜렷한 성과는커녕 현안만 쌓여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젊은 공직자들은 줄줄이 퇴사하고 춘천 패싱 논란에 휩싸이는 등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행정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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