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되는 거 아니야? 왜 아직도 붙잡고 있어?"

혹시라도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만 완료된 것이지 11여 개 인허가 절차가 아직 남아있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아래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오랜 역사를 가진 환경 갈등 중 하나다. 설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논쟁은 40년 동안 이어져 왔고, 오색케이블카는 10년 이상 첨예한 갈등이 계속됐다.

2023년 2월에 환경부가 '조건부 협의(허가)'한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는 2019년 환경부가 '부동의'하며 사업을 백지화시켰던 이력이 있다. 같은 조직인 환경부는 왜 2019년에는 부동의해서 국립공원을 지켜냈고, 2023년에는 왜 조건부 협의를 결정해서 국립공원에 개발의 빗장을 활짝 열었을까?
  
국립공원 케이블카 노선길 완화가 불러 일으킨 재앙 
적어도 국가가 아닌, 이익을 보는 누군가가 원하는 규제완화가 지금 국립공원에 개발이라는 재앙을 불러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을 시작한 2008년 '동·서·남해안 및 내륙권 발전 특별법'이 시행되며 국립공원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에 개발 계획이 물밀 듯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이러한 개발의 물결을 타고 2010년 국립공원 케이블카(삭도) 길이 제한을 2km에서 5km로 확대하면서 대부분 산의 저지대(하부)에서 정상부까지 케이블카 설치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후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재한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가 결정되면서 산악관광을 위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다. 2014년~2015년 환경부는 비밀 태스크포스(TF)까지 설치해가며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을 위해 힘썼다. 이 사실은 2018년 국정농단 적폐청산 과정에서 환경부장관 직속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의 조사로 밝혀졌다.

비밀 태스크포스 작업의 결과로 2015년 7개 부대조건*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오색케이블카 설치가 '조건부 동의'됐다(*7개 부대조건: ①산양추가조사 ②식물보호대책 ③탐방로연계차단 ④안전대책보완 ⑤사후관리시스템마련 ⑥환경관리기금조성 ⑦국립공원공단 공동운영관리).

2019년 환경부는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부동의'했다. 환경부의 '부동의'는 사업 백지화와 같은 말이다. 하지만, 분명 2019년 백지화된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2023년 어떻게 '조건부 협의'가 될 수 있었을까?

행정심판 제도가 극적인 역할을 했다. '행정심판'은 행정기관의 행정처분에 불복하는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구제 절차 중 하나다. 다른 제도와 크게 다른 점은 행정심판의 판결은 즉시 적용되며, 재결, 불복 또는 항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양양군은 2017년 '문화재현상변경허가 거부 처분 취소(문화재위원회의 문화재현상변경 거부가 부당하다는 취지)', 2019년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 요구 처분 취소(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이 이행 불가능한 요구이므로 재보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를 청구했다. 두 건 모두 양양군의 청구가 받아들여졌고, 양양군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이 다시 궤도에 오르게 됐다.

202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환경영향평가 제도 도입 이래 처음으로 '확약서'라는 문서가 등장한다. 이 문서는 법률 및 제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문서로 2022년 6월 원주지방환경청-강원도-양양군이 3자간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 작성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확약하는 내용이 담긴 문서다. 환경부가 직접 법률해석을 받아 '사적계약'임이 확인됐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2022년 12월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에 확약서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추측된다.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노선 길이가 여전히 2km였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까?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제대로 기능했다면 어땠을까?
 
정권의 연료를 받으며 쾌속 질주하는 개발 무한열차

개발은 어느 정권에서나 강행돼 왔다. '친환경' 또는 '친환경'에 가까웠던 정권은 없다. 그럼에도 1982년, 2012년, 2013년, 2015년, 2016년, 2019년, 최소 5차례 이상 극상림, 아고산대 식물 군락지를 포함해 정상부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이 크고, 산양 서식지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거부돼 왔다. 하지만 2023년 지금, 국립공원으로서 보전되고 보호될 수 있었던 모든 이유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개발의 흐름에는 언제나 '정권'이라는 이름의 압박이 있었다. 이러한 압박은 언제나 환경부에게 적용됐다. 2022년 대통령 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당시에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을 막론하고 "설악산 케이블카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올해 2월 10일 열린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진태 강원도지사에게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반드시 진행되도록 환경부에 확인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약속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2022년 말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는 아직도 비공개 상태다. '환경영향평가법'에서는 군사상 기밀, 영업 비밀이 포함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환경영향평가서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과연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어떠한 기밀과 비밀이 숨어있는 것일까? 이것이 정권의 압박인지, 아니면 원주지방환경청이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서) 비공개 요청 사유'가 얼마나 타당해 보였는지 알 길은 없다.

이러한 전방위적인 압박에도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를 검토한 5개 전문기관은 모두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결정을 내렸다. 환경부가 내리지 못한 '부정적'인 결정을 내린 이유는 ▲상부정류장 면적 확대에 따른 백두대간 핵심구역 내 지형변화지수 90% 증가 ▲산림의 훼손면적 증가 ▲법정보호종 보전 대책 미흡 ▲시설물 안전성 확보 불명확(의문) 등이다.

국회 상임위 등에 출석해 "전문기관의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하겠다"고 반복적으로 입장을 밝혔던 한화진 환경부장관은 전문기관의 이러한 의견을 무시한 듯,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허가했지만 말이다.
      
설악산국립공원이 '뚫려버렸다'

설악산은 국립공원(환경부), 천연보호구역(문화재청), 백두대간보호지역(산림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산림청), 생물권보전지역(유네스코 MAB국제조정이사회)으로 중첩 지정돼 있다.

또한 국립공원공단에서 2005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보호지역 카테고리II 국립공원(National Park)으로 관리 등급을 상향 조정하여 보전 중심 관리를 인증 받았다. 2014년에는 IUCN 녹색목록(Green list)에 등재되어 유전자원을 가능한 영구하게 보전하고, 넓은 서식지와 활동지를 같는 종의 이동경로 보전 등을 위해 기여하도록 관리하기로 약속했다.

멀게는 1982년부터, 가깝게는 2008년부터 우리가 설악산을 지켜온 이유는 "설악산이 뚫리면 모든 국립공원이 뚫리기 때문"이었다.

실제 2023년 환경부의 오색케이블카 사업 허가에 따라 지리산국립공원, 속리산국립공원, 소백산국립공원, 무등산국립공원 등이 위치한 지자체들이 허겁지겁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밝히기 시작했다. 논리는 간단했다. "우리 국립공원이 설악산보다 못하는데 왜 우리는 케이블카 설치가 안 되나?" "환경부가 케이블카 신청서를 다시 한 번 반려하면, 행정심판 불사하겠다" 등.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방어했던 방법들이 하나둘씩 무너지고, 환경부와 강원도, 양양군이 저질러온 정당하지 않은 방법들을 지자체들이 학습했기 때문이다. 양양군이 했던 방식대로만 하면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스스로 국립공원을 지정·관리하는 주체이지만, 국립공원에 대규모 개발사업을 불러일으킨 주체이기도 하다. 보전과 파괴를 동시에 하는 혁신적인 정부가 되어버렸다. 모든 것을 막아내야 마땅했던 모든 제도가 정권의 결정 하나, 그리고 환경부의 변절 하나로 순식간에 뚫려버렸다. 과연 국립공원마저 개발이 허용되면 이익을 보는 집단은 누구일까? 적어도 국민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4월 14일, 국립공원 개발 열차를 멈추기 위해 파업합니다 

자연에서 높은 곳은 연약하고 취약한 공간이다. 공기도 희박하고, 기온도 낮은 척박한 환경이다. 인간이 권력이나 돈을 가질수록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과 다르다. 오색케이블카가 설치되고 난 후 설악산국립공원의 아고산대 식생이 어느 수준으로 훼손되고,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유일하거나 많지 않은 형태로 자연 형성된 생태계가 사라진다는 것뿐이다.

우리는 더 이상 덕유산국립공원의 활강경기장,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조성의 거짓말을 믿을 수 없다. 사업자들이 말한 대체서식지에서 살아남은 생물들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조심하며 조금만 훼손한다던 그 입에 발린 소리를 지키려고 노력이나 했는가? 경기가 끝나면 복원하겠다던 새빨간 거짓말을 한 책임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생태계의 질서를 기어코 탈선하려는 개발의 무한열차를 멈추기 위해서는 파업만이 살길이다. 나는 4월 14일 기꺼이 파업할 것이며, 주변에도 기꺼이 파업할 것을 권할 것이다. 우리는 4월 14일 금요일 오후에 정부세종청사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의 파업이 스러져가는 생태계와 우리 자신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생태계 연결고리가 하나라도 빠졌을 때, 적어도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후 위기를 가속하는 생태학살을 멈춰야 한다. 국립공원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기 위해 우리는 멈추라고 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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