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속이고 위험에 빠뜨린 산림청, 여기 증거 있다

불길 이동 통로이자 산사태 주범된 '임도'...

산림청, 확충 위해 엉터리 보도자료

/최병성 리포트

 거센 산불로 산림이 불에 타고 있다. ⓒ 최병성  
3월이 되자 건조한 봄바람에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소중한 산림을 태우고 있다. 지난 15일 산림청은 '산불재난 최소화를 위해 산불진화임도 확충 시급'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남성현 산림청장이 직접 임도 확충 전략을 발표했다. 산림청이 임도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는 뜻이다.

산림청은 '산불 진화에 임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도가 있으면 진화인력과 장비가 현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조기 진화할 수 있지만, 임도가 없으면 산불 진화가 더딜 수밖에 없다는 이유였다.

산불 진화에 임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2022년 화재가 발생한 울진, 임도가 있었지만 주변 산림이 모두 불에 탔다. ⓒ 최병성


산림청 주장은 사실일까? 지난해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은 피해 지역의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처참했다. 산림청이 근거로 내세운 울진 산불에서 임도가 없어 산불이 대형화된 것인지 현장을 돌아보았다. 시커멓게 불탄 숲에 산림청이 산불 진화에 필요하다는 임도가 있었다. 그러나 주변이 모두 불에 탔다. 
 

 2022년 화재가 발생한 울진, 임도보다 더 넓은 2차선 도로가 있어 접근이 용이하지만 모두 불에 탔다. ⓒ 최병성

 
폭 3m의 임도보다 넓은 2차선 도로가 있어 산불 진화 장비와 인력이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도로 곁 야트막한 산림마저 다 불에 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2년 화재가 발생한 울진 주변, 4차선 동해고속도로가 있고 2차선 국도가 산 능선을 지나고 있다. 진압 장비와 인력이 산불 현장에 진입하기 용이하지만, 바다까지 가고서야 산불이 저절로 꺼졌다. ⓒ 최병성

 
4차선 고속도로와 2차선 국도가 산을 가로지르고 있다. 산도 야트막하고 임도보다 더 널찍한 도로들이 곳곳에 퍼져 있다. 화재 현장에 장비와 진화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그러나 산림청은 산불을 잡지 못했고, 산불은 4차선 고속도로와 2차선 국도를 넘어 바다까지 달려갔다. 더 이상 탈 것이 없는 바닷가에 도착해서야 저절로 꺼졌다.
 

 한울 원전 마당까지 산불에 다 탔다. 그러나 이 사실이 감춰져 있고, 마치 산림청이 산불을 진화한 것처럼 포장되어 있다. 원전 앞에 2차선 도로가 있지만 산불이 원전으로 날아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 최병성

 
산림청은 산불을 잡기 위해 울진 한울 원자력발전소 정문 앞에 지휘본부를 설치했다. 그러나 산불이 한울 원전 마당 안까지 들어와 나무를 태우는 것을 막지 못했다. 울진 산불의 최초 발화지점에서 한울 원자력발전소 사이에는 수많은 임도는 물론 2차선 국도와 4차선 고속도로가 놓여 있다. 그러나 산불은 원전으로 날아들어 원전 울타리 안의 숲을 몽땅 태웠다.

한울 원전이 불타지 않은 것은 콘크리트 구조물이었기 때문이지 산림청이 불을 꺼서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런 사실이 감춰진 채 산림청이 원전을 지켜냈다고 포장되어 있다. 사진을 보면 돔 형태의 원전 구조물 바로 앞 언덕의 나무들이 시커멓게 타버렸다. 산불이 원전 마당까지 들어올 때까지 산림청은 무엇을 한 것일까?

산불을 진화해줄 국가가 없었다 
 

 산불 진화에 무능한 산림청으로 인한 피해 현장. 주민들에겐 안전을 지켜줄 국가가 없었다. ⓒ 최병성

 
울진에 산불로 피해 입은 주민들이 많은 이유가 있다. 산림청이 원전을 지킨다며 주변 마을 민가들이 불에 타는 것을 방치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산불 진압 장비가 신속하게 달려올 수 있는 2차선 도로가 있고, 마을 길이 있건만 주민들은 집이 불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산불로 집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공통으로 한 말이 있었다. 그들에게 산불을 진화해줄 국가가 없었다는 것이다. 산불 진화의 주체인 산림청은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지 못했고, 숲도 지켜내지 못했으며, 원자력발전소도 지켜내지 못했다.
 

 산림청은 최초 발화지점에서 울진 한울원전을 향한 전진 산불을 잡지 못했고, 며칠 동안 천천히 타오르는 후진 산불마저 제대로 진화하지 못했다. ⓒ 최병성. 카카오맵


15일보도자료에서 산림청은 '지난해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에 산불이 났을 때 임도 덕분에 소나무를 지킬 수 있었다'며 임도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임도 덕분에 소광리 소나무를 지켰다는 면적은 울진 산불 피해 전체 면적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울진 산불 진행 과정을 살펴보자. 최초 발화지점에서 거센 전진 산불이 몇 시간 만에 울진 한울 원전으로 옮겨갔고 삼척 LNG 기지로 퍼져나갔다. 이후 불길이 약해진 후진 산불이 며칠 동안 타오르며 응봉산과 소광리 소나무 숲을 향해 천천히 이동했다. 그런데 산림청은 불길이 약해진 후진 산불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다.

 


산림청이 소나무 숲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임도 덕이 아니다. 세력이 약해진 후진 산불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원전을 향해 달려가던 불길이 강한 전진 산불이었다면 임도보다 더 넓은 고속도로가 있다 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림청은 산림과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지 못한 무능을 사과하기보다, 임도 덕에 소광리 소나무를 지켜냈다는 말로 국립공원 임도 건설 예산을 확보하는 데 악용하고 있다.
 

 능선을 따라 임도가 잘 놓여 있지만, 산림청의 주장과 달리 모두 불에 타도록 산불을 끄지 못했다. ⓒ 최병성

 
산림청이 지난해 울진 산불을 제대로 끄지 못한 것은 산불 면적이 넓었기 때문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2020년 6월 발생한 안동 산불 현장으로 가보자. 산 정상까지 콘크리트 포장으로 임도가 잘 만들어져 있었다. 바로 곁에 낙동강이 보인다. 산불을 끌 수 있는 물도 충분했다. 임도가 있으니 장비와 산불 진화 인력 투입이 용이했다. 그러나 모두 불에 탔다.
 

 밀양 산불은 임도를 따라 이동했다. 임도가 산불이 이동하는 통로가 되었다. ⓒ 최병성

 
지난해 5월 산불이 발생한 밀양이다. 임도가 있지만 여기도 모두 불에 탔다. 밀양 산불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산불이 임도를 타고 더 큰 산불로 확산 이동된 것이다. 나무가 없어 바람이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임도가 산불 진화용이 아니라 오히려 불길의 이동 통로였던 것이다.

산림청이 임도 건설에 집착하는 이유
 

 강원도 횡성 매더피골에 임도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이 사라졌다. ⓒ 산림청. 소방청


15일 보도자료에서 산림청은 산불 진화와 산사태 예방을 위해 임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임도는 산사태 예방이 아니라 산사태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지난 2022년 8월 10일, 강원도 횡성의 매더피골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이 사라졌다. 산꼭대기에서부터 엄청난 토사가 밀려 내려왔다. 산림청이 만든 임도때문이었다.
 

 산림청이 울진의 금강송을 벌목하기 위해 만든 임도에서 산사태가 줄줄이 발생했다. 산사태 복구를 위한 혈세를 산속에 퍼붓고 있는데, 산림청 그 누구도 책임지지도 않고 처벌도 받지 않았다. ⓒ 최병성

 
울진의 또 다른 현장을 보자. 산사태가 줄줄이 발생했다. 소나무 숲으로 유명한 울진에 왜 이런 처참한 산사태가 발생한 것일까? 임도 때문이었다. 임도를 건설하면 안 되는 지형에 마구잡이로 임도를 건설했다. 빗물이 흐를 물길도 없었다.

산사태가 매년 여름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깊은 산속에 산사태 복구를 위해 계속 혈세를 퍼부어야 하는 현실이다. 이곳에 산사태가 난 이유는 간단하다. 산림청이 울창한 소나무들을 벌목하기 위해 임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2020년엔 최병암 산림청장이 탄소 흡수를 위해 임도가 필요하다더니, 이번엔 남성현 산림청장이 산불 진화를 위해 임도가 필요하다고 기자회견하고 있다. 임도를 위한 명분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 ⓒ 산림청


지난 15일 보도자료에서 산림청은 '지난해와 올해 대형산불을 보며 산불 진화에 임도가 반드시 필요함을 절감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3년 전인 2020년 12월 23일, 당시 최병암 산림청장은 '임도 신설 확대와 체계적인 관리로 산림 탄소흡수 기능 및 산림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제목으로 임도 개설을 강조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탄소 흡수를 위해 임도를 주장하다가 먹히지 않으니 이제 산불을 내세워 임도 건설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산림청은 청장들이 직접 나서 기자회견을 할만큼 임도 개설을 위한 여론 조성과 예산 확보에 목을 매고 있다.
  

 임도를 건설한 후 벌목량이 증가하였다는 조사 보고서. ⓒ 한국임학회지

 
산림청은 왜 임도 건설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보여주는 보고서 두 편을 찾았다. 2015년 <한국임학회지>에 실린 '임도 시설에 따른 접근성 개선 및 산림작업비용 절감효과Ⅰ.Ⅱ'다. 임도 개설 전 숲가꾸기 등의 사업이 평균 28.5%에서 임도 건설 후 90.3%로 3.2배 증가했고, 벌목은 25.2%에서 88.3%로 3.5배 증가했다는 것이다.

결국 임도가 있어야 벌목해서 나무를 실어 나를 수 있고, 벌목을 많이 해야 벌목한 자리에 조림을 이유로 기획재정부에서 많은 예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벌목과 숲가꾸기와 조림 등을 산림경영이란 말로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국회와 국민을 속여 온 것이다.
 

 임도를 만들자 아름드리 금강송들을 싹쓸이 벌목했다. 임도는 산림경영이라는 이름하에 벌목하기 위한 수단일뿐이다. ⓒ 최병성

 
카카오맵 항공사진에 진실이 담겨있다. 장소는 금강소나무로 유명한 울진군이다. 2012년 임도가 만들어졌다. 5년 뒤 2017년 임도를 따라 울진의 거대한 금강송들을 싹쓸이 벌목했다. 2019년에 또 임도를 따라 더 많은 면적의 금강송들이 잘려 나갔다. 
 

 임도가 있으니 손쉽게 싹쓸이 벌목을 했다. 산림청이 임도를 원하는 이유가 바로 산림경영이라는 미명 아래 진행하는 싹쓸이 벌목을 위한 것이다. ⓒ 최병성


이게 바로 산림청이 임도를 간절히 원하는 이유다. 산불 진화 명목은 임도 건설 예산을 따내기 위한 핑계일뿐이다.
  
국민 기만하는 산림청
 

 산림청이 임도가 있는 합천과 임도가 없는 하동을 비교해 임도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보도자료엔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이 들어있다. ⓒ 산림청


15일 보도자료에서 산림청은 두 개의 산불 현장을 비교해 임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남 합천은 임도가 있어 진화대들이 밤샘 작업을 통해 다음날 조기 진화 할 수 있었으며, 경남 하동의 지리산 국립공원은 임도가 없어 밤새 산불이 타들어 가는 것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많은 언론이 산림청 보도자료를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베껴 쓰며 임도가 없는 하동의 국립공원이 산불을 제때 끄지 못해 산불 피해가 컸다고 보도했다.
 

 산림청 홈페이지 산불 상황도와 현황을 비교표로 만들었다. 하동의 경우 임도가 없어 산불 피해가 컸다는 것은 심각한 거짓말이다. ⓒ 최병성. 산림청


산림청의 주장은 사실일까? 합천 산불과 하동 산불은 발생 시기가 3일 차이에 불과하고 두 지점의 거리가 가깝다. 산불 피해 현장을 비교해보자.

산림청 홈페이지 산불 발생 현황에 따르면, 합천 산불은 지난 8일 발생해 67시간 만에 진화되었으며 피해 면적이 163ha다. 그런데 임도가 없다는 하동은 11일 발생해 27시간 만에 진화되며 91ha를 태웠다. 임도가 있어 산불을 조기 진화했다는 합천이 더 오랜 시간 불에 탔고, 산불 피해 면적도 두 배 정도 더 넓다.
 

 산불 피해 모습도 임도가 있는 합천이 임도가 없는 하동보다 심각하다. ⓒ 홍석환

 
산불 피해 강도를 비교해보자. 멀리서 보기에도 합천과 하동의 산불 상황의 차이를 알 수 있다. 합천 산불은 나뭇가지 끝까지 타죽는 수관화였고, 하동 산불은 바닥으로만 스쳐 지나가는 지표화였다. 하동 산불 현장에 시커멓게 탄 수관화도 극히 일부 있지만, 대부분 지표화로 큰 피해 없이 산불이 꺼졌다. 같은 시기, 비슷한 지역에 발생한 산불인데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일까?

산불 현장에 답이 있다. 합천 산불 현장에선 산림청이 산림경영이라고 주장하는 숲가꾸기 흔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소나무만 남기고 키 작은 나무와 활엽수들이 모두 잘려 나갔다. 그러나 하동은 국립공원이고 임도가 없으니 산림청이 숲가꾸기를 할 수 없었다. 하층부에 잡목이 그대로 존재한다.
 

 임도가 있어 산림청이 자랑하는 숲가꾸기로 인해 소나무만 남기고 활엽수를 모두 잘라버린 탓에 수관화로 모두 불타 죽었다. 그러나 하동은 임도가 없어 지표화로 산림 나무들이 살았다. ⓒ 홍석환

 
산림청이 숲가꾸기 한 곳과 잡목이 밀집된 지역의 산불 피해를 비교해보자. 소나무 외에 활엽수들을 잘라 숲가꾸기를 한 합천은 나무 꼭대기까지 불에 탔다. 이 나무들은 다시 살아나기 어렵다. 그런데 하동 국립공원은 잡목이 가득하다. 산림청의 주장대로라면 불에 탈 연료가 많다. 그런데 불길이 지표화로 타다 꺼졌다.

산불의 확산 여부는 '연료'가 아니라 '바람'이다. 숲가꾸기 한다며 활엽수들을 베어낸 숲은 바람이 잘 통하여 불길이 나무 꼭대기까지 순식간에 타고 오른다. 그러나 숲가꾸기를 하지 않아 연료가 많은 숲은 바람이 통하지 않으니 불길이 힘을 잃고 힘없이 바닥을 기다가 저절로 꺼지는 것이다. 

산림청은 그동안 대형 산불의 원인을 기후 위기 탓으로 돌려왔다. 하지만 기후 위기가 아니라 산림청이 산림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산림을 불에 잘 타는 숲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산림청이 숲가꾸기를 한 지역은 심각한 생태계 파괴뿐만 아니라, 숲이 더 건조해진다. 한번 불이 나면 쉽게 꺼지지 않는 대형 산불이 되는 것이다.

산불 며칠 만에 생태복원 토론회?

산림청은 23일 하동 산불이 발생한 인근에서 '산불 피해지 산림 생태복원 현장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12일 오후에 하동 산불이 진화되었다. 산불이 꺼진 지 불과 10여 일 만에 생태 복원 토론회란 불가능하다. 국립공원 산불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불이 꺼지자마자 토론회를 개최하는 산림청에 의혹의 눈길이 가는 이유다. 

하동 산불은 사진으로 보듯 지표화로 끝났다. 대부분의 나무가 활엽수이기에 불길이 지났어도 다 살아난다. 사람이 손을 댈 필요가 없다. 복구한다며 사람이 손을 대는 순간, 더 큰 생태 파괴만 이뤄질 뿐이다.

산불 피해지 생태복원이란 산불 후 한참의 시간이 지나 산림의 변화를 살펴 그에 맞는 복원을 계획해야 한다. 산림청 토론회 참석자 중에 과연 합천과 하동 산불 피해 현장 두 곳을 꼼꼼히 다 살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산림청이 '국립공원에 임도를 건설하겠다'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생태복원의 이름을 단 꼼수 토론회를 여는 게 아닐까. 

아직 3월이라 전국 곳곳에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산림청이 산불 후 단 며칠 만에 복원 계획을 세워 산불 현장에서 토론회를 개최한 적이 있었을까? 산림청의 한 관계자는 내게 '산림청이 산불 피해지마다 찾아다니며 이렇게 생태복원 토론회를 열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15일 보도자료에서 남성현 산림청장은 '해외 산림에 비해 임도가 적어 산림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국회와 기재부 등 관련 부처 협의를 통해 임도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산림청은 해외엔 임도가 많다는 이유를 임도 건설의 타당성으로 내세우지만, 해외와 우리는 지형과 기후에 차이가 크다고 지적되고 있다. 이미 여름마다 발생하는 산사태가 그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 김종원

 
그러나 계명대학교 김종원 교수의 '소나무재선충과 동해안 산불을 통해서 본 우리나라 소나무, 무엇이 문제인가'(2005)에 따르면, 유럽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완만한 구릉 형태 또는 대지 형상이며, 연간 강수량이 800~1000mm 이하이면서 연중 고르게 분포해, 급경사지에 집중호우 및 태풍을 동반하는 우리나라와는 극명하게 대비가 된다며 국내 산림 임도의 부적절함을 강조했다. 

산림청이 지형과 기후의 차이를 감추고 임도 길이만으로 국민을 속여 막대한 임도 건설 예산을 타내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여름마다 임도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국회와 기획재정부가 산림청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밀양 산불 키운 주범은 산림청...

현장에 남은 끔찍한 증거들

 산불 진화 지휘체계 근본 개선이 필요하다

 검게 타버린 나무들로 인해 마치 반달곰이 산을 오르는 모습이 되었다. ⓒ 최병성

 
까만 반달곰들이 능선을 타고 산을 오른다. 이곳은 국내 최초 6월 여름 산불로 기록된 경남 밀양 옥교산 산불 잔해 현장이다. 지난 5월 31일 초록 잎이 무성한 상태에서 발생한 산불이 소방헬기를 53대나 동원한 뒤 6월 2일이 되어서야 진화되었다.

'수관화'로 소나무 가지 끝까지 새까맣게 타죽었다. 죽은 소나무 사이의 흰색 선이 마치 목에 흰 털을 지닌 반달곰을 연상케 한다. 흰색 선은 산림을 관리한다며 만든 임도다(산불은 나무의 큰 줄기가 타는 수간화, 그리고 나무 꼭대기까지 타는 수관화, 바닥의 낙엽과 초본류가 타는 지표화, 그리고 땅 속 낙엽 분해물과 뿌리까지 타들어가는 지중화 등으로 구분한다).
  

 반달곰의 목을 연상케하는 둥근 흰선은 산림에 낸 임도다. ⓒ 최병성

 
밀양 산불은 독특한 형태의 산불이다. 까만 반달곰 형상으로 불이 탄 곳은 산 중턱이다. 산불이 능선을 따라 위 아래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산 중턱을 따라 옆으로 이동했다.

산불은 어떻게 옆으로 이동하며 대형 산불로 번졌을까. 해발 538m로 높고 급경사진 밀양 옥교산 중턱에는 임도가 만들어져 있다. 여기에 해답이 있다.
   산중턱을 따라 발생한 밀양 산불 당시 임도의 바람 길을 따라 불길이 이동했다. ⓒ 최병성
 
임도가 없어 산불 못 껐다는 산림청

산림청은 그동안 대형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임도가 없어 산불을 끄지 못했다고 변명해왔다. 지난 3월 울진 산불 직후인 4월 1일, 산림청은 '2022년 경북·강원 대형 산불 시사점 분석 및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산불예방 숲 가꾸기' 2배 확대와 현재 157㎞인 임도를 2030년까지 6357㎞로 확대 등을 주요 산불 예방 대책으로 내놓았다.
 

 산림청이 발표한 산불 방지 대책. 소방 헬기를 대형화하고 숲가꾸기 면적을 늘리고, 임도를 확대하면 산불을 끌 수 있을까? ⓒ 산림청

 
숲 가꾸기 면적을 늘리고, 산림 속 임도를 확대하면 지금과 같은 대형 산불이 사라질까?

밀양 산불 현장엔 임도가 있었지만 산불을 끄지 못했다. 심지어 임도를 따라 산불이 이동했다. 

 임도가 있으나 산불을 끄지 못했다. 임도가 오히려 산불이 이동하는 통로가 되었다. ⓒ 최병성

 
계명대학교 김종원 교수는 '소나무재선충과 동해안 산불을 통해서 본 우리나라의 소나무, 무엇이 문제인가'(한국생태학회지 2005)에서 산불예방을 위해 임도를 확대한다는 산림청의 개선안이 국민을 속이는 잘못이라고 오래 전 지적한 바 있다.
 

동해안 연안 산악지대의 산불은 자연환경조건으로 말미암아 2,000m 폭을 가로질러 확대되어가는 양상까지도 발생함으로써 폭 4m의 임도에 의한 산불진화 접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산림지역에서의 임도는 서식지 단절, 가장자리 효과, 토양 침식 및 병충해 확산 등의 보전생물학적, 환경경제학적 폐해가 훨씬 크며, 적어도 우리나라 동해안 연안 산악지역에서 산불에 대응하기 위한 더 이상의 임도 개설은 과학적 논리로서 부적절하다.

 
숲 가꾸기와 송이 숲, 산불 대형화 부추겨

지난 6월 18일, 밀양 산불 현장을 조사했다.

 


산 정상부까지 가시철조망이 쳐진 게 보인다. 송이 숲이다. 사람들이 송이를 따지 못하도록 철조망을 친 것이다.

송이는 소나무 아래에서 자란다. 그래서 소나무를 제외한 활엽수와 하층 식생들을 모두 베어냈다. 이번 불로 송이 숲은 시커멓게 타 잿더미가 되었다.   
 

 하층 식생을 모조리 정리해 탈 것이 없는 송이 숲. 그럼에도 산불에 나뭇가지 끝까지 모두 타버렸다. 동그란 표시 부분이 송이 숲에 있던 물통이 산불에 다 타고 바닥만 남은 모습이다. ⓒ 최병성

 
산림청은 지난 3월 울진 산불이 대형화 된 이유 중 하나로 산림이 우거져 탈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산불 예방 대책으로 숲 가꾸기 면적을 늘리겠다는 개선안을 발표했다. 지금도 전국에서 산불을 예방하는 숲 가꾸기를 한다며 활엽수와 하층 식생을 잘라내고 있다.

산불의 원인이 탈것이 많은 '연료'의 문제라는 산림청의 주장대로라면 송이 숲엔 산불이 번지지 않아야 한다. 활엽수와 키 작은 하층 식생을 모조리 베어내서 불에 탈 연료가 적기 때문이다.
   

 가시철조망이 처진 송이숲. 물통이 바닥만 남기고 타버렸다. 송이숲엔 활엽수와 키 작은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내 소나무만 남아 있다. ⓒ 최병성

  
그러나 하층 식생을 청소한 것처럼 깨끗하게 밀어버려 탈 것이 별로 없는 송이 숲은 땅 바닥서부터 가지 끝까지 모조리 탔다. '연료'가 아니라 '바람'이 산불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던 것이다.

송이 숲뿐만 아니다. 숲 가꾸기 한 곳들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숲 가꾸기 한곳도 여지없이 새까맣게 불탔다.
  

 숲 가꾸기라는 이름으로 소나무 아래 활엽수들과 키 작은 나무들을 베어낸 현장. 키 작은 나무들이 없어 바람이 잘 통하니 소나무가 가지 끝까지 타 죽었다. ⓒ 최병성

 
수관화로 불타죽은 소나무 아래에서 오랜 시간 숲 가꾸기를 해온 증거들을 쉽게 찾아냈다. 삐죽삐죽 솟아 있는 작은 가지들이었다. 키 작은 나무들을 자르는 숲 가꾸기는 보통 5년에 한 번씩 이뤄진다. 밀양 산불 현장 조사에 함께 한 부산대학교 홍석환 교수는 잘린 나무들을 자세히 살펴본 뒤, 3번 이상 베어낸 흔적으로 보아 최소 15년 이상 숲 가꾸기가 진행되어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숲가꾸기로 잘려나간 나무들을 가리키는 홍석환 교수 ⓒ 최병성

 
숲 가꾸기를 하지 않아 소나무 아래 키 작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 곳에서는 여지없이 불길이 멈추었다. 송이 숲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관화로 거세게 타오르던 산불이 지표화로 잠잠해진 곳은 키 작은 나무들을 베어내지 않은 경계부였다. 탈 연료는 많았지만, 키 작은 나무 가지들이 많아 바람이 통하지 않으니 불길이 나무 꼭대기까지 타오르지 못한 것이다.

 송이버섯을 위해 소나무 외에 모든 나무들을 베어버려 수관화로 불타 죽은 송이숲(사진 위)과 숲가꾸기를 하지 않아 키작은 하층 식생들로 인해 산불이 지표화로 스쳐 지나간 소나무 숲. 탈게 많으나 바람이 없으니 산불이 지표화로 잠잠해져 소나무들이 살아남았다. ⓒ 최병성

 
그동안 산림청은 하층의 키 작은 나무들이 산불의 이동을 가능케 하는 사다리 연료(ladder fuels)라며 숲 가꾸기의 명분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밀양 산불 현장은 숲 가꾸기가 산불을 예방한다는 산림청의 주장과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숲 가꾸기를 하지 않아 키 작은 나무들이 가득한 곳은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다. 탈 것은 많으나 바람이 움직이지 않으니 산불이 지나가다 멈춘다. 그런데 산불을 예방한다며 키 작은 나무들을 깨끗하게 정리한 숲 가꾸기 숲은 바람이 잘 통하니 나무 가지 끝까지 타죽는 대형 산불로 확대된다.

키 작은 나무 잎사귀들이 열화현상으로 누렇게 말라버린 숲속에 들어섰다. 바람이 전혀 없었다. 조사하는 내내 온몸에 끈적끈적한 땀이 흘렀다. 지표화 현장조사를 마치고 임도에 올라서는 순간,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었다.

임도와 키 작은 나무들이 우거진 곳과의 거리가 몇 m에 불과했지만 바람의 차이가 컸다. 나무가 없는 임도를 따라 바람이 이동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도 산림청은 산불을 예방하고 경제림으로 가꾼다며 전국의 산림에서 숲 가꾸기를 진행 중이다. 산불의 대형화를 전국 산림으로 확대하는 꼴이다.
 

 불 타 죽은 산림과 밀양 시내가 가까이 있다. 이제 산불은 도시를 위협하는 재난이 되고 있다. ⓒ 최병성

 
산림이 도시와 가까이 있기 때문에 산불이 발생하면 도시를 위협하는 심각한 재난으로 번질 우려가 크다. 지난 3월 동해 산불은 동해시내 전역을 위협했다. 이번 밀양 산불 역시 자욱한 연기가 온 도시를 뒤덮으며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산불로 인한 연기가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또다른 원인은 산림청 재선충 정책

소방헬기를 53대나 동원하고도 밀양 산불을 제때 진화하지 못한 또 다른 원인을 찾아냈다. 소나무 재선충을 핑계로 잘라 쌓아 둔 장작더미 때문이었다.
 

 소나무 재선충에 감염되었다며 잘라 비닐로 덮은 소나무 장작더미들이 밀양 산불 현장 사방에 널려 있었다. 산불에 비닐이 불탔으나 바람이 없어 소나무까지 옮겨 붙지 않았다. ⓒ 최병성

 
지표화가 지나간 산불 현장 곳곳에서 타다 남은 숯덩이를 볼 수 있었다. 재선충을 방지한다며 소나무들을 베어 비닐로 덮어 놓은 것들이 산불에 탄 것이다. 소나무를 잘라 켜켜이 쌓아 둔 장작더미에 불이 붙으면 물을 아무리 부어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지표화로 스쳐지나가던 작은 산불이 재선충 장작더미에 옮겨 붙으며 대형 산불이 된 것이다.
 

 재선충 소나무 장작이 다 타고 숯덩이 몇 개만 남았다. ⓒ 최병성

  
소나무 장작더미가 다 타고 재만 남은 현장에서 또 다른 사실을 발견했다. 소나무 장작더미 곁에 있는 키 작은 나무들의 잎사귀는 누렇게 변화하는 열화현상만 입었을 뿐이었다. 밀양 산불 당시 강한 바람이 없었음에도 산불을 끄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소나무 재선충 장작더미가 다 탔지만 주변 나무들 잎사귀는 열화현상만 입었다. 바람이 없었던 것이다. ⓒ 최병성

 
그동안 산림청은 재선충에 감염되면 모든 소나무가 죽는다며 모두 베어내고 비닐로 덮었다. 심지어 재선충 감염목이 몇 그루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재선충을 핑계로 나무들을 싹쓸이하여 산림을 초토화한 경우가 많았다. 산림을 보호한다며 산림을 파괴하는 명분을 제공한 산림청의 잘못된 재선충 정책이었다.

재선충에 감염되어도 소나무를 살릴 수 있는 길이 있다. 소나무 재선충을 치료하는 천적백신이 국내에 이미 오래전에 개발되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수많은 유명 학회지에 국내에서 개발한 천적 백신 논문이 실려 있다. 지난 2021년 8월 <전염병 핑계로 벌어진 끔찍한 일... 산림청은 왜?>(http://omn.kr/1urs0) 기사에 밝힌 것처럼 재선충 감염목도 천적백신을 맞고 살아남았음을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이 거제 화도에서 입증한 바 있다.

만약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를 자르지 않고 천적백신으로 치료하며 재선충 소나무 무덤을 만들지 않았다면 헬기로 물을 쏟아 부어도 꺼지지 않는 대형 산불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소나무 재선충 감염목 장작더미. 소방헬기로 물을 쏟아부었지만, 숯덩이 몇 개 남을 때까지 다 탔다. 차라리 자르지 않고 그냥 두었다면 이처럼 대형 산불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 최병성

 
문제는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를 잘라 훈증포를 씌워 놓은 게 밀양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전국 산림 곳곳에 재선충 이름으로 잘린 소나무 무덤이 널려있다. 도심 인근의 등산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대형 산불이 언제든 전국 도시를 위협하는 재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렴한 비용으로 소나무를 살릴 수 있는 길을 두고, 많은 비용을 들여 소나무를 죽여 온 산림청의 잘못된 정책이 국가 재난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산불 지휘체계 바꿔야

정부는 산불이 발생하면 최초 발화지점을 찾아 산불 원인을 조사한다. 산림청 산림과학원은 밀양 산불 1차 합동조사감식 결과로 옥교산(해발538m) 중턱에서 발견된 엔진톱을 지목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함께 현장을 돌아본 산불정책연구소 황정석 소장은 산림청의 밀양산불 조사감식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이 지목한 최초 발화지점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산불정책연구소 황정석 소장이 밀양 산불 현장을 돌아보며 산불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최병성

 
산림청이 지목한 최초 발화지점 주변 피해상황을 살펴보면 발화지가 급경사지에 위치해 있다. 이럴 경우 발화지점보다 낮은 곳과 바람을 거슬러 가야할 북서쪽으로 수관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이다.

산림청은 지난 3월 울진 산불도 담뱃불 실화에서 느닷없이 페트병을 원인으로 지목해 산림청 산불조사감식의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시킨 바 있다.

울진, 강릉, 밀양 산불은 산림청의 산불 진화 능력을 의심케 한다. 심지어 임도와 숲 가꾸기, 재선충 감염목 훈증 등 산림청의 산림정책들이 대형 산불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산불은 도시까지 위협하는 국가 재난이 되어가고 있다. 산불 진화 체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산불 감식 역시 이해관계자나 다름없는 산림청을 제외하고 실제 수사권이 있는 경찰청 주도 하에 제3의 기관과 전문가들로 합동조사팀을 꾸려야 한다.
 

 산불이 국가 재난으로 대형화 된 것은 산림청의 잘못된 산림 정책 때문이다. 개선안 마련이 시급하다. ⓒ 최병성

 
우리나라 산불은 기후위기보다 산림 구조를 병들게 한 산림청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 산불이 더 큰 재난이 되기 전에 산림청의 산림과 산불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산불 현장서 벌어지는 기현상... 결국 누가 돈을 버나

산림청의 거짓말... 산불 피해 복구비 4170억 원 전면 재검토해야

 

 산불 발생 후 산림을 복구한다며 온 산을 파헤쳐 놓은 모습 ⓒ 최병성

 
외계인이라도 다녀간 것일까. 나무 하나 없는 민둥산에 누군가 낙서를 한 듯 시뻘건 길이 사방으로 파헤쳐 있다.

이곳은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산불 피해 현장이다. 지난 2019년 4월 4일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동해시 망상해수욕장까지 달려가서야 멈추었다. 약 250ha의 막대한 산불 피해 다음날인 4월 5일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되었고, 4월 6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산림 복원이라는 미명 아래 산림은 싹쓸이 벌목으로 초토화 되었고, 마구잡이로 길을 만들었다. ⓒ 최병성

 
산림이 흉물스럽게 파헤쳐진 것은 산불 피해 지역을 복원한다며 바로 싹쓸이 벌목을 했기 때문이다. 중장비들이 온 산을 헤집고 다니며 벌목한 나무들을 끌고 내려왔다. 산불 발생 후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산림은 벌레가 나무 잎사귀를 파먹은 것처럼 상처투성이다.

싹쓸이 벌목 후 중장비들로 인해 산림 토양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토사 유출량이 급격히 늘어 산사태 위험이 증가되자, 산사태를 방지한다며 곳곳에 석축과 사방댐을 쌓았다. 그렇다고 토사 유출이 멈추거나 산사태 위험이 낮아진 것도 아니다. 여전히 비만 오면 시뻘건 토사가 쏟아져 내려온다.
 

 산을 마구잡이로 헤집어 놓은 후 산사태를 방지한다며 석축과 사방댐을 쌓았다. ⓒ 최병성

 
산림청의 믿기 어려운 산불 피해지 복원 정책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동해안 산불은 발생만 하면 대형 산불이 된다. 지난 <전문가도 놀란 동해안 산불 현장... 국민 모두 속았다>(http://omn.kr/1ynir) 기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동해안 대형 산불의 가장 큰 원인은 불에 잘 타는 소나무가 많다는 것 때문이다. 그런데 산림청은 옥계 산불 피해지를 싹쓸이 벌목한 후 소나무를 심었다. 불에 잘 타지 않는 활엽수 조림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소나무 때문에 대형 산불이 되었는데, 싹쓸이 벌목 후에 또 소나무를 심었다. 산을 파헤친 후 사방댐을 쌓고, 그 주변에 심은 소나무들이 보인다. ⓒ 최병성

 
산림청은 2000년 강원도 고성 산불 현장을 자연복원과 인공조림지로 나눠 비교 조사해오고 있다. 때문에 산불 피해지를 그냥 두어도 산불에 강한 참나무가 스스로 잘 자란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도 산불만 발생하면 산림을 민둥산으로 만들고 또 다시 소나무를 심어 산불에 잘 타는 숲을 조성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강원도 옥계 산불 피해 현장 중 불에 탄 소나무들을 베지 않고 그대로 존치한 곳이 있다. 극히 작은 면적에 불과하지만, 자연복원과 인공조림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싹쓸이 벌목 후 소나무를 심은 곳은 여전히 헐벗은 상태다. 반면 불타 죽은 나무를 그대로 존치한 곳에는 참나무와 벚나무 등의 활엽수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싹쓸이 벌목하고 소나무를 심은 현장에 일부 남겨진 불탄 나무들이 있었다. 놀랍게도 남겨진 나무 밑은 인공조림지와 비교될만큼 참나무와 활엽수가 무성하다. ⓒ 최병성

 

 인공조림한다며 파헤치고 소나무를 심은 앞부분과 존치된 죽은 나무 아래 울창한 활엽수들. ⓒ 최병성

  
죽은 나무들이 남겨진 곳으로 들어갔다. 놀랍게도 내 키보다 더 큰 참나무와 벚나무 등의 활엽수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었다.
 

 벌목하지 않고 일부 남겨진 죽은 나무 밑에 들어서자 참나무와 벚나무 등의 활엽수들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었다. ⓒ 최병성

  
산불로 불탄 재와 죽은 나무는 그곳에 자랄 나무 새싹들에게 귀중한 거름이 되어 준다. 불탄 숲의 나무들이 자라는 속도가 빠른 이유다. 최근 일부 농부들이 나무를 태운 재를 토양 개량제로 사용하고 있다는 뉴스도 나왔을 정도다.
 

 나무를 태운 숯으로 토양을 개선한다며 숯의 효능을 강조하는 뉴스 ⓒ ytn 뉴스

  
살아 있는 나무 벌목... 참혹한 현장

2022년 3월 5일 강릉시 옥계면에 또 다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이곳 주민들은 3년 전 발생한 산불로 인해 헐벗은 산을 바라보며 살던 중이었다. 그런데 3년 만에 또 다시 대형 산불이 발생하여 맞은편에 남아 있던 산림마저 피해를 입었다.

지난 5월 6일 옥계 산불 현장을 찾았다. 골짜기마다 나무 자르는 엔진톱 소리로 가득했다. 그런데 불타 죽은 나무를 자르는 것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나무들이었다.
 

 옥계 산불 피해지에 벌목 작업이 한창이었다. ⓒ 최병성

 
이번 강릉 옥계 산불은 나뭇가지 끝까지 불에 타는 '수관화'가 적고, 불이 바닥으로 지나가는 '지표화'가 더 많다. 지표화의 경우 살아남는 나무가 많다. 서둘러 긴급벌채를 할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옥계 산불 피해 현장에서는 '산불 피해목'이라며 살아 있는 나무들을 마구 베어내고 있었다. 잘린 소나무 아랫부분을 살펴보았다. 산불 피해가 거의 없었다. 잘려 누워 있는 소나무의 초록 잎사귀가 그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심지어 소나무 가지 끝마다 모두 새순을 달고 있었다. 그럼에도 무차별 벌목이 진행 중이었다.
  

 산불 피해가 거의 없는 데도 살아있는 나무들을 무참히 잘라낸 현장 모습 ⓒ 최병성

 

 벌목되어 누워 있는 소나무 잎사귀들이 모두 초록으로 싱싱하다. 심지어 소나무 잎사귀 끝마다 5월의 새순이 달려 있다. 산불 피해목이 아니라 건강하다는 증거다. ⓒ 최병성

 
지난 4월 27일 강원도 삼척 검봉산 산불 현장 조사 당시 2000년 산불에서 살아남은 소나무들을 만났다. 2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나무 기둥엔 시커먼 산불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뜨거운 불을 이기고 살아남아 지금까지 검봉산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옥계는 검봉산보다 약한 산불이 스치고 지나간 곳이다. 나무에 산불 흔적조차 희미한데 싹쓸이 벌목되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산불에 강한 내화림을 만들기 위해 참나무 등의 활엽수림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옥계 현장에서는 산불에 강하고 불에 타지도 않은 참나무와 벚나무 등의 활엽수까지 모조리 벌목했다.

그루터기만 남은 굴참나무를 살펴보았다. 산불이 스쳐지나간 검댕이 살짝 묻어 있을 뿐이었지만, 산불 피해목이라며 잘라냈다. 처참하게 잘려 뒹굴고 있는 참나무 기둥마다 초록 잎을 달고 있었다. 살아 있는 나무라는 증거였다.
 

 잘린 참나무 기둥에서 새순이 피어올랐다. ⓒ 최병성

  
벌목한 소나무들을 수집 상차하는 현장을 만났다. 관계자는 산불 피해목이라고 했다. 그러나 쌓여 있는 나무 중 산불의 흔적을 가진 소나무는 찾기 어려웠다.
 

 벌목한 나무 중 소나무만 모아 상차 중인 현장. 관계자는 산불 피해목이라고 설명했지만, 산불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 최병성

 
잘못된 벌목이 반복되는 이유

산림청은 동해안 산불 복구 비 4170억 원 중 긴급벌채 비용으로 532억 원을 책정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7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긴급벌채 비용이 아직 산불피해지에 내려가지 않았고, 벌목이 진행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반면, 벌목상들은 내게 한 달 전부터 벌목을 하고 있다고 말을 했다. 아직 긴급벌채비도 지원하지 않았는데, 산림청도 모르는 산불 피해지의 벌목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옥계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의 제보에 따르면, 벌목상들이 정부 보상금 운운하며 산주를 꼬여 벌어지는 일이었다. 산주들은 벌목상으로부터 ha당 100만 원가량을 받고 자기 소유의 산림을 넘겨준다. 이렇게 벌목하더라도 정부가 산불 피해지를 복구한다며 나무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이런 기회에 얼마 안 되는 나무 값이라도 벌자는 것이다.
 

 산불 피해를 입지 않은 거대한 활엽수 마저 산불 피해목이라며 싹쓸이 벌목했다. ⓒ 최병성

  
산림청의 한 관계자는 개인 산주들이 빨리 벌목해 달라고 한다며 내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무책임한 핑계일 뿐이다.

지난 자연복원 관련 보도 후에 제보 메일이 들어왔다. 마을 산을 지켜달라는 애절한 내용이었다.
 지난  3월 4일 발생한 옥계면 산불 피해 지역 주민입니다.
요즘 저희 지역에 벌채 업자가 찾아와서 개인 산 벌채 허락 받았다며, 어차피 정부에서 다 벌채를 할 거고 협력하지 않으면 보상도 없다고 압력성 말을 합니다.

산불이 나고 오늘도 산길을 따라 올라가 보면 기자님께서 하신 말씀에 너무나 공감이 갑니다.
저희 마을 불날 때 바람이 심하지 않아서 불이 바닥만 타고 지나갔는데, 소나무들은 밑둥이 그을렸지만 활엽수들은 지금 녹색으로 온 동네가 꽉 차 있습니다. 이렇게 울창한 푸른 활엽수 나무들을 소나무 때문에 몽땅 베어내야 한다니 장마철이나 폭우가 오면 산사태가 걱정입니다.

 

2019년에 양간지풍이 엄청 불어 동해 망상까지 다 타버리고 그동안 벌채와 묘목(소나무)심기를 마친 벌거벗은 민둥산을 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희 동네는 다행히 불이 훑고 지나지 않은 관계로 활엽수들이 다 살아 있습니다.

벌목 업자들 배만 불리고, 마구 산허리를 깎아 길을 낼 텐데 폭우라도 오면 걱정이 태산입니다. 벌써 아랫마을 뒷산은 벌목 중에 있습니다. 이대로 그냥 두고 시간이 흐르면 복원이 저절로 될 텐데, 그 수많은 예산을 들여서 누구 좋은 일 하려는지 힘없는 촌사람들 가슴만 답답합니다.

 
산림청 관계자에게 벌목을 중단시키는 간단한 해결책을 알려주었다. 산림청과 협의 없이 진행되는 산불 피해목 벌채의 경우, 조림 비용을 일체 지원하지 않겠다고 하면 멈출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14일 산림청 고시에 따르면, 1ha 조림비용이 2021년 907만원에서 2022년 983만원으로 인상되었다. 산주들이 벌목상에게 받는 나무 값은 1ha에 약 1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나무 값으로 고작 100만원 받고, 983만원을 들여 나무를 심을 어리석은 산주는 대한민국에 없다. 정부가 나무 심는 비용을 지불해 주니 산불 피해목이라며 불법적인 벌목이 자행되는 것이다.

 2022년 1ha 조림비용을 983만원으로 고시한 산림청 고시문 ⓒ 산림청

 
산림청의 거짓말... 결국 누가 돈을 버나

산림청은 산불 피해지를 자연복원에 맡기면 경제성 있는 나무가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인공조림를 해야 경제림이 된다는 것이다. 과연 사실일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7년에 펴낸 <산림경영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에 인공조림의 경제성이 상세히 나와 있다.
 

 산림청은 경제림이라 주장하지만, 국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전혀 경제성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 한국농어촌공사

 
요즘 대한민국 산림에서 가장 경제성 있는 나무가 낙엽송이다. 그 외의 나무들은 펄프와 합판과 펠릿용으로 값싸게 팔린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30년 키운 낙엽송 1ha에 1848만원이다. 그러나 1848만원의 나무 값이 모두 산주의 수익이 되지 못한다. 벌목상들의 벌목 작업비로 1397만원이 소요된다. 남는 이익이 451만원이다. 여기에서 벌목상들도 이윤을 남겨야 하니 산주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1ha에 100만원에 불과하다.

또, 벌목 후엔 조림을 해야 한다. 이 보고서에는 조림비가 2017년 기준 606만원인데, 2022년 산림청이 983만원으로 인상 고시했다. 조림 후 30년 동안 풀베기+어린나무 가꾸기+가지치기+속아 베기+산물 수집(베어낸 잔가지와 나무 정리) 등의 육림비용으로 약 750만원이 투입된다. 이 보고서는 조림비뿐 아니라 육림비까지 포함하면 더 경제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강릉 옥계면에서 만난 자연복원지. 죽은 소나무 아래에 활엽수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자연복원을 하면 산림청이 할 일이 없어진다. ⓒ 최병성

 
산주 입장에서 보면 30년 동안 가장 경제성이 있다는 낙엽송을 키워도 1ha당 100만원밖에 받지 못했는데, 조림비 983만원과 가꾸는 비용 750만원 등 총 1733만원을 투입해야 한다. 1ha에 1633만원의 적자다. 산주들에겐 아무리 값이 잘 나가는 나무라 할지라도 전혀 경제성이 없다. 그런데 산림청은 왜 계속 경제림 조성이란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일까?

결국 산림청이 말하는 '경제성'이란 '나무를 팔아 발생하는 이익'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산불 피해지를 자연복원에 맡기면 산림청은 물론 산림조합과 벌목상과 묘목상 등이 할 일이 없다. 자연 스스로 복원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산불을 이용해 돈을 벌려면 어떤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산불이 발생한 산림을 싹쓸이 벌목하고 나무를 심는 인공조림을 해야 한다.

산림청의 주장처럼 산불 피해지에 경제림을 조성한다며 싹쓸이 벌목하면 산사태 위험이 높아진다. 그 뒤 산림청은 산사태를 막는다며 아무도 다니지 않는 산속에 임도를 건설하고 석축과 사방댐을 쌓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퍼붓는다. 이 사업 역시 산림조합과 관련 기관들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준다.
 

 산불 피해지를 싹쓸이 벌목하고, 인공조림을 하고, 산사태가 발생한다며 사방댐 공사를 하면 산림조합과 벌목상과 묘목상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 최병성

 
인공 조림 비용과 30년간 투입되는 육림 비용, 임도와 사방댐 건설 예산까지 다 포함하면 산림청의 경제림 조성 주장은 더더욱 타당성이 없다. 이는 국민을 속이는 행위다. 산림청은 산불 피해지 경제림 조성이라는 미사여구를 사용하지만, 결과는 국고 손실에 불과하다.

이제 산림청이 그동안 숲을 이용해 벌여 온 사업들의 진실을 국민이 알 때가 되었다.

긴급벌채와 사방댐 건설 등의 산불 피해 복구비 4170억 원의 타당성은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한다. 

 

전문가도 놀란 동해안 산불 현장... 국민 모두 속았다

산림청은 왜?

 10일 동안 밤낮없이 산불이 타올랐다. ⓒ 황정석  
밤낮없이 10일 동안 뜨겁게 타올랐다. 지난 3월 4일 시뻘건 산불이 지나간 산림은 참혹했다. 한겨울에도 초록 잎을 달고 있던 소나무들이 새까만 숯덩이가 되었다. 살아남은 것은 참나무 등 활엽수와 그 사이에 있는 일부 소나무뿐이다.
 

 숲을 초토화시킨 뜨거운 산불에서도 참나무와 활엽수는 살아남았다. ⓒ 최병성

 
최병암 산림청장은 지난 3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산불 토론회에서 "지역 특성상 강원·경북에 많이 분포하는 소나무림이 산불에 매우 취약하므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숲가꾸기와 내화수림대 조성 등 산불에 강한 산림조성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소나무가 대형 산불의 원인이니 참나무 등의 활엽수를 심어 산불에 강한 숲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지난 2019년 행정안전부는 산불 백서를 발간했다. 그해 4월 강원도 산불 이후, 유사한 대형화재를 예방하고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자면서 발간한 것으로, 동해안 대형 산불 원인과 대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강원도 동해안은 토양이 척박해 활엽수가 자라기 어렵고, 소나무 위주의 단순림으로 산불에 취약하다. 동해안 대형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소나무 단순림 임상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단순 소나무 위주의 조림을 지양하고 활엽수 혼효림을 적극 조성해 산불에 취약함을 개선해야 한다."

 동해안 대형 산불의 원인이 소나무 때문임을 지적한 산불 백서 ⓒ 행정안전부

  
산림청장은 이번 울진 산불 이후 활엽수 내화수림대 조성 등 산불에 강한 숲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19년 산불 백서뿐만 아니라, 그전까지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동해안 대형 산불의 원인이 소나무였음은 그전부터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산불 피해지에서 벌어지는 기현상 2가지

지난 4월 26일, 강원도 삼척 도계 산불 피해 현장을 돌아보았다. 2017년 5월 산불 발생 후 불탄 나무들을 모두 벌목하고 인공 조림을 한 곳이다. 눈에 띄는 것은 대부분 소나무였다. 활엽수 조림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소나무가 불에 잘 탄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소나무를 대규모로 심어 또 다시 불에 잘 타는 숲을 조성한 것이다.
 

 2017년 산불 발생 후 대부분의 면적에 산불에 잘 타는 소나무를 심은 삼척 도계 산불 현장 ⓒ 최병성

 
삼척 도계의 소나무 인공조림 현장을 자세히 조사하다 중요한 사실 두 가지를 찾아냈다. 씨앗에서 발아된 소나무가 자란다는 것과 참나무들을 베어내고 불에 잘 타는 소나무를 심은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산불 피해지는 어린 소나무들로 가득했다. 아무리 인공조림을 해도 이렇게 조밀하게 나무를 심지 않는다. 자세히 보니 나무에 키 차이가 조금 있었다. 조금 키가 작은 소나무들은 땅 속에 있던 소나무 씨앗이 자연 발아되어 저절로 자란 소나무들이었다.
 

 인공조림한 소나무 사이로 자연 씨앗이 발아 되어 자란 소나무 삭들로 가득했다. ⓒ 최병성

 
양묘장에서 키운 소나무로 인공조림하면 초기에는 커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씨앗에서 자란 소나무가 더 건강하게 성장한다.

<삼척 산불 피해지에 조림된 13년생 소나무의 사면별 생장 특성>(김도현, 영남대학교 2015)이란 논문에 따르면, 양묘장에서 작은 용기에 키운 소나무의 경우 나선형 뿌리돌림현상이 발생하여 주근과 측근의 미비한 발달로 수목의 안전성을 저하시키는 문제가 있다.

돈 들여 심지 않아도 조금만 기다리면 땅 속에 떨어져 있던 소나무 씨앗이 자연 발아가 되어 저절로 자라며, 더 건강한 나무와 숲이 된다. 미국의 옐로스톤(Yellowstone National Park)과 로키마운틴(Rocky Mountain National Park) 국립공원을 비롯하여 외국의 산불 피해지들이 인공조림이 아니라 자연 스스로 싹을 틔우고 키워나가는 자연 조림에 맡기는 이유다.


 

 산불 후 인공조림을 하지 않고 자연에 맡겨 저절로 나무가 자라도록 하는 미국의 로키마운틴 국립공원 산불 피해 현장 ⓒ 홍석환

 
더 심각한 두 번째 문제는 소나무 조림지가 이미 참나무들로 가득하다는 사실이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소나무가 대형 산불의 원인이라며 불에 잘 타지 않는 참나무 등의 활엽수를 심어 산불에 강한 내화림(불에 타지 아니하고 잘 견디는 숲)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산불 백서 역시 소나무 단순림을 지양하고 활엽수 등의 혼효림으로 가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삼척 도계에 소나무를 인공조림한 현장엔 이미 참나무들로 가득했다. 문제는 저절로 자라는 참나무들을 모두 베어내고 불에 잘 타는 소나무를 심었다는 사실이다. 참나무들은 잘려도 또 다시 가지를 피어 올린다. 소나무를 인공조림 하려면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 주변에 자라는 참나무와 활엽수는 계속 베어내야 한다. 참나무가 인공조림한 소나무보다 더 빨리 자라기 때문이다.
 

 

 산불 후 소나무를 심은 현장엔 자연적으로 자라는 참나무들로 가득했다. 산림청은 숲가꾸기 한다며 참나무를 계속 베어내고 산불에 잘 타는 소나무 숲으로 바꾸고 있다. ⓒ 최병성

 
인위적으로 소나무를 심지 않으면 참나무가 저절로 자라며 산불에 강한 내화수림이 된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소나무 심으면 나무 심는 예산뿐 아니라 참나무를 매년 자르는 예산을 계속 투입해야 한다.

20년 기른 소나무가 한번에

이번엔 다시 경북 울진 현장으로 가보자. 2000년 4월 삼척에서 발생한 산불이 울진까지 내려온 곳이다. 산불이 진화된 후, 이곳에 공원을 조성하고 다음과 같이 기념비를 세웠다.

 23,794ha의 피해를 입은 사상 최대의 동해안 산불이 2000년 4월 12일 강원도에서 울진군으로 넘어오자 민·관·군이 합심하여 22시간만인 4월 13일 11시에 진화하고 산불 피해지인 이곳에 도화(백일홍)동산을 조성하다. - 2002년1월12일 울진군수

 2000년 산불을 진화한 후, 기념 동산을 세우고 불에 탄 주변 산림을 소나무로 심었다. 그러나 2022년 3월 울진 산불로 20년 동안 키운 소나무가 모두 탔다. ⓒ 최병성

 
2000년 삼척에서 울진군으로 내려온 산불이 진화한 후 소나무를 심었다. 그런데 지난 2022년 3월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삼척의 LNG기지 근처까지 올라왔다. 20년 전에 심은 소나무를 모두 태웠다. 기념비 뒤편의 소나무들도 누렇게 불탔다. 소나무를 심고 20년 동안 가꿔온 노력과 그동안 쏟아 부은 많은 예산이 한 순간에 날아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놀라운 모습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새카맣게 숯덩이가 된 소나무 숲에서 싱그러운 4월의 초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참나무와 활엽수들이었다. 소나무를 숯 덩어리로 만든 뜨거운 산불이 지나갔건만 참나무들은 멀쩡했다. 참나무 곁에 있는 일부 소나무들도 참나무 덕에 살아남았다. 동해안에 소나무 조림이 아니라 자연복원이 왜 중요한지 웅변하는 듯했다.
 

 2000년 산불 후 심은 소나무가 2022년 산불로 모두 타죽었지만 참나무 등의 활엽수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활엽수 옆의 소나무도 일부 살아 남았다. ⓒ 최병성

  
자연복원과 인공조림 실험의 결과

동해안은 산불이 발생했다하면 대형 산불로 번졌다. 거센 바람과 동해안에 가득한 소나무 때문이다. 산림청은 동해안에 소나무가 많은 이유는 활엽수가 잘 자라지 못하는 척박한 토양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사실일까?

강원도 고성 산불 피해 현장을 지난 4월 16일 방문했다. 1996년과 2000년 두 번이나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곳이다. 산불 피해지 중 일부를 자연복원과 인공조림지로 나눠 비교 관찰해오는 곳이다. 임도를 경계로 한쪽엔 참나무로 자연 복원된 숲, 반대편엔 소나무를 인공조림한 숲으로 나뉜다.

 임도를 사이에 두고 활엽수가 저절로 자란 자연복원지와 소나무를 인공조림한 곳으로 구분되어 있는 고성 산불 현장. ⓒ 최병성

 

 동해안은 척박해 활엽수가 잘 자라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중앙의 임도를 중심으로 우측엔 자연적으로 자란 활엽수림이고, 좌측의 검푸른 색이 인공조림한 소나무다. ⓒ 최병성

 
이곳의 토양은 전형적인 화강암 풍화토다. 참나무가 잘 자라지 못한다는 척박한 바로 그 토양이다. 그러나 저절로 자란 굴참나무와 신갈나무 등의 참나무들로 가득했다. 많은 예산을 들여 나무를 심지 않아도 산불에 강한 내화수림대로 성장한 것이다.

자연복원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1996년과 2000년 두 번의 대형 산불이 지나가며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숲이었다. 그러나 흉고직경 31cm가 넘는 굴참나무들이 하늘 높이 가지를 뻗고 있었다.

 심지 않아도 저절로 자란 굴참나무들. 척박한 화강암 풍화토에서도 잘 자라고 있다. 동해안은 척박해 소나무만 자란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 최병성

 
동해안은 토양이 척박해 불에 강한 참나무류가 자라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스스로 잘 자라는 참나무를 베어내고 소나무를 심어 불에 잘 타는 숲을 만들어 온 산림청이 문제였다.

자연복원지 바로 곁에 소나무를 인공조림한 숲을 살펴보았다. 소나무 아래 단풍나무와 신갈나무, 굴참나무, 철쭉 등의 다양한 활엽수들이 저절로 자라고 있었다. 인공조림한 소나무를 키우기 위해 단풍나무와 참나무들을 계속 잘라낸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활엽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잘린 그루터기에서 또 다시 가지를 키워내는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강원도 고성의 자연복원지를 살펴 본 후, 다시 두 시간을 달려 강원도 삼척에 있는 검봉산 자연복원지로 갔다. 이곳 역시 2000년 산불 피해를 입었던 곳이다.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건만 아름드리 소나무 아랫부분에 시커멓게 그을린 산불의 흔적이 역력했다. 주변에 피어난 분홍 철쭉꽃이 소나무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듯했다.
 

 산불 후 2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산불의 흔적을 안고 있었다. ⓒ 최병성

   
내가 선 곳에서 건너편 봉우리에 소나무를 인공조림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2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나무는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곳곳에 패인 상처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2000년 산불 후 소나무를 인공 조림한 지 약 20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산림은 상처를 안고 있다. ⓒ 최병성

 
이곳은 산림청이 굴참나무를 심어 내화림을 조성 연구하는 곳이다. 그런데 바로 곁에 내화림을 만든다며 인공조림한 굴참나무들보다 더 울창하게 자라는 활엽수 숲이 있었다. 심지 않아도 저절로 자란 참나무와 벚나무였다.

이날 현장 조사에는 강원대학교 정연숙 교수가 동행했다. 정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강원도 고성과 검봉산의 자연 복원지와 인공조림지를 비교 관찰해왔다. 그는 "심지 않아도 저절로 훌륭한 내화림이 되는데, 왜 많은 돈을 들여 나무를 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20년 넘게 자연복원지를 관찰해 온 강원대 정연숙 교수와 함께 강원도 고성과 삼척 검봉산 산불 피해지를 살펴보았다. 그는 그냥 두면 저절로 불에 강한 내화림이 된다고 강조했다. ⓒ 최병성

 
산림청은 왜?

2000년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강원도 고성과 삼척 검봉산 사례에서 보듯, 산불이 발생해도 그냥 두면 저절로 산불에 강한 활엽수 숲으로 변한다. 그러나 산림청은 산불 피해지를 복구한다며 수많은 예산을 퍼부어 산을 헤집고 불에 잘 타는 소나무 숲으로 만들어 왔다.

산림청은 왜 '자연복원'이라는 해답을 두고도 잘못된 정책을 계속 반복하며 산림을 초토화시키는 것일까?

지난 4월 17일 정부는 2022년 3월 동해안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4170억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엄청난 예산 중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한 비용은 고작 51억 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그 많은 돈은 어디에 사용되는 것일까?

4170억 원의 산불 피해 복구 예산 내용 중 긴급 벌채 비용만 532억 원이다. 이번 산불 피해목 중 고작 5%만 베어내는데도 532억 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림청이 자연복원 대신 잘못된 정책을 반복하는 것은 이렇게 엄청난 산림 피해 복구 예산 때문은 아닐까? 산불 피해지가 자연 복원되도록 그냥 두면 수천억 원의 예산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산림청이 정부로부터 많은 예산을 받으려면 다양한 사업을 벌여야 한다. 불탄 나무들을 벌목하고, 싹쓸이 벌목된 민둥산에 산사태를 막는다며 사방댐을 쌓아야 하고, 벌거숭이가 된 산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 나무를 심은 뒤엔 자생하는 참나무들을 계속 베어내는 숲가꾸기 사업을 해야 한다. 결국 자연복원을 하면 들어가지 않을 수천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이다.

산림청이 벌이는 산불 피해 복구 사업이 타당한지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산불 피해지 복구라는 미명하에 수천억 원의 예산이 쏟아져 내려오고, 그 덕에 산림조합과 벌목과 조림업자들이 풍요로움을 누린다.

 임도 사방댐 공사를 OO산림조합이 맡아 공사를 하고 있다. ⓒ 최병성

 
산림청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긴급벌채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불 피해지를 아무리 둘러봐도 산사태를 막기 위해 532억 원을 퍼부어 긴급벌채 할 곳을 찾기 어려웠다. 민가 주변 산이 높지 않고 경사가 완만하기 때문이다. 민가 주변엔 참나무들이 산불을 막아주어 주민들의 산불 피해를 줄여 주었다. 산림청이 산불 피해목을 벌목하면 오히려 산사태 위험이 더 커져 주민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된다.
 

 민가 주변은 산림 경사가 완만하여 긴급벌채할 곳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긴급벌채를 하면 산사태 위험이 더 높아진다. 산림청은 왜 532억원을 들여 긴급벌목을 추진하는 것일까? ⓒ 최병성

 
강원대학교 정연숙 교수는 <동해안 산불지역 생태계 변화 및 복원 기법 연구>(2002.22)에서 산사태 위험을 가중시키는 산림청의 긴급벌채와 인공조림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산불 피해목과 움싹 등을 제거하고 기계를 이용하는 인공조림 방식은 심각하게 토양을 침식시키고 영양소를 세탈하는 등 서식지 기반을 위해하여 인공조림의 가장 심각한 폐해가 되고 있다. 인공조림지 또는 조림하기 위해 벌목한 곳은 자연복원지보다 더 심각하게 산사태가 발생한 것을 현지에서 관찰하였다. 인공조림지는 토양침식과 영양소 세탈 등 초기에 서식지 교란이 심각하며, 장기적으로도 산불에 취약하여 안정성이 낮다

서울시립대 이경재 교수도 <산불로 인해 파괴된 동해안 지역 생태계복원>(2000년 6월 자연보존 110호)에서 '최소한 면적으로 골라 소나무를 식재하여 용재림 생산지역으로 삼고, 나머지 지역은 자연복원이 되도록 존치시켜야 한다'며 '이제 우리 인간은 자연 스스로가 치유하도록 앞에서 도와주는 역할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532억 원의 긴급 벌채비용과 사방댐 공사 등 4170억 원이 넘는 산불 피해 복구비용이 왜 필요한지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불 탄 숲을 그냥 두면 산불에 강한 건강한 숲이 된다. 많은 예산을 써가며 산불에 잘 타는 숲으로 만드는 잘못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

동해안 대형 산불의 진짜 원인, 산림청은 정말...

산불 현장에 남겨진 흔적들

 산불 후 숲을 싹쓸이 했다. 산불 복구가 아니라 산림 파괴다. ⓒ 최병성

 
여기는 몽골 사막지대가 아니다. 산불이 지나간 후, 숲의 나무들을 싹쓸이 벌목해 민둥산으로 만들었다. 동물의 가죽을 벗겨 놓은 듯 시뻘건 산림 토양이 흉물스럽게 드러났다. 불탄 나무 재와 토양이 유실되며 댐을 오염시키고 있다.
 

 불탄 나무들을 싹쓸이한 까닭에 토사가 댐으로 쓸려들어가 수질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 최병성

 
이곳은 1년여 전인 2021년 2월 21일 경북 안동의 임하댐 주변에 산불이 발생했던 곳이다. 단 한그루의 나무도 남기지 않고 벌목했다. 모든 나무들이 불에 탔기 때문일까? 시뻘건 거죽을 드러내고 있는 산불 피해 현장을 돌아보았다. 참혹한 현장 곳곳에서는 진달래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산불 후 숲을 싹쓸이 한 현장 곳곳에 진달래가 피었다. 잘린 참나무 그루터기에서 움싹들이 올라온 것들이 보인다. ⓒ 최병성

 
놀랍게도 불에 타지 않은 참나무들까지 베어졌다. 잘린 참나무 그루터기마다 가지들이 솟아올라 있었다. 활엽수는 소나무에 비해 불에 잘 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에 타도 잘 죽지 않는다. 그럼에도 참나무까지 모두 베어낸 것이다.

이번엔 올해 산불 현장으로 가보자. 지난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은 10일이 지난 3월 14일에야 진화되었다. 정부는 지난 4월 6일 이번 동해안 산불 피해 면적이 2만 523ha로 22년 전인 2000년 동해안 산불 (2만 3천794ha) 피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피해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서울 면적의 1/3이요, 축구장(0.714ha) 2만 8744개를 모아놓은 면적에 해당된다고 한다.
 

 지난 3월 울진 산불로 엄청난 면적의 산림이 파괴되었다. 검은 색이 수관화로 나뭇가지 끝까지 타죽은 것이다. 누렇게 된 것은 산불 열기에 잎사귀가 누렇게 죽어가는 소나무들이다. ⓒ 최병성

 
또 정부는 동해안 산불 복구에 417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긴급 벌채비용 532억 원과 장기 산림복구 비용 2688억 원도 책정되었다.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긴급 벌목을 하고, 산사태나 토사유출 등의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산간계곡부에 석축을 쌓는 사방댐 공사를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과연 긴급 벌채와 사방댐으로 산사태 등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 임하댐 산불 벌목 현장처럼, 산불 후 긴급벌채가 오히려 산사태 등의 위험을 더 키우는 것은 아닐까? 정부 대책이 과연 타당한지 살펴보자.

울진 산불의 처음과 끝

울진의 산불이 시작된 지점으로 가보자. 지난 3월 4일 11시 40분경 울진 북면의 한 도로가에서 불이 시작했다. 거센 불길이 3시간 만에 약 9km를 달려 바닷가에 있는 울진 한울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곳까지 이르렀다. 불길은 다시 3시간 만에 원전으로부터 약 6km 떨어진 삼척 LNG기지 앞까지 퍼졌다. 이후 산불은 10일 동안 발화지점으로부터 겨우 7.5km 반경의 응봉산과 금강송 군락지 방향으로 퍼져가다 비가 와서야 진화되었다.
   

 울진 동해안 산불 현장 항공지도다. 중앙의 최초 발화지점에서 우측 동해안 방향으로 3시간만에 울진 원전으로 퍼져갔고, 이후 10일 동안 겨우 7.5km 반경으로 후진하며 머물렀다. ⓒ 구글지도

 
정부는 산사태 등의 2차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한 긴급벌채 비용을 책정했지만 산불이 최초 발생하여 원전까지 전진해 간 방향을 보자. 높은 산이 거의 없다. 대부분 높이 150~200m의 낮고 경사가 완만한 산들이 이어져 있다. 때문에 들판을 달리듯 산불이 바다까지 거침없이 번진 것이다. 해발고도 1000m 응봉산의 높고 경사가 가파른 지형들은 후진산불이 퍼져가는 발화지점 뒤쪽에 위치하고 있다. 
 

 최초 산불 발화지점에서 동해안 바닷가 울진 원전까지 3시간만에 불길이 퍼졌는데, 한결같이 150~200m의 낮은 지형의 산들로 이어져 있다. ⓒ 최병성

 
특히 산불 피해가 발생한 민가 주변에는 긴급벌채를 해야 할 만큼 급경사 산림이 많지 않다. 산불 피해목으로 인한 산사태 위험이 높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2차 피해 방지라는 이름으로 532억 원을 들여 긴급벌채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오히려 벌거숭이 민둥산을 만들어, 이로 인한 홍수 및 산사태 위험이 더 커진다.
 

 산불로 많은 산림이 불탔지만, 민가 지역은 산사태 방지용 긴급벌채가 필요할 정도로 급경사 진 지역이 많지 않다. 오히려 긴급벌채가 산사태 위험을 높일 수 있다. ⓒ 최병성

 
산사태 위험 높이는 긴급벌채
 
긴급벌채의 효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지난 2020년 10월 27일 산림청이 배포한 <긴급벌채 95억 원 추가 투입으로 산불 피해지 복구 박차>라는 보도자료를 찾아냈다. "경북 안동과 강원도 고성의 산불 피해목으로 인한 2차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해 95억 400만 원을 투입해 이미 긴급벌채를 실시했고, 또 다시 95억 원을 추가 확보해 아직 다 벌목하지 못한 나무들을 신속하게 벌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안동 산불은 2020년 4월 24일 발생하여 3일 동안 1944ha를 태우고 진화되었다. 안동 산불로부터 5개월 후인 2020년 9월 26일 긴급벌채 중인 안동 산불 현장을 살펴본 적이 있었다. 산불 피해지의 나무들을 모조리 벌목했다. 그리고 포클레인들이 온 산을 헤집고 다니며 잘린 나무들을 계곡부로 모아 끌고 내려오고 있었다.
 

 2000년 9월 찍은 사진이다. 2000년 4월 산불로 불탄 곳을 단 5개월만에 싹쓸이 벌목해 산사태 위험 지역으로 만들었다. 우측은 불탄 나무들을 베어 놓은 것이다. 가운데 계곡부에 벌목한 나무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포클레인들이 보인다. ⓒ 최병성

 불 탄 나무들을 벌목하여 포클레인들이 계곡으로 모아 끌어내리고 있다. 이로인해 산림은 초토화되어 산사태 위험이 높아지고, 영양분이 없는 산림은 나무를 새로 심어도 잘 자라지 못한다. 복구라는 미명 아래 국민 세금을 퍼부어 오히려 산림을 파괴한 것이다. ⓒ 최병성


포클레인이 나무들을 끌어내리고 있는 우측에 벌목공들이 산불 피해목이라며 잘라 놓은 현장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산불 후 불과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산림은 초록으로 무성해져 있었다. 초본류와 키 작은 나무들이 불탄 숲의 하층부를 가득 채우며 숲이 안정화되가고 있었던 것이다. 2차 피해를 예방한다는 산림청의 성급한 긴급벌채가 오히려 안정화 되어가는 산림을 초토화시키며 산사태 발생 위험지역으로 만든 꼴이 된 것이다.
 

 2020년 안동산불 현장의 긴급벌채로 잘린 나무들이다. 초록 잎사귀를 달고 있는 활엽수들도 잘렸다. 하층에 새로 잎을 달고 자라기 시작한 나무와 풀들이 눈에 선명하게 보인다. ⓒ 최병성

 
나무가 없는 산에서는 당연히 비가 오면 산사태가 발생한다. 그동안 산림청은 산불 지역의 나무들을 싹쓸이 벌목한 후 산사태를 방지한다며 계곡마다 커다란 돌들로 사방댐을 쌓으며 혈세를 퍼부어왔다.

환경부는 2003년 1월 배포한 <동해안 산불지역 생태계복원에 관한 연구 결과>를 통해 "소나무림이 산불에 취약한 것은 얇은 수피로 생장점이 쉽게 손상되고, 낙엽이 봄에도 많이 축적되어 있으며 4월에도 잎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활엽수림의 우수한 자연복원력은 산불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고 산불 이후 움싹(맹아) 등에 의한 재생능력이 높기 때문이다"라며 "인공조림의 경우에는 산불 직후에 산불 피해목 및 움싹 등을 제거하고 조림하는 관계로 토사유출이 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산불 후 싹쓸이 벌목을 하지 말고 자연 스스로 복원되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인공조림지보다 종 다양성도 더 좋다고 강조한 것이다.
 
울진 산불이 커진 이유
 
산불은 나무의 큰 줄기가 타는 수간화, 그리고 나무 꼭대기까지 타는 수관화, 바닥의 낙엽과 초본류가 타는 지표화, 그리고 땅 속 낙엽 분해물과 뿌리까지 타들어가는 지중화 등으로 구분한다.
 
울진 산불의 최초 발화지점으로부터 후진산불이 퍼져나간 응봉산 줄기의 산불 모습이다. 산불이 확산된 원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산불이 소나무만을 타고 이동했다. 초록색 잎사귀를 달고 있는 것이 소나무다. 잎사귀가 누렇게 보이는 것 역시 소나무다. 산불 열기로 인해 잎사귀가 누렇게 변하는 열화현상으로 죽어가는 소나무다. 소나무 사이에 잎사귀 없는 회색빛 나무들이 활엽수다.
 

 산불이 소나무만 타고 이동했다. 활엽수는 멀쩡하다. 소나무는 산불이 타고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한 것이다. ⓒ 최병성

 
울진 산불이 크게 번진 이유는 소나무가 많은 지형이기 때문이다. 소나무는 불에 잘 탈뿐만 아니라, 소방헬기가 물을 뿌려도 한겨울에도 무성한 잎사귀에 부딪혀 물이 바닥의 산불 진화에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지난 3월 31일 국회서 열린 '산불 정책에 대한 차기 정부의 과제'라는 토론회 축사에서 "지역 특성상 경북·강원지역에 많이 분포하는 소나무림이 산불에 매우 취약하므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숲가꾸기 사업과 내화수림대 조성을 통하여 산불에 강한 산림조성의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90년대부터 수시로 발생하는 동해안 대형 산불로 소나무가 산불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이미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지난 2019년 펴낸 산불 백서에서도 소나무가 동해안 대형 산불의 원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소나무는 척박한 토양에서 잘 자라고, 활엽수는 거름진 토양에서 잘 자란다. 동해안 지역에 소나무가 많은 이유다. 그러나 동해안 산불 발생 지역에 소나무가 많은 숨겨진 이유가 또 있다. 숲가꾸기뿐만 아니라 송이버섯을 딸 수 있는 송이 숲을 만들기 위해 산림청과 지자체가 수십 년간 활엽수를 베어내고 소나무만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산림청의 송이숲 가꾸기 실시 안내 자료. 송이숲을 만들기 위해 소나무 사이의 활엽수들을 모두 베었다. 이게 산불이 잘 나는 동해안 산림에서 산림청과 지자체가 해온 일이다. ⓒ 최병성

 
산림청은 주민들이 송이 숲을 원할 뿐 아니라 토양이 척박해 활엽수가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동해안에 소나무를 심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임도를 따라 울진 산불 피해지를 조사하다 보니 소나무 사이에 참나무들로 가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참나무가 자라던 숲을 베어내고 소나무를 심은 것이었다. 활엽수가 자랄 수 없는 척박한 토양이라는 산림청의 말과 달랐다.
 

 참나무를 베어내고 소나무를 심은 울진의 산림 현장 모습. 참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지형이 아니라, 그동안 송이숲을 만든다며 활엽수를 베어내고 소나무만 키워왔던 것이 산불을 키운 것이다. ⓒ 최병성

 
<서울신문>은 2021년 4월 25일자 <송이소나무에 송이가 없다. 하나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송이소나무를 통한 자연산 송이군락지 만들기에 15년 동안 매년 수억 원을 쏟아 붓고 있지만, 송이 생산량이 전무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나무로 인한 산불의 대형화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동안 산림청과 지자체들은 불에 잘 타는 소나무를 심어 송이 하나 따보기도 전에 태워 없어지게 했다.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산불 피해지에 소나무를 심고 있고, 이번 동해안 산불 피해지에도 긴급벌채 후 소나무를 심는 우를 범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악순환의 고리 끊으려면
   
산불로 타 죽은 소나무 숲들을 살펴보았다. 숲가꾸기로 나무들을 잘라 바닥에 쌓아둔 것들이 산불을 더 뜨겁게 타오르게 하는 장작더미가 되었다.
 

 숲가꾸기로 잘라 쌓아 놓은 장작더미들이 산불을 더 키우는 역할을 했다. ⓒ 최병성

 
그런데 숲가꾸기로 잘라 쌓아 둔 장작들이 숯덩이가 될 만큼 그 뜨거운 불길에서도 타지 않은 나무들을 발견했다. 벚나무와 참나무류였다.
 

 재가 될만큼 뜨거운 불길 속에서도 벚나무는 타지 않았다. ⓒ 최병성

 
환경부가 이미 2003년 보도자료에 지적한 바와 같이 활엽수들은 산불에 강하다. 강원대학교 이시영 교수와 충북대학교 안상현 교수가 2009년 4월 한국방재학회논문집에 실은 '지표화 산불피해지의 수종별 임목 고사율 비교분석'이라는 논문에서도 활엽수가 불에 강하다는 사실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산불 피해를 받은 소나무 등 7개 수종의 임목고사율을 조사한 결과,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 참나무류가 20%로서 가장 적었으며, 리기다소나무 59%, 낙엽송 63%, 해송 70%, 소나무 81%, 잣나무 93%, 삼나무 100%로써 참나무류의 임목고사율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시영 교수 등의 조사 결과는 참나무 등의 활엽수는 산불이 지나가도 고사율이 20%에 불과할 만큼 산불에 강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산림청과 경상북도는 참나무 등의 활엽수를 베어내고 소나무 위주의 송이 숲을 조성해왔다. 결국 송이버섯을 따기 위한 송이 숲 조성이 산불의 급속한 확산과 산불 진화 실패의 한 원인이 된 것이다.

숲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며 계속 변화된다. 키 작은 나무- 소나무- 참나무-서어나무 등으로 변해가는 숲의 변화 과정을 자연 천이라고 한다. 지금 동해안에 소나무가 많아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 소나무 숲이 울창해지면서 척박하던 토양이 비옥해지고, 참나무 등의 활엽수가 살기 좋은 숲으로 서서히 천이과정 중인 것이다. 산림청과 지자체는 송이 숲을 만든다며 천이과정 중에 있는 숲을 인위적으로 교란시켜 산불에 잘 타는 숲으로 만들어 온 것이다.
 
국내 최대 산불 피해였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은 삼척에서 발생해 울진으로 내려오며 한울원전을 위협했다. 이번 3월 4일 발생한 울진 산불은 이와 반대 방향이었다. 한울원전에서 삼척방향으로 타고 올라가며 2000년 산불 후에 조림한 소나무 숲까지 모두 태웠다.
 

 2000년 삼척에서 타고 내려온 산불 후 소나무를 심었는데, 2022년 3월 울진산불이 타고 올라가며 다시 인공조림한 소나무 숲을 태웠다. ⓒ 최병성

 
불타 죽은 소나무 숲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었다. 2000년 산불 후 조림하였으니 벌써 약 20년이 되었다. 그러나 소나무 키가 별로 크지 않았다. 긴급벌채로 싹쓸이하여 영양분이 사라진 숲에선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까닭이다. 곳곳에 여전히 붉은 토양이 노출된 모습이다. 산불 후 긴급벌채 한다며 포클레인이 휘젓고 다닌 후유증이 심각함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미국 콜로라도 주에 있는 로키마운틴 국립공원((Rocky Mountain National Park)의 산불 후 모습이다. 미국은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이나 옐로스톤국립공원 등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지만 우리처럼 불에 타 죽은 나무를 베어내고 새로 나무를 심지 않았다. 땅 속에 있는 씨앗들이 저절로 나오고, 불탄 재와 나무들을 거름 삼아 쑥쑥 자란다. 불탄 나무를 베어낸 곳보다 그대로 둔 곳의 산림이 더 빨리 복원되는 이유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산불 피해 산림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미국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의 산불 후 모습이다. 죽은 나무들을 그대로 두었다. 저절로 나온 어린 나무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 홍석환

 
그런데 한국은 산불이 발생하면 산사태를 방지한다는 미명 아래 싹쓸이 벌목하여 벌거숭이산으로 초토화시킨다. 산사태 위험은 몇 배나 더 높아지고, 토양에 영양분이 없으니 새로 심은 나무들이 잘 자라지도 못한다.

산불 후엔 숲의 복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연에 맡겨두는 자연 복원이 더 건강한 숲으로 성장하는 길이다. 국민 세금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막대한 세금을 산을 파괴하는데 쏟아 붓고 있다. 경제림으로 육성할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연 스스로 복원하도록 맡겨두어야 한다. '자연을 그냥 놔두는 것이 자연을 가장 잘 관리하는 것이다'라는 외국 산림과학자의 말을 깊이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뜨거운 산불이 지나간 지 며칠 뒤 꽃을 피운 노루귀를 발견했다. 산불이 지나간다고 모든 생명이 죽는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 숲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야 할 때다.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 피어난 노루귀.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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