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군,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다시 추진

설악산 사례에 탄력…환경 보호 강화
노선 단축 고려, 올해 안에용역결과 제출
남원·산청·함양과 노선 협의 노력 병행
‘갈등 없게 환경부가 노선 지정’ 목소리도
지난해 구례군이 제출한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노선도. 기사와 관련 없음. 무등일보DB.

 

구례군이 지난해 반려돼 재추진이 불투명했던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다시 추진키로 해 환경부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구례군은 최근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가 사실상 허용되면서 지리산 케이블카의 제한도 해제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지리산권 4개 지자체 간 합의를 통해 한 개 노선을 결정하라'는 환경부의 요구는 실현이 쉽지 않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일 구례군에 따르면 군은 조만간 용역을 통해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국립공원계획 변경 신청을 할 계획이다.

구례군은 용역을 통해 케이블카 노선 길이 단축과 환경 파괴를 줄일 수 있는 최신 공법 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에 용역을 의뢰한 뒤 연내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 올해 안에 환경부에 제출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구례군이 산동면 온천관광단지부터 지리산 노고단 종석대까지 3.1㎞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며 제출한 국립공원계획 변경 신청에 공익성과 환경성, 기술성이 미진하다며 이를 반려했다. 이에 구례군은 환경 파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최신 공법을 통해 환경성과 기술성을 보완할 계획이다. 현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사실상 최종 관문을 통과한 설악산 케이블카 '조건부 승인'으로 지리산 케이블카 역시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의 반려 원인 중 하나였던 '공익성'은 요원해 이를 해결할 묘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구례군과 전북 남원시, 경남 산청·함양군은 서로 자기 지역에 유치하겠다며 경쟁을 벌이는 등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12년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신청 당시 지리산권 4개 지자체 간의 합의를 통해 단일 노선을 만들라며 '공익성'을 요구했지만 이후 10년 넘게 합의하지 못한 채 '각자도생'하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국립공원 계획 변경 용역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표면상으로는 환경훼손을 우려한 환경부와 환경단체의 거센 반대도 작용했지만, 실제로는 4개 지자체 모두 자기 지역에 설치돼야 한다는 주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등 대립과 갈등이 더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구례군의 재추진에 맞서 경남은 도 차원에서 재추진 움직임을 보이는 등 지리산 케이블카를 둘러싼 전남과 경남 간의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최근 "지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설악산 케이블카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환경을 보존하면서 주요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외국 사례 등이 이야기됐다"며 "경남도에서도 과거에 추진해왔던 케이블카 설치 사업 중 제대로 안 되고 있는 부분을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리산 케이블카를 둘러싸고 인근 지자체들의 합의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구례군은 지난해 재신청이 반려된 이후 산청군과 협력을 통해 케이블카 설치 돌파구를 찾고 있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지난 해 7월 이승화 산청군수를 만나 지리산 케이블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구례는 노고단 코스를, 산청은 천왕봉 코스를 각각 추진키로 하고 남원시와 함양군과 이익 공유 방안 등을 마련하는 등 최적의 방안을 환경부에 공동 건의하기로 했다.

 

이에 지자체 간 갈등의 원인이 된 케이블카 노선을 환경부가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지난 2021년 구례를 방문한 김영록 전남지사는 도민과의 대화를 통해 "구례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은 B/C 1.054로 경제성이 높아 추진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가가 직접 지리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노선을 선정하도록 군과 함께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이후 환경부에 이같은 내용을 건의했지만, 뚜렷한 답변은 받지 못했다.

구례군 관계자는 "설악산 케이블카 허용으로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에 발목잡았던 환경 파괴는 해결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4개 지자체간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급선무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지자체간의 합의를 끌어낸 후 환경부의 구체적인 지침을 타진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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